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으며 남편이 "현승아, 너는 어떤 때 만족감을 느껴? 만족감을 자주 느껴?"라고 했다. 내게 물은 건 아닌데 답을 찾게 된다. 흠... 나는... 끙끙거리며 쓰던 글을 완성했을 때! 그리고 갑자기 요리의 신이 임해서 전에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뚝딱 만들고 났을 때. 
 
끙끙거리던 글을 마치자마자 냉동실에 있던 갈치 몇 조각과 야채 박스에서 뒹굴던 무 한 토막을 꺼내서 우다다다 갈치조림을 하는데, 마침 고사리 불린 것이 한 줌 남아서 마지막에 넣고 졸였는데,  식구들이 "대애~박!"이라며 어떻게 여기 고사리 넣을 생각을 했냐며, 엄지 척 처묵처묵 해주실 때. 만족감이 열 배였다.   

 
또 뭐 갑자기 닭다리살에 소금 후추 등으로 최소 양념을 해서 파와 함께 구웠는데, 이거 당신이 양념한 거냐, 양념된 걸 산 거냐 하며 믿을 수 없는 맛있는 맛이라는 표정의 JP, 엄마가 한 거지! 그냥 생고기였는데 엄마가 양념한 거야, 엄마 간이 진짜 딱 맞아! 하는 아들, 처묵처묵하는 아빠와 아들을 볼 때. 만족감이란 것이 차오른다.
 
셋이 먹고 입 싹 닦으려고 했는데... 퇴근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 딸이 못내 눈에 밟혀서 퇴근 시간에 맞춰 1인분 용으로 한 번 더 해서 내놓았는데... 아, 이건 무슨 고기이고, 어디서 샀냐며 행복하게 드실 때... 참으로 만족스럽다.

 
나의 만족감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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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안식월을 보낸 남편의 복귀 첫 출근 날이다. 안식 후 첫날(부활하신 예수님...) 점심은 단호박열무국수를 해서 감동적으로 맛있게 먹었다. 안타깝게도 안식 후 첫날을 맞은 남편은 당연히 집에 없으니 채윤이와 둘이서 먹었다. 안식월 마지막 날인 어제 그는 혼자 홀연히 나갔다. 요셉수도원에 가서 낮기도에 참여하고는 수제 소시지를 사 왔다. 단호박열무국수에 소시지를 곁들였다. 그의 복귀 출근을 애도... 아니 응원하며 둘이 맛있게 먹었다.

 

(단호박열무김치, 최곱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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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점심은 벽산아파트에 서는 알뜰장 떡볶이 아주머니가 차려주신다. 운동 갔다 오다 들러 "오뎅 떡볶이 순대 일 인분 씩 주세요."라고 하면 "순대 내장은 섞어요?" 한다. "내장 많이 주세요." 하면 '이 사람 배운 사람이네! 순대 먹을 줄 아네!' 하는 표정으로 만족스러워하며 내장을 듬뿍 섞어 주신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한 번씩 MSG 듬뿍 넣은 떡볶이를 먹어줘야 한다. 맛있고 고맙다. 고맙고 좋은 마음에 오늘은 대놓고 사진을 좀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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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피정집이나 수도원은 밥이 참 좋습니다. 소박하며 동시에 풍성한 식탁이고 그것을 누리는 행복감이 말할 수 없습니다. 기도하러 간 건지 밥 먹으러 간 건지 헛갈리는 정도. 침묵의 생활이기에 이 좋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어 참으로 미묘하게 좋은 곳입니다. 그저 천천히 맛과 식감을 느끼며 먹는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밥은 먹는 자체가 기도입니다.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만 나는데도 영혼이 기뻐 아우성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그런 맛있는 시간입니다.
 
여기 수도원 순례에 와서는 정작 그런 식사는 없습니다. 예상과 다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이조차 주어지는 대로 누리자니 벌써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순례기는 안 나올 것 같고 수도원 음식 사진 염장질로 대신합니다. 한국 시간 밤 10시 쯤, 야식 땡기는 시간에 올리려고 비장하게 품고 있었는데 시차 때문에 도저히 그걸 못 맞춰서 아쉬울 뿐....      

압테이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Abtei Schweiklberg) 아침 식사, 빵
압테이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Abtei Schweiklberg)의 아침 식사, 창을 바라보는 좋은 자리 앉았음.
압테이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Abtei Schweiklberg) 아침식사, 자세히 보면 이러함.
압테이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Abtei Schweiklberg) 아침식사, Tea들

 

압테이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Abtei Schweiklberg) 아침식사, 디저트
플랑크슈텐 수도원(Kloster Plankstertten) 점심식사, 샐러드
플랑크슈텐 수도원(Kloster Plankstertten) 점심식사, 메인요리
플랑크슈텐 수도원(Kloster Plankstertten) 점심식사, 느끼한 중에 블랙 콜라 마시고 좋아하는 JP
플랑크슈텐 수도원(Kloster Plankstertten) 점심식사, 디저트, 과일은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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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주일에 교회 점심으로 나온 꼬마 김밥 남은 걸 챙겨 왔는데... 

아무도 안 먹고 굴러다니고 말 것이었는데...

계란말이로 만들어 맛있게 한 끼 했다!

이럴 때 보람, 어디에 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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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물드는 시간> 에필로그는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진짜 여행이고 여행지는 네팔이다. 독자들은 어쩌면 지나칠 이야기이겠으나, 가장 무게가 실린 내용은 이것이다. 네팔에서 지낼 1년 동안 머리 염색을 끊겠다는 결심이다. 30대부터 흰머리인지 새치가 나서 일찍이 뿌리염색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말총머리로 굵고 검고 빛나는 머리칼이었는데... 한두 달에 한 번 하는 염색을 건강한 모발이 견디지를 못했다. 언젠가 염색을 끊으려 했는데 현승이가 성인 될 때까지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했는데, 성인이 되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꾸역꾸역 하고 있다. 
 
이래저래 시기를 놓쳤더니 뿌리 쪽이 또 하얗다. 동네 두피관리 샵 같은 게 생겼는데 "뿌리염색 25,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가격도 좋고, 집 앞이니 산책 나가는 길에 예약을 하려고 들어가 보았다. 예약은 무슨 예약, 바로 지금 할 수 있다고 한다. 할 때가 한참 지났으니 이게 웬 횡재냐, 덥석 앉았다. 열심히 할 일을 하는 주인장에게는 미안한데 한 시간 반 정도 앉아 염색하는 동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신상 캐기와 영업, 영업과 신상 캐기를 오가는 대화에 온갖 기를 다 빨리고 나왔다.
 
왜 이렇게 되도록 염색을 안 한 건지, 그러다 바빴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신상을 물어가며 조여 들어오는 대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렵다. 심리치료사, 연구소 소장, 작가, 강사... 뭐라 소개해도 깔끔하게 끝나는 법이 없다.) 손톱 관리를 좀 해드릴까, 두피 케어는 이래서 좋다, 심지어 동충하초 술을 한 잔 마셔보겠느냐, 동충하초 술과 함께 두피 관리를 받으면 머리숱이 이렇게 많아진다, 동충하초가 몸에 이렇게 좋다, 비싼데 병원비 내는 것보다 낫다...  칼같이 자르지도 못하고 적극적으로 듣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친절함으로 에너지를 다 탈렸다.
 
배가 고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뭔가 먹어야 하는데 집에 당장 먹을 것이 없다. 애들 뭘 먹일지는 생각도 안 나는데 다행히 현승이는 냉동실 고기 꺼내어 굽고 있고, 채윤이는 밥 생각이 없단다. 냉장고에 있는 건 야채... 샐러드만 먹을 수는 없는데... 탄수화물이 필요한데! 몸이 빠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파스타 면을 삶아서 파스타 샐러드를 만들었다. 정말 나를 위해서, 나만 위해서 만들었다. 생각 없다던 채윤이가 달라붙어 먹기에 포크질에 신경질을 담았더니 조금 먹다 나가떨어졌다.
 
좋아서 하는 요리,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나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행복도 찾아야겠다. 평생 요리해 놓고 "맛있어? 맛있어? 맛이 어때?" 반응과 피드백, 인정과 칭찬에 울고 웃는다. 좋아서 해놓고 내 방식의 반응을 강요한다. 이거 신혼 때 벌써 깨달았던 건데... 나는 남편을 위해 하는 요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리는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니야?"라고 천진한 T가 천진난폭하게 현타를 날렸었는데 말이다. 아, 사랑은 주는 사람이 정의하는 게 아니야. 받는 사람이 사랑으로 받아야 사랑이야! 이때 이후로, 이 큰 깨달음으로 강의에서 우려먹고 있지 않은가. 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배려를 선제적으로 투하하고 피해의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F짓은 (다시) 좀 자제하자.
 
좋아서 하는 요리를 나를 위해서 했더니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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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오고...
그칠 듯 그치지 않고...
그래서 전을 부쳐봤다.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마침 잘 손질된 꽃새우를 선사받았고,
마침 꽃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계절이고,
마침 찬란한 슬픔의 아카시아향이 온 감각을 자극하는 시절이라
꽃, 새우, 傳을 만들어 보았다.

우리 어머니는 배우기만 하셨으면
시인이거나 학자가 되셨을 텐데.
언젠가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던 어느 때
교회에서 대표기를 하셨었다.
"하나님, 아카시야 향기가..."로 기도를 시작하셨다고.
교회가 아카시아 나무 그득한 동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냥 기도가 그렇게 나왔다고.
기도에 은혜 받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어떻게 그런 기도를 하냐고
사람들이 다들 나 대학 나온 줄 안다고
자랑이 끝이 없으셨었다.
시인 같은 면모에 지적으로 탁월하신 분이다.
 
비가 오고,
그칠 기미 없이 종일 흐리고,
아카시아 향이 좋은 계절이고,
온통 어머니 생각이 떠나질 않고...
괜히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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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걸으며 들꽃 관찰하고, 그 녀석들 이름 검색하고, 자꾸 불러주며 외우는 것 좋아한다. 티키타카 농담 따먹기로 하염없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아하고. 옷 구경 하는 거, 언제 어디서나 넋을 앗아가는 즐거운 일이고. 강의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꽂힌 한 주제에 파고드는 재미는 세상 비할 데 없고. 강의나 글쓰기와 아무 상관 없는 책을 아무 걱정 없이 읽는 날이 있는데 '이게 사는 거지' 싶게 행복하고. 정말 잘 볶고 정성스럽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에 뇌가 열리고 혀가 춤추는 느낌, 진짜 좋아하지. 혼자 있는 거실에 볼륨 높이 올리고 듣는 바흐 음악은... 거의 천국에 닿는 기쁨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천천히 차근차근 해치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일 많은데... 요리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먹을 사람 취향 분석하고 저격하여 메뉴를 정하고 만들고 함께 먹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연어 파피요트'를 했고, 함께 맛있게 먹었고. "삶은 요리 안 죽었네"하는 평을 들었다. 요리하는 것 좋아하는데,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으로 불리는 것은 진짜 생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운 일이다. 

 

지난 3월 다녀온 뉴질랜드 여행을 위한 단톡방 이름이 "고고씽 뉴질랜드!"이다. 말하자면 어제는 뉴질랜드 남섬 원정대 해단식이었고. 5월 "고고씽 유럽!" 출정식이기도 하다. 서쉐석 목짠님 부부와 맛있게 식사하고 식사보다 더 맛있는 대화를 나눴다.  메뉴는 연어 파피요트, 고사리 명란 파스타, 샐러드였다.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이 오랜만에 앞치마 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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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생일상 메뉴로 바비큐 폭립이 주문 들어왔다. 제주 한 달 살이 마친 아빠까지 오랜만에 네 식구 식사라 통 크게 접수했다. 생각해 보니, 논문 붙들고 있던 작년 3월부터 집안일을 많이 놓았던 것 같다.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요리를 해 본 때가 아득하다. 핏물 빼고, 삶고, 소스 만들어 재우고, 초벌로 굽고, 다시 굽고...  공들여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집을 비우면서 소고기뭇국을 끓여 놓고 갔는데... 따로 국물과 양념 고기 비율이 안 맞았는지 고기만 잔뜩 남아 있다. 소고기 청경채 볶음으로 리뉴얼 했더니, 중국요리 같다며 고객님들께서 좋은 반응 보여주셨다. 

 

동치미 냉면 한 젓가락 씩으로 마무리다. 이렇게 현승이 생일 파티 겸, 아빠의 귀환 환영 파티는 마무리되었는데... 이렇게 현승 생일, 엄빠 결혼기념일(무려 25주년), 어버이날, 아빠 생일이 줄줄이 이어지는 20여 일의 가족 잔치 시즌이 시작되었다. 엄빠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은 앞으로 평생 하나로 퉁치자고 했다. 대신 어버이날 꽃은 달라고 했다. "결국 다 챙기라는 거네..."라는 말에 삐지는 마음이 되는 걸 보니... 나 늙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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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하는 남편이 제 손으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 어마어마한 요리를 한다. 세상에나 양파를 기름이 구워 먹는단다. 기름 두르고 소금 간 해서 굽는 양파 요리라니 말이다.  이건 김종필 남편이 백종원 된 사건이다. 이제 곧 파스타도 하겠다!

 

양파 수확철인가 보다. '이삭 줍기'라고, 밭에 남은 못난이 양파를 얻어서는 어떻게 먹나 검색하다 이 어마어마한 일을 하게 되었단다. 구워서 먹어보니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다고. 양파가 달다고,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한다. 펜션 매니저님 통해서 양파를 보내왔다. 남편 식으로 그냥 올리브유에 구웠다. 과장이 아니었다. 같이 먹던 현승이가, 와! 달아! 양파가 달아! 했다. 흰 즙이 나오는 싱싱한 양파를 처음 먹어본다. 어느 놈 하나 똑같이 생긴 놈이 없이 개성 넘친 비주얼이라 더 멋지고,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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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호가 '삶은요리'였었는데. 삶은요리 정신실 선생... 고백하자면 요리를 놀이로 하는 것이지 삶이 요리는 아니었다. 재밌으려고 요리하기 때문에 요리는 거의 놀이라 할 수 있다. 남편은 요알못, 요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아무리 가르쳐도 깨우치질 못하는 남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는 안 하고 "하는" 대로 한다더니. 삶은요리 정신실 선생 옆에서 25년 살더니... 이런 것만 배웠다. 제주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저러고 사진을 보내왔다. 요리로 노는 것만 가르쳤다. 25년 동안.
 

 

재미 끼워넣기

옅은 무기력과 우울감이 오래 가고 있다. 아침 준비하려고 앉았다 무심코 클릭해서 본 영상으로 반짝, 무엇이 들어왔다. 오, 오늘 아침은 이거야. 꾹꾹 눌러 모양을 만들어 토스터에 구운 식빵이

larina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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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을 맞은 목사의 부활주일 아침 식사...

(귀인이 함께 하는 식사라 풍성해진 것임)

맛있고, 느긋한 베이글연어샌드위치와 제각각의 마실 것...

 

한 달, 고독한 시간으로 떠나는 안식월 맞은 목사의 부활을 기도하며...

(귀인 덕분에 풍성하게 차려주게 되어 다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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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에서 돌아온 밤. 집에 계시지 아니하시는 딸 아드님 대신에 현관 앞에 기다란 박스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뭣이다냐? 미나리도 한 철! 이 계절에만 나온다는 한재미나리가 마중 나와 계신 것이었다. 첫 끼니로 떡볶이를 했다. 요즘 계속 국물떡볶이를 밀고 있는 중인데. 당면을 넣고 바짝 졸여서 끈적한 떡볶이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나리 먹기 위한 소스인 셈이다. 떡볶이에 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섞어서 맛있게 먹었다. 뉴질랜드 남섬 양고기... 까지는 아니어도… 살살 녹는 맛이었고!  저녁으로는 초무침을 했다. 증말... 내가 무쳤지만 감동의 맛이다! 내가 만들고 폭풍흡입 했다. 내 솜씨를 사랑한다! 늘 이때 서프라이즈~ 미나리를 보내곤 하시는 나의 은경샘, 귀국 날짜에 딱 맞춘 것도 야심 찬 서프라이즈였을 것이다. 이런 계획을 도모하면서 혼자 좋아서 헤헤 웃으시는 것도 다 보인다.  미나리의 마중은 감동, 만사가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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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쪽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오래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후식으로 먹으려는 JP를 막았다. 나는 "먹어 치운다"는 말이 싫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도 싫다. 냉장고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 먹어 치우고, 먹어 치운다는 것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막았나 보다.) “그거 해줄게!"라고 했다. 며칠 전 JP가 "어머님이 하시던 그 부추 샐러드"라는 말을 했었다. 배를 갈아서 소스를 만들고 영양부추와 찢은 맛살 위에 뿌리는 샐러드이다. 마트에 갔더니 영양부추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추 한 묶음을 샀다. 샐러드 한 접시 하고 나니 반이 남는다. 남은 게살, 냉동새우 털어 넣고 전을 부쳤다.
 
엄마 기일에 JP에게 엄마를 떠올리면 어떤 좋은 기억들이 나냐고 물었더니. 갈 때마다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시던 것이란다.(그래서 내가 굳이, 수고스럽게, 남은 배 하나를 엄마의 샐러드로 심폐 소생하려 했나 보다.) 살림을 놓기 전까지 갈 때마다 정말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셨다. 메뉴는 거의 비슷했지만, 정성만은 늘 새로웠다. 부추 샐러드, 모양은 비슷한데 엄마의 그 맛은 아니다.  JP는 어머니 그 맛이라고 했다. 처음 우리 집에서 식사할 때 먹고 "맛있네요!" 한 마디 하는 통에 "김서방이 좋아한다"며 이 샐러드가 빠지지 않았었다. 
 
엄마표 샐러드는 추억으로 먹었고, 남은 부추로 만든 전이 더 맛있었다. 시든 배 하나를 잘 먹어 치웠다! 한 끼를 맛있게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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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역국 끓일 때, 산후조리 하는 집처럼 산더미 같이 끓인 후에, 먹고 먹고 또 먹고 하는 게 참 좋던데. 먹다 질리면 거기에 수제비나 라면 넣어서 미역국 수제비, 미역국 라면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던데... 미역국 정말 좋아하는 편. (조금만 정줄 놓았다면) 한 달 내내 남이 해주는 다양한 미역국 먹는 즐거움에 애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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