현승이가 어제 성경학교를 갔다. 일하는 날이라 짐만 챙겨놓고 나왔다. 가는 걸 못봐줘서 마음이 좀 짠했다. 현승이가 전화를 걸어왔다."엄마, 나 갈께. 갔다올께. 엄마, 그런데 나 장난감 하나만 가져가면 안돼? 아주 조그만 거. 아주 작은 레고 사람. 심심할 때 놀게. 그래. 알았어. 기도해 줘. 안녕" 했다.


현승인 집을 나갈 때 아주 작은 장난감을 몰래 가지고 나가길 좋아한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한 아이다. 익숙한 자기 공간과 연결되고픈 걸까?  청소를 하다 '아주 작은 레고 사람들'과 마주치니 하루 못 본 현승이가 보고싶기도 하고,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현승이 마음에 가 닿는다.


아마 현승이는 그렇게 지낼 것이다. 아주 작은 레고나 장난감 따위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처럼 말이다. 동동거리며 두려워하고, '한 번만 안아줘. 꼭 안아줘' 이러다가도 현관문만 나서면 언제 그런 아기같은 현승이였냐는 듯 다른 아이가 된다. 성경학교 가서도 그럴 것이다. 두려울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그랬고 많은 어른이 그런 것처럼 두려움이란 그렇게 남아있을 것이다. 극복하거나 잘 다루기보다는 가방 구석탱이에  깊숙히 숨겨둔 '아주 작은 레고 사람'처럼 있지만 없는 듯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서서히 두려움이란 것이 있었다는 것도 잊혀지겠지만  어른이 되어가고 세상에 적응하면서 트렌스포머가 되어 나올 지도 모른다.


남을 공격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다짜고짜 일에 몰입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희생적으로 사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온갖 긍정적인 것에 목을 맬 수도 있고,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두려움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현승이가 자신을 알아가고 성숙해가면서 '아주 작은 레고 사람'을 기억해내고 인정하는 일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내가 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지 못하고 무엇엔가 매인 듯 살아가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올라올 때 말이다. 어른이 된 눈으로 한 번 쯤 돌아와 거울 앞에서서 '아주 작은 레고 사람'을 만지작거리던 자신을 만난다면 하고 말이다.


'아주 작은 레고' 바라보면서 생각이 멀리 멀리 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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