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클래시컬한 블로그 버전의 포스팅 하나 합니다.)


설렘보다는 부담이 더 많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 입니다.
3월 첫날, 파주의 심학산 둘레길을 찾았습니다.
중학생이 되는 채윤이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웬만한 게 다 시답지 않은 사춘기고요. 게다가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만날 일이 부담 백배라구요.'
중학교 아니고 중학년이 되는 현승이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새 학기고 뭐고 나는 산에 오면 좋다구.'



 

 

이렇게요.
현승이는 산에 오면 그 품에 그냥 몸을 던져 안겨버리고 싶은, 그런 아이예요.
사람이 많은 곳보다 나무가 많은 곳이 좋은,
자동차 밑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길냥이와 눈을 맞추는,
워터파크의 인공 파도풀보다 바다! 그 바다의 파도가 좋은,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예요.






심학산 둘레길을 고즈넉하게 걸으려던 아빠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어요.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진흙탕 둘레길을 걷게 된 것이지요.
푹푹 빠지던 흙길을 지나 그나마 뭔가가 깔려 있는 쉬운 길에 들어섰어요.
"이런 길 싫어. 나는 산에다 이런 거 깔아놓은 게 싫어. 시멘트는 더 싫고....
산에는 그냥 흙이었으면 좋겠어."
라고 투덜대는 현승이는 정말 '자연의 아이'예요.


 

 

반면 차도녀 채윤이는 이런 길을 터벅터벅 걷는 이유를 모르겠는 거지요.
구경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재미' 같은 거 말이예요.
북적대고, 기분을 들뜨게 하는, 짜릿한 것들 말이지요.
티익스프레스, 자이로드롭, 바이킹.... 
이런 것이 재미고, 채윤이에게 있어 '재미'는 곧 '의미'니까요.  
엄마보다 더 커진 키로 아빠랑 걷는 뒷모습은 꼭 남친 옆 여친 같아요.

 

 

아빠, 안어!
아빠, 등 긁어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빠를 종으로 부리더니,
사춘기 시크녀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이것이네요.


"엄마, 나는 이런 게 즐겁지가 않아. 아무리 즐겁게 생각하려고 해도 즐거워지지가 않는다구."


내내 묵묵히 걷다가 마지막에 엄마 옆에 와서 한 말인데,
정말 고맙고 장하다고 말해줬습니다.
외할머니가 채윤이 현승이 얘기를 해드릴 때마다 허허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아롱지고 다롱진거여. 자식이 여럿이어도 아롱진 놈, 다롱진 놈 있는 거여. 그 놈들 참!'
하시지요. 아롱진 채윤이가 다롱진 휴일계획에 '즐겁게 생각하려고 애쓰면서' 함께 하는 게 사실 무척 대견했습니다.

 


 

다롱진 산의 아이이며 꼬마 철학자인 현승에게 산행을 마치며 아빠가 물었습니다.
"현승아, 기분이 어때?"
"기분이? 기분이 고파. 기분도 밥을 먹어야 해."
뭔 말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말.

 

 

 

기분이 고플 땐 무슨 밥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배가 고픈 건 된장찌개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심학산 둘레길 입구에는 '된장예술'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실은 된장이 예술이 아니라 '나물이 예술'인 집이지요.
아주 그냥 시금치, 호박, 취, 고사리, 마늘대 나물에 게장까지 한상 차려 나오는데
접시를 싹싹 비워요.

 

된장이 예술인 이유는 위에 얹는 차돌박이 몇 점인 것 같아요.
아, 그게 아니군요. 이집 된장이 예술인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아.........악! 이 집에선 된장을 주문할 때, 된장이 아니라.....


 

인분으로......
그래서 그런 말이 있군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다고.....' 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

 

 

내일은 우리 채윤이 입학식 이예요.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한 피아노 전공이고,
꼭 가고 싶었고 기적같이 들어간 예중이지만 '즐겁게 생각하려고 해도 즐겁지 않은 날'이 많을 거예요. 그럴 때 고파진 채윤이 기분은 어떻게든 엄마 아빠와 현승이가 채워주도록 해보죠.
채윤이 퐈퐈퐈퐈퐈이팅!!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별로 가  (14) 2014.01.13
중딩 엄마는 좁니다  (6) 2013.03.07
아롱지고 다롱진 아이들과 심학산 걷기  (4) 2013.03.03
늑대 아이, 둘  (6) 2012.10.02
두 개의 페북 사연  (4) 2012.07.09
스승의 은혜와 선물과 신뢰  (8) 2012.05.16
  1. 신의피리 2013.03.05 09:38

    땅만 아니였으면 훨씬 더 즐거운 산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얼핏 땅이 엉망이라 걷기가 어려워 길 아닌 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 게
    즐거운 추억도 되고, 인생 길에 대한 좋은 비유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큰 애에게 그걸 슬쩍 얘기했더니,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

    • BlogIcon larinari 2013.03.06 11:09 신고

      걸을만 했어. ㅎㅎㅎ
      덕분에 추억 하나 더 만들었고.
      자꾸 채윤이한테 교장선생님 훈화 드립하지 마슈.
      애를 갖다 벽을 만드는 지름길!

  2. solideo012 2013.03.08 10:40

    와...작가님, 심학산에 오셨었네요. 제가 심학산 근처에 사는지라 가끔 애들 데리고 가거든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날 풀리면 더 예뻐지는 곳입니다. 된장예술은 저도 못가봤는데 조만간 가서 나물 흡입좀 하고 와야겠습니다. 그런데 '인분'...>.<

    • BlogIcon larinari 2013.03.08 16:40 신고

      오, 그렇군요.
      자주 갈 것 같아요.
      어쩌면 저 월요일마다 심학산에 돗자리 펴고 있을지도...^^
      된장예술은 꼭 한 번 가 보세요.
      어찌됐든 된장정식은 꼭 '인분'으로 시키셔야 하구요. (어쩔 수 없어요.ㅋㅋ)





이틀 전 <늑대 아이>를 보고 반해버린 채윤이가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며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고 조른다. 오늘 아침 조조로 재관람을 하러 갔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늑대 인간 없는 조용한 집에서 휴일의 여유를 누린다. 아이들이 없는 집은 어쩌면 이렇게도 고요하고, 깔끔하고, 여유로운 것일까?






며칠 전 넷이서 이 영화를 보면서 옆에 앉은 남편과 얼마나 눈빛 교환을 해댔는지.... 감독이 우리집엘 와 봤나? 늑대 누나 유키, 늑대 동생 아메는 캐릭터가 우리 집 아이들과 닮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게다가 어렸을 적 생긴 모습까지 비슷해서 말이다. 밖을 향해 나가고, 주장하고, 덤벼보는 유키 아니, 채윤이. 자기 안으로 숨어들고, 물러서고, 외부를 향해서는 두려움을 눈으로 바라보는 아메 아닌 현승이. 집안을 어질르고 시끄럽고 싸우고 사고를 치는 이 녀석들이 두 마리가 망아지인 줄 알았더니 '늑대 아이'였다는 새로운 정체성 발견.







아이들 말마따나 누나인 유키가 어렸을 적 더 늑대스럽고, 아메에게선 늑대스런 야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의 마지막 선택이 의외의 반전이었고 영화에서 가장 끌리는 점이었다. 어느 날 갑자가 이유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두 아이가 자라면서 '아, 저래서 저런 선택을 했구나.' 공감하게 되었다. 그 개연성 있는 성장과정이 채윤이 현승이 엄마인 내게 큰 위로와 통찰을 주었다.






외향형의 어렸을 적 유키는 있는 그대로의 늑대의 야성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외향적인 유키는 바깥 세상을 향해 내달리려 한다. 보육원에 가고 싶어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시선이 밖으로 가 있는 유키는 외부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다. 당연한 일이다. 보이는 것이 그것이니. 친구들과 지내면서 더더욱 사람스러워지고 온전히 사람이지 않은 자신으로 인해서 어렸을 적과 다른 모습의 소녀로 자란다. 부끄러워하고, 소심해지고, 숨고 도망하는 소녀가 된다.


소녀가 된 채윤이를 향해서 마음 한 구석 미안함이 있었다. 늑대의 야성을 가진 거침없는 아이를 내가 너무 가뒀던 것은 아닐까? 아무데서나 귀를 내놓고 늑대가 되면 안된다고 너무 눌렀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채윤이가 저렇게 수줍음이 많아지고 말 수가 적어진 것은 아닐까? 아기 적 채윤이 모습을 생각하면 더더욱 자책감이 많이 들곤 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러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초등 이전 모습이 있었다면 나 외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인식되고 더 많이 의식되면서 내향적인 아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기 이후에 '외향적인 나'로서의 정체성을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다. 아, 그랬었다. 인간을 선택한 유키의 선택을 지지한다. 어렸을 적 야성은 어디가고 삐쭉 키가 자라고 조용해진 유키 아니 채윤이의 오늘을 감사하고 사랑한다. 채윤이는 채윤이 만의 길을 잘 찾아갈 것이다. 더불어 만큼 기르느라 애쓴 나 자신도 토닥토닥이다.






고양이와 싸우고 엄마의 무릎에 파묻혀서 '엄마, 괜찮다고 말해줘.' 하던 아메에 네 식구 모두 뒤집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엄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내가 잠들어도 와서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 하는 현승이가 우리 집에도 있지 않은가? 낯선 모든 것에는 일단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현승이가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나치게 섬세하게 느끼고 느낀 것을 반추하며 어린아이 같은 '거침없이 떼부리기'가 없는 현승이 말이다. 늑대의 야성을 가지고도 인간 아이들에게 맞기나 하는 아메처럼.


내향적인 아메는 자신의 내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덥석덥석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다. 시선이 밖으로 향하는 유키 누나는 친구들을 거울 삼아 자신 안에 있는 인간성을 계발해 나가고 사람을 지향하게 되는 것 같다. 반면 아메는 또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내면을 바라보기 때문에 더 깊이 고뇌하며 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자랄수록 아메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신의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 가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 좋던 엄마를 떠나 유유히 숲으로 간다.

부드러워도 너무 부드러운 현승이로 인해서 사랑을 새로 배웠다. 아이를 안아줄 때 그것이 내게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배웠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으로 자존감 향상의 치유(까지나?ㅎㅎㅎ) 있었던 것 같다. 하다못해 누나만 옆에 있어도 엄마 품에 안기고 치대기를 하지 않는, 외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결코 움직이지 않고 얼음이 되고마는 현승이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현승이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더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아메가 그러했듯이.






문제는 엄마다. 엄마가 유키와 아메의 엄마 '하나' 같은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울지 않는 엄마, 울 일이 있으면 오히려 웃는 엄마. 아니 웃을 수 있는 엄마. 그런 엄마는 세상에 없다.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현승이가 대뜸 엄마를 '나쁜 엄마'로 규정하면서 아빠에게 '왜 더 착한 여자랑 결혼하지 그랬냐?' 말한 것은 이느무 '하나 엄마' 때문이다. (씩씩)
'하나' 은 엄마는 없지만 늑대 아이의 엄마 '하나'에게 하나 배울 것이 있다. 이래도 아프고 저래도 아프지만 두 아이의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이 감동적이다. 그래서 기꺼이 떠나보내고 홀로 있을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꿈꿔보려 한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딩 엄마는 좁니다  (6) 2013.03.07
아롱지고 다롱진 아이들과 심학산 걷기  (4) 2013.03.03
늑대 아이, 둘  (6) 2012.10.02
두 개의 페북 사연  (4) 2012.07.09
스승의 은혜와 선물과 신뢰  (8) 2012.05.16
How children raise parents  (6) 2012.05.03
  1. BlogIcon 털보 2012.10.02 14:18

    몇번 안되지만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분명히 현승이한테는 남성적인 에너지가 있었어요.
    다만 그게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현승이 만나면 제가 그 산중의 늑대처럼 본능을 건드리는 건지도.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0.02 21:36 신고

      망아지 두 마리가 늑대의 정체성을 찾음과 동시에
      아메의 스승님도 찾았어요.
      스승님, 때때로 저희 아메 속에 있는 늑대본능과 시의 언어까지 일깨워주시고, 때가되면 산중으로 불러주세죠.^^

  2. forest 2012.10.03 17:42

    여튼, 감독이 이 집에 다녀간게 확실해. ㅋㅋㅋ

    나는 유키, 아메, 교묘히 반반 정도 섞인 딸을 키우고 있다우.
    착한 엄마는 절대 아닌 이 엄마도 매일매일을 사람으로 태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요..ㅋ

    • BlogIcon larinari 2012.10.06 19:56 신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아니라
      유키 반 아메 반, 요런 녀석도 한 번 키워봤어야 하는데...
      아, 아쉽다!ㅎㅎㅎㅎ

  3. mary 2012.10.04 17:36

    이 포스팅 보니 애 다 키운 나두 보고 싶어지네. 난 착한엄마였을까? 하는 뒷북치면서.

    • BlogIcon larinari 2012.10.06 19:57 신고

      애 다 키우신 거 상관 없스므니다.
      착한엄마 아니어도 상관 없스므니다.
      뒷북, 괜찮스므니다.

      보세요.ㅎㅎㅎ
      광해를 보시는 것보다 감동과 여운은 더 남으실거요.^^

 

 

옥상 소풍.
주말에 꼭 이렇게 아빠 없이 지내야 하는 지
(아빠가 풀타임 목회자 4년 차인데 애들은 아직도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 흠...)를 심각하게 논하다,
일단 컴플레인 잠재우려고 '치킨 시켜 옥상?' 하고 올라오다.
분위기 계속 지지부진 했는데,
누나가 씹던 치킨 '에~~~' 하고 보여주자 빵 터지면서 반전.
지금 애들 둘이 춤추고 난리 났다.

------ 라고 페북에 올렸다.

그랬더니 페친 한 분께서
괜히 짠하네요^^
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랬더니 나한테서는 이런 댓글이 나왔다.
사실 집사님 댓글 보기 전에 제 안에 있던 '짠함'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단지 아이들이 쫑알쫑알하며 쏟아내는 불편한 정서를 읽어주고 전환시켜주자는 생각만 했지요. 제가 페북이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때는 이런 때예요.^^

그랬더니 또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불편한 정서를 읽어주고 전환시켜 주려면 얼마나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데요... 참 밝고 좋은 엄마에요. 사모님은^^ 그 밝은 에너지가 참 좋습니다.^^


라는 댓글이 다시 올라오는 동시에 이런 얘길 혼잣말로 올렸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부모로서 최선의 것을 주고 싶지만 최선일 뿐 온전함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빠는 아빠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 땅에 온 분명한 이유(소명이라 불리기도 하는)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기도 하니까.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고, 아이가 자라나 성인이 되었을 때 성인이 된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 사진을 올리고, 아이들과 놀다 벌러덩 누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내가 가진 실존적 한계가 있기에 완벽한 부모는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것으로 나를 나무라고 정죄하지 않을 수 있다면 족하다.

 

 

 

치킨 먹고 개발바닥 게임하기.
추억의 이 게임이 의외로 초6, 초3, 음...... 초36 (흑!) 셋이 하기 딱 좋다.
개발바닥, 닭발바닥, 닭발바닥, 곰발따박..... 으하하하하.....

어느 새 깜깜해졌고,
별도 없는 하늘 바라보며 다 같이 벌러덩 누워 듣는다.
여수 밤바다, 벚꽃앤딩,
현승님 신청하신 김범수의 '보고 싶다'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 라며 엎드려 음악 듣고 있는 현승 사진과 함께 연달아 업데이트 했다. 

  1. 신의피리 2012.07.13 16:19

    재밌게 읽다가 불현듯 내 얘기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쿵 하네.
    이번 여름 휴가 때 곰발바닥 게임 하자.

    • BlogIcon larinari 2012.07.18 19:09 신고

      나름 셋이서 보내는 것도 좋아.
      아이들 어렸을 적에는 내가 혼자 애를 보는 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잖아. 당신 없이 아이들과 시간을 잘 보내는 일도 내게는 성숙의 훈련같기도 하고...ㅎㅎㅎ

  2. 싱글맘4년차 2012.08.05 09:03

    아빠없이...생계를 위해 일하는 엄마땜에 토요일,주일을 아이 혼자서 지낸지...4년차입니다!!!정말....씁쓸하네요...

    • BlogIcon larinari 2012.08.07 15:48 신고

      그러시군요.
      안타깝네요.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진심으로 혼자가 아니길,
      어떤 보이지 않는 따뜻함이 아이를 감싸기를 잠시 기도합니다.



 

 

현승이가 쓴 저 심플한 스승의 날 카드에는 보기 보다는 상당한 의미 숨겨져 있다. 3학년 스승의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즐거운 마음으로 쓴 스승의 날 카드이다.(아, 물론 쓰는 것 자체는 매우 귀찮아했다) 또 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엄마, 우리 선생님 선물 사줘. 꼭 사줘'라고 요구를 해 온 것이다.


 

스승의 날은 학교에서 뭐라는 것과 상관없이, 주변의 엄마들이 과하게 신경 써서 선물 내지는 봉투를 고민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선물과 카드를 준비한다. 엄마들의 과한 고민 밑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값싼 선물은 선물로 보지도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점에 무신경할 수는 없다. 헌데, 아이들 유치원 보낼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내 형편에서 넘치지 않는 선물을 마음 담아 준비한다. 누가 뭐라든지 아이들이 일 년에 하루 정도는 선생님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묵상(?)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짧더라도 마음을 담은 카드를 써서 표현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어버이 날, 어린이 날, 스승의 날... 기념일은 그러라고 있는 날이 아닌가.


 

헌데, 문제는 아이들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신뢰 자체가 없는 경우이다. 작년 재작년 현승이는 '절대 선물 사지마!' 를 비롯해서 심지어 1학년 때는 '나는 선생님한테 고마운 게 하나도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점만 생각나!' 하면서 카드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경험은 채윤이 에게도 있다. 채윤이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채윤이 에게 준 상처를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이다. 그런 선생님들을 향해 고마운 점을 생각하며 표현하라는 건 엄마로서의 위선이다. 정말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었다. 그리고 1학년 때는 '선생님, 화를 조금만 덜 내시면 말을 정말 잘 들을께요' 이런 식의 카드를 쓰기도 했었다.


 

3학년 현승이, 6학년 현승이가 각각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너무 좋아한다. 현승이는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학교 가는 것이 처음으로 즐겁단다. 학교에 가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단다. 올해는 두 녀석 등교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가벼운지 모른다. 두 녀석 다 1,2학년 선생님과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다행히 채윤이는 3학년 때부터, 특히 4학년 때 선생님을 참 좋아하게 되어 나름 치유를 경험한 것 같고. 현승이 역시 올해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볼 때 정말 좋고, 정말 감사하다.


 

어느 때 부턴가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만나기를' 이라는 기도제목을 내 마음에서 삭제해버렸다. 고민 끝에 삭제했다. 조금만 생각하면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물론 살다보면 정말 자기입장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경직된 사람,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그래서 일종의 냉소주의 같지만 담임선생님에 대해서는 '복불복이다' 하며 받아들인다. 내 아이만 좋은 선생님 만나면 뭘 하나? 그 학교에 정말 인격이 안 되는 선생님이 있다면 어떤 아인가는 그 반이 되어 고통당할 텐데... '좋은 선생님 만나게 해주세요'는 내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닥 좋은 마음의 소원이 아니다. 차라리 이런 기도를 한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든지 적응하고, 그 상황 속에서 배우는 마음의 힘이 있는 아이들이 되게 해주세요'


 

작년 재작년 스승의 날 카드를 쓰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감사한 점이 없어'라고 말하던 현승이가 '뭐가 감사한 지 생각해 봤더니 다 감사해요' 이 말에 담긴 마음을 난 안다. 화도 내시고 혼내기도 하시는 선생님을 사랑한단 얘기, 믿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갈수록 '사랑'보다는 '신뢰'가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설명하기에 적절하단 생각이 든다. 같은 선생님을 놓고 왜 어떤 아이에게는 잊지 못할 선생님, 어떤 아이에게는 최악의 선생님으로 추억하게 될까? 같은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어떤 사람은 어찌하여 어떤 사람은 화가 나고, 어떤 사람은 은혜를 받을까? 어떤 사람의 실수에는 너그러울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겐 유난히 까칠해지는 것일까? 신뢰하기로 마음먹은 사람과는 더 수용하게 되고, 좋게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더 좋아지고 그러는 것 아닐까? 올해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선생님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런 경험은 때로 신뢰하기 어려운 선생님이나 친구나 관계를 만났을 때 자신의 마음을 지킬 힘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자신이 신뢰로운 사람들이 되는 것. 그것이 아닐까.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 아이, 둘  (6) 2012.10.02
두 개의 페북 사연  (4) 2012.07.09
스승의 은혜와 선물과 신뢰  (8) 2012.05.16
How children raise parents  (6) 2012.05.03
줄 세우지 말고 아이를 키우라  (0) 2011.12.27
전학 有感  (4) 2011.12.09
  1. forest 2012.05.22 10:22

    좋은 스승은 인생에 딱 한 번인 것 같더라구요.
    그 분이 평생가는거~^^

    • BlogIcon larinari 2012.05.22 17:32 신고

      평생 가는 한 분의 스승님도 필요하고,
      두고 두고 기억나는 담임선생님, 또 영어선생님, 국어선생님, 가정선생님.... 그런 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

  2. 신의피리 2012.05.23 06:52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선생님은 아마 엄마일 듯.
    채윤이 현승이는 나중에 다 그렇게 고백할 듯.

    • BlogIcon larinari 2012.05.23 13:06 신고

      여보, 너무 애쓰지마요.
      온전히 용서하긴 어렵지만 내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평상심을 찾고 있응께.
      자꾸 이런 저자세로 더 속상하게 하는 거.
      있기, 없기?

  3. 2012.05.23 18:27

    정말 조아요 백만개 누르고 싶은 선생님 글이에요.
    사랑보다 신뢰~
    신뢰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
    공감 폭발하고 갑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05.24 16:46 신고

      덕분에 다시 읽어보니 오타에 비문에 장난 아니구먼...
      다행이다. 너는 날 신뢰하기로 맘 먹어서 그 딴 거 문제 안되는거지?ㅎㅎㅎ

  4. 2012.05.24 16:4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05.24 16:48 신고

      와와! 진짜 방가방가.
      블친 하고 싶었어요.
      얼른 달려가 볼거예요.ㅎㅎㅎㅎ



며칠 전 차 안에서 있었던 치유적 대화.


현 : 엄마, 엄마는 어디서 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덕소 아이파크? 어디야?
어디서 살 때 제일 힘들었어?


엄 : 음.... 엄마는 백조현대 살 때 제일 힘들었어.


현 : 맞어. 그때, 그치?


엄 : 뭘 맞어. 엄마가 힘들었던 걸 알어?


현 : 아, 그런가? 엄마 백조현대 살 때 뭐가 제일 힘들었어?


엄 : 그때 아빠가 신대원에 있을 때였잖아. 엄마는 일을 제일 많이 할 때였고...

아빠가 없는데 일하고 와서 너희들을 혼자서 잘 돌봐주기가 힘들었던 것 같애.

현 : 맞어. 그래서 엄마가 그 때 우리를 많이 때리고 집도 나가고 그랬었지?


엄 : 허거걱... 많이는 안 때렸는데. 집도 한 번 밖에 안나갔는데..... 그렇게 생각이 돼? 그래 맞어.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 땐 정말 힘들었었던 것 같애.
현승이 그때 많이  놀랐었지? 너 그래서 요즘도 엄마가 운동가서 조금만 늦어도 불안해서 전화하고 그러지.

현 : 그런가? 그런가봐.


챈 : 맞어. 엄마 그때 진짜 힘들었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가 샤워도 못했잖아. 우리가 욕실에서 놀다가 '엄마 다 놀았어' 그러면 엄마가 들어와서 우리 머리도 감겨주고 목욕시켜주고 둘 다 해줘야 했잖아. 그리고 나 공부시키고...


엄 : 맞어. 채윤이 1학년 때라 받아쓰기 시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 둘 다 저녁마다 힘든 시간이었어.

챈 : 나 2학년 때는 선생님도 너무 그랬잖아. 엄마 그때 진짜 속상했었지?

현 : 아빠가 금요일날 와도 놀아주지도 못하고 토요일날은 초등부 설교준비하고 그랬지?

엄 : 금요일에 오면 목장모임하고 토요일엔 출근하고 설교준비하고, 주일엔 초등부 했지.

현 : 그러면 월요일날은 또 천안 갔잖아.

챈 : 그래서 엄마가 월요일날 아빠랑 통화하면 울었지?

엄 :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때 정말 힘들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수술도 했었어.

현 : 엄마, 그러면 그 중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 우리가 말을 안들어서? 아니면 목이 아파서?

엄 : 음........ 엄마가 그때 제일 힘들었던건....  좋은 엄마가 안되고 나쁜 엄마가 되고 있는 것 같애서 힘들었어. 너희 잘못도 아닌데 엄마가 자꾸 화를 내게 되고... 너희가 잠들면 미안해서 혼자 울고 그랬어.

챈 : 헐,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런 건 전혀 몰랐는데.... 엄마가 그랬구나.

현 : 누나가 말을 안들었지? 그리고 나는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지?

엄 : 지금 생각해보니 너희가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어. 엄마 마음이 힘들어서 너희를 잘 받아주지 못했지. 그리고 그런 엄마 자신 때문에 또 화가 나고 그랬어. 그래서 엄마가 그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라 엄마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어. 정말 미안해.

현 : 엄마.....(쓰다듬 쓰다듬)

챈 : 아.... 모 괜찮아. 그래서 그때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아빠가 놀아주지도 않는데도 더 좋아졌어. 엄마 때문에 아빠다 더 좋아졌으니까. 그러니까 꼭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 그게 오히려 좋은 점이 되기도 했어.


엄 : 엄마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희한테 미안한데....

챈 : 그래. 알었어. 이제 이런 얘기 그만 하자. 현승아, 너 아까 학교에서 우리 교실 복도에 왜 왔어? $%#$^#&#%#$%%..........


우연한 대화로 마음에 남아 있던 짐 하나 살짝 덜어내다.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를 자라게 하는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것이 이제 더 재롱 이상이다.  

아이들이 나를 성숙으로 이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1. BlogIcon 뮨진짱 2012.05.03 22:40 신고

    결혼하는 거 나쁘지 않아.
    아이들 키우는 거 결코 힘든 것만은 아니야.
    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양육하는 부모는 하나 없다고..
    마치 말씀해주시는 거 같은데요?
    진짜 현승이 매력적이다......

    • BlogIcon larinari 2012.05.03 22:42 신고

      결혼하는 거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아이들 키우는 거 듁음이야.
      성숙을 위한 뼈아픈 통증을 겪게 되지.

      그러나.
      매력적이야.

      모... 이런 얘길 하고 싶은거다.ㅎㅎㅎ
      결혼해! 뮨진!

  2. 이과장 2012.05.04 09:17

    아, 눈물이 핑~~
    현승, 채윤 정말 많이 컸어요. 고모말대로 딸, 아들 다 있어야할 듯^^

    34개월 성은이도 이제 눈치도 빠르고 어느 정도 대화가 되니까,
    문득문득 이래서 딸은 있어야 한다고들 하나보다 생각이 들거든요 ㅎ

    제가 주방에서 설겆이하고 치우느라 정신없을 때, 성은이가 할아버지한테 과일이 먹고싶다든지 물달라고 하면 아버님께서 바로 옆에 있는 성은파도 있는데 꼭 일하고 있는 저한테 가져오라고 '애미야~ 애미야~' 부르시거든요. 그러면 성은이가 버럭 거려요. '엄마 바쁘니까 하부지가 갖다줘. 하부지가 줘,하부지가!' ㅋㅋㅋ

    어머님이 내려가시는 금요일 저녁. 퇴근해서 정신없이 상차리고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데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쿡티비로 무슨 미드시리즈를 볼까 상의하시는 성은파과 아버님. 주방과 거실을 왔다갔다 살피던 성은이가 성은파를 쇼파에서 밀어내며 '아빠 가! 가서 엄마 도와줘! 가라고~~~' ㅋㅋ
    (사실.. 이건 강력한 티비채널 경쟁자인 아빠를 쫓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99% 작용 푸히히)

    박서방이랑 언쟁이 있거나 야근하고 돌아와서 늦게까지 서서 집안일 마치고 나면.. 가끔 안방 욕실앞쪽에 앉아 눈물 흘릴따가 있는데, '엄마 어딨니?'하면서 찾아다니던 성은이가 와서 제모습을 보고는 아빠한테 달려가서 '아빠 너.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 엄마 울잖아~~' ㅡ.ㅡ

    박성은 때문에 힘들지만, 박성은 때문에 쉽지않다는 시부모님과의 동거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결국 박성은 때문에 웃고 사는 거 같아요 ^^

    • BlogIcon larinari 2012.05.07 20:56 신고

      챈이 어렸을 적, 시부모님과 같이 살 때였어.
      안방 화장실 청소하시는 할머니한테 가서 '할머니, 우리 화장실 청소도 하세요' 한거야. 할머니가 '니 에미가 해야지. 왜 내가 해?' 하니까 챈이가 '할머니도 우리 화장실에서 똥 싸잖아요. 그러니까 하세요' 했지.^^

      힘이 있는 딸들은 며느리인 엄마에게 위로도 되고 힘도 되고 하더라. ^^

  3. 한숨 2012.05.06 23:14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부모를 가르친다'고 하지요.
    저도 자식이 없었더라면 이 모양까지라도 자라지 못했으리란 것을 압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05.07 20:59 신고

      그러네요.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부모를 가르치고 깨우치네요.
      저 제목은 많이 공감하며 읽은 책의 원제인데...
      내가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으로 인해 좁은 나의 자아가 확장되어가는 것이구나.를 아주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지난 번에 뵜을 때 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게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요.^^


 
두 아이를 학원도 안 보낼 뿐 아니라 공부로 크게 닦달도 안합니다. 세속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면 키우지 않겠노라는 큰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건 꽤 외로운 일이기에 먼저 부모가 된 분들의 성공담을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목회자들 아니면 목회자 수준의 믿음을 가진 평신도 어른들께 이런 간증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이들 과외를 시킬 형편이 안됐다. 목회자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과외를 시키겠나. 과외 안 시키고 기도했다. 기도하며 키웠더니 우리 아이들 다 잘 됐다. (여기서 부터가 NG입니다) 어떻게 잘됐냐면, 결국 좋은 대학 갔고 좋은 직장도 갔다. 하나님께 영광!'
...
오늘은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님의 간증 아닌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과외시키지 않았다. (자, 여기서 ‘시킬 수 없었다’가 아니라 '시키지 않았다'에 주목합시다) 아이들을 세속의 기준에 줄을 세워서 키우지 마라. 우리 아이들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더 높은 곳, 더 좋은 학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양육의 원칙에 맞지 않아 마다했다. 그래도 암튼 어느 대학에(내가 보기엔 좋은 대학이었다) 대학 들어가서 더 안 좋은 대학을 선택해서 학교를 바꿨다. 이게 감사하다. 세속의 기준으로 더 낮은 곳을 내려가는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아이를 보며 감사하다’

물론 전자의 간증 역시 하나님의 은총일 것입니다. 허나,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자면 지금 이 시대에 과외를 안 시키고 좋은 대학 보냈다는 간증은 감동을 주기보다 (대한민국 부모 된 죄로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등골 빠지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약을 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런 간증을 하고 싶다면 정말 지혜롭고 겸손하게 접근해야겠지요.
제게는 오늘 들은 경험담이 진정으로 위로가 되고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 땅의 수고로운 짐을 지고 가는 이들에게 제대로 복음이 되는 것들은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과외를 안 시키고, 그로 인해 더 낮은 대학에 가는 아들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이런 삶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의 은혜와 선물과 신뢰  (8) 2012.05.16
How children raise parents  (6) 2012.05.03
줄 세우지 말고 아이를 키우라  (0) 2011.12.27
전학 有感  (4) 2011.12.09
엄마 것인지, 딸의 것인지 감정 분리하기  (2) 2011.11.05
두 번째 이유식  (4) 2011.03.24

예측불가능의 내일을 두고 중대결정을 했던 몇 개월 전부터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밖에서 치는 파도에 비해 마음의 일렁임은 그보다 훨씬 덜했다는 것에 난 내게 후한 점수를 준다. 그 와중에 마음 한구석 끝내 가시지 않는 검은 그림자 있었으니 다름아닌 애들 걱정이었다.

그 좋던 가족피정 중에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내 맘은 더욱 불안해졌다. 그 불안감에 식구들이 잠든 밤 홀로 일어나 무릎꿇기를 여러 번 하기도 했다. 시간과 함께 또렷이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 과도한 아이들 걱정은 구체적으로 전학에 관한 걱정이었고, 과도함이란 내 마음에 있는 것의 투사였다.

중 1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콩너물 장사를 혀두 서울 가서 애들가르쳐야 헌다'며 남매를 데리고 무작정 상경하신 엄마. 자리잡은 곳 둔촌동은 잠실 인근이라 그 유명한 8학군인지 그랬다. 때문애 중학생인 난 빨리 전학이 되지 않아 시골에서 혼자 몇 개월 남아 있어야했다.엄마가 어디선간 '위장전입'이란 고도의 전술 득해왔고 나는 상도동 모여중으로 전학하게 되었다.

전학 첫 날. 5교시였는데 영어시간이었다. 나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알파벳을 배우던 중1 때부터 영어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서 영어 교과서 달달 외우기가 취미인 여학생이었다. 암튼, 전학 간 날 첫 시간. 영어시간인데 안경 낀 인상 차거운 선생님이 시크한 얼굴로 들어와서는 탁!하고 출석부를 교탁에 공격적으로 내려놓고 책덮어! 했다. 그리고 바로 오럴 프렉티스를 다같이 외우란다. 안타깝게도 진도가 빨라 난 배우지 않은 곳이었고(내 비록 영어신동에 가깝긴 했지만) 어버버버 할 뿐이었다. 바로 날 지적하여 혼자 해봐! 라는 선생님. 난 다시 어버버버..... 앞으로 나와! 나가서 상황설명 할 새 없이 날아든

싸.
대.
기.

몸이 저만큼 나가 떨어졌고 인간의 존엄성이 교실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진실로 그랬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아본 싸대기. 성인이 된 후에 가끔 이 선생을 찾아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르며 치를 떨 때가 있다. 이것이 전학에 얽힌 트라우마 중 하나다. 그리곤 사춘기 내내 시골학교의 선생님, 친구들과의 편지로 내 정서적 생명의 끈을 부지했었던 듯.....

우리 아이들 전학을 생각할 때마다 내 안의 트라우마가 작용해 사실보다 문제를 더 크게 느끼곤 한다. 내일 이사를 하고 금요일에 두 아이 함께 전학을 한다. 페친들께서 기도의 마음 보태주시면 두려워 떠는 엄마와 그 아이들에게 힘이 될 듯 하다(합니다. 왠지 존대말로 마무리 해얄 것 같은.. ^ㅡ^)


=======

라고, 페북에 썼고 오늘 아침 새학교로 전학했습니다.
아이들 보다 엄마가 더 긴장하고 떨고 기도하며 학교에 남겨놓고 왔습니다.
첫 눈에도 안정되고 편안해 보이며 아이에게 눈을 먼저 맞춰주시는 선생님 한 분,
애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며 '왜 이 때 전학을 했냐'며
성적이랑 이런 거 어떻게 하냐고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시는 선생님 한 분,

이렇게 두 분의 선생님을 보고 비오는 날 짚신장사 아들 걱정, 맑은 날 우산장사 아들 걱정하는 엄마 맘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w children raise parents  (6) 2012.05.03
줄 세우지 말고 아이를 키우라  (0) 2011.12.27
전학 有感  (4) 2011.12.09
엄마 것인지, 딸의 것인지 감정 분리하기  (2) 2011.11.05
두 번째 이유식  (4) 2011.03.24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5
  1. mary 2011.12.09 15:18

    아! 집이 변했네. 이사? 아니 크리스마스!
    그렇쟎아도 채윤이가 어찌 지내나 계속 맘에 쓰이더니 전학을 했군.
    지금쯤 애들이 돌아왔겠지? 웃는 모습으로..
    애들이 잘 적응해서 엄마의 아픈 기억하나를 떨궈버리리라 기대해.
    이사는 잘 했고? 이사가 번거롭고 힘들긴 해도 묵혀두는거 없이 정리할 수 있어 좋겠다 싶네.

    • BlogIcon larinari 2011.12.09 15:51 신고

      이사도 했고 클수마스도 왔구요. 헤헤.
      아침에 학교 가서 전학업무 하고 집에 와서 설겆이 하고 잠깐 정리하다 현승이 데리러,
      다시 집에 와 점심 쪼까 먹고 다시채윤이 데리러,

      셋이서 동네 탐험하고 들어왔더니 넉다운이네요. 애들은 하루 잘 보내고 온 것 같아요.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힘을 발휘하나봐요.^^

  2. 하민맘 2011.12.10 15:51

    기도할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잘~ 적응할지도 몰라.

    새집에 가보고싶다ㅠㅜ

    • BlogIcon larinari 2011.12.10 23:38 신고

      겨울에 한 번 올라와라.
      이번엔 제대로 같이 놀아보게.
      롯데월드도 가고 그러쟈.
      의진맘도 한결 여유가 있잖어.^^


 




며칠 전 학교 수련회 가면서 '엄마, 우리 친구들끼리 밤에 비밀파티 할거야. 나는 종이컵 가져가야 해' 하면서 들떠서 준비해간 것이다. 청소를 하다 어제 풀어놓은 짐 사이에서 그대로 다시 가져온 종이컵을 보고 맘이 울컥한다.

수련회 이틀 째부터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나보다. '엄마 보고싶다'는 문자를 시작으로 기대와 다른 수련회를 보내고 있음을 알려 왔다. 여섯 명 같이 다니는 친구들로 부터 소위 따를 당하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서 돌아왔다. 이 학교에서 마지막 수련회라며 그 어느 때보다 들떠서 갔는데 말이다.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몰려다니는 아이들 끼리 1년 내내 이렇게 붙었다 저렇게 붙었다 하면서 끼리끼리 모여 상처주고 상처받기를 반복해 왔으니까.

문제는 엄마다. 초등학교 때 따 당했던 아...
픈 기억이 있는 엄마, 뼈 속 깊이 자기중심적 까칠함을 소유한 엄마 말이다. 그래서 여러 관계맺기에 실패를 했고 실패 자체보다 훨씬 더 큰 패.배.감.의 상처를 안은 엄마 말이다. 수련회 갔던 채윤이가 고개를 떨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딱 한 번 친절한 손을 내밀었다가 계속 우울모드인 아일 향해 차거운 얼굴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의 맘을 만지는 것보다 '니가 어떻게 했길래 친구들이 그랬겠니. 안 봐도 뻔하다'는 식의 비난의 말이 속에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이젠 안다. 그것이 채윤이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라는 것을... 여전히 관계에서 온전치 못한 나 자신을 향한 퍼붓는 오랜된 비난과 죄책감과 수치심의 메아리라는 것을....

다행히 마음을 가다듬고 밤 늦게 채윤이게게 솔직한 고백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어주고 안아주고 기도했다. 오늘 등교를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사람들의 인정과 상관없이, 외적인 실패와 상관없이 늘 보석같이 존재하는 채윤이의 가치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함께하심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러나 등교하는 채윤이의 뒷모습을 보며 막상 더 두렵고 슬픈 건 내 안의 어린 나일 것이다.

청소를 하다 발견한 종이컵을 보고 울컥하여 다시 마음이 무너졌다. 주님, 아이가 자라며 겪는 성장통을 내 것과 구분하지 못하여 아이에게 두 번 상처주는 어리석은 짓만을 하지 말게 해주세요. 그 아이 곁에서 하루 종일 지키실 성령님을 의지합니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 세우지 말고 아이를 키우라  (0) 2011.12.27
전학 有感  (4) 2011.12.09
엄마 것인지, 딸의 것인지 감정 분리하기  (2) 2011.11.05
두 번째 이유식  (4) 2011.03.24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5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4
  1. 안무서워 요것두라 2011.11.14 08:29

    아궁..다시봐도 코끝찡..
    저는 따돌림이란걸 두 번 당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저에게 협박하는 그 친구들이왕따시키겠다고 그러자 눈 부릅뜨고 맞장뜨며 따시켜보라고 동시에 윽박지른게 생각나네요.. 그 말의 의미를 몰라서..그렇게 그냥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죠.
    사실 너무 아픈 말인데 말이에요.
    나중에 커서 느꼈죠. 무식하면 용감하다..ㅋ

    • BlogIcon larinari 2011.11.17 10:04 신고

      사실 가끔은 그렇게 앞뒤 딱 자르고 용감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렇게 한 게 잘한 것일거야. 나도 그랬고 챈이도 그랬고 머리로 재고 또 재다가 상처가 더 깊어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





음식 많이 가리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매운 것에는 약한데,
채윤이는 물론 현승이까지 초딩이 되어 단체급식의 '어쩔 수 없이 먹기' 방식으로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다해도 집에서는 매운 음식은 엄마 아빠 꺼고 자기들 꺼는 뭔가 맵지 않은 다른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작년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겨서 드디어 식탁에서 매운 음식으로 하나되기가 실현되고 있다.
젖을 떼고 밥을 먹으면서 아가에서 아이로 성장했던 것처럼
매운 음식을 사이에 놓고 엄마빠와 당당히 마주 앉음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생각하니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배추김치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식당에서 총각김치의 무청으로 만든 걸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처치 곤란이었던 무만 잘라먹고 남은 총각김치의 잔재물들을 백분활용 하였다.
들기름과 설탕으로 미리 양념을 해뒀다가 무우 깔고 고등어 깔고 김치 덮고 양념장 뿌리고 고등어찜을 했다.








이런 매운 음식을 주메뉴로 내놓을 때는 약간의 잔머리가 필요하긴 하다.
일단 두 녀석이 모두 수영을 갔다와서 무지 배곤픈 저녁일 것.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에 요리가 한창 진행 중이라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할 것.
배고파 배고파 해도 절대 얄팍한 간식을 입에 넣어주지 말 것.
그러고도 배고픔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후각의 자극에 더는 못 참겠다는 미치기 일보직적까지 되도록
시간을 지연시킬 것.(이 때 아빠가 살짝 늦어주면 '아빠랑 같이 먹어야지'하면서 시간끌기가 용이해짐)
이 정도면 매운 고등어찜에 밥 한 공기는 힘 안들이고 멕일 수 있다.



기저귀 떼고 젖 떼고 지가 혼자 밥 떠먹을 줄 알면 애 키우는 고생 끝날 줄 알았더이다.
부모됨의 책임감을 끝도 없더이다. 날이 갈수록 질적으로 고난도가 되더이다.
그래도 이렇게 자라준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더이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학 有感  (4) 2011.12.09
엄마 것인지, 딸의 것인지 감정 분리하기  (2) 2011.11.05
두 번째 이유식  (4) 2011.03.24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5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4
신뢰1_게임욕구를 이기는 힘  (10) 2011.01.20
  1. 33클럽 짱마더 2011.03.25 14:53

    기저귀 떼고 젖 떼고 지 혼자 밥 떠먹을 줄 알때까지~~~ 난 또 언제.........^^; 소망인 이제 3.98cm인걸........ㅎ

    • BlogIcon larinari 2011.03.30 10:51 신고

      부럽당!
      나도 3.98cm 정도 되는 아가 다시 하나 키우고 싶다.ㅎㅎㅎ
      너 소망이까지 다 키워도 내가 첫 애 낳아 키운 나이 밖에 안되잖아. 힘 내. 화이팅!

  2. 2011.03.25 18:1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1.03.30 10:51 신고

      앞으로는 딴 거 다 필요없이 그냥 발라 놓을 예정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 현승이가 자신의 억지로 접는 걸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누나 채윤이는 '호모 욕구피언스'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욕구가 분명하고, 자신 안에 올라오는 욕구를 바로바로 캐치하고, 웬만하면 채워야 한다.
그것도 바로, 지금, 당장!


그래서 얼마 전까지 자주 갈등을 빚곤하던 일이 이것이다.
채윤인 그 날의 분위기와 몸상태(응?) 기타 등등을 고려해서 꼭 먹고 싶은 게 있다.
그리고 먹고 싶기 시작하면  '아, 먹고 싶다'가 아니라 '꼭 먹어야지. 안 먹으면 죽지'로 가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자주 빚어지던 갈등.
수영을 하고 오면서 채윤이의 그 분꼐선 '오늘 메뉴는 이거다. 넌 이걸 먹고 싶은거야' 하고 점지해주신 모양.
문제는 엄마는 집에서 가족의 건강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나름대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자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는 또 견코인 챈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저녁 뭐야? 카레야? 아~ 난 찜닭 먹고 싶었는데...' 하기 시작.
결국 카레를 먹으면서도 계속 찜닭에 대한 미련을 져버리지 못하고 종알종알 늘어놓는 말들이 자뻑 엄마의
신경줄을 건드리고 한 번 두 번 참던 엄마가 세 번째에서 붹!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갈등이 명멸하면서 김챈이 이 부분에서는 일단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


단지 먹을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끼리 놀 기회가 오면 어쨌든 챈이는 나름대로 하고싶은 그리고 나름대로 계획해 놓은 자기만의 간지
스케쥴이 좍 나와있고 웬만해서는 그걸 꼬~옥 해야하기 때문에 다시 또 갈등이 빚어진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
'미쳐버린 파닭'에 꽂혀서 낮부터 그걸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날이었다.
아빠랑 현승이랑 셋이 문방구에 준비물 사러 가고 엄마는 집에 남아 미쳐버린 파닭을 주문하기로 했다.
미쳐버린 파닭에 전화를 하니 아, 휴일이다.
그렇다고 다른 치킨집에 시킬 수도 없다. 김채윤이 먹고 싶었던 건 미쳐버린 파닭이었던 것이다.
떨면서 밖에 있는 채윤에게 전화했다.
'김챈! 미쳐버린 파닭 오늘 문 닫았어. 다른 치킨 싫지? 그냥 사골국에 밥 먹자'라고 하면서
바로 미쳐버리는 김채윤을 상상했다.
헌데, 이게 웬일.'어, 그래. 알아어' 한다.


집에 온 채윤이에게 바로 진심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는 니가 미쳐버릴 줄 알았다.ㅋㅋㅋ
헌데 오늘 챈이의 쿨한 반응에 감동 받았다.
그래. 우리가 그럴 수 있는거야. 뭘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모든 걸 원한다고
당장 다 채울 수 없는거야. 정말 먹고 싶지만 그 순간 지나보면 또 그리 중요한게 아니기도 한거지.


현승이가 감정이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면서 감정에 휩싸이면 말 한 마디 못 내고 눈물만 흘리는 것처럼,
채윤이는 욕구가 자기라고 생각하며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자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끼며
더욱 집착하게 되는 듯하다.


결국 챈에게도 욕구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며, 욕구를 인정하고 바라봐주지 않으면 욕구 자체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어려운 얘기를 삶을 통해서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1. forest 2011.02.15 11:50

    하하.. 어머님이 너무 다른 두 자녀를 키우면서 같이 커간다는 얘기에 완전 공감이네요.

    챈이 스딸은 자신의 욕구가 무시되지 않고 잘 알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을 동반한 거절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욕구가 채워진 걸로 만족이지 않을까 싶어요.
    설명해주지 않거나 끊임없는 요구가 무시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자신이 얻어야 할 욕구에 얽매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옛말에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은 이렇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유형을 말하는 건지도...
    제 동생은 끊임없이 요구해서 얻어가졌고, 나는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면서 나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잠재웠거든요.
    허나 나의 얽누른 욕구는 울 엄마도 몰라주더군요. 그저 착하다는 걸로 다 덮어주었다는...ㅜㅜ

    • BlogIcon larinari 2011.02.16 10:42 신고

      다음 편에서 쓰고 싶은 얘기이긴 한데요.
      챈이가 저랑 더 비슷해서 챈이 맘이 더 이해가 돼요.
      저는 금욕적인 아버지 엄마 밑에서 욕구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며 자랐던 것 같아요.
      아이들 바라보면서 제 자신을 정리하고 이렇게 조금씩 함께 자라가는 것 같아요.

  2. yoom 2011.02.15 12:24

    "채윤인 그 날의 분위기와 몸상태(응?) 기타 등등을 고려해서 꼭 먹고 싶은 게 있다"
    ㅋㅋ 찔려요...견코두 찔리구...(개코보다는 격이 좀 있네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1.02.16 10:43 신고

      육미도 그 날의 분위기와 몸상태 등등을 고려해서 꼭 먹고 싶은 게 있다.
      꼭 입어야하는 옷도 있다.ㅋㅋㅋㅋ

      진짜 비슷한 거 많다. 둘이.

    • 2011.02.17 10:13

      난 항상 탄수화물이 땡기는데 ㅋㅋㅋ

    • yoom 2011.02.17 14:06

      난 아침에 일어나서도 대충뭐가 먹고 싶은지 정해지는데ㅋ
      그날 컨디션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ㅋㅋ

    • larianri 2011.02.17 20:50

      이율배반적으로 나는 닭가슴살만 보면 챙 생각나고...
      우리 애들도 쫌 그렇고.ㅋㅋㅋㅋㅋ

      난 육미의 욕구가 진짜 마음에 와닿고.
      그러다보니 얘가 육민지 챈인지 몰라서 육미가 막 귀엽고.
      헌데 봉지커피 들고 집주인 차에 타 앉아 쭉쭉 커피 빨고 있는 모습 상상되고.

  3. hs 2011.02.17 13:21

    ㅎㅎ 먹고 싶은 것을 꼭 먹어야 되는 걸로는 키가 크겠고
    다른 욕구로는 지식과 재능이 쑥 쑥 자라겠죠?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
    열흘 정도 가족 중에 한분이 없는 집 분위기가 어떨라나?

    • larianri 2011.02.17 20:53

      진짜 해송님은 긍정의 힘, 그 자체세요.
      꼭 먹고 싶은 건 키로 가고, 다른 욕구는 지식과 재능으로 쑥쑥!!!ㅎㅎㅎ

      오늘부터 JP님 금단현상이 막 나타나고 있어요. 원래 혼자 하던 일도 갠히 쓸쓸하고...ㅎㅎㅎ
      애들은 오늘 저한테 대박 혼날 일이 있었는데 '엄마, 엄마 미안해. 아빠도 없는데 엄마를 이렇게 슬프게 하고... 엄마 아빠도 없는데 우리가 엄마 실망시켜서 너무 슬프지?'이러는데...진짜.ㅎㅎㅎ

      새벽에 바로 앞에 앉아 계시니깐 반갑고 좋드라구요.^^

  4. myjay 2011.03.23 07:34

    오....... 이거 씨리즈인가요? ^^
    제 육아에도 도움이 될 법한 포스팅이군요.
    요즘 성하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마리의 아기 고질라가 되어 가는 중이거든요.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지만 MBTI로 치자면 정반대 유형인 남편과 나.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지만 MBTI로 치자면 거의 정반대 유형으로 추측되는 현승이와 채윤이.
뭐 성격유형을 갖다대지 않아도 채윤이와 현승이의 세상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참 많이 다르다.
많이 다른 두 아이의 동시적(응?) 엄마인 나는 그 사이에서 나를 다시 보게된다.
어제 저녁 우연히 '욕구'라는 한 주제로 전혀 다른(그러나 결론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두 아이와 나누어야 했다. 
현승이와 채윤이와 엄마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잠이 들 때는 아직도 엄마의 부드러운 팔에 비비적대야 하고,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세상 그 누구의 손도 아닌 엄마의 부드러운 손이 살살 등을 긁어줘야,
그제서야 잠이 드는 현승이다.

그래서 현승이는 늘 잠자리에 드는 시간엔 본의 아니게, 진심 본의 아니게 구타유발 아아니..
갈등유발자가 된다.



'엄마, 나 일단 누워있을께. 꼭 와줘. 잠들기 전에 한 번, 잠든 다음에 한 번 와 줘' 라고 말하는 건 방송용.

비방용 본심은 '엄마가 옆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등을 긁어주고 얼굴을 만져줬으며'이다.  
하지만 이제 아홉 살인 것을... 현승이도 안다. 아홉 살이 하기에는 쪽팔린 행동이라는 걸.

그리고 엄마는 가끔 원고도 써야하고 강의준비도 해야하며, 국도 끓여야하고,
트위터에 빠져서 정줄을 놓을 때도 있으며 어떤 때는 피곤해서 먼저 누워야하는 그런 존재인 것을.



어젯밤 또 '엄마, 나 누워있을께. 와 줘' 하는데....
진짜 엄마는 쫌 모유수유하는 엄마도 아니고 편하게 잠 좀 들어보자는게 소원일 뿐이었다.ㅠㅠㅠㅠ

억지로 가서 현승이의 주문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 마이 침대로
왔다. 그러나 1분쯤 지나서
다시 엄마 부르는 소리 '엄마, 엄마. 한 번 다시 와주면 안돼?'
엄마 완전 버럭!!! '엄마도 잠좀 자자고!!!! 엄마 침대에서 책보다 자고 싶다고!!!!'
이 말에 우리 티슈남.
'아.....알았어. 울먹 울먹먹먹먹....'

마음 약한 엄마 다시 티슈남의 침대로 감.
티슈남은 눈물 그렁그렁하며 '엄마. 가서 자. 혼자 잘 수 있어....울먹울먹....'

'그래. 그래야지. 이제 아홉 살인데.... 잘 자. 사랑해' 하고 다시 지 침대로 컴백.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한참 책을 봤는데 뭔가 섬뜩해서 방문 쪽을 보니....
방 문 앞 벽에 붙어  우두커니 서서 엄마를 바라보는 티슈남님.

'허허....허걱. 왜? 잠이 안 와? 엄마가 다시 가?'


어둠 속의 티슈남님. 말은 못하고 고개만 흔들흔들.

이 가엾고 속터지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마 벌떡 일어나서.
'현승아, 엄마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니가 원하는 거 엄마한테 말해줘.
니가 정말 원하면 엄마한테 미안해도 그냥 말하는거야. 말해봐'
글자크기 3포인트 정도의 목소리로 '엄마. 와 줘'
'알았어. 엄마가 피곤하지만 니가 정말 원한다고 말하면 다시 가서 재워줄께'라고 말하면서 나란히 누워
등을 긁어주면 눈물 그렁그렁해가지고
'엄마, 피곤하지? 편하게 자고싶지? 미안해. 내가 안 그러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엄마 방에 가게 돼.
 훌쩍 훌쩍 훌쩍쩍 훌쩍...'




현승이는 자신이 원하는 걸 쉽게 접는다.
그것이 엄마나 아빠나 누나 등 가까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판단되면,
특히 가장 좋아하는 엄마를 불편하게
한다고 판단되면 더 그렇다.
그러나 사실 욕구는 접는다고 접히는 게 아니다.
무작정 욕구를 접고 났을 때는 대부분 우울해지거나 분노가 일기 십상이다.
그래서 현승이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누나에게 양보해버리고, 원하는 것을 접고, 뜻을 굽힐 때
'착하다'고 칭찬하지 않으려 한다.



더 어려운 것은 현승이는 감정이 조금만 상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충분히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안해' 이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빨리 욕구를 접어버리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홉 살 짜리 아이는 아직 이해받아야 할 나이다. 사회성이 발달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도 배워야겠지만
철이 다 든 어른처럼 배려하고 참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일상의 많은 문제들에서 마흔이 넘은 엄마를 이해하고 이해했기에 참고 배려하는 건 현승이의 성품일망정
그대로 고착되도록 해서는 안될 것 같다.



현승이에게 욕구를 가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모든 욕구가 다 충족될 수도 없고, 설령 다 충족되어도 그렇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은 경우에
내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게 맞지만. 어찌 됐든 욕구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욕구를 돌봐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가르치려 한다.
무엇보다 욕구를 참는 것은 능사가 아님을 가르치려 한다.
원하는 게 있을 때는 말.로. 표현하고 감정에만 휩싸여 눈물만 흘리지 말고 때로 설득도 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싶다.
현승이 성품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도 욕구도 결국 그 자체로 인정할 때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가르칠 수도 없고 말로 다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이 40이 넘은 엄마도 여전히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고,
아직도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엄마가 가 본 길 만큼만 안내해 줄 수 있음을 알기에 말로 가르치기보다 먼저 살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를 자라게 하는 기가막힌 존재인 것이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번째 이유식  (4) 2011.03.24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5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4
신뢰1_게임욕구를 이기는 힘  (10) 2011.01.20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1. forest 2011.02.15 00:58

    에구, 현승이 등 내가 가서 긁어주고 싶당~ ㅋㅋㅋ

    얘기는 그게 아닌데 꼭 딴소리부터 먼저 하는 이 아줌마가,
    어릴적부터 나의 욕구를 꾹꾹 눌러 참다가,
    그게 욕구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이상한데서 폭발을 함으로써 상대를 당혹케 하다가...
    요즘에 와서야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간다우.

    울 딸은 지금도 잠자기 전에 등 긁어달라고 하는데...ㅋㅋ
    이제는 만나면 그런 소리는 안하겠죠.^^

    • BlogIcon larinari 2011.02.15 09:34 신고

      에구, 얘 좀 데려다 등을 좀 질려서 더 이상 긁지 말라고 할 때까지 좀 긁어주세요.ㅋㅋㅋ

      이 글 다 써놓고 그 나눔 들었는데...
      공감 200배였어요.
      기립박수를 쳐드리고 싶어요.
      힘든 길 걸어오시면서 보석같은 깨달음을 깨달으신 것 같아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원의 박수 가열차게 쳐드립니다.^^

    • forest 2011.02.15 11:39

      라리님 후회할텐데요...
      데려가라면 얼른 모셔올 준비 만땅입니다요~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1.02.16 10:44 신고

      제가 물어봤어요.
      털보아저씨 집에 가서 잘래?
      털보부인께서 밤새도록 등 긁어주신대.



      말없이 고개만 흔들었어요.ㅋㅋㅋ

  2. mary 2011.02.16 00:09

    이글 읽다 눈물 줄줄 흘렸다우, 웃느라고. 특히 모유수유 어쩌구 하는 부분에서.
    웃으면 안되는거지? 그냥 쑥 말하면 좋으련만..

    • BlogIcon larinari 2011.02.16 10:45 신고

      이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얘기죠.
      아우, 저는 새벽 두 세 시 쯤에 섬뜩해서 눈을 떠보면 침대 옆에 와 물끄러미 절 바라보며 손을 만지고 있는 아홉 살 모유수유 어린이 땜에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해요.
      ㅋㅋㅋㅠㅠㅠ

    • mary 2011.02.16 19:12

      와우!! 이거 정말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얘기군.
      중증인데 어쩌누. 내게 나름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 싶네.

    • larianri 2011.02.17 20:55

      중증이죠?ㅠㅠㅠㅠㅠ
      일단 비법은 전수해봐 주세요.
      다만, 맘 독하게 먹고 해야하는 건 제가 못해요.ㅠㅠㅠ

  3. 2011.02.19 21:0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1.02.19 21:37 신고

      현승이 이름을 바꿔서 그대의 이름을 넣어도 꼭 들어맞을거야. 따지고보면 누구도 '너의 욕구를 억압해라. 참아라' 하지 않았는데 '내 욕구는 없는 것으로 치면 나는 괜찮은 아이가 될까?'라며 내 자신이 시작한 것일거야.

      너의 욕구도 괜찮고,
      욕구를 채우는 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너의 존재는 괜찮단다. 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의 음성이 오늘 우리 이쁜이에게 가슴으로 들렸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기도할께♡





현승이가 오매불망 갖고 싶었던 닌텐도를 갖게 되었다.
정말 닌텐도 이야기로 열 개의 포스팅이 가능하지만 간단한 닌텐도 득템의 경위만 풀어놓자면....


'엄마, 내가 엄마랑 많이 얘기했고, 생각도 많이 해봤고 그런데... 내가 닌텐도 게임을 하고 싶어서
갖고 싶은 게 아니야.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는 게 너무 부끄러워
'라는 고백에 엄마 마음 살짝
무너졌고.


그 다음,
아빠의 아이패드 득템이후 온 가족이 함께 '앵그리 벌드' 게임을 즐기면서 이런 어록을 남기셨다.
'엄마, 나는 아빠가 아이패드를 사서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더더더 좋아. 나는 우리집에 닌텐도가
없어서 가난한 줄 알았는데 아이패드가 있으니까 부자가 된 것 같애. 내가 너무너무 좋아'
라면서 닌텐도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치유되는 듯 하였다.


현승이 고모와 대화를 하다가 이 얘기를 전해주면서 깔깔거렸는데 극진한 조카사랑의 고모는 그 자리에서
바로 현승이에게 전화걸더니 '현승아, 너 닌텐도 갖고 싶어? 고모가 사줄께. 알았지' 해버렸다.
당황한 내게.
'야,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도 닌텐도 없는 애들 없어. 그냥 내가 사줄거다. 암말 말어' 하면서.


일사천리로 닌텐도 구입이 이루어졌고, 현승이는 믿어지지 않게 닌텐도를 거머쥐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우려를 아는 현승이가 닌텐도를 가져와서는 '엄마, 이거 숨겨 둬. 어서 숨겨 둬' 하기에
한참을 그냥 나뒀더니 지가 방에 들어가서 닌텐도를 숨기고 나온다. 이건 뭥미?
누구를 위하여 닌텐도는 숨겨졌나?! ㅋㅋㅋㅋ
그러고도 엄마가 닌텐도 숨기는 일에 신경을 안쓰니 장식장 높은 곳에 의자에 올라가 얹어 놓았다.
이제 현승이는 닌텐도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보다 도대체 닌텐도를 숨기지 않는 엄마 때문에 좌불안석.


'현승아! 엄마는 닌텐도 숨기지 않을거야. 니가 약속한 시간에만 게임할거고, 너는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인데
엄마가 왜 닌텐도를 숨겨? 엄마가 현승이를 믿는데 숨길 필요가 뭐 있어?'
했더니 실리보다 명분으로 사는 이 아들 콱 감동 받아가지고 초연한 마음이 되었다.
이렇게 말을 내뱉어 놓고, 내가 뱉어놓은 말이 부메랑이 되어 내 맘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말이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
믿는 만큼 자유로와지는 아이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이제 얄팍한 칭찬으로 아이들을 통제할 시기가 지났다.
얄팍한 칭찬꺼리를 찾아 내 칭찬에 아이를 춤추게 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이 믿어줘야 할 때다.
믿는 만큼 아이들은 자라고,
내가 엄마로서 자라는 만큼 아이들을 믿어줄 수 있다.


문제는 신뢰다!
내가 아이들보다 항상 옳다는 교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아이들을 믿어줄 수 있는 거다.
그래, 결심했어! 이제는 신뢰양육이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5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4
신뢰1_게임욕구를 이기는 힘  (10) 2011.01.20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사모님? 엄마?  (26) 2009.09.08
  1. mary 2011.01.20 23:00

    정말 현승이땜에 내가 웃다 뒤로 넘어가기겠다 ㅍㅎㅎㅎ
    자기보다 엄마맘을 너무나 고려하고 배려하는 초딩이라니..
    엄마는 글을 또 얼마나 실감나게 쓰는지...

    • larianri 2011.01.21 20:57

      그니깐요. 너~어무 엄마 생각하다가 자기가 엄만지 엄마가 자긴지... ㅋㅋㅋ 이 쯤 되면 제가 현승이한테 닌텐도 어디 숨겼냐고, 나 한 판만 시켜달라고 졸라야 하는건지.ㅋㅋㅋ

  2. forest 2011.01.21 00:34

    이 어머님 참 괘안찮은 엄마네. ^___^

    이 집 고모도 울 집 고모들 못지 않군요.
    엄청난 자제력을 가진 현승은 믿어주기만 하면 될 듯.
    닌텐도는 어느 누구도 그 앞에서는 자제력을 발휘하기 힘든 물건이예요.
    그러니 아이패드를 더 가까이 하게 해주세요. ㅎㅎㅎ

    • larianri 2011.01.21 20:59

      아직까진 닌텐도가 있으나마나 하고,
      만화책 말고 글책 읽으면 하는 보상으로 가비얍게 쓰고 있는데 끊임없는 대화로 자제력 기르기에 도전을 해봐야겠죠?

    • forest 2011.01.21 22:31

      닌텐도 앞에서는 끊임없는 자제력 기르기는 포기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그냥 그건 미치게 재미난 물건이니까 그것 하는 동안은
      거의 미치는 현승이를 바라보는 것이 더 어머님 마음이 편하답니다.
      다만 그거 하는 그 시간만큼은 엄마 눈치보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핵심이랍니다.
      엄마 눈치보지 않고 정해진 시간안에 실컷 하고
      대신 그걸 하지 않는 동안에는 철저히 잊어버리게 다른 몸.개.그.를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엄마 눈치보면서 하게 되면 어머님 안계시는 집안이 닌텐도로 인하여 갑자기 천국이 됩니다. ㅋㅋㅋ

      또다른 방법은 닌텐도를 같이 즐기셔야 합니다.
      가족의 오락도구로.
      대화의 소통 도구로서 말이지요.

      아놔, 닌텐도 땜에 여럿 상담했더니 이젠 닌텐도가 밉다 미워~
      하여간 게임은 늦게 입문할수록 좋은 것입니다. 에효 쿨럭~

    • BlogIcon larinari 2011.01.22 07:46 신고

      같이 즐기는 건 저희 집 전공이잖아요.
      닌텐도 안에 너구리, 갤라그, 버블버블...이런 고전 게임 들어 있어서 제가 완전 흥분하면서 좋아라 했지요. 애들이 자기 게임 시간을 저한테 내주면서 '엄마, 너구리 한 판 할래?' 이래요.ㅋㅋㅋㅋ

      언제 갤라그 한 판 하실래요?ㅎ

  3. iami 2011.01.21 09:36

    닌텐도 득템 이야기가 신뢰양육 다짐으로 살짝 방향전환을 했네요.^^
    하튼, 좌충우돌 완급조절 쓰리쿠션 스토리메이킹/텔링의 고수다우십니다.
    현승이에겐 축하와 용기를, 라리님껜 격려와 성원을!

    • larianri 2011.01.21 21:02

      격려와 성원을 팍팍 받아서 다음 달 원고 열필하겠습니다.
      ㅎㅎㅎㅎ
      20대 때 지모 도사님께서 제 글에 해주시던 격려 때문에 글빨에 자신감이 붙던 생각이 나요. iami님 댓글도 지금 제게 그러하시다는...^^

  4. 선수맘 2011.01.21 18:54

    저 위에 다소곳이 숨겨진 닌텐도가 정말 현승이 스럽다^^* ㅎㅎ
    암튼~~연구대상이야 ^^
    현승이에겐 고모가 짱이겠구나!! 아니면 닌텐도....꿈 꾸기만 하는 거지ㅋㅋ
    이 시점에서 자꾸 요런 멘트가 스물스물 나온당~~
    '머~~닌텐도~니인텐도~~?으데 건방지게 목회자 아들이 닌텐도로 게임을 할려구 해..
    우리때 목회자 아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딱지나 치고 누나 머리나 빗기면서 놀았쥐...
    목회자 아들이 닌텐도 게임이나 하면 기도는 누가 드리라고....'

    • larianri 2011.01.21 21:04

      대~~~애박!
      으ㅓ기ㅏㅘㅐㅐ셔ㅘㅗ;ㅛㅐ흘;;;'ㅇㅗ,ㄹㅐㅑㄱㅋㅋㅋㅋ
      사랑해! 쪼옥!ㅋㅋㅋㅋ
      개그대학교 총장님, 오랫만에 전공 보여주시네요.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의 고정 게스트가 되어줘!!
      제발!!







그들이 없으면
뭐라도 할 수 있다.



거실에 두 녀석만 없다면
기도하고, 묵상하고, 책 보고
하고싶은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늘 꿈꾼다.
그들이 없는
조용하고 깨끗한 거실을.



조용한 자유가 가득한 거실.



그.러.나.



그 자유는
언제 덮칠 지 모르는
그들 때문로 인해 
늘상 불안을 포함한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나는 그 불안에 익숙해졌고
중독되었나보다.



간만에
두 녀석으로 꽉찬 거실이
내게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마구 어질러진 카페트,



파프리카 줘, 엄마.
하나만 더 줘, 엄마.
마요네즈도... 엄마.
엄마, 김현승이....
엄마, 누나가......



음악 소리와 어우러진
쨍그랑 거리는 두 녀석의
목소리에 사람 사는 집 같다.



사람 사는 집에
토끼가 두 마리 엎드려 있다.



파프리카를 우적우적.
하나 먹고, 또 먹고...



사람 사는 집에
잠시 토끼였던 두 마리가
망아지로 변신해
뛰어다니니
훨씬 더 사람 하는 집 같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10) 2011.02.14
신뢰1_게임욕구를 이기는 힘  (10) 2011.01.20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사모님? 엄마?  (26) 2009.09.08
시험공부는 애들을 어떻게 만드나?  (18) 2009.06.25
  1. 2010.01.03 23:35

    챈 컴붹~!! ㅋㅋ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갑네용!

    가끔 귀찮고 불편해도 가족은 함께해야 제 맛인 것 같아용 흐흐

    • BlogIcon larinari 2010.01.04 11:55 신고

      어우, 담임 선생님!
      어서 오십쇼~~~
      우리 챈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2. 2010.01.04 03:3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0.01.04 11:56 신고

      랄랄라...
      우린 제자되고 제자삼는 생명의 공동체!
      ㅋㅋㅋㅋ

  3. 2010.01.04 04:1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0.01.04 11:57 신고

      완전 맘에 들어서 어제 오늘 둘 다 그 커피잔만 사용하고 있오~ 진짜 기분 좋아서 막 안아줬음.ㅋㅋㅋ

  4. 2010.01.04 06:43

    비밀댓글입니다

  5. BlogIcon hs 2010.01.04 08:21

    그럼요,아이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집 같지요.
    우리 전에 진도에 갔을 때 동네에 아이들이 없는데 은강이 은택이가 골목길을 뛰어 다니며 떠들고 하는데 너무 보기가 좋더라구요.
    그래,옛날에는 집집마다 아이들이 너댓명씩은 있어서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던 길이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의 시간은 손해를 보는 거 같드라도 아이들의 존재가 정말 귀한 거랍니다. ^^

    • BlogIcon larinari 2010.01.04 12:00 신고

      그러게요.
      저는 내심 아이들 다 키우고 두 분만 오붓하게 보내시는 분들 뵈면 부러웠는데 이번에 그런 얘길 했어요.
      연말에 애들 둘 다 집에 없었거든요.
      둘이 데이트하고 그러는데 좋으면서도 한 구석이 그렇게 허전하더라구요. 아~ 애들 다 커서 독립한다해도 연애시절이나 신혼시절 같지는 못하겠구나. 이미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마음의 공간은 메워지는게 아니구나 했어요.

      아우, 그래도 이 녀석들 귀찮긴 엄청 귀찮아요.ㅋㅋ

  6. iami 2010.01.04 15:04

    오, 파프리카를 쌩으로 먹는 아이들이 있다니!
    아, 자세히 보니 토끼와 망아지군요.^^

    • BlogIcon larinari 2010.01.04 20:44 신고

      챈양 다섯 살 때는(현승이 두 살) 아무도 없는 주방에 들어가서 냉장고에서 씻지도 않은 쌩 브로콜리를 꺼내 먹고 앉았드래요. 그걸 발견한 사촌오빠가 기겁을 했다죠.ㅋㅋㅋ

  7. forest 2010.01.04 18:40

    요 토끼들은 오늘 거실에서 저렇게 누비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구요...
    얼른 두 토끼들의 눈장난 얘기도 포스팅 하시죠?~

    그나저나 올만에 채윤 포스팅이라 반갑네요.^_~
    아, 파프리카는 빨간 속보다 노란색이 생으로 먹기에는 더 맛있더라구요.^^

    • BlogIcon larinari 2010.01.04 20:46 신고

      그러잖아도 낮에 아빠랑 나가서 눈싸움하고 눈에 드러눕고 들어오셨다죠. 이따 저것들이 시간을 주면 포스팅 하겠습니다.

      쟤네들요 파프리까 색깔별로 맛을 다 느끼며 먹어요.
      오늘 그러던데요. '엄마! 파프리카는 색깔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ㅎㅎㅎ

  8. mary 2010.01.04 19:51

    자식이 뭐길래..
    요즘 이런 식상한 멘트가 다 나오냥?

    파프리카의 맛을 아는 어린이, 참 이쁘당.
    나같음 비싸도 막 사줄껴. 울집에선 이거 나만 좋아해.

    • BlogIcon larinari 2010.01.04 20:48 신고

      그니깐요. 자식이 모길래...ㅋㅋㅋ
      아주 그냥 좀 떨어뜨려 놨드니 보고싶고 허전하고...
      포레스트님 마음을 백 번 공감했다죠.

      제가 실은 조금이라도 싼 걸 사느라도 대부분 약간 시들기 직전이라 세일하는 파프리카를 주로 사거든요.
      지금 먹고 있는 건 어제 누가 나눠준건데 넘흐넘흐 싱싱해서 벌거 즙이 줄줄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저 채식동물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었겠어요.ㅋㅋㅋ

  9. myjay 2010.01.06 08:26

    정녕 둘을 낳아야 하는 걸까요?ㅜㅜ
    벌써 이렇게 키운 사모님이 부럽부럽..

    • larinari 2010.01.06 12:07

      저는 진실로 아직 고물고물한 아가의 엄마빠인 분들이 얼마나 부러운데요. 안 믿어지시죠?
      정녕 둘이 아니면 아이가 다 크도록 셋이 함께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소서. 둘이 되면 둘째가 돌이 되기 전 애들끼리 노는 그림이 나오게 되옵니다. 그리고 차차 '야, 니들끼리 들어가서 놀아' 이러고 오붓한 부부만의 대화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니깐요.

      저스트 두 잇!!!ㅎㅎㅎ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1일 명일동 현승이네 집에서
 


채윤이가 무거운 얼굴과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을 위해서 사회공부를 하다가 맘이 상한 것이다.
문제를 풀다가 방금 외운 걸 단답형으로 푸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엄마의 뚜껑이 열리고
열린 뚜껑으로 새어나온 김에 아이의 맘을 데였다.
늘 그렇듯 '왜 답은 하나냐?'며 자기가 쓴 답이 왜 틀리다고 하냐며 채윤이가 울었다.

헌데 채윤이가 운 건 단지 그 때문이 아님을 안다.
엄마의 부적절한, 이해할 수 없는 분노폭발에 마음을 다친 것이다.

엄마의 부적절한 분노폭발은 단지 방금 외운 걸 어뚱하게 써놓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시험을 앞두고 자기를 시험공부 시켜달라는 채윤이. 30점을 맞기 싫다며 공부를 시켜다라는 거였다.
그렇게 요구할 뿐,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노는 걸 멈추는 것도 어렵고 가만 앉아 문제집 푸는 일에 대해서도
아직 의지를 발동할 줄 모른다. 그 의지를 조절해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다.
이건 엄마가 너무 싫어하는 일 아닌가? 공부시키기 위해서 애하고 싸우는 일 말이다.
싸우느니 공부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채윤이 자신은 문제집 하나를 풀어야 한단다.

그렇다면 시험공부를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엄마인 나다.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서 해야하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벌써부터 마음이 갑갑해왔다. 안시키면 될 터!
허나 채윤이의 자존심이 아주 낮은 점수는 받고 싶이 않다. 그리고 그 정도는 도와줘야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된다.
이 지점에서 놀이처럼 즐겁게 공부를 해보자는 식의 해결방법은 이미 물건너 갔다.
놀이는 마음의 평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고 엄마는 이미 스트레스 만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시험공부를 시작하자마자 첫 문제에서 폭발한 것이다.

뒤끝 있는 엄마는 마음을 못 추스르고 채윤이는 자겠다며 침대로 갔다.
나 자신이 미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내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잊어보고자 분주히 거실정리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엄마' 하고 부른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채윤이는 '엄마' 하고 불러서 '엄마 잘 자' 할 것이다.
엄마가 돼서 '분이 나도 해가 지도록 품지 말라'는 성경의 말씀이 마음에 울리는데도 다다가 아이의
마음을 만져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그런 찰나에 챈이가 먼저 '엄마'하고 부르며 손을 내미는 것이다.
부끄러움과 자책과 자신에 대한 분노가 날카롭고 퉁명스러운 '왜애?' 나왔다.
채윤이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며 아주 작은 소리로 '잘 자' 한다.
그러곤 채윤이 이불을 머리까지 덮는다. 가슴이 무너진다.

아주 잠깐 멍 때로 서 있다가 침대 위로 올라가 채윤이를 끌어 안았다. 아~ '미안해' 하는 말도 구차하다.
'채윤아. 엄마랑 채윤이는 분명히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엄마가 엄마만 옳다고 해서 미안해'
'하나님은 우리가 아무리 잘못 생각해도,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을 알고 계셔도, 우리 생각을 다 인정해 주시고
받아주시는데..... 엄마는 채윤이한테 그렇게 하질 못해. 미안해 채윤아' 더 긴 말을 못하고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엄마가 자꾸 채윤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아주 작은 소리로 '괜찮아' 하는 채윤이 눈이 졸린 건지 슬픈 건지 벌개진다.

내 절망은 그것이다.
내게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간섭의 달인 엄마.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일단 안 된다고 해놓고 보던 엄마.
하나님이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조건 하나님은 싫어하실거라는 죄책감. 뭔가 더 거룩한 것을 하는
게 좋을거라는 강박관념.
그리고 엄마가 늘 말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고.... 그래서 하나님을 오직 두려워하며 산 세월이 40여년 이다.
작년에 비로소 내가 얼마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내게 '사랑의 하나님'으로
알리고 싶어서 안달을 하셔는 지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살아 온 세월을 돌아보면 흘린 눈물, 차올라오던 분노.
작년은 인생의 오춘기 처럼 어린시절 엄마를 향해 다시 한 번 반항하고 다시 한 번 용서하느라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하나님은 그저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분인데... 무엇이 되라고, 어떻게 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너의 존재만으로도 진정 행복하다고 하시는 분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으로 하나님상을 그리게 된단다.
밝은 해를 가리는 먹구름처럼 나의 존재가 그 사랑의 빛을 가리는 것은 아닐까?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께 그저 온전히 안기는 것이 그 분의 바램인 것을 왜곡시키진 않을까?

슬픔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뢰1_게임욕구를 이기는 힘  (10) 2011.01.20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사모님? 엄마?  (26) 2009.09.08
시험공부는 애들을 어떻게 만드나?  (18) 2009.06.25
개학이다 자유다  (11) 2009.02.06
  1. BlogIcon 지랭이 2009.11.28 01:12 신고

    우연히 들어와 읽게되었는데...울컥하네요-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서
    엄마의 마음 속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져서
    제게 전해진 것처럼
    아이에게도 전해질 거에요:-)

    • BlogIcon larinari 2009.11.28 13:15 신고

      감사합니다.
      우연히 들러주셔서 남기신 말씀에 큰 위로가 되네요.
      기윤실에서 일하시나봐요. 기윤실과의 인연이 남달라서 두 배로 반갑네요.

    • BlogIcon 지랭이 2009.11.29 16:49 신고

      기윤실에서 일하는 건 아니에요^^
      대학생 사회적 리더쉽 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었거든요!
      그 후로 쭉 인연은 이어가고 있지만요~
      기윤실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ㅋ

    • BlogIcon larinari 2009.11.29 23:28 신고

      아! 대사리!
      지금 우리 청년중에도 그 과정에 함께 하고 있는 멋진 청년이 있어요.^^

      저희 남편이 대사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기윤실 대학생 위원회' 3기인가 그래요. 그 인연으로 첫 직장이 기윤실이었지요.^-----^

    • BlogIcon 지랭이 2009.12.03 18:17 신고

      저번 주에 대사리 2기 수료식이었는데
      사정상 못갔는데 갔다면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기대위 9기 분들이랑은 같이 엠티 간 적도 있어요!ㅎㅎ
      세상은 참 좁은 것 같아요ㅎㅎㅎ

  2. BlogIcon 털보 2009.11.28 09:01

    에이, 엄마 나빠.
    예쁜 채윤이 보고 어디 화가 날 구석이 있다구.

    • BlogIcon larinari 2009.11.28 13:15 신고

      맞아요. 백 번 천 번 엄마가 나빠요.
      엄마를 호되게 야단좀 쳐주세요.ㅠㅜ

    • BlogIcon 털보 2009.11.28 17:47

      학교는 더 나뻐!!
      앞뒤 사리가 맞으면 채윤이 답을 답으로 인정해 줘야 할 거 아녜요.
      학교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합시다.
      학교는 정답을 강요하는 시험 문제를 내지 말고 누구나 자유롭게 답을 할 수 있는 시험 문제를 내라!

      사실 학교 다닐 때 울딸이 시험을 봐오면 이상하게 쉬운 문제에서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랬죠.
      야, 내가 학교에 전화해줄까.
      시험 문제좀 어렵게 내달라고?
      쉬운 문제가 섞여 있으니까 우리 딸한테 너무 불리하다고 말이야.
      잘하면 우리 딸이 잘한 것으로 하시고
      못하면 전부 학교나 명바구 탓으로 돌려요.
      요즘은 그렇게 해도 돼요.

    • BlogIcon larinari 2009.11.29 23:28 신고

      으하하하하... 우껴.

      방금 전에 챈이가 제 옆에 와서 이래요.

      '아우, 힘들어. 도대체 왜 시험을 두 번이나 보는거야? 지난 번(1학기)에 봤으면 됐지. 왜 또 봐?'

      '지난 번은 1학기 꺼잖아. 중학교 가면 1학기에 두 번 씩 봐'했더니

      '아휴, 진짜 우리나라는 살기 힘든 나라야. 어린이한테는 특히 더... 우리 나라 왜 그래?'

      딱 이 지점에서 가르쳐주신대로 '이명박 때문이야' 했거든요...

      '아, 그래?' 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갸우뚱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도 시험은 봤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 BlogIcon 털보 2009.11.30 15:41

      이게요 채윤이가 정말 불행한 시대에 태어났어요.
      우리 딸이 정말 시험이 없는 시대를 살살 피해서 학교를 다녔거든요.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시험이란 걸 봤으니 말예요.
      심지어 수능도 안봤으니... ㅋㅋ
      난 그렇게 재수좋은 애는 처음인 거 같어요.
      근데 채윤이는 일제 고사 부활하는 시대에 학교를 다니질 않나..
      대학이 점수와 취업에 목매는 시대에 대학을 다닐 운명이 아니질 않나..
      정말 힘든 시대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거라니까요.
      딸이 1학기 때 받은 수업 가운데 시험은 하나도 없었데요.
      전부 과제로 처리되었다는 구만요.
      다른 과들은 전부 시험 공부하느라 난리들인데 자신들 과만 룰룰랄라 거린다고 하더라구요.
      걔는 대학가서도 재수가 좋아요.
      채윤이가 힘든 거는 시대를 이렇게 만든 명바구 탓이 맞다니까요.
      채윤이 얘기 구구절절이 옳잖아요.
      힘껏 밀어주자구요.
      부모랑 아는 분들 성원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어요.
      벌써부터 이 정도면 차곡차곡 다져서 나중에 대통령 나가도 되겠어요.

    • iami 2009.12.01 11:05

      이렇게 생각해내는 아이는,
      거의 천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forest 2009.12.01 21:22

      털보, 나빠!

      글구 라리님, 챈양, 둘다 토닥토닥~^^

    • BlogIcon larinari 2009.12.01 21:50 신고

      털보님 / 챈이 이대로 커서 대통령 그거, 가능성 있어요.
      비록 얘가 사칙연산에 약하지만 '있읍니다'와
      '있습니다'는 구별해요.ㅎㅎㅎ

      iami님 / 챈이가 감사합니다를 천 번 하고 싶대요.
      얘기였던 챈이부터 지금까지 주욱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forest님 / 털보님이 왜요? 댁에서 무슨 잘못
      하셨길래요요?ㅋㅋㅋㅋ

  3. 횡~! 2009.11.29 09:59

    음........언니 오랫만에 왔다가 괜히 맘이 짠해져서 눈물 쭐쭐 흘리며 가요.
    그래도 언니 글 보면서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하면서 생각하게되고 그러다보니 걱정되고 ㅋ
    채윤이 너무 이쁘다.
    그리고 언니도 너무 좋은 엄마에요.
    채윤아~~ 그냥 공부하고 싶을때 하고 다른거 하고 놀자~! 여기로 와~~~~~~여긴 아이들의 천국이야~~~ 다들 논단다`~ ㅋㅋㅋ

    • larinari 2009.11.29 23:18

      오~ 횡!
      멀리서 오느냐고 힘들었겠다.

      얼마 전에 Anny님(^^)과 대화를 대화를 나누던 중,
      Anny님 큰 딸과 우리 챈과 같은 꽈 같다는데 합의를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니?ㅋㅋㅋ

      겨울에 우리 챈이 묶어서 보낼테니까 쫌 맡아주련?

  4. hs 2009.11.29 22:37

    마음 상했어도 말씀을 생각하며 그 마음을 오래가지고 있지 않고 서로 푸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음이 상했어도 삐져있지 않고 엄마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않고 하는 채윤이가 참 이쁘고....^^

    오늘 저녁에 참 즐거웠습니다.
    질 좋은 커피도 너무 좋았고....
    사실 커피 맛이 별로일까 봐 걱정을 했거든요.
    근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집 분위기도 참 좋았고 가족들의 분위기도 너무 행복해 보였고....^^

    특히 현지를 예뻐 해 주셔서 무척 감사했구요. ^^

    • BlogIcon larinari 2009.11.29 23:30 신고

      짧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정직하신 해송님 입맛으로 검증받고 인정도 받아서 기쁘구요. 특히, 현지랑 같이 놀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았어요.

      이제 제 커피를 맛보신 이상 서서히 맥심모카골드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셔야 할거예요. 제가 지금 사람들 입 여럿 버려놨거든요. '그 커피 맛 보고 사무실 커피 못 마시겠다'는 사람들 많아요.ㅋㅋㅋ

      저 커피 전도만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애요.
      복음전도를 이렇게 많이 하면 전도왕 돼서 책을 내도 냈겠죠?ㅋㅋㅋㅋ

  5. 횡 동생 2009.11.30 00:13

    저도 어제 저녁엔가 이 글 읽다가 눈물 찔끔 났는데...
    특히 그 자기 전 엄마하고 부른 장면+자기 전 화해장면+챈이 눈이 벌그래진 장면 ㅠㅠ
    저 같았으면 인사는 무슨 ..그냥 방에 들어와서 혼자 찔끔거리다 잤을텐데...
    챈이 이번 주 셤 화이팅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09.11.30 00:24 신고

      Anny님과 그런 얘기도 했는데...
      횡동생과 챈동생도 약.깐 같은 꽈 같다고...ㅋㅋㅋ

    • BlogIcon 采Young 2009.11.30 00:30 신고

      헉 ㅋㅋㅋ
      그건 참 예상치 못한 얘긴데...
      에이 그러기엔 전 ...ㅠ 절대음감이 아니에요 ㅠㅠㅠㅠ

    • BlogIcon larinari 2009.11.30 01:05 신고

      횡동생과 챈동생... 바로 고 부분에서.
      케이티엑스 아니 경부선 기차?와 과자봉지 하나를 손에 든 횡동생 얘기가 나와떤거야.ㅋ

  6. kyung 2009.11.30 11:04

    잠들기 직전 저 화해모드는 제가 어릴때 늘 상 겪던 상황인데
    저희 엄마도 저런 마음이었을까요?
    어린 나이에 속으로 뭐야 병주고 약주고야
    이런 생각은 하지만 겉으론 눈물 콧물 찍찍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포스팅과 그 전 포스팅의 주제는 둘다 채윤인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네용 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12.01 21:52 신고

      하루에도 분위기가 수 십번 바뀌로 달라지는 것이 우리집 엄마와 딸의 관계지.^^

  7. forest 2009.12.01 21:24

    울 딸이 보고 싶은 날은 챈이가 더많이 보구 싶은 날~ ㅎㅎㅎ
    챈, 정말 사랑스럽다~ ^^

    • BlogIcon larinari 2009.12.01 21:53 신고

      이제 막 포스팅할 글에서 김챈의 기도를 좀 보시라니까요.
      대박 귀여움이예요.

      음...일이 좀 끝나신거죠? 여유가 생기시니 바다 건너 그 님이 그리우신거죠?^---^

  8. myjay 2009.12.02 00:01

    때때로 부모도 화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단답형 외우라고 강요하는 쉬운 길을 갈 확률이 높습니다.
    어릴 때는 상당히 체제 순응적인 학생이었던지라... 쩝. 육아는 어렵네요.

    • BlogIcon larinari 2009.12.02 11:11 신고

      날이 갈수록 '때때로'가 '항상'이 되어가니 엄마의 굴욕이예요. 심지어 '어, 엄마가 오늘 왜 이리 화를 안내지? 이상하다' 이런 소리를 듣고요...ㅠㅜ

      아이가 커갈수록 내 인격의 연약함 플러스,
      자본주의 체제 하의 물신만능주의, 성공주의 플러스,
      이런 모든 것들이 거대한 파도 같아요.



문득 떠오른 어릴 적 기억.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쁘고 개인기가 많아서....ㅋㅋㅋ 동네에서 인기가 좋았었는데(진짜라구요) 그래서 우리 엄마 말로는 이런 일도 있었단다. 우리 동네 사찰에 근무(?) 하셨던 스님이 나를 너무 이뻐 하셔서 민가에 나오시면 우리집에 들러서 나를 안아보셨단다. 그니깐 스님이 목사님 집에(거의 교회라 할 수 있음) 들락거리셨단 얘기다. 어려서부터 종교 대통합에 기여한 나?^^
암튼, 이 집 저 집에서 안아가기가 일쑤였다고 하는데 그 중 내가 '엄마'라고 부르던 어떤 엄마가 있었다. 동네 분이셨는데 거의 그 집에 가서 살았던 것 같고, 그 분께 엄마라 부르며 따랐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엄마한테 '사모님'이라고 불렀었다. 서너 살이었으니까 내가 가끔 우리 엄마 품에  가서 '사모님'하고 부르면 주위 분들이 넘어가셨던 기억이 어렴풋 하다.

어쩌다보니 그 시절 우리 엄마처럼 내가 사모님이 되어있다. 그리고 문득 어린 시절 늘 아픈 성도들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던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는 늘 아프고 힘든 성도들 찾아보느라 바빴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늘 내 곁에 없었던 것 같다. 설마 그랬을까만은.....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을 함께 했던 60대 사모님께서 울컥하면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자라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이 그랬단다. '난 어렸을 때 엄마의 눈을 바라본 기억이 없어. 늘 엄마의 일하는 뒷모습만 봤어' 이 얘기를 하시면서 목이 메이며 하시는 말씀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사랑으로 키웠는데....'  그렇게 엄마의 마음과 어린 아이가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사랑은 다른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아주 많이 아팠는데 살짝 그런 생각도 해본다. 엄마는 내가 아플 때만 내 곁에 와주었기에 엄마 사랑이 그리워서 많이 아파버렸던 것이 아닌가?

문득 이 어린시절이 떠오른 것은 며칠 전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이다. 엄마 아빠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늘 친절하고 극진한 엄마. 손님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요리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뭘까? 가끔은 손님들을 위한 배려로 냄새 쥑이는 맛있는 요리를 하면서 두 녀석 후각과 입맛의 기대를 부풀리는 때가 있다. 그러나 정작 너무 매운 요리라서 두 녀석은 맛도 못 보고 냄새만 맡으면서 참기름 간장에 밥을 비벼 먹어야 하는 일이 있다. 한 번도 그런 때 아이들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문득 어린 시절 엄마와 내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오버랩이 된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어느 시기에 내게 있어서 우리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사모님'이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나는 어떤 목마름을 새기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들과 있을 때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기만 하다가 청년들이 오면 급 친절해지고 나긋나긋해지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사모의 탈을 쓴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을 느끼진 않을까?

두 녀석에게 갑자기 미안해지고 그러면서 고맙기도 하였다. 오랫만에 채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큰 접시에 몽땅 담아주기 저녁을 준비했다. 가끔은 이 녀석들도 엄마가 준비하는 식탁의 주빈이 되어야지. 그래야하고 말고. 엄마는 두 녀석에겐 항상 엄마여야 하니까.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사모님? 엄마?  (26) 2009.09.08
시험공부는 애들을 어떻게 만드나?  (18) 2009.06.25
개학이다 자유다  (11) 2009.02.06
스타워즈 폐인  (17) 2008.09.20
  1. 민갱 2009.09.09 09:18

    히히 1빠에요 ^___________^♡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때부터 엄마가 일을 시작하셨는데 항상 바쁘셔서
    학교 행사에도 잘 참여를 못하셨거든요..
    어린마음에 우리 엄마도 집에서 나를 좀 돌봐주셨으면..하고,,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의 그런 사회성(^^)이 제가 지금 살아가는데 있어서
    참 많은 배움과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목자모임때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진심으로 섬기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두 아이들은 학교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참 많은 것들을 배울 거에요..
    구지 말로 하나하나 짚어주지 않아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몸에 배일거에요..

    채윤이와 현승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참 기대되요..^^♡

    • BlogIcon larinari 2009.09.09 13:27 신고

      ㅎㅎㅎ 민갱이 완전히 나았어? 오늘 몸 컨디션은 괜찮아?

      실은 이 글은 애들 걱정이 아니야. 내 걱정이지.
      내가 엄마가 된 지 만 9년인데 엄마됨, 양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거든. 책도 정말 많이 읽고...
      요즘 드는 생각은 애들은 내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배운다. 이거야. 그니깐 애들의 거울에 비춰서 내 말과 다른 내 삶,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른 내 말과 행동을 비춰보려는 것이지.

      목자들이나 청년들에게 대하듯 부드럽고 친절하고 여유있게 우리 아이들에게 대하고 있는가? 이 고민 끝에 나온 글인 것 같애. '섬김'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할 수 있는데 정작 내 가족, 가장 가까운 직장 동료에게는 그런 모드로 전환이 안되잖아 왜.^^

      부모님은 신앙이 좋은데 자녀들이 그 반대인 경우 혹시 부모의 이중적인 말과 행동이 자녀의 신앙여정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도 했었고...^^

    • 굥화 2009.09.09 16:04

      그게 정말... 가족에겐 더 잘안되는 것 같아요.. ㅠㅠㅠ

    • 호야맘 2009.09.10 21:38

      엄마가 되기란 정말로 어려운것 같아요.
      저도 아이에게 한결같은 엄마가 되고싶은데
      항상 이중성을 보이죠~ (특히 혼내고난뒤...)
      그래도 사모님을 보며, 채윤이를 보며 그림을 그려요.
      항상 감사해요... 멀리있어도 항상 삶을 나누는것 같아서...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14 신고

      내가 더 고맙다. ㅜㅜ 이렇게 형편없는 엄마를 보고 그림을 그린다니... 더 잘 할께!^^

  2. 굥화 2009.09.09 12:47

    어릴때 늘 저희 엄마도(사모님도 아니신데...ㅋㅋㅋ)
    손님들을 거의 매일 초대하셨고 친구분들이 놀러오시고
    그래서 어릴때 한번은 괜히 심술이 나서는
    마침 엄마가 잠깐 장보러간사이에
    친구분들이 놀러오셨는데
    엄마가 모르는사람들한테 문열러주지말랬다고
    문밖에서 30분넘게 서있게했던적이 ㅋㅋㅋㅋㅋㅋ
    이럴때만 엄마말 잘듣는 아이처럼 ㅋㅋㅋ

    그치만 크니까 오히려 집에 사람들 흔적도 없이 조용했다면...
    아우 ㅋㅋㅋ 생각하기도 싫어요
    가끔은 소외감도 느끼고 질투도 느끼지만
    좋아요! 다 ㅋㅋㅋ

    그리고 또 손님온 걸 이용해서 뭘 얻어내기도 하자나요?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09.09 13:30 신고

      굥화는 아무리 봐도 어릴 적부터 포스가 남달랐어. 요즘 찬사를 받는 편집짱식 리더십이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군하.ㅋㅋㅋ

      난 엄마 아버지가 동생이랑 집에 두고 심방 다니셨던 기억이 슬펐던 것 같애. 밤에 심방 가시면 둘이 너무너무 무섭기도 했었고... 그래서 동생이랑 기발한 장난도 많이 하고 남달리 끈끈한 남매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ㅋ

  3. hs 2009.09.09 13:33

    어릴 적에 그러셨을 것 같았어요.^^
    딱 그림이 그려지네....ㅋㅋ

    아이들에게 비췰 모습을 겅정하시는 걸 보니 걱정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런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문제죠.

    • BlogIcon larinari 2009.09.09 13:36 신고

      엇, 이 시간엔 해송님 접속하실 시간이 아닌데...^^

      그니깐요. 크게 걱정을 하기보다는 해송님 말씀처럼 최소한 이런 생각이라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학원 동기는 지금 피아노 가셨는데...ㅎㅎ

  4. 수기 2009.09.09 17:32

    참 안타깝게 모든 것을 다 잘할수는 없는것 같아요
    어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서
    아이가 어쩜 저럴수 있을까? 답답하고,, 화가나고,, 막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거든요,, 정말 저런 아이를 키우게 되면,, 어휴,,
    그런데,, 원인이 부모에게 있더라구요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말 한마디 안하는거예요
    아이는 관심받고 싶어서 문제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부모가 교육하지 않아서 나이에 맞게 행동하지 못했더라구요ㅠㅠ
    아이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걸 알게 되었죠..
    부모가 된다는거,,
    생각만해도 쉽지 않은것 같아요
    채윤이와 현승이를 보면,, 도사님과 사모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수있는 것 같아요^^*
    사모님과 엄마,, 화이팅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17 신고

      멀리 가서 찾을 것도 없이 내가 안정되고 좋으면 애들도 편안해 보이고, 내가 불안하면 애들 볶게 되고 그러면 애들도 세상 살기 힘들어하고... 그대로, 심는대로 거두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 존재만으로 귀한 것처럼 나는 내 존재로 애들에게 기댈 곳이 되는 엄마가 되도록 해야쥐....^^

  5. BlogIcon 털보 2009.09.09 19:29

    싸모님 전에 만나서 저희에겐 실님이 되었죠.
    너무 걱정이 많아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왜냐하면 잘하구 계시니까.

    • mary 2009.09.11 16:22

      저두 동감!
      항상 애들에게 잘 할 수야 있겠음? 가족이란 좀 원래 그런거 같아. 나의 감정을 가감없이 보여줄수 있는 곳이니깐.
      기본적으로 부모가 행복해면 애들도 행복하다 - 난 이렇게 생각함. 사모님이 정말 행복하면 그게 엄마인거겠지?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17 신고

      그렇다면 걱정 꽉 붙들어 매겠습니다~^^

  6. BlogIcon *yoom* 2009.09.09 23:21 신고

    저에겐 사모님이신게 넘 고맙기만 하고요..ㅋ
    아..근데 참 아이러니인게 저두 식구에겐 항상 친절하긴 어려워요..
    언젠가 이마트에서 엄마랑 약간의 냉전이 있는 상태에서 교회분을 만나서
    그분과 막 웃으면서 인사하고 얘기 했는데
    엄마가 '야 너 참 밖에서는 잘하는구나? 흥'하시면 통명스레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분이 주일학교 같이 하셧던 분이었는데
    이건....딸? 교인?ㅋ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20 신고

      그건 딸, 교인....ㅋㅋㅋ
      흔히 교역자 자녀들이 제대로 신앙 갖기 어렵고 방황도 많이 한다는데 난 부모님이 밖에서 모습과 집안에서 모습이 너무 달라서 아이들이 부모님이 가진 신앙 자체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해.
      말하는 만큼, 가르치는 만큼,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만큼 살자는게 내 인생관이 되고 있는 것 같애. 윰, 오랫만에 만나는 느낌이다. 울집 컴터가 나가서 시댁에 와서 댓글 몰아서 달고 있거든... ㅜㅜ

  7. forest 2009.09.10 14:49

    저 요즘 저렇게 예쁘게 담지 않아도 되서 아주 좋아요.
    얼마전 울 딸 집에 있을 때 저렇게 담아줬더니
    털보가 무척 샘 내더군요.

    아무리 어른같아 보여도 애는 애더라구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엄마로 남아계시면
    스스로 걸어서 크는 아이가 될거예요.^^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21 신고

      저희 애들은 아빠를 쌤내는데...ㅋㅋㅋ
      이젠 정말 바쁜일 끝나신 거지요?
      아, FOREST님도 오랫만에 뵈는 느낌이넹.
      내일 얼굴 뵈면 너무 반갑겠어요.^^

  8. 영애 2009.09.10 21:06

    밖에서나 집에서나 동일한 모습이여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밖에서는 마냥 착한? 여자인데~
    집에서는 엄마가 하는 말이
    상전이 따로 없다고 ..........ㅜㅜ
    저도 좀 착한 딸로 거듭나야겠어요~~^^

    채윤이와 현승이 두분의 모습 닮아
    아주 바르게 자랄꺼예요!!^^
    암요~~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22 신고

      시집 가기 전에 상전 노릇좀 해도 된다.
      언제 그렇게 상전 노릇 해보겠니?^^
      암~^^

  9. 2009.09.11 00:21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24 신고

      진실한 나눔임돠. 그 마음이 크게 위로가 됨다.
      연락은 주저 마쉽시오. 날이 추워지면 것두 못함돠.

  10. myjay 2009.09.12 11:25

    감동...!

    • BlogIcon larinari 2009.09.12 16:27 신고

      아주 듣고 싶었던 칭찬을 들은 느낌이예요.^^
      많이 바쁘신가봐요.
      제 앞가림 하기도 바빠서 소식을 접하고서도 분통만 터뜨리고 있는 일에 그 바쁜 시간 쪼개서 행동하시는 MYJAY님 뵈면서 죄송한 마음 감사하단 마음 교차합니다.
      써놓고 보니 이건, MYJAY님 블로그에 가서 써야하는 말인 것 같네요.^^;;

  11. BlogIcon dreamrider 2009.09.14 09:37

    부모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거 같아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절 너무 사랑하셨지만... 전 그걸 외곡해.. 아파했었으니깐요..
    내적치유를 받으며 깨닫기까지 힘들었었어요.. 그것 역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지만...

    반대로 부모가 된 지금.. 자식들 역시 그런 상처를 부모에게 줄 수 있구요...
    저희 부모님은 저 때문에 얼마나 아파하셨을가요?

    효도해야 되는데...

    • BlogIcon larinari 2009.09.16 14:20 신고

      저 역시 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어린 시절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그래서 맺혔던 매듭을 풀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힘든 만큼 하나님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 앉을 수 있었구요.

      저의 부모님 떠올리다 보니 제가 제 의도와 다르게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새기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아, 부모님 마음이 내게는 상처로 왔지만 결국 사랑이었구나를 다시 깨닫기도 하구요.

      저의 매일의 기도는 가장 가까이서 제 삶을 낱낱이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말하는 만큼 사랑을 보여주며 살자는 거예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