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철이구나! 맛있는 감자를 나눠주는 벗과 교우들이 있어서 알게 된다. 비닐봉투에 담겨 건네온 몇 알의 감자에서 사랑을 느낀다. 소소하고 큰 사랑이다. 기도 피정에 가면서 남은 식구들 아침 식사로, 또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 수도원이라 내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해서 감자샐러드를 만들었다. 이 계절에 한 번씩 그러하듯 산더미같은 양의 감자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감자샐러드가 나는 그렇게 좋더라고. 아주 만족스러운 요리이다.
 
사랑으로 받고 사랑으로 만들었더니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빵과 함께 가져다 주었다. 내게 운동하는 시간은 몸으로 드리는 기도 시간인데, 그 시간을 복되게 하는 예쁜 선생님이다. 예쁘기로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오후 간식으로도 전달했고. 수도원에서 처음 만난, 향심기도 20년 내공의 낯설지만 친근한 처음 보는 대학원 후배님에게, 지도해주시는 신부님과도 나누었다. 사랑으로 온 감자를 사랑으로 흘려보냈다.
 
누구보다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 수도원에서 아침기도 마치고 침묵 속에 먹었던, 내가 만든 감자샐러드 가득 채운 모닝빵 하나와 쥬스 한 잔은 세상 맛있는 식사였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가위 가위 보!
사랑이 이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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