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분위기 있는 찻잔을 득했습니다. 커피를 내려서 담아놓고 보면 참 예뻐서 카메라질을 하게 만듭니다. 이 잔이 더욱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선사해주신 분이 이걸 고르기 위해서 인사동을 헤집으셨다 하더군요. 가령 내가 인사동 골목에서 그릇 구경을 하다가 위의 잔과 마주쳤다고 합시다. '이쁘다' 하며 들어볼 수 있을지언정 최종적으로 낙점하여 구매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걸 두고 취향이라고 하겠지요. 그 취향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내가 입는 옷, 쓰는 그릇은 어찌나 늘 비슷비슷한지.... 요즘 이 잔에 자꾸 손이 갑니다. 그리고 자꾸 바라보게 되는 것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닙니다. 내 손으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다른 취향이 내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취향의 H와의 만남, 그 만남이 만들어낸 또 다른 만남. 두 다리를 넘어간 취향은 내가 늘 선망은 하지만 손에 들지 못하는 커피잔 같은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내게 없어서 선망하지만 내게 없다는 이유로 더는 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닦달하지 않을 때, 진심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것은 커피잔의 스타일이기도, 스타일에 대한 취향이기도, 성격이기도, 성품이기도 합니다. 왜곡된 질투가 아니라 진심어린 부러움,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가졌다고 빼앗아 버리고픈 공격성이 아니라 진심으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착한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착한 마음이 결심으로 가져지는 것 아니지만 왠지 앞으론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 커피잔을 마주하면 괜시리 마음 한 자락이 가벼워지고 기분 좋게 간지럽습니다. H와의 긴 이야기와 H가 다리 놓은 짧지만 여운이 긴 만남 또한 담겨져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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