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으며 남편이 "현승아, 너는 어떤 때 만족감을 느껴? 만족감을 자주 느껴?"라고 했다. 내게 물은 건 아닌데 답을 찾게 된다. 흠... 나는... 끙끙거리며 쓰던 글을 완성했을 때! 그리고 갑자기 요리의 신이 임해서 전에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뚝딱 만들고 났을 때. 
 
끙끙거리던 글을 마치자마자 냉동실에 있던 갈치 몇 조각과 야채 박스에서 뒹굴던 무 한 토막을 꺼내서 우다다다 갈치조림을 하는데, 마침 고사리 불린 것이 한 줌 남아서 마지막에 넣고 졸였는데,  식구들이 "대애~박!"이라며 어떻게 여기 고사리 넣을 생각을 했냐며, 엄지 척 처묵처묵 해주실 때. 만족감이 열 배였다.   

 
또 뭐 갑자기 닭다리살에 소금 후추 등으로 최소 양념을 해서 파와 함께 구웠는데, 이거 당신이 양념한 거냐, 양념된 걸 산 거냐 하며 믿을 수 없는 맛있는 맛이라는 표정의 JP, 엄마가 한 거지! 그냥 생고기였는데 엄마가 양념한 거야, 엄마 간이 진짜 딱 맞아! 하는 아들, 처묵처묵하는 아빠와 아들을 볼 때. 만족감이란 것이 차오른다.
 
셋이 먹고 입 싹 닦으려고 했는데... 퇴근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 딸이 못내 눈에 밟혀서 퇴근 시간에 맞춰 1인분 용으로 한 번 더 해서 내놓았는데... 아, 이건 무슨 고기이고, 어디서 샀냐며 행복하게 드실 때... 참으로 만족스럽다.

 
나의 만족감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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