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오고...
그칠 듯 그치지 않고...
그래서 전을 부쳐봤다.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마침 잘 손질된 꽃새우를 선사받았고,
마침 꽃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계절이고,
마침 찬란한 슬픔의 아카시아향이 온 감각을 자극하는 시절이라
꽃, 새우, 傳을 만들어 보았다.

우리 어머니는 배우기만 하셨으면
시인이거나 학자가 되셨을 텐데.
언젠가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던 어느 때
교회에서 대표기를 하셨었다.
"하나님, 아카시야 향기가..."로 기도를 시작하셨다고.
교회가 아카시아 나무 그득한 동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냥 기도가 그렇게 나왔다고.
기도에 은혜 받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어떻게 그런 기도를 하냐고
사람들이 다들 나 대학 나온 줄 안다고
자랑이 끝이 없으셨었다.
시인 같은 면모에 지적으로 탁월하신 분이다.
 
비가 오고,
그칠 기미 없이 종일 흐리고,
아카시아 향이 좋은 계절이고,
온통 어머니 생각이 떠나질 않고...
괜히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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