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 찬 수제 샌드위치.
꽉 채워지는 어떤 마음.

염미정은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가
어렵게 어렵게 구씨를 추앙하고 추앙받으며
드라마 마지막 회에 겨우 채워졌는데…
며칠 텅 비었던 나는
샌드위치 하나로 꽉 채워졌다.
 
감사합니다!
기꺼이 맡고, 기꺼이 나누는 이가 주는 풍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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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으로 종일 비가 오는 날에

김치참치 부침개를 했다.

사진으로 보이진 않지만 참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름병을 꺼내 부쳤다.

카놀라유이다.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 판 주문이 들어와서 다시 구우려는데,

아, 들기름! 

들기름은 냉장고에 있어서 바로 생각을 못했다.

두 번째는 들기름에 들들 구웠다.

사진으론 구별되지 않지만 

위는 카놀라유, 아래는 들기름이다.

고소함의 차원이 다르다.

 

사진은 많은 '찐'을 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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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은 뭐야?

군고구마.

하아, 생각만 해도 덥다.

그러네... 이 더위에 아침으로 먹을 게 못 되네.

엄마, 그러면 내일 아침에 군고구마 먹을 때 에어컨 틀게 해 줘.

콜! 에어컨 틀고 먹자.

 

(아닌 게 아니라 고구마 굽느라고 에어프라이어기 돌리니 소리만 들어도 덥고, 고구마 구수한 냄새가 그렇게 더울 수가 없었다. 시의적절한 선택에 대해 숙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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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카페에 가는 현승이에게 오늘은 도시락 싸줄 게 없다고 했더니 샌드위치 사서 들어가겠단다. 아침도 빵인데 점심까지 빵은 좀 그렇다 싶어서 이리저리 굴려도 뭐가 떠오르질 않는다. 현승이가 "아, 간장 계란밥을 내가 해서 가져가야겠다!"라는 말에, "오, 그러면 엄마가 파기름 내서 계란볶음밥 해볼게!" 하고 텅 빈 냉장고에 생존한 계란과 파로 볶음밥을 만드는데 식탁 의자에 앉은 종알종알 현승이.

 

와, 오늘은 공부가 잘 되겠다.

왜?

맛있는 도시락이 있으니까. 그게 기분이 달라. (이런저런 종알종알....) 도시락, 도시락이란 말 자체가 좀 설레지 않아?

아닌데.... 엄마는 도시락이란 말이 부끄러움인데.

아, 이게 경험에 따라 말의 느낌이 다르구나.

 

(이때 냉장고 문 열렸다는 소리가 띠리링띠리링)

 

나는 저 소리가 싫어. 조르고 보채는 소리 같애.

그래? 엄마는 비난하는 소리 같애.

아, 이게 사람마다 같은 소리도 느낌이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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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솔직히 닭갈비 이상해.
뭔가 싼 맛이 나고 맛이 없어.
 
대용량 양념 닭갈비를 사서 마늘, 파 등 더 넣고 양념을 했는데도 맛 감각이 뛰어난 애들 입맛을 속이질 못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냄새도 잡고 맛도 더 내줄 이런저런 양념을 추가하고 양배추, 고구마, 떡, 깻잎을 넣어 함께 볶았다. 정자동 닭갈비 맛집에서 넣는 걸 다 넣어본 것이다. 
 
캬아, 엄마! 역대급이야. 대박 맛있어.
너무 맛있는데! 안 되겠다. 식당처럼 사이다까지 한 캔 해야겠다.
 
하면서 두끼 연속 새로 태어난 닭갈비를 먹어줬다. 교만하게, 아주 교만하게 말했다. 
 
현승아, 하나님은 굽은 자로도 직선을 그으시는 분 이래. 엄마를 요리에 있어서 하나님 끕으로 인정해 주면 좋겠어. 엄마는 트레이더스 닭갈비를 정자동 맛집 닭갈비로 만드는 분이야. 엄마를 추앙해!(뒤늦게 ‘나의 해방일지’ 정주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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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감자가 박스로 나와 쌓이기 시작하면, 감자 가격이 만만해졌다 싶으면, 감자철이 온 것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채윤이가 "감자 샐러드 먹고 싶다. 엄마 감자 샐러드 해 줘." 한다. 우리 채윤이는 귀신이다. 많은 날 많은 끼니를 트레이더스 반 조리 음식으로 살고 있지만, 이럴 때 한 번 대대적으로 해봐야 한다. 오이도 사다 줘, 감자도 으깨 줘(부드럽고 착한 남자 현승이 손에 으깨진 감자라 이번 샐러드엔 덩어리가 무척 많음.) 현승이가 많이 도와줬다. 맛있게 만들어졌다. 만드는 것보다는 먹는 역할에 충실한 채윤이가 맛있게 드시면서...

 

"엄마, 그런데 감자 샐러드에 왜 햄을 넣는 거야? 다 햄이 들어가 있어. 그러면 완전히 맛이 이상해. 다른 맛이야."

 

보통은 다 넣는다. 너희는 엄마 샐러드에 익숙해서 그렇다. 처음부터 그렇게 먹었던 애들은 그게 또 제일 맛있는 거다. 그러니까 익숙한 맛을 맛있게 느끼는 거다. 주절주절 지루한 설명을 하고는 "그래서! 절대 음식은 없어! 다 상대적이야" 라고 했더니.

 

"아니야, 절대 음식은 있어! 엄마 음식!" 이라고 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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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는 마주 앉은 사람 말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신공을 갖고 있는데... 비법은 '질문'이다. 사람사람에게 맞춤형 질문을 조곤조곤 던지는 것이다. 아빠에게는 철학이나 성경 관련, 엄마에게는 꿈을 비롯한 사람 마음에 관한 것, 누나에겐 음악이나 친구, 영화 같은 주제. 엄마빠 함께 앉아 식사하며 음식 얘기하는 중(내 보기엔 질문 꺼리가 떨어져서 대충 내보낸 질문) "학센 알아? 먹어봤어?" 한 마디 하고 주일 저녁으로 특템하였다. 주일 오후엔 아빠가 살짝 나사가 풀리면서 지갑도 막 느슨해지는데. 뭔가 색다른 맛있는 무엇을 먹으며 셀프 위안을 얻으려는 뜻도 있는 것 같고. 암튼 덕분에 남해 독일마을에서 먹어봤던 독일식 족발, 슈바인 학센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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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종일 내리는 날, 점심으로 비빔면을 했다. 고기만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고기가 없으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육식 인간 현승을 위해서 고기 몇 조각도 올렸다. 야채도 먹여야 하는데... 음, 배추를 얇게 썰어서 면과 함께 비볐다. 첫 입에 "으음... 역시 엄마가 삶으니까 면발이!"라고 한다. 면발의 식감을 말하는 건데, 아마 아삭거리는 배추의 지분도 있을 것이다. 비빔면을 베이스로 하여 고기와 야채를 균형 있게 잘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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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왔다. 쉪이 살아 돌아왔거든! 강의하기와 강의 듣기, 원고 쓰기와 과제 쓰기, 학생인데 강사인 역할의 혼재 속에 세 시간 자고 버틴 날을 뚫고 살아 돌아왔거든! 
 

찐하게 운동 마치고 일단 손쉬운 걸로 '오리 떡볶이'를 하자! 장을 봐서 집에 왔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쉪 현승이가 "알맘마(계란 볶음밥)"을 해서 저도 먹고 누나도 멕이고, 그리고 밥이 부족하다며 아빠를 위해선 짜파게티를 끓여 계란프라이를 하고 있네!
 
이젠 밥도 없고, 짜파게티도 없고... 고갱님도 없고... 먼 산 바라보는 정 쉪은 자기를 위한 요리를 했다. 한 학기, 아니 네 학기 대학원 과정 마치고 살아 돌아온 자기를 위해 정 쉪이 요리를 했다.
 
쉪 컴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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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철이다. 퇴촌 토마토 축제를 하면 토마토 철인 걸 안다. 이 계절에 나오는 향이 진한 토마토 정말 좋아하는데... 월요일에 부러 이걸 사러 퇴촌에 갔다. 영양소가 파괴되네 어쩌네 하니가 매번 그러는 건 좀 그렇고.... 한 번 정도는 설탕 아끼지 않고 뿌려서 내놓는다. 나도 그리 줄 생각이었는데, "미치도록 달게 설탕을 막막 뿌려 달라"는 채윤 돼지 님의 주문도 있었고... 토마토 설탕 뿌려 먹으면 여지없이 엄마 아부지 생각나고. 다 먹고 생긴 달달한 국물 가지고 동생이랑 싸우던 생각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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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밥이 맛있다더니, 메뉴가 다양하고 식당도 여러 개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더니. 그래서 나는 "원래 모든 음식이 많이 하면 맛있어."라고 응대했다. 몇 개월 지나더니 기숙사 밥이 맛이 없다고. 대량으로 하는 음식이라 맛이 없다고 못 먹겠다고 한다. 삼겹살에 명이나물과 밥 한 공기를 줬는데 "와, 이 맛이지! 이거지, 엄마!" 한다. "너 엄마 음식이 그립고 그렇기도 해? 엄마가 한 음식 뭐가 생각나?" 했더니 "당연히 생각나고 엄마가 해주는 모든 음식이 다 생각나지. 엄마 음식은 나만을 위한 음식이잖아. 나한테 딱 맞춘 그런 음식이잖아. 명이나물 어디서 샀어? 비싸? 내가 전부터 삼겹살하고 같이 먹고 싶다고 했었지?"라면서 처묵처묵. 
 
맞아, 너만을 위한 단 한 번의 삼겹살.
이런 삼겹살 또 없는 거 알지?
엄마 마음이야.
응원해.
니 편이야.
무조건 니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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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남자(INTJ)는 떡볶이를 원했고,
24세 여자(ESTJ)는 김치찌개를 원했다.
 
나는 김치콩나물칼제비를 했다.
떡볶이의 분식스러움과 김치찌개의 정통집밥스러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였다.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일타쌍기! 한 메뉴로 두 사람을 기쁘게 하는 신공이었다.
이런 메뉴를 생각해 내다니.
나는 요 (리) 천 (재) 인가?
 
좋지? 맛있지? 나 기발하지? 
 
내가 먼저 설레발쳐서 진심 어린 찬사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곤 하지만,
내가 좋으니 됐다. 
 
그런데 이 TJ(사고/판단형)  두 사람아!
당신들은 모른다.
내가 수업에 읽어가야 할 분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 읽고 숙지할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얼마나 조바심이 나는지.
논문도 좀 써야 하는데, 손도 못 대겠네 싶은 좌절도.
당신들은 모른다.
그러나 책 딱 덮고 벌떡 일어나 김콩칼수를 만들었다. 
TJ 느그들은 상상 못 할 헌신이다. 어거뚜라! 
 
이래도 내가 JPSS(조폭신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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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소 은경 샘은 딱 그때 맛있는 그것을 아는 그런 분인데.
 

딱 그 시기에 맛있는 그것을 혼자 드시지 아니하고...
올해에도 딱 이때 먹는 청도의 한재미나리를 보내주시었다.
삼겹살에 미나리를 먹는 게 아니라,
마니리 먹으려고 삼겹살 굽는 형국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떡볶이에 조금 곁들이고,
아껴서 남긴 걸로는 전 한 장을 딱 부쳤다.
 

삼겹살은 딱 오디오로 먹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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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가끔은 장맛보다 뚝배기여도 좋다.
카누를 예쁜 잔에 담으면 핸드드립 맛이 난다.
심지어 "엄마, 내 껀 연하게 내렸지?"라는 진심어린 질문도 듣고.
(응, 카누 반 봉지에 물 많이…)
 

 

주말이다! 쉰다! 불태우자! 

일 스트레스가 끝나는 

여느 직장인들의 불타는 금요일 밤과는 좀 다르다.

 

딱히 직장인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직장인이 아닌 것도 아닌 목사의 불금은 좀 다르다.

주말이네, 금요 기도회네, 주일 설교... 어떡하지? 

 

금요 기도회 마친 목사 아빠와 반주자 딸이 전화로 "야식 폭식"을 선언하고 귀가했다.

각자 가장 애정하는 소울 푸드로 불금 스트레스에 대응하기로.

딸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아빠는 떡볶이를.

 

이 밤에 뭘 먹는 건, 좀 아니지만, 주말의 시작이니까.

기꺼이 해줬다. 떡볶이.

마늘 듬뿍 넣어서,

마늘 맛으로 매운,

불나는 마늘 떡볶이(마눌 떡볶이?)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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