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데레사 『영혼의 성』으로 쓴 논문의 결론 부분 일부입니다. 제 기도 여정의 고민을 담아 연구하고 얻은 소소한 결론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도의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여건이 되신다면 함께 해요.
 
『영혼의 성』에서 배우는 기도는 metanoia, 즉 방향의 전환이다. 기도하는 자아, 데레사 자신의 인간적 열정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향한 에로스적 열정이 방향을 바꾸어 그대로 하나님을 향할 때 영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비춘다면 개신교인들의 통성기도를 향한 열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의 기도를 ‘잘못된 기도’로 치부하지 않아야 하고, 하나님 앞에서 지나온 기도의 여정을 긍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지점에서 자기인식의 빛이 필요하다. 여기서 자기인식이란 심리학적 자기 분석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살아온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말한다.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자기인식이 기도의 시작이라고 『영혼의 성』은 가르치고 있다. 데레사의 여정으로 말하자면 자기인식은 우선적으로 ‘기억’이다. 짐승과 벌레가 우글거리는 성 밖에 살던 자신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도는 맹목적 자기 망각이 아니다. 통성기도는 한국인 특유의 한(恨)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한다. (김명실.「공동체적 탄원기도로서의 통성기도: 통성기도의 정체성의 정립과 그 신학과 실천의 나아갈 방향 모색」,『신학과 실천) 공동체적으로 큰 소리로 울부짖는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는 민족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고통의 정점에서 그것을 견디기 위해 망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심리학에서 ‘방어 기제’는 고통의 정점에서 고통을 잊게 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방어 기제를 사용할 때는 병리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공동체적으로 큰 소리로 울부짖는 통성기도는 기도하는 그 순간 자기를 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의식의 빛을 꺼야만 견딜 수 있는 고통의 때에는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데레사의 기도처럼 영적인 성장은 투명한 자기인식의 길과 함께 가야 한다. 말씀의 빛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고통과 인간적 욕망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명확하게 바라보고 성찰하는 것이 건강한 영성으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더 깊은 기도, 성숙한 기도를 위해서는 자기 망각으로의 순간적 초탈이 아니라 자기를 인식하고 수용하며 초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고독과 침묵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내면을 향한 자기인식의 기도로 안내하는 『영혼의 성』이 통성기도 너머의 깊은 기도로 초대하는 초대장이 될 수 있겠다.
 
 

 
 
침묵기도 피정으로 초대합니다.
일상에서 물러나, 고요와 침묵 속에서 예수님의 마음에 머무는 2박3일 '예수마음기도' 피정입니다.
 
예수마음기도란,
대침묵 피정으로 길잡이 강의와 영적 동반을 통하여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를 배우고 익히면서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깊게 하는 영적 수련입니다.
 
♠ 일시 : 2024년 11월 8일(금) 오후 2시 -10일(주일) 오후 3시
  장소 : 예수마음배움터(경기도 파주시 한빛로 21)
  피정비 : 25만 원(1인1실)
  입금계좌 : 우리은행 38604 100758 (재) 성심수도회
  신청 : https://bit.ly/3Ymvl4t
  문의 : 010-6209-0635
 
 부분 참석은 불가합니다. 다만, 혹 주일 예배 참석하셔야 하는 분은 토요일 밤이나 주일 아침에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시작기도(금요일 2시)는 같이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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