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이다. 니체와 스피노자를 원문으로 읽었다. 책은 어려웠고,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어가는 숙제가 늘 고역이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모임에 갔다 알 수 없는 충만함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시니컬한 아이가 시니컬한 선생님과 함께 니체와 스피노자를 읽으며 거침없는 발설로 안티크리스트를 논한 것 같다. 이 모임 후로 청년은 한결 순해졌다. 청년이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은 사람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영혼을 가진 한 어른이 정직하게 자신과 삶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서모임은 '교회' 청년부실에서 진행되었다. 심지어 목사의 제안으로 성사되었다. 교회는 참 좋은 곳이다. 교회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만나서 마음을 열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 곳. 끼리끼리의 장벽을 넘어 큰 연결을 맛볼 수 있는 곳. 교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교회에 감사한다. 자기 다운 삶을 지난하게 살아오신 한 사람, 의심과 흔들림을 진실하게 내보여 방황하는 청년의 마음을 얻어버린 선생님께 감사한다. 청년의 마음에 하나님의 자비가 흘러들어 갈 통로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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