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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395

제주 한경 양파 제주살이 하는 남편이 제 손으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 어마어마한 요리를 한다. 세상에나 양파를 기름이 구워 먹는단다. 기름 두르고 소금 간 해서 굽는 양파 요리라니 말이다.  이건 김종필 남편이 백종원 된 사건이다. 이제 곧 파스타도 하겠다! 양파 수확철인가 보다. '이삭 줍기'라고, 밭에 남은 못난이 양파를 얻어서는 어떻게 먹나 검색하다 이 어마어마한 일을 하게 되었단다. 구워서 먹어보니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다고. 양파가 달다고,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한다. 펜션 매니저님 통해서 양파를 보내왔다. 남편 식으로 그냥 올리브유에 구웠다. 과장이 아니었다. 같이 먹던 현승이가, 와! 달아! 양파가 달아! 했다. 흰 즙이 나오는 싱싱한 양파를 처음 먹어본다. 어느 놈 하나 똑같이 생긴 놈이 .. 2024. 4. 25.
엄한 것만 배움 한때 호가 '삶은요리'였었는데. 삶은요리 정신실 선생... 고백하자면 요리를 놀이로 하는 것이지 삶이 요리는 아니었다. 재밌으려고 요리하기 때문에 요리는 거의 놀이라 할 수 있다. 남편은 요알못, 요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아무리 가르쳐도 깨우치질 못하는 남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는 안 하고 "하는" 대로 한다더니. 삶은요리 정신실 선생 옆에서 25년 살더니... 이런 것만 배웠다. 제주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저러고 사진을 보내왔다. 요리로 노는 것만 가르쳤다. 25년 동안. 재미 끼워넣기옅은 무기력과 우울감이 오래 가고 있다. 아침 준비하려고 앉았다 무심코 클릭해서 본 영상으로 반짝, 무엇이 들어왔다. 오, 오늘 아침은 이거야. 꾹꾹 눌러 모양을 만들어 토스터에 구운 식빵이la.. 2024. 4. 11.
부활주일 아침 안식월을 맞은 목사의 부활주일 아침 식사... (귀인이 함께 하는 식사라 풍성해진 것임) 맛있고, 느긋한 베이글연어샌드위치와 제각각의 마실 것... 한 달, 고독한 시간으로 떠나는 안식월 맞은 목사의 부활을 기도하며... (귀인 덕분에 풍성하게 차려주게 되어 다행임) 2024. 3. 31.
미나리의 마중 뉴질랜드 여행에서 돌아온 밤. 집에 계시지 아니하시는 딸 아드님 대신에 현관 앞에 기다란 박스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뭣이다냐? 미나리도 한 철! 이 계절에만 나온다는 한재미나리가 마중 나와 계신 것이었다. 첫 끼니로 떡볶이를 했다. 요즘 계속 국물떡볶이를 밀고 있는 중인데. 당면을 넣고 바짝 졸여서 끈적한 떡볶이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나리 먹기 위한 소스인 셈이다. 떡볶이에 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섞어서 맛있게 먹었다. 뉴질랜드 남섬 양고기... 까지는 아니어도… 살살 녹는 맛이었고! 저녁으로는 초무침을 했다. 증말... 내가 무쳤지만 감동의 맛이다! 내가 만들고 폭풍흡입 했다. 내 솜씨를 사랑한다! 늘 이때 서프라이즈~ 미나리를 보내곤 하시는 나의 은경샘, 귀국 날짜에 딱 맞춘 것도 야심 찬.. 2024. 3. 27.
먹어 치우고 때우기 긴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쪽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오래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후식으로 먹으려는 JP를 막았다. 나는 "먹어 치운다"는 말이 싫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도 싫다. 냉장고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 먹어 치우고, 먹어 치운다는 것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막았나 보다.) “그거 해줄게!"라고 했다. 며칠 전 JP가 "어머님이 하시던 그 부추 샐러드"라는 말을 했었다. 배를 갈아서 소스를 만들고 영양부추와 찢은 맛살 위에 뿌리는 샐러드이다. 마트에 갔더니 영양부추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추 한 묶음을 샀다. 샐러드 한 접시 하고 나니 반이 남는다. 남은 게살, 냉동새우 털어 넣고 전을 부쳤다. 엄마 기일에 JP에게 엄마를 떠올리면 어떤 좋은 기.. 2024. 3. 13.
미역국 수제비 나는 미역국 끓일 때, 산후조리 하는 집처럼 산더미 같이 끓인 후에, 먹고 먹고 또 먹고 하는 게 참 좋던데. 먹다 질리면 거기에 수제비나 라면 넣어서 미역국 수제비, 미역국 라면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던데... 미역국 정말 좋아하는 편. (조금만 정줄 놓았다면) 한 달 내내 남이 해주는 다양한 미역국 먹는 즐거움에 애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있었음. 2024. 3. 13.
호텔 조식, 드루와 원고 마감 압박도 있고, 줌 강의도 있고, 아침 식사는 호이호이 꿀호떡이었는데, "아아, 며칠 동안 호텔 조식 먹었는데..." 캄보디아 단기선교 다녀온 사람들의 한 마디에 바로 일어나서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구이를 만들었다. 호텔 조식, 캄보디아 호텔 조식과 혼자 싸움. 몹쓸 승부근성... 2024. 3. 7.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기쁨 한 주에 두세 번은 아침부터 출근을 한다. 출근 거리 1미터. 긴 테이블의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 자리로 도보로 옮겨가 zoom 사무실에 출근카드 찍기. zoom 강의가 있는 날에 늦잠 자는 아이들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세상에!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찌뿌둥한 기분으로 나와서 이걸 발견하고 기분이 막 좋아졌다나 뭐라나. 그래? 그러면 또 참을 수 없지! 다음 날 또 zoom 사무실 출근 전에 샌드위치 밥상을 차려 놓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건 참 좋은 거라...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 2024. 2. 29.
작고 확실한 격려 화, 수 오전 줌강의를 마치면 배가 고플 대로 고프다. 자장면을 시켜 먹을까? 생각했는데 모처럼 네 식구가 다 있네! 뭐라도 만들어야지 생각하며 애호박과 두부를 꺼냈다. 현승이가 "된장찌개 끓이게?" 한다. "왜애? 된장찌개 먹고 싶어?" 하니 "아니, 재료가 딱 된장찌개잖아." "오~ 그러네! 그런데 된장찌개 아니야. 잔칫집 분위기 만들 예정이야...." 호박전과 김치전과 두부부침을 했다. 기름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기름칠이 필요한 영혼이다. 왁자지껄한 냄새로 영혼의 흥을 돋구고 싶었던 것 같다. 생애 가장 고군분투하며 지낸 7년을 마무리하는 JP를 격려하고 싶은데 냉장고에 준비된 재료가 없고, 나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JP 만큼이나 내 영혼도 버석버석하다. 그래서 그의 영혼 나의 영혼에 다다.. 2024. 2. 28.
졸업하면 뭐 하겠노… 소고기… 나 좋아서 한 일인데, 벗들의 축하를 막 받자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졸업 축하 선물로 소고기를 받아서 비 오는 월요일 점심에 오랜만에 다 모인 네 식구가 김치우동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논문 하나 더 쓰고, 졸업 한 번 더 할까? 소고기... 2024.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