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가 오매불망 갖고 싶었던 닌텐도를 갖게 되었다.
정말 닌텐도 이야기로 열 개의 포스팅이 가능하지만 간단한 닌텐도 득템의 경위만 풀어놓자면....


'엄마, 내가 엄마랑 많이 얘기했고, 생각도 많이 해봤고 그런데... 내가 닌텐도 게임을 하고 싶어서
갖고 싶은 게 아니야.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는 게 너무 부끄러워
'라는 고백에 엄마 마음 살짝
무너졌고.


그 다음,
아빠의 아이패드 득템이후 온 가족이 함께 '앵그리 벌드' 게임을 즐기면서 이런 어록을 남기셨다.
'엄마, 나는 아빠가 아이패드를 사서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더더더 좋아. 나는 우리집에 닌텐도가
없어서 가난한 줄 알았는데 아이패드가 있으니까 부자가 된 것 같애. 내가 너무너무 좋아'
라면서 닌텐도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치유되는 듯 하였다.


현승이 고모와 대화를 하다가 이 얘기를 전해주면서 깔깔거렸는데 극진한 조카사랑의 고모는 그 자리에서
바로 현승이에게 전화걸더니 '현승아, 너 닌텐도 갖고 싶어? 고모가 사줄께. 알았지' 해버렸다.
당황한 내게.
'야,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도 닌텐도 없는 애들 없어. 그냥 내가 사줄거다. 암말 말어' 하면서.


일사천리로 닌텐도 구입이 이루어졌고, 현승이는 믿어지지 않게 닌텐도를 거머쥐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우려를 아는 현승이가 닌텐도를 가져와서는 '엄마, 이거 숨겨 둬. 어서 숨겨 둬' 하기에
한참을 그냥 나뒀더니 지가 방에 들어가서 닌텐도를 숨기고 나온다. 이건 뭥미?
누구를 위하여 닌텐도는 숨겨졌나?! ㅋㅋㅋㅋ
그러고도 엄마가 닌텐도 숨기는 일에 신경을 안쓰니 장식장 높은 곳에 의자에 올라가 얹어 놓았다.
이제 현승이는 닌텐도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보다 도대체 닌텐도를 숨기지 않는 엄마 때문에 좌불안석.


'현승아! 엄마는 닌텐도 숨기지 않을거야. 니가 약속한 시간에만 게임할거고, 너는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인데
엄마가 왜 닌텐도를 숨겨? 엄마가 현승이를 믿는데 숨길 필요가 뭐 있어?'
했더니 실리보다 명분으로 사는 이 아들 콱 감동 받아가지고 초연한 마음이 되었다.
이렇게 말을 내뱉어 놓고, 내가 뱉어놓은 말이 부메랑이 되어 내 맘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말이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
믿는 만큼 자유로와지는 아이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이제 얄팍한 칭찬으로 아이들을 통제할 시기가 지났다.
얄팍한 칭찬꺼리를 찾아 내 칭찬에 아이를 춤추게 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이 믿어줘야 할 때다.
믿는 만큼 아이들은 자라고,
내가 엄마로서 자라는 만큼 아이들을 믿어줄 수 있다.


문제는 신뢰다!
내가 아이들보다 항상 옳다는 교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아이들을 믿어줄 수 있는 거다.
그래, 결심했어! 이제는 신뢰양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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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 휴
대폰을 바꾸시고 '이거 현승이 갖다줘라. 이 핸드폰 좋아해. 게임하라고 해' 하시며 충전기 까지 챙겨 주셨습니다. 휴대폰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현승이 녀석, 이거 받아들고 좋아라 하면서...

'헐... 엄마! 이 휴대폰 문자 보내는 거 하고 통화 하는 거 빼놓고 다 돼!!!!! 완전 좋아!'
(헐~ 세상에! 문자하고 통화만 딱 안되는 멋진 휴대폰이 있다뉘!)
하고 열광하며 게임에 매진하는 것도 딱 하루. 손바닥 만한 액정 쳐다보면 게임하는 건 별로!

티브이 없이 닌텐도 없이 게다가 애들 인터넷 게임도 안 시키면서 뭘 하고 노냐고 걱정하면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 없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노는 아이 두 마리 있습니다.



이 장면 채윤이 네 살 때부터 우리집에선 너무 일상적이었던 장면.
4학년이 되신 지금도 시험 끝나고 나서 스트레스 푸실 때 여전히 하시는 놀이이고..


엄마가 아무리 시간을 많이 줘도 시간이 모자라는 놀이이고.....

(물론 사춘기에 임박한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면 대외적으로는 이런 놀이 끊은 걸로 표방하고 있다. 매일 아주 잠깐씩 문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조용하다 싶으면 책상 위에 책들을 늘어놓고 대화를 하거나 가르치거나 하시면서 조용히 그 분을 느끼실 때도 있다. 이것도 대외적으로는 알려져서는 안되는 일이긴 하다.ㅋㅋㅋ)


 


놀토 오전에는 부서지는 해살을 머금은 창가에서 죽치고 만화 읽기.
저 맛이 짱인데.....


어떤 날에는 커피장 앞에서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엎드려서 한참을 조용하신 후에 이런 작품을 내놓으시기도 한다. 얼핏 채윤이 그림 같지만 이 여성스럽고 디테일한 그림은 한 때 팀버튼 화법으로 날렸던 현승님의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커피장 아래칸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까지 다 써 넣었다.


작은 드립세트를 크게 확대해서 그려놓은 듯한 이 과감한 그림이 오히려 채윤양의 그림.
나름 핸드드립을 표기한 건데 이런 지적인 작업에서는 과감하게 스펠링을 창작해내서 틀려줘 버리는 센스!

이 외에도 시장 놀이터 가서 딱지치기, 주민센터 도서관 가서 또 만화보기, 엄마 화분 키우는 거 거들다가 화분들 질투하기, 퀵보드 타기, 줄넘기 하기, 둘이 나가서 베드민턴 치기, 가끔 <미래소년 코난> 디브이디 보기. 챈이는 피아노로 아무거나 쳐대면서 놀기. 현관에서 거울 보고 춤추기. 재활용 쓰레기 뒤져서 명성교회 공사장 내려다 보면서 크레인 만들기, 자전거 타......

(아! 이 대목에서 갑자기 울컥! 우리 채윤이 지난 주에 자전거 도둑맞았어요.ㅠㅠㅠㅠㅠ)
이거 티브이랑 닌텐도랑 게임기 같은 거 생겨도 시간 없어서 활용을 못하겠는걸요.

티브이, 닌텐도, 게임기 필수품이 아닙니다.
공.익.꽝.고.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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