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과학 단원평가 30점을 맞고 나서 뻔뻔하게 '엄마 나 공부좀 시켜' 이렇게 대들길래 이번 기말고사에 공부를 좀 시켰습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네 과목을 같이 외우고 문제집 풀고요.

아~ 시험공부 하는 것도 전쟁입니다.
엎드려서 문제집 풀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해가지구

'엄마, 현승이 나가서 못 놀게 해줘.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쟤는 학교도 안 다니면서 공부도 안하고 나가서 놀면 내가 얼마나 부럽겠어?' 라는 말이 되는 지 안되는 지 모르겠는 타박을 일삼고...

'엄마, 내가 대단한 거 발견했어. 내가 시험을 국어, 수학, 과학, 사회를 보잖아. 이걸 첫 글자만 따서 이어서 부르면 국수과사가 된다. 으하하하...웃기지?'



시험공부를 시키면서 제일 난감한 과목. 사회 과목! 1,2학년 때 바른생활이라 불리던...
위의 문제를 보면 도대체 정답이 뭘까 싶습니다.
제가 다 답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세 가지 서술형 답이 주어져 있지요.

1. 견학가기 전에 견학지에 미리 연락을 한다.

2. 견학을 할 때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한다.
3. 꼭 필요한 질문을 준비하여 질문하다.

이 세 가지를 외우면 저 문제는 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거야 정말 외우게 하면 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견학하기 전에 연락해서 예약하는 거 필요하지만... 모든 견학지가 다 조용해야 하는 것 아니고, 질문을 몰라서 하는 거지 꼭 필요한 질문을 재다보면 어떻게 질문를 하겠냐고요?

이런 식의 퐝당한 문제가 사회 과목에서는 정말 많고, 시험에 안 틀리려면 그걸 그대로 외우면 되고... 이런 식으로 6년 3년 또 3년을 공부하다보면 생각할 줄 아는 애들 획일화된 정답에 가두기가 딱이겠드라구요.

물론 저는 대충 외우도록 하고, 이건 시험문제에 그렇게 쓰기 위한 거라고, 이런 경우 대부분 니 생각이 맞다고 설명은 했지만 삶과 유리된 교육.... 아, 어렵습니다.


이 문제도 사실 처음에 풀이과정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 문제는 8단을 외우면서 푸는 문제더라구요. ㅋㅋㅋ


문제의 의도야 '의식주'를 골라라는 '엄마, 오늘 아빠가 차 갖구 갔어? 주차장에 차 있어?'를 매일 확인할 정도로 걷는 걸 싫어하는 채윤이로서는 'ㄴ'의 자동차는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걸 가지고 '넌 틀렸어' 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ㅜㅜ

암튼, 오늘 채윤이는 학기말 평가를 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엄마, 나 시험볼 때 기도해도 돼?' 합니다. '그럼, 잘 집중해서 풀게해 주세요. 공부한 내용이 잘 생각나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시험 봐' 했습니다.

아효, 우리 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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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09.06.25 10:33

    문제는 채윤이가 아니라 채윤이 답이 정답인 걸 모르는 우리 교육계입니다용.
    아니 이제는 선생님들도 좀 이런 답에 두 배의 점수를 보너스로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채윤이 화이팅입니다.
    아, 그리고 울문지도 한때 그랬답니다.
    그 시험지 보고 좋다고 함께 웃었던 게 우리들이기도 했던 걸 보면 우리도 참 철이 없었던 듯 싶습니다.

    대학교가서 제일 좋았던게 답을 내맘대로 쓸 수 있다는 거였던 거 같아요. 일단 답이 없는 문제들이 종종 나왔으니까요.

    • larinari 2009.06.26 09:05

      털보아저씨께서 외쳐주신 화이팅을 채윤이에게 꼭 전할께요.채윤이가 성격이 긍정적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점수로 스스로를 측정하거나 그래서 비하하지는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2. 대구댁 2009.06.25 11:58

    진짜 삶과 유리된 교육... 좀 그렇다요 ㅠ.ㅜ
    제가 아는 미국서 10년간 공부한 초등학생이 있는데 여기와서
    시험문제에 적응하기가 힘들대요 들어보면 정말 그 아이 말이 맞아요
    영어문제도 4가지답을 어느것이나 넣어도 미묘한 차이로 다 쓸 수 있는데
    한국은 꼭 정답을 요구한다면서...
    암튼 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공부할수 있는 멋진 학교현장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larinari 2009.06.26 09:07

      그런 멋진 학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들어가기가 일단 억수로 어렵고 사립교육이니까 돈이 엄청 많이 든다는 거지요.
      저는 아마 채윤이가 학교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이런 학교에 다닐 거예요. 그저 이런 곳에서 그나마 좋은 선생님 한 두 번 만나고, 성적으로 자신이나 남을 평가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아이로 격려하며 키우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3. hayne 2009.06.25 14:19

    채윤이 답 명답이다. 생각은 명쾌하고 답은 거침없고.
    웃음 빵 터졌다네 (미안~ 엄마는 심각한데..)
    근데 25번 정답이 뭘까 궁금하넹.
    아직 나눗셈은 안들어갔을테니 '336 나누기 8' 은 아닐테고 말이지. 어렵네.

    • larinari 2009.06.26 09:10

      저 하나도 안 심각해요. 저도 재밌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답이 덜 나와서 속으로 살짝 '이렇게 채윤이는 적응하는 것인가' 싶으면서 섭섭하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저 풀이과정은 먼저 2곱하기8은 16이므로 일의 자리 6을 남겨두고 10의 자리는 올림한다. 어떤 수와 8을 곱한 것에 10을 더한 수가 330 이므로 8곱하기 4는 32... 그러므로 어떤 수는 4이다.

      요정도?가 정답이죠. 채윤이 말이 딱 맞는거예요. 8단을 외우면 된다!

  4. forest 2009.06.25 15:23

    저 웃음 팡 터졌습니다. 엄마는 심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뭐.. 울 딸도 저런 시절 다 겪고 컸구,
    돌이켜보면 울 딸은 더 심각했었습니다.ㅋㅋ

    거침없고 명쾌한 답에 저두 덩달아 명쾌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 larinari 2009.06.26 09:11

      저도 채점하다가 빵 터졌습니다.ㅎㅎㅎ
      어제 시험보고 와서 자기 모르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올백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 긍정적인 여인을 어찌해야 좋을지요.^^;

  5. myjay 2009.06.25 18:19

    교육을 생각하면 저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특히 저의 중고등학교 시험을 떠올리면 지식을 위한 공부라기보다는
    아이큐 테스트 같았던 많은 문제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이..
    역사 문제의 상당수는 연도 맞추기였는데 과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싶습니다. 참나...

    • larinari 2009.06.26 09:13

      아우, 저두요. 3세기인지 4세기인지 근초고왕... 뭐 이런거... 세계사두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기냥 달달 외워야했던게 얼마나 많았는지...

      대학에서 교양시간에 근대사 과목 들은 적이 있는데 의식있는 강사셨어요. 진짜 재밌고 외우려고 안해도 외워지드라구요. 중고딩때 역사를 이렇게 배웠었으면...싶었었지요.

  6. BlogIcon 采Young 2009.06.25 21:16 신고

    갑자기 이런 교육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응근 열받는데여 ㅋㅋ
    그러면서 갑자기 대학가서도 직장에서도 창의성을 요구하잖아여.
    젊은 애들 사고하는게 너무 똑같다며 비난하시공..

    아무튼 짐 보니까 문제 디따 황당하네여~~~

    • larinari 2009.06.26 09:15

      맞다. 중고딩까지 교육은 저렇게 해놓고 대학이나 직장생활에서는 창의력을 요하고...
      헌데 초딩에서 창의력 문제 나오면 더 황당해. 젤 황당한 건 모든 창의력 문제에도 다 정답류가 있다는 거.

  7. yoom 2009.06.26 09:22

    저 지금 저런 교육 받고 고생하구 있어여~
    질문있냐고 해도 뭘 해야할지 몰겠구
    니 의견이 뭐냐구 물어봐두 내 의견이 뭔지 모르겠고..
    그래도 한국에선 꽤 질문하고 의견 냈는데
    영어루 하려니 머리는 백지 입니다 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06.26 09:33 신고

      그러면, '제가 원래 아이어뱅큰데요... 영어로 할려니 잘 안나와서 그래요'라고 영어로 말해. 아침은 먹었니?
      윤미 많이 보고싶네.

    • BlogIcon *yoom* 2009.06.26 09:41 신고

      고럼요 아침 안먹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사람입니다 ㅋㅋ
      죽도 먹고 빵도 먹고 지금 또 커피랑 빵이랑 먹고 있어요
      엥겔지수 넘 높아요... ㅎㅎ
      우훗 나도 실시간이당 ㅋㅋ

  8. 영애 2009.06.26 10:27

    견학 갈땐 막 가면 안된다!!ㅋㅋㅋㅋㅋ
    완전 정답이네요!!!ㅋㅋㅋㅋㅋ
    신실샘 집에 갈때도 막 가면 안된다!!
    어렌이지 해놓고 가면 되죠??ㅋㅋㅋㅋ

    • 2009.06.26 16:38

      미리 연락하고
      큰소리로 말하지 않고 조용히 하고
      질문 준비해가면 되지 않을까?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06.26 19:23 신고

      ㅋㅋㅋㅋ 빙고! 정답!
      꼭 필요한 질문만!


내 일찌기 다른 엄마들이 방학했다며 클났다하고 개학했다며 신난다 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다.
아뉘, 애들 아침부터 깨우지 않아도 되고, 숙제 걱정 안해도 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없이 쉴 수 있는 방학이 어찌 싫단 말인가? 라며 자질부족의 엄마라는 식으로 속으로 비웃었으나....

지난 화요일 두 녀석 개학하고 혼자 오전에 집에 있어보니 이게 딴 세상이다. 개학은 곧 엄마의 방학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으니 말이다.
방학 한 두 번도 아닌데 왜 이리 느낌이 다르지? 생각해보니, 지난 방학은 모두 아빠의 방학에 무게가 더 기울어져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월요일마다 내려가던 아빠가 늘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매 번 방학은 이벤트 그 자체였었는데 이번 방학부터는 학생이 아니라 말하자면 직장인의 신분으로 출퇴근 하시며 새벽기도 하시니.....그저 한 달 내내 셋이서 집 안에 꽁꽁 묶여있던 터였다.


아침 멕여놓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좀 쉴라치면 '엄마, 뭐 먹을 거 없어? 배고파' 이러면서 들이대고,
하루종일 지 에미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꼴을 못 봐주시니 말이다.


날씨도 추운데다 자동차도  맘대로 쓸 수가 없는 뚜벅이 신세가 되어 어디 데리고 나가기도 힘들고...
방학내내 집에만 있다가 잠실 교보문고에 한 번 나가게 됐는데 우와, 비록 만화책이긴 하지만 책을 사자마자 읽고 싶어서 난리를 치더니 지하철에서 꼼짝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지시기도 하였다.


어릴 적 생각하면 그래도 혼자서 만들고, 부시고, 읽고, 그리고, 음악 듣고, 춤추고 참 잘 노는 편인데...

애들이 있으면 책을 읽어도 읽는 것 같지 않고, 조용한 묵상도 안 되고, 아무 때나 내 시간 치고 들어오는 통에 짜증만 나고....

방학 말기에는 언젠가 현승이의 그림 속에 있던 이 표정으로 하루죙일 보냈다.
노래도 하나도 안 하는데 목이 꺼끌꺼끌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고....
 
아, 정말 개학이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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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아 2009.02.06 15:12

    그러게 언니....진짜루 지인짜루 그렇지? 나는 막달이다 ㅋㅋㅋ 유진이 녀석 달고 다니는 것도 이번 달이 막달이지 ^^ 비록 아덜이 밥먹고 12시반이면 와도... 그래도 조오타

    • larinari 2009.02.09 12:28

      대단하다. 기미나!
      유진공주님을 옆에서 몸종으로 뫼신지가 어언 몇 년이냐?
      그 세월 어디다 집어넣지 않고 집에서 뫼시느라 진짜 고생많았다. 기미나만 할 수 있었던 일이야. 비록 등짝에 무늬는 쫌 새길망정....ㅋ

  2. forest 2009.02.06 18:34

    정말 그렇다니까요.
    방학이 곧 엄마에게는 개학시작, 개학이 엄마에게는 방학.^^
    제가 쓰레빠신고 커피마시러 가는 것도 미루고 있는 이유가
    방학이라는데에 있다니까요.ㅋㅋ
    본격 개학하면 쓰레빠 끌고가서 쌍으로다가 커피마시고 와야쥐~^^

    얼마 안있음 헤어질 딸과의 동침도 이게이게 여러달 되다보니
    현승이 그린 저 무써운 얼굴 나왔습니다요~ㅋㅋ

    • larinari 2009.02.09 12:29

      마지막 시험을 위해 나갔죠?
      너무 긴 방학을 얻으시는거죠. 이제는...
      이번 주 지나면 또 봄방학인데요. 방학 때 쓰레빠 마실도 좋아요. 그렇게 와주시면 제가 잠시 해방이 되잖아요. 아셨죠?ㅎㅎ

    • BlogIcon forest 2009.02.09 14:40

      정말 오늘로서 마지막 셤을 끝냈어요.
      에휴~ 제가 다 홀가분하네요.
      울 딸이 완전 어렵다고 마음 탁 접으라네요.
      오늘 저녁에 오면 이제 마음 놓고 좀 쉬어야겠어요.^^

  3. hs 2009.02.06 23:52

    ^^ 이해가 됩니다.
    요즘에는 자녀의 수가 적은데도 그런데 예전에 우리들 어릴 때는 한집에 최소한 다섯명은 넘었었으니 정말 우리 어머니들게서는 힘든 시절에 자기 생활도 없이 고생만 하시다 세상을 떠나신 것 같습니다.

    몇일 있으면 또 봄 방학이니 열심히 즐기세요. ^^

    • larinari 2009.02.09 12:31

      확실히 요즘에는 애들에게 너무 에너지를 많이 쏟는 것 같아요. 먹이는 거, 공부시키는 거, 심지어 노는 것에 시간관리까지 엄마들이 다 하는 게 대세라서요...

      담주면 또 방학이예요.ㅜㅜ

  4. 신의피리 2009.02.07 14:27

    미안하다...

    • larinari 2009.02.09 12:43

      당신한테 미안하단 소리 들을 일 없었으면...^^;;

  5. hayne 2009.02.07 15:38

    애들 아침부터 깨우지 않아도 되고...
    이저 무지 공감가는 말이야. 나두 그래서 방학이 좋거든.
    근데 개학해서 기원이가 없는 오전이 어찌 그리 평화롭게 느껴지든지.
    저 혼자 잘 놀고 날 졸졸 따라다니는 것두 아닌데..
    방학땐 그저 애들을 위해 뭘 해야한다든지 나 자신을 위하 뭘 해야한다든지
    뭐 이런 생각들이 스트레스를 주는거 같아.
    그래서 이번엔 암 생각없이 그냥 흘러가는대로 지냈더니
    정말 한게 하나도 없넹
    개학은 개학이라 좋고 방학은 방학이라 좋고 뭐 이랬음 좋겠다~

    • larinari 2009.02.09 12:32

      처음 개학했을 때는 무지 좋았는데요...ㅎㅎ
      요즘 아침 점심으로 애들을 태우고 하남으로 날아다니잖아요. 것두 또 힘이 드네요.

      정말 마음을 좀 바꿔야겠어요.
      개학은 개학이라 좋고, 방학은 방학이라 좋고...


지난 번 극장을 통째로 빌려서 스타워지 에니메시션을 보고난 이후.
아빠를 시작으로 우리 집에 스타워즈 중독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더니 급기야 네 식구 모두 감염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완전 넷 다 스타워즈 폐인이 되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던 1977년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성인이 될 때까지 영화를 쉽게 볼 수 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빠나 엄마나 그 재밌다는 스타워즈의 세계를 모르고 살아왔다. 이번에 본 스타워즈 에니메이션 <클론의 전쟁>도 사실 영화는 너무 보고 싶고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고해서 찾은 영화였다.
그걸 보고 나서 아빠의 기억 저 편에 있던 스타워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거기 나오는 알투, 쓰리피오등의 로봇이 현승이와의 대화 속에 살아나오면서 다 지나간 영화 더듬기는 시작되었다. 총회 때문에 일주일 집에서 쉬는 아빠, 운동회 때문에 숙제도 비교적 가벼웠던 채윤이 이런 게 맞아 떨어져서 한 일주일간 지나간 스타워즈 빌려보기로 네 식구가 폐인이 되었다. 넷이 모였다 하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떻고 다쓰 베이더가 어떻고 광선검이 어떻고....

혼자 침대에 누워 책이라도 보고 있으라치면 어느 새 아빠와 아이들 둘이 스타워즈 얘기로 정신이 없는데 가만 듣고 있으면 30년의 나이 차이을 넘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 셋의 대화로 들릴 뿐이다. 가끔 어른 둘이 대화를 할 때는 스타워즈에서 건져올린 더 심오한 철학을 논하기도 한다.(심오하다고 얼마나 심오할까?ㅋ)

홈 씨어터는 커녕 TV도 없는 집에서 쬐만한 컴퓨터 모니터에 넷이 달라붙어 앉아 오징어 구워놓고는 스타워즈에 심취하는 맛. 이 궁상맞은 기억은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얼마나 멋지게 자리잡아가고 있는지.
 

재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여자와
의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남자가
함께 영화를 보려니 그 중간지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일인지...
그 중간지점을 찾아준 것은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화를 고르다 만난 픽사영화들은 둘 사이의 중간지점은 물론 네 식구
모두를 열광케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영화를 제대로 좋아하고 영화평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아빠는 최근에 <박찬욱의 오마주>를 보면서 영화와 글을 연결시키고 싶은 꿈틀대는 본능을 캐치했나보다.
나중에 형편되면 가정용 프로젝터를 꼭 사고 싶다는, 그리고 제대로 보고싶은 영화들을 보고 영화설교 같은 것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셨다.


픽사영화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보고 또 보고' 친구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 DVD를 많이 사주고 그걸 보고 또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싶다는 아빠는 마트에만 가면 DVD 주변을 서성거리다 엄마한테 한 소리 듣기 일쑤다.
MBTI로 분명 N, 직관형일 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은 채윤이 같은 감각형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듯 하다. 픽사영화와 함께 아이들이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 영화들이다.

무엇보다 이런 영화들이 식구들만의 비밀스런 은어를 만들어 쓰게 하고, 30년의 세대 차이를 넘어서 풍성한 대화를 하게 한며 세대공감을 자연스럽게 일구어 낸다는 것이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이런 류의 세대공감이 가능해진 것은 다름아닌 부쩍 자란 현승이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새 영화자막을 대충 읽기도 하고 그 어눌한 말투로 영화의 등장인물과 대사와 스토리들을 줄줄 꿰기도 할만큼 자란 현승이 덕에 넷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현승이가 자라서 우리와 이런 공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반가운 만큼 삼춘기를 맞은 채윤이가 언제 사춘기에 돌입하여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식구들을 따시킬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넷이 이렇게 킬킬거릴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생에 얼마나 될까 싶다. 기나긴 인생에 오늘같은 꿀같은 시간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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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yne 2008.09.26 12:09

    올만에 나타나서는 우르르르 쏟아놓으니 읽는 사람 숨차다.
    분량상 어디 보내는 원고쯤 되는거 같고.
    영화보기가 담주로 계속 이어지던지 아니면 약간의 금단현상이 오는건 아닌지 ㅋㅋ
    암튼 매우 재미난 일주일이었단 말씀.
    내가 본 영화는 가운데그룹중 4편, 마지막 그룹중 1편 그게 다네.
    이 영화포스터는 직접 모아 편집하셨나?

    • h s 2008.09.26 13:18

      ^^ 저도 숨이 찰까봐 나중에 와서 천천히 봐야겠어요.
      오늘 목장 모임이 있는 날이라 맴이 바쁘네...ㅋ

    • larinari 2008.09.26 20:42

      해송님! 오늘 목장모임 간식 알아요.
      집에서 빚은 송편 드셨죠?ㅎㅎㅎ


      hayne님!
      마지막 그룹에서 보신 한 편, 그 DVD 저희 집에 와 있는 거 아시죠?^^ 담번에 갖다 드릴께요.
      영화 포스터는 직접 모아 제작했습니다.
      크기 맞춰서 편집하느라고 머리털 빠졌습니다.ㅋㅋ

  2. BlogIcon 털보 2008.09.26 15:26

    히야, 이거 뭐 이렇게 죄다 건전한 영화들만 보시는 거야요.
    저는 울나라에서 개봉 못한 아주 조오치 못한 영화들만 찾아서 본다는... 혼자서... ㅋㅋ

    • larinari 2008.09.26 20:43

      '애들은 재웠수?' 라고 아세요?ㅋㅋ
      이건 애들 재우기 전에 보는 영화구요.
      여기까지!ㅋ

  3. BlogIcon forest 2008.09.26 21:26

    자자.. 이제 내용을 달달 외우는 단계로 진입하시겠습니다.ㅋㅋㅋ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 특별전도 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은 편이예요.
    픽사의 애니메이션 시작하는 화면도 얼마나 귀여운지...^^
    저희 집도 삼분의 일 정도는 본 것 같으네요.

    네, 맞아요.. 다같이 보는 즐거움이 그리 길지 않아요.
    많은 추억을 만드시길...

    • larinari 2008.09.27 11:18

      타코양이 <사운드 오브 뮤직 > 외우듯이요.ㅎㅎ
      픽사전에 가기로 애들하고 약속하고 채윤이가 입장료 쏘기로 했었는데 결국 못갔어요. 너무 아쉬운 거 있죠.

  4. hs 2008.09.26 22:48

    "기나긴 인생에 오늘같은 꿀 같은 시간?"

    인생의 모든 시간을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면 인생이 꿀같은 인생이 되는 거죠.
    어느 시기이든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면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꿀같은 순간인 셈이구요. ^^

    그런데 우리 목장 간식은 어찌 아셨남요?
    다녀 오셨나?^^

    • larinari 2008.09.27 11:18

      제가 스타워즈에 빠져 있다보니 제다이의 포스를 좀 갖게 됐어요. 다 꿰뚫게 되더라구요.ㅋㅋㅋ

  5. 유나뽕!!★ 2008.09.29 11:27

    어쩐지 주일에도 현승이가 스타워즈 봤다고 자랑하더라구요 ㅎㅎ

    근데 저도 스타워즈 제목만 알고 아는게 별로 없어서;;
    다스베이다!!! 정도로 밖에 못 받아쳐줘서 아쉬웠다는 ㅎㅎ

    으흐으흐~ 주일날 싸모님이랑 인사하고 이야기 하기
    넘 어려운거 아니냐규용!!

    완전 인기쟁이!!!!!!

    • larinari 2008.09.29 19:19

      어제 유나 만났을 때 나도 좀 간만에 얘기좀 할려고 했었는데...내가 어제 그 시점에 약간 열이 올라 있었거든.
      머리에서 김 나는 거 못 봤어?ㅋㅋ
      어제 미안했다규~

  6. BlogIcon myjay 2008.09.29 17:27

    어린시절 스타워즈 1편을 봤다면 스타워즈 시리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시스의 복수편 개봉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월차 소동'이 있었다고 하니 어른들이 더 난리인 셈이지요. 픽사 애니메이션은 룩소 주니어 단편부터 월E까지 한편 한편에 쓰인 컴퓨터그래픽 기법들은 수십편의 논문을 쓸 정도로 그래픽이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좋습니다. (사실 저는 픽사의 존 라세터라는 사람을 대학교 때 논문과 세미나로 먼저 접했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주저리주저리 할 말 많은 애니메이션이라 오늘은 좀 달렸네요.^^

    • larinari 2008.09.29 19:22

      아~ 그러시구낭.
      남편이랑 같이 '우리는 왜 스타워지를 비켜왔지? 왜 이제사 스타워즈에 빠진거야?' 하는 얘기를 했어요. 둘 다 처음 스타워즈가 나왔을 때 영화를 접할 환경이 못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myjay님 블로그에서 월.E 피겨 보고 쇼핑몰 돌아다니다 다쓰베이더 피겨도 봤어요.^^ 저희 현승이가 다쓰베이더 피겨레 꽂혀가지구...ㅎㅎ
      글구 스타워즈 화보도 유심히 봤죠.

  7. 동감 2008.09.29 18:34

    크크...웰-E는 보셨낭여? 오빠가 아들을 보여주고 있던데...화질좋아여~~ㅋㅋ

    • larinari 2008.09.29 19:23

      월.E는 애들하고 나만 극장에서 봤어.
      아빠를 못보여줘서 DVD나오면 바로 같이 한 번 보려고 해.
      그거 보고나서 한동안 월.E 톤으로 '이브' 부르는게 우리집 유행어였다지.ㅋ

  8. 나무 2008.09.29 22:51

    저도 요즘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져있어요 극장갈때마다 그런 종류만 볼려한다고 도사님께 핀잔을 들었지만 ㅋㅋ
    저도 조오~~기 생쥐나오는 저.. 제목을 모름 ㅋㅋ 저 영화도 아주 잼나게 두번을 봤어요 감동이 있더라구요 ^^

    • BlogIcon larinari 2008.09.29 23:23 신고

      조오~기 생쥐나오는 건 <라따뚜이> 되겠습니다. 저희집에선 제가 맛있는 음식해주면 그 음식 이름이 바로 '라따뚜이'가 되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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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술 후 말을 하지 못하던 어느 날 아침.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일깨워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힘든 몸으로 식사준비 보다 더 어려운 일은 세 식구를 깨우는 일인데....
아이들 학교 갈 시간은 가까와 지는데 세 식구를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소리는 낼 수 없으니 종을 하나 찾아다가 귀에 대고 쨍쨍 울렸습니다.
이렇게 말 없이 세 식구를 깨우면서 스트레스가 턱 정도 까지 올라왔습니다.
남편이 왜 저렇게 아침잠이 많은 지 결혼 10년 동안 풀지 못하는 숙제다 싶으니 더욱 지쳤습니다. 겨우 일어난 남편이 겨우 애들을 깨우고, 늦게 일어난 현승이는 짜증을 내면 앵겨붙고..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아빠한테 쌓여 있던 것이 부글부글할 무렵, 현승이가 안전핀을 뽑은 것이지요.

이런 날 만큼은 좀 일어나서 최소한 내 목소리를 대신해줘야 하는 거 아냐?
새벽기도 갔다 왔다구? 이런 상황에서 그런 핑계는 이기적일 뿐이야.

2.

방학이라 온 식구가 집에 있습니다.
오전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오면서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있었습니다.
집에 와 보니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 아이들이 할아버지 댁에 가지 않는 한 결코 하지 않는 것이 컴퓨터 게임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컴퓨로 에니메이션 DVD를 보는 것이 고작 모니터를 마주보는 유일한 시간 입니다.  두 녀석 시간만 주면 거실에 온갖 것들 다 늘어놓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놀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비록 치우는 게 힘들고 온 집안에 정신이 없어도 컴퓨터 게임보다 백 배 낫다는 생각으로 감수하는 일입니다.
헌데 아이들의 아빠는 본인 편하게 독서하시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애들을 컴퓨터 게임 앞에 놓아두시다니요...
또 혈압이 오릅니다. 나는 자기가 없는 일주일을 어떻게 지내는데....
컴퓨터 게임시키면 내 몸 편한 거 몰라서 내가 못하는 줄 아나? 아빠가 돼서 말야...
애들은 나 혼자 키우냐고...

3.

온 식구가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장보기를 마치고 널따란 주차장에 쇼핑카트를 밀고 들어 섰습니다. 짐이 실려 있고, 현승이가 타고 있고, 채윤이가 매달려 있는 쇼핑카트를 아빠가 삥그르르 돌리기 시작합니다. 다 돌아가면 또 돌리고 다 돌아가면 또 돌리고....애들은 소리 지르고 좋아서 죽습니다.
저는 한 발 물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음에서 혼잣말이 새어 나옵니다.
'우리 애들한테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가끔 마음 깊은 곳에서 새어나오는 말입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셋이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때, 엄마한테 혼나고 아빠 품을 찾아 파고드는 아이들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우리 애들에게 아빠가 있다니...너무 다행이야' 합니다.

내적여정을 하면서 사춘기시절 아버지의 부재가 얼마나 큰 빈공간을 만들어냈는지 새삼스럽게 보게 됩니다. 자꾸 자꾸 새어나오는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는 그 빈 공간에서 나오는 말임을 이제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빈 공간을 모진 책임감으로 채워야했던 사춘기 이후의 시절들이 오늘의 나를 부자유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4.

내 어린시절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채윤이와 현승이에게 김종필 아빠가 있는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일상의 의미없는 시간들을 놀이공원으로 만들어주는 상상력과 건강한 몸을 가진 아빠, 엄마의 날카로움을 관용과 이해심으로 마모시켜주는 아빠, 새벽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주는 아빠.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그 진지하신 몸을 망가뜨려 웃겨주시는 아빠.

이 글을 쓰며 맨 위 두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용서를 선언합니다. 아니 공식적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사랑이 더 진보하지 못하고 늘 같은 문제로 쪼아대는 옹졸함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당신이 우리 아이들의 아빠라서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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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07.30 12:21

    오랜만에 영성에 관련된 글이 하나 올라왔네요.^^

    모진 책임감이 지금의 lari님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니
    이젠 그 몹쓸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유하시길...

    가끔 저런 아빠가 나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저두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망가져 주는 아빠,
    이보다 더 좋은 아빠는 없을 것 같아요~

    • larinari 2008.07.30 14:48

      히히히... 다 아시는구나.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글을 쓰려고 하면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그간에는 최소한 오시는 분들을 그냥 돌아가시게 할 수 없어서 '글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는 마음으로 올린 것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아빠가 잘 해주는 걸 보면 '나도 아빠가 있었음 좋겠다' 싶은 생각 많이 하곤해요.
      하나님 아빠가 계신데 아직 믿음이 부족해서요 하나님 아빠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많으니까요.ㅜㅜ

  2. 진지남 2008.07.30 14:33

    나에게 망가질 수 있는 자유를 가르쳐 준
    당신에게 무한한 영광을...
    침실을 떠돌고 있는 당신의 향기는
    내게 수면제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오?

    • larinari 2008.07.30 14:50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요한복음 6:60)

  3. h s 2008.07.30 18:54

    집 분위기가 화~악 바뀐 것에 와~~!했습니다. ^^

    평소에 귀한 줄도 모르고 하던 말인데 일시적으로나마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시죠?
    귀하게 여기지도 않던 것들 하나 하나 모두 아껴야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전도사님이 뿌듯하시겠어요.

    주변에는 있으나 마나한 아니,차라리 없는것이 더 낫다는 아빠들도 많거든요.
    온 가족이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시는 모습에 저도 참 좋습니다. ^^

    • BlogIcon larinari 2008.07.31 22:31 신고

      말을 못하니 저같은 성격에는 우울해더라구요.
      이번 일로 정말 목 조심하려구요.
      예전부터 나는 성대가 진짜 강한가봐. 웬만해서는 목이 쉬지도 않아. 그러면서 살았었거든요.
      오늘 병원 갔다왔는데 앞으로 한 달은 더 조심하라 하시더라구요.

  4. 2008.07.30 23:23

    비밀댓글입니다

  5. 미쎄스 리 2008.07.31 23:36

    고모 글을 읽다보니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네요.

    김종필 전도사님이 고모 남편이어서 너무 좋고,
    또 우리 자매의 고모부여서 너무 든든합니다!

    조카가 1998년 추석 연휴 어느 날..
    늘 우리 자매만의 차지일 줄 알았던 고모!!의 남친과
    천호동에서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를 봤던 이후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요~ ^^

    • BlogIcon larinari 2008.07.31 22:29 신고

      늘 우리집 막내인 줄만 알았던 지희가 얼굴 되고, 성격 되고, 능력도 되는 박서방을 데려온 그 날부터.
      지희 미니홈에서 알콩달콩 신혼생활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박서방이 우리 지희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고맙다고 생각한다.^^ 이건 고모의 생각!

    • 진지남 2008.08.01 12:17

      지희야 넘 부끄럽구만. ^^;;
      내가 조카들에게 해준게 하나도 없는데,
      너희들이 너무 날 잘 봐준 것 같애.
      벌써 그 영화 본 지가 10년이 됐네.. ㅠㅠ
      밝고 씩씩하고,
      고모보다 더 상냥한(ㅋ)
      지희 조카가 있어서 나도 좋다! ^^

    • 미쎄스 리 2008.08.01 13:10

      음.. 고모!
      박서방이 성격이 되는지는 살수록 잘 모르겠습니다요 ㅋㅋㅋ

    • larinari 2008.08.01 15:20

      고모부가 집에 없어서 하는 얘긴데...ㅋ
      고모부도 사실 성격이 한 까칠해.
      자꾸 까칠하다고 하면 더 까칠해지니깐 참고 있는거야.
      박서방도 자꾸 좋다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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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가 시간이 많아져서 유치원 입학식에도 참석하고,
입학식 마치고 롯데리아도 가고,
어떤 날은 같이 산책도 해주고,
산책 하고 나서는 던킨도넛에도 가고 한답니다.

던킨도넛에서 있었던 일.
식구들 모두 던킨도넛을 좋아하지만 사실 달아서 얼마 먹지를 못해요.
최근 채윤이가 베이글의 담백한 맛에 푹 빠졌지요.
덩달이야 지 입맛이 어떻든 누나가 하는 건 다 해야 하니깐
덩달아 '베이글 하나 추가요!' 이렇게 된답니다.

아이 둘이 베이글 하나 씩 시키고 엄마는 크림치즈 들어있는찹쌀도넛을 하나 시켰어요.
테이블에 받아와 보니 현승이 눈에 엄마가 달랑 도넛 하나 먹는 게 좀 그랬나보죠.
"엄마! 엄마는 왜 쪼그만 거 먹어? 엄마도 베이글 좋아하잖아. 베이글 먹어."하길래...
"돈이 아까워서 그래." 하고 툭 생각없는 말을 던지고 말았지요.
현승이는 이 말을 또 마음에 담았나봅니다.
베이글을 내밀면서 "엄마 짤라서 먹고 줘." 합니다.
그걸루두 맘이 불편했는지.
좀있다가 "엄마, 그런데 그거 하나만 먹어도 배는 많이 부르지~이?" 합니다.
점심 대신 먹는거였거든요.
어쩌나 보려고 "아니지. 이거 먹고 배가 어뜨케 불러."했습니다.
다시 아무 말 없이 없습니다.
한참을 먹다가 다시 "엄마!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니깐 맛있긴 맛있지." 합니다.
현승이 마음이 이뻐서 "응, 맛있기도 하고 이것만 먹어도 사실은 배 불러." 했더니,
헤~ 웃으면서 안도의 숨을 몰아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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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화가 오갈 때 채윤이는 뭘하냐고요?
채윤이는 일단 먹으러 가서는 먹는 거에만 집중합니다.
아~언제 나와. 하고 있다가 나오면 정신없이 먹는 거예요.
잠깐 휴지 가지러 가면서도 이러죠.
"엄마! 내꺼 먹으면 안 돼. 한 입도 먹지마."
저걸 딸이라구.....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에는 롯데리아에서도 커피가 얼마나 럭셔리해졌는지...
일단 종이컵도 아니고, 잔이 저렇게 크고 넓으니 꼭 커피빈
커피 같잖아요?
집에 있으니 애들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다보면
꼭 저런데 들어가서 감자튀김 하나 도넛 하나라도 먹어줘야 하고,
그러면 엄마는 또 커피 참을 수 없고...
그래도 봄햇살 등에 업고 아이들 손잡고 느긋하게
동네를 걷는 기분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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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yne 2008.03.11 12:14

    채윤이 대목에서 완전 깔깔이다~
    사실 채윤이가 별스런건 아닐텐데 현승한테 비교되는 경향이 좀 있다.
    현승아 엄마 아빠맘을 넘 챙긴다~~ 난 왜 이게 좀 걱정이 되냐??
    근데 롯데리아 없어진게 아니고 이사간거야?

    • larinari 2008.03.11 14:08

      롯데리아가 없어진줄 알았더니 쪼개져서 던킨, 배스킨, 롯데리아 세 개가 나란히 생긴거예요.ㅎㅎ
      저도 현승이 녀석 이러다가 심하게 배신 때릴 날이 있겠지 싶어요.

  2. BlogIcon ♧ forest 2008.03.11 12:17

    저는 저 기분 아주 잘 알지요.
    뭐.. 부자가 된 것도 아닌데 여유있는 발걸음에 남부러울 것 없이 좋고,
    뭐 특별한 일없이 잠시 시간이 나면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봄날 바람도 빛도 아주 좋아요. 흠뻑 여유에 젖어보세요~

    아마도 아들키우는 맛이 그런건가봐요.
    저는 아들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딸보다 아들이 어릴 적엔 더 애틋하게 구는 것 같아요.
    딸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애틋함을 키우는 것 같구요.

    • larinari 2008.03.11 14:12

      너무 잘 아신다~^^
      사실 이렇게 생긴 여유가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 심히 불안하고 그랬어요. 그나마 요즘은 불안을 좀 내려놓았어요.

      채윤이는 정말 클수록 친구가 되어줄 것 같아요.
      현승이가 여자친구에 빠져서 배신을 때릴 즈음에는 채윤이랑 같이 현승이 씹으면서 알콩달콩 지내야죠.ㅎㅎ

  3. 신의피리 2008.03.11 19:41

    현승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훈련 시킨다.
    장가가면 끝이다.
    엥겨 붙을 생각 마라, 현승아~

    • larinari 2008.03.13 22:33

      엄마와 현승이 사이의 균열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아빠.
      그래도 너무 속상해 마슈. 현승이가 저래도 언젠가 당신이 어디 갔다가 늦게 들어오는데 현관문 소리 나니까 그러대. '어? 엄마가 세상에서 젤 사랑하는 사람 들어왔다'
      걔도 속으론 인정하고 있어.

  4. h s 2008.03.11 22:50

    현승이나 채윤이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언제나 입가에 함박 웃음꽃이 핀답니다.ㅎㅎㅎㅎ

    에 쿠~! 조~오기 아빠 말씀을 현승이가 듣는다면 아빠한테 완죤 정내미가 떨어 질 것 같은데....ㅋㅋ

    • larinari 2008.03.13 22:52

      그럴 수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아빠의 바램이예요.ㅎㅎㅎ
      빨리 애들 독립시키고 빼앗긴 자리를 되찾고 싶은거죠.

  5. 사니 2008.03.12 08:41

    와 !! 완죤 여유다^^
    날씨가 좋아지긴 했지?

    나도 요즘 퇴근하고 의진이데리고 집에 오면 주차해놓고 동네 한바퀴돌거덩
    우리집 앞에 3:30분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거기가서 의진이랑 데이또 하거덩
    근데 그 자식 내가 먹는 천원짜리 떡볶이가 늘 탐나는지
    "엄마는 어른이니까 매운 것 먹고 나는 빵(핫바) 먹어" 먹는 내내 옆에서 떠든다니까... 아직 현승이처럼 엄마 생각이 깊지는 못하제ㅜ.ㅜ
    그래두 내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데
    의진이랑 현승이 닮은데가 많은 것 같아....

    동네 한 바퀴돌다가 언제 던킨앞에서 벙개 한 번 해 볼까? ㅎㅎㅎ

    • larinari 2008.03.13 22:54

      벙개 조오치~
      안 봐도 비디오. 길에서 갑자기 싱시이모 채윤이누나 현승이 형아 만나면 박의진군 소리 지르고 눈웃음 치고, 몸에 힘주고 흥분할 거!

      이번 주 다 갔고 담주에 시청 앞에서 벙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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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딱 1년 전, 입학식날의 채윤이 모습

 

채윤이가 1학년 종업식을 하는 날입니다.
채윤이도 힘든 1년이었지만 엄마가 느끼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던 공교육 1년차였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많은 엄마들이 '좋은 선생님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내놓습니다.
저는 그런 기도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일단 학교에 좋은 선생님이 많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오히려 그런 학교 안에서 자존감을 많이 손상시키지 않고 밝게 잘 지내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는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은 많이 아픕니다.
김동원선생님께서 딸의 담임선생님께 쓰셨다는 편지를 블로그에서 보고 감동을 받아 업어왔습니다.


==========================================


선생님께,

며칠간의 고민 끝에 선생님께 글월을 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얘기를 드리기 전에 먼저 저를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반에 있는 김문지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이름을 앞세우니 선생님께 제 소개를 단 한 줄로 전해드릴 수 있는 이점과 편리함이 있군요. 저는 아이를 통해 선생님 얘기를 듣고 있어 선생님의 저에 대한 정보보다는 훨씬 더 풍성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달리 소개안하셔도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어디, 정보통이 아이 뿐인가요. 아이 엄마도 선생님 소식을 제게 갖고 오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 엄마는 선생님을 만나뵙고 아이에 대한 칭찬을 들었다며 입이 귀에 걸려서 돌아왔더군요. 그러니까 이 글이 처음이긴 하지만 암암리에 일면식도 없은 선생님에 대해서 저는 이미 몇 번의 면식을 튼 것처럼 친숙함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아이나 집사람을 선생님의 뒷조사를 위하여 학교에 잠입시킨 것은 아니니 절대로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글월로 처음 얼굴을 맞대는 어색함은 이 정도의 얘기로 얼버무리기로 하고, 이제 제가 고민해왔던 얘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며칠 전 아이가 침울한 얼굴로 돌아왔더군요. 사연을 알아보니 아침에 늦어서 선생님이 갖고 있다는 그 특유의 주걱으로 매를 맞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습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집안의 분위기가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지각한 벌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각은 그러했는데 다음 날의 상황은 저를 고민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6시 30분에 일어났거든요. 평상시의 딸아이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밝은 얼굴로 학교갈 준비를 하고 저히 엄마의 칭찬을 받고는 학교로 갔습니다. 매일 아침 벌어지는, 잠자리를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 아이의 꼼지락거림과, 반복되는 똑같은 말로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다 금방 지치고 마는 아이 엄마의 짜증이, 우리 집의 평상시 아침 풍경입니다. 거의 일년 내내 계속되던 그 지겨운 풍경이 그날 아침 깨끗이 해소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섬뜩해진 것은 바로 그 날의 달라진 딸아이 모습이었습니다. 그 한번의 매가 가져다준 놀라운 효과가 저를 기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뜩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날 아이가 의외의 말을 전한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는 매를 대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모의 뜻을 갖고 온다면 1년 내내 때리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을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빌미로 삼아 편지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편지가 선생님의 교육권에 대한 간섭이 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매가 아이의 버릇을 일거에 고친 그날 아침, 저는 거의 생각을 굳히고 있었습니다. 역시 매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효과적이라는 것이 매에 대한 저의 가장 큰 우려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 땅에선 거의 항상 그런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어왔습니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주목을 하는 분위기였죠. 과정에 주목하면 전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 그의 덕택에 경제가 개발되었다는 결과론에 기대어 끈덕지게 살아남습니다. 그 과정에서 짓밟혔던 그 숱한 유린된 인권에는 아직도 빛이 들지 못합니다. 개발 독재의 그 놀라운 효과가 가져다준 결과 앞에서 사람들 모두가 그것이 갖고 있는 비인간적 측면을 간과합니다.
지나친 논리의 비약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선생님의 매에서, 저는 그런 우려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아이가 다음 날 아침도 여전히 잠자리에서 꼼지락대었다면 저는 선생님께 이런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매는 너무 효과적이어서, 제게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매보다는 차라리 다른 벌이 어떨까 싶습니다. 5학년 때 선생님은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고 하더군요. 개나 소는 때리면 말을 듣지만 개나 소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킬 수는 없으니 오히려 그 벌이 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봉사를 시키는 것, 아니 학급 봉사를 시키는 것은 더더욱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벌이 되겠지요.
아이를 한 대의 매 때문에 잘되는 아이가 아니라, 그렇게 하여 나중에 거봐라, 그때 한 대 맞고 나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좋은 버릇 가진 덕분에 크게 성공했지 하면서, 훗날의 결과로 아이가 엄마품에서 흘렸던 어느 오후의 눈물과 슬픔을 무마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아내가 아이의 늦잠과 씨름한다고 해도, 아이에게 그런 방만한 삶을 인간의 이름으로 허용하고 싶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 또한 집안에서 매의 유혹에 시달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과 부단히 싸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그 유혹에 대한 저의 저항을 이해해 주시고 그와 뜻을 같이하여 아이에게 매를 대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 큰 무리임을 알고 있습니다. 4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의 삶이란, 단 하나의 딸아이만을, 그것도 피붙이이기 때문에 더더욱 깊은 사랑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저와는 양적으로 크게 다른 피곤함과 힘겨움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은 것에 신경이 예민한 저는 선생님이 아이편에 전한 얘기, 그러니까 매에 반대하는 부모의 뜻을 갖고 오는 아이는 고려하겠다고 한 그 말씀을, 옳타구나, 선생님이 스스로의 입으로 말씀하셨으니 어찌하시겠어 하는, 건수 하나 잡은 듯한 다소 고약한 심정으로 선생님께 제 견해를, 저는 문지가 매를 맞는 것에 반대합니다라는, 쪽으로 밝히고자 합니다.
제 편지가 하찮은 일 하나를 트집잡아 선생님이 의당 가져야할 교육권을 간섭하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의 생각에 관계없이 선생님의 교육관에 따라 매를 사용해도 이후에는 문제삼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의 생각이 이러함을 밝혀드리오니 선생님께서 아이 편에 전해 주었던 그 말씀을 기억하시어 저의 생각을 참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편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아이와 아내의 선생님에 대한 얘기로부터 얘기가 통하겠다는 깊은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밝혀드립니다. 아이 엄마는 선생님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조회하여 수상 경력까지 보여주며 열심히 사는 분 같다는 저의 신뢰감에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아마 그 신뢰감이 없었다면, 4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의 닳고 닳은 현실적 계산으로, 더큰 화근을 부르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편지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아이의 교육에 기울여주시는 깊은 후의에 감사드리며 이만 맺습니다.

2002년 3월 22일
김동원 드림

**덧붙이는 글: 문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보낸 편지이다. 컴퓨터를 정리하다 보니 눈에 띄었다. 그 선생님은 한해 내내 좋은 추억을 남겨준 선생님이었다. 학교로 편지를 보낸 것은 중학교 때도 한번 있었다. 반응은 달랐다. 중학교 때는 패거리를 지어 아이를 아파트 지하실로 끌고 가려고 한 같은 반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그때의 담임 선생은 이런 애들은 그런 편지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었다. 아이보다 선생이 더 실망스러웠던 기억이다. 그저 일이 생기면 덮고 무마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어른들 모습이었다. 선생과 달리 아이들 중에는 내 편지를 받고 우리 아이에게 사과한 아이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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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08.02.22 12:04

    정말 글도 잘 쓰시고, 마음도 따뜻하세요.
    글도 배우고 싶고, 태도도 배우고 싶고, 생각도 배우고 싶고....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네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너무 세속적이 되어가는 제 자신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는 글입니다.

    • larinari 2008.02.22 13:43

      당신도 잘 배워서 나중에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선생님께 편지 쓰는 아빠가 되어줘~^^

    • BlogIcon 털보 2008.02.23 17:34

      신의피리님/글도 잘쓴다는 말에 뜨끔합니다. 글만 잘쓰는 것 같거든요. 어제도 종로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밤늦게까지 방만한 생활을 하다 들어왔어요. 제게는 두 분이 행복의 교사이십니다.

    • 신의피리 2008.02.23 23:01

      사람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느꼈어요.
      글이 그 마음을 더 잘 도드라지게 빛내주었고요.
      '조화'에 대한 짜릿한 美를 봤다고 하면,
      지나친 아부가 될까요? ^^

  2. 미세스 리 2008.02.22 14:14

    고모..
    이번 주일이 고모 생신(사실 언니같은 고모이기에 "생일"이 더 편하게 나오는 단어인데..ㅋ)이네요..
    오늘 퇴근후에 대전에 내려가면 컴 사용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여기에 미리 축하를 ㅎㅎ

    정말 자~~~알 태어나셨어요~~!!
    이옥금 권사님의 딸로, 우리 아빠의 여동생으로 태어나셔서..
    또.. 이지희의 고모가 되어주셔서 조카는 정말 행복합니다 ^^

    • larinari 2008.02.22 19:56

      고맙다. 지희야!
      엄마 생신이라 내려가는 거지?
      자상한 사위한테 축하받는 장모님 행복하시겄네.
      좋은 시간 보내고 와~

  3. forest 2008.02.22 23:01

    누군지 글도 참 잘 썼네.^^
    근데 이 편지를 받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어떨까요...
    그런 생각을 한번도 못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 larinari 2008.02.23 12:18

      그 선생님 좋은 선생님이든 아니든, 어떤 분이든 간에 저 글을 읽으면 한 번 숙연해지고 겸허히 교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것 같아요. ^^

  4. h s 2008.02.23 08:43

    학부모에게 학교에 좋은 선생님이 얼마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현실이 슬픈 일입니다.
    그래도 좋은 선생님도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세요.^^

    • larinari 2008.02.23 12:20

      제가 결혼을 늦게해서 제 친구들을 다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을 키우거든요. 친구들 하는 얘기가 초등 6년 동안 딱 한 번 정도 좋은 선생님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도 지난 1년 애써 불신의 마음을 누르려했지만 채윤이를 통해서 듣는 선생님이 너무 아니다 싶은 게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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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하나되어 힘겨운 산을 하나 씩 넘어가라고 묶어주셨다면,
힘들 때마다 부부가 함께함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서 치우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 말이다.
다 큰 어른 둘이만 있으면 심각한 순간에 심각한 분위기가 온 집안을 감쌀텐데.....
집 안에 작은 망아지 둘이 뛰어다니니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다니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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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로 츄리닝을 입고 간만에 채윤이는 '아우~ 나 현승이가 너무 귀여워' 하면서 안고 뽀뽀를 하고,
느끼남 현승이는  뽀뽀나 껴아는 거....그런거라면 언제든 오케이다.
두 망아지가 뛰어다니고 깔깔거리고 시끄럽게구는 것이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퍽' 하고 웃음이 터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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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마주 앉은 엄마 아빠의 얘기가 길어질수록 놀이의 장은 무한히 펼쳐지고 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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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몰입의 아름다움? 참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놀이의 삼매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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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진화를 거듭하던 놀이는 결국 거실에 돔을 하나 짓는 것으로 클라이막스에 다다랐다.
애들이 너무 조용하길래 봤더니 애들은 안 보이고 저 알 수 없는 돔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찍을 때는 애들은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찍고 보니 두 망아지의 눈망울이 다 담겼다.

오늘 아침에 식사하면서 채윤이가 쪼그만 입으로 쫑알쫑알 하는 게 귀여워서 또 퍽 하고 웃었다.
'채윤아! 엄마 아빠가 요즘 마음이 무거운데 채윤이 현승이 때문에 웃어' 했다.
하나님이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상대화하며 기뻐하라고 보내주신 메신저가 바로 저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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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01.28 13:06

    저 빠꿈한 네개의 눈동자, 에궁~ 구여워라~

    정말 저만할 때가 제일로 예쁜 것 같아요.
    지난 주에는 저를 처음으로 할머니로 만들어준 제 조카의 딸과 재미나게 놀다왔지요.
    어찌나 귀엽게 많이 컸던지, 신나게 놀아줬지요.

    심각한 얘기 중간 중간 사진도 찍으실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닐 것 같은데..ㅎㅎ

  2. h s 2008.01.28 13:12

    놀이의 도사 남매.ㅎㅎ
    현승이가 머리를 파마를 했네요?
    전혀 다른 이미지가 풍기네요. ^^
    위가 누나라서 저리도 다정하게 잘 노나봅니다.
    위가 오빠라면 덜 다정할텐데....

    근데 무엇이 요즘 마음을 무겁게 할까? @#$%&

    • BlogIcon larinari 2008.01.29 18:51 신고

      많이 가벼워졌어요.^^
      현승이는 빠마를 한 번 제대로 하면 8개월은 가기 때문에 해줄 맛이 나요.ㅎㅎㅎ

  3. 나무 2008.01.28 15:03

    우와 현승이 언제 저렇게 뽀글이 파마를 했대요?? ㅎㅎ 사모님 저 오랫만에 댓글 남기죠? ㅋㅋ

    • BlogIcon larinari 2008.01.29 18:54 신고

      한 번 했는데 너무 풀렸다고 미용실에서 다시 해줬어요.
      다시 했더니 완전 뽀글뽀글이예요.
      저도 사모님 블로그 자주 가는데 댓글 잘 못 남겼어요.
      ^^;;
      나비나무로 놀러 가겠습니다.

  4. 2008.01.28 15:06

    비밀댓글입니다

  5. BlogIcon 털보 2008.01.28 18:07

    우린 싸우기만 하면 애가 학교에서 돌아오길 목놓아 기다려요.
    애앞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잠시 히히덕 거리거든요.
    둘중 누가 애랑 싸우면 그때는 좀 골치아프긴 하지만요.

    • BlogIcon larinari 2008.01.29 18:52 신고

      주일날 타코양이 세례받는 거 가까이서 지켜보았죠.
      얼굴도 이쁘지만 표정이 참 이뻐요.^^ 남편과 제가 똑같이 느낀 느낌이요.

    • BlogIcon 털보 2008.01.29 19:58

      오홋, 우리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닌가 보네요.
      우리야, 뭐, 아이 어릴 때부터 그저 예뻐하기만 했죠.

    • BlogIcon ♧ forest 2008.01.29 20:11

      예배시간 내내 꼿꼿 자세..ㅋㅋ

      집에서는 새는 바가지지만
      밖에서는 안샌다며 큰소리 치더니 빈 말을 아니었던 듯..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8.01.29 22:19 신고

      제 자리에서 세례받는 아이들 얼굴이 다 보였어요.
      타코양은 웃을 때 웃고, 찬송할 때 찬송하고, 들을 때 듣고... 나란히 앉아 있던 아이들하고 표정이 달랐어요.
      아! 그리고, 살짝 보이는 샬랄라 스커트와 부츠, 작은 몸집이 또 얼마나 가지런하고 이쁜지...부럽사와요~
      우리 채윤이도 그렇게 표정이 이쁜 언니로 자랐으면요..

  6. hayne 2008.01.29 00:07

    누군 둘이 함께여서 참 좋겠다.
    난 지금 혼자라 암것두 못하는거 알지?

    현승이 머리 예술이네. 어린 모짤트? or 베에토벤?
    채윤이 놀이 과연 야단스럽구만. 나두 덕분에 활짝 웃고감.

    • BlogIcon larinari 2008.01.29 18:55 신고

      우아~ 이 댓글 iami님께서 보시면 엄청 좋아하시겠당.
      위의 짧은 두 줄에 그리움이 많이 많이 묻어나는데요.

      현승이 파마는 많이 뽀글거리니깐 베토벤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ㅎ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말 고수부지에서 놀다가 강아지가 쫓아오자 기겁을 하며 엄마한테 달려는 채윤이.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부터 이 캐롤이 참으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년 재작년 채윤이 현승이이가 산타 얘기를 물어오면 까칠한 엄마 그렇게 대답했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지 없는 지를 잘 모르겠는데....확실한 건 원래부터 착하거나 원래 나쁜 아이는 없어. 사람은 다 조금씩 착하기도 하고 조금씩 나쁘기도 해' 하고요.

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지가 울기도 많이 울었고, 짜증도 냈고 장난도 많이 친 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 허나 선물을 받아야겠고,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이 난감함에 '아, 몰라. 난 착한 애야. 그냥 착한 애로 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하고 있는데 결국 해마다 머리맡에 선물은 놓여 있구요.
아주 아주 비약을 한다면 매년 크리스마스에 반복되는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자기기만'을 가르치는 첩경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건 큰 틀에서 크리스마스의 주인이신 아기 예수님이 오신 방법, 그 분이 오신 이유, 그 분의 성품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캐롤이 크리스마스의 정신에 아주 반하는 노래라는 이유는 사실 여기 있어요. 하나님의 아들을 주신 사랑, 성탄절의 그 사랑은 그야말로 받는 대상의 착하고 나쁨에 상관없이 주는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하던가요? 우리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주시는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게 성탄절의 사랑인데 말예요.

행위가 아니라 존재 때문에 사랑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존재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 비슷한 말 한 마디 하는 것, 걸음마 한 걸을 떼는 것에 그렇게 열광을 하면서 좋아하고 이뻐했었죠. 아이가 클수록 엄마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실망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분노하고 그러구 있죠. 하다못해 오늘 아침만 해도 느릿느릿 준비하는 채윤일 보다보다 지각할 시간이 가까와져 몸이 달아서 아이를 닦달하고 따뜻하게 학교로 보내지 못했어요.
헨리 나웬이 그랬다는군요. 우리는 두 번째 사랑(부모님, 배우자, 친구...의 사랑)을 받았던 기억으로 하나님 사랑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고요. 그런데 우리가 받은 두 번째 사랑은 얼마나 변덕이 심하고 일관되지 못한 사랑인지요. 그로 인해서 피차에 주고 받은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요. 하나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따로 뭔가 할 일이 없다는 것.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 칠 때마다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정말 머리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 아침에 채윤이 등교 준비를 하고 내보내는 중이었습니다. 그 날도 옷 가지고 타박, 먹는데도 꾸물꾸물 하다가 결국 늦었죠. 윽박을 질러서 내보내고 머리까지 찬 분노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투다다닥 채윤이가 다시 현관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울면서요. "엄마! 넘어졌어" 하면서 제 가슴에 푹 파묻혀 우는 겁니다. 순간 제 마음이 뭉클했어요. 불과 1, 2분 전 화난 얼굴로 자기 등을 떠밀었던 엄만데 넘어져서 슬퍼지자 바로 생각나 달려온 것이 엄마 품이었다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채윤이처럼 그저 그 분의 사랑에 달려가 기대는 순수한 마음이었음 좋겠습니다. 나의 존재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그 사랑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삶으로 느끼는 하루였음 좋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내 아이 내 남편,  그리고 내게 주어진 많은 사람들을 '존재'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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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yne 2007.11.27 11:50

    아멘!
    좀 힘든 아이를 키우면서 존재 그대로를 사랑하는 걸 많이 배우게 되는거 같아. 자꾸 내려놓게 되거든. 그리고 조바심이 많이 사라지지..

    우린 캐롤의 가사는 별루 신경 안쓰고 그냥 신나게 부르기만 했는데
    정말 그러네
    아이는 울고 엄만 웃고 아빠는 사진 찍고.. 동생은 뭐 했을까?

    • BlogIcon larinari 2007.11.27 18:20 신고

      hayne님은 이걸 참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나 사람들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요. 제가 옆에서 많이 배우잖아요.

      동생은 너무 놀라서 뒤집어지는 누나 부면서 낄낄거렸죠. 얼마 전까지만해도 같이 무서워하더니 이번에는 누나를 보면서 낄낄거리더라구요.^^

    • hayne 2007.11.27 19:57

      동생님이 많이 씩씩해지셨네. 좋은 현상이고만.ㅎㅎ

    • larinari 2007.11.28 09:52

      원래 강아지를 별로 안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뭐든지 누나를 따라하다 보니까 자기도 강아지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좀 커지니 슬슬 그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거죠.ㅎㅎㅎ

  2. BlogIcon 털보 2007.11.27 12:00

    아니, 왜 개를 도대체 풀어놓는 거예요. 개줄에 묶어서 다니질 않고...
    우리집 개도 아주 작은데 그 개가 달려드니까 길거리에 털썩 주저앉는 어른도 있었어요.
    한번은 강화의 석모도에 놀러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어느 집에서 개xx들이 한 10마리 가량 몰려나오더니 마구 짖으면서 따라오는 거예요. 한쪽 발로 발길질을 해가며 꽁지가 빠져라고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개 얘기도 아닌데... 개한테 놀랐다고 하니까 그 생각이 나서리...

    • BlogIcon larinari 2007.11.27 18:22 신고

      바로 비디오로 재생되면서 웃음으 터지는데요....^^

      정말 왜 개들을 그렇게 풀어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 눔의 개**들이 지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알더라구요. 꼭 채윤이한테만 짖어대고 들이대고 그러는거예요. 고수부지에 잠깐 있는 동안 세 번을 저렇게 놀라서 뛰었다니깐요.

    • 신의피리 2007.11.27 22:05

      채윤이를 울린 것들은
      한 마리 개가 아니라
      한 열마리 정도 되는 개떼들이었어요.
      그 중 두 마리가 채윤이에게 달려들더라구요.
      조그만 것들이, 허 참, 이런 개**들. ^^;
      (큰 개가 아니라 조그만 강아지였음. ^^)

    • larinari 2007.11.28 09:51

      저 때 말고 두 녀석이 함께 당신한테 뛰어들어 매달렸을 때 사진을 남겼어야 했는데...
      채윤이는 기겁을 하며 울고, 현승이는 분위기 때문에 매달렸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ㅎㅎㅎ

  3. BlogIcon 은행나무 2007.11.27 14:31 신고

    하민이도 주먹만한 강아지한테도 공황증에 가까운 공포심을 느껴.
    올해 10개월 정도 진돗개를 키웠는데, 새끼때부터 정말 귀엽고,
    잘~생긴 강아지였는데,
    모두에게 사랑받는 순하디 순한 개였는데,
    하민이는 도무지 그 '공포심'을 극복하지 못해 옆동네 권사님네
    입양시켰었다.
    토욜에도 "엄마, 채윤이도 나처럼 강아지를 무서워한대."
    의기양양하게 말하더라.^^

    아침엔,아무리 결심해도 아이에게 부드럽기가 힘들다.
    이 '뭔들족'and'느림보족' 때문에 속이 터지다가 결국 나도 꽥~.
    그러고 보내면, 아침엔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고,
    몇학년이 되어야 스스로 시간을 관리해서
    평화로운 아침이 될까?

    • BlogIcon larinari 2007.11.27 18:26 신고

      내가 볼 때 하민이는 조만가 엄마 도움없이 스스로 시간관리 잘 할 아이야. 너무 잘해서 걱정일지도 모르지.^^

      투닥투닥 하기도 하고, 엄마들 잘 때 지들끼리 놀기도 하고 그러더니 서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나보네.ㅎㅎㅎ

  4. 나무 2007.11.27 16:56

    이 글을 읽으니 아멘이 되는거 있죠 ^^
    주안이가 철분이 모자라 빈혈이래요~ 저번에 피검사를 하고 왔는데 빈혈수치가 낮아서 철분시럽과 이유식을 잘먹이라고 하는데 어찌나 이유식을 거부하고 안먹는지... 다 저위해서 먹일려고 부산하게 이것저것 갈고 불려서 이것도 먹였다 저것도 먹였다하는데 그 정성은 모르고 안먹을려고 하는 모습에 요조그만 애기한테도 화가 나는거 있죠 ㅋ
    그래도 참고 온갖걸 가지고 웃겨가며 먹여도 겨우 1-2숟갈~
    제가 좀 속상했겠죠 샴님?

    ㅎㅎ 근데 이 글을 읽으니 제가 얼마나 속좁은 엄마인지~
    아기한테도 내 맘을 알아달라고 했던 엄마같아요..
    우리 주안이 잘안먹도 존재만으로 얼마나 귀하고 특별한 아인데..
    요즘 이쁜즛이 늘어서 참 사랑스러워요 ^^ 그 맘으로 기도하면서
    더 인내를 배우는 엄마가 되어야겠어요

    요런 좋은 글을 읽으며 막 반성합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사모님 감사해요~~~~

    아참 글구 아까 점심때 승주사모님이랑 주희사모님이랑 놀다가셨어요
    그러니 자연스레 사모님생각이 났어요 ^^ 우리 도사님들 방학하면
    빨리만나요~~~ 사모님이 해주시는 맛난 요리 먹으러 가도 되죠??
    보고싶으네요~~~

    • BlogIcon larinari 2007.11.27 18:27 신고

      주안이 정말 귀여워요. 젤 이쁜 때인 것 같아요. 살짝 올라온 이하며 기어서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는 모습하며...
      방학하면 또 봐야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미리 주문하고 오세요. 부럽네. 낮에 같이 놀고...^^

  5. h s 2007.11.27 22:37

    성탄절의 주인공이 산타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때가 많이 있죠?
    방송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교회들에서도 산타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야겠어요.

    채윤이가 많이 놀랬나 보네요.
    강아지들에게도 만만히 보이는 사람이 있답니다.
    전에 우리 집에도 복순이라는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조그만 아이들과 할머니들만 보면 막 짖고 달려 들더라구요.
    어느 할머니께서는 저*이 내가 늙었다고 깔본다고 막 화를 내시곤 하셨지요.

    • larinari 2007.11.28 09:50

      성탄절을 올 때마다 아이들하고 성탄의 의미를 정말 제대로 새기면서 보내야지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네요. 무한한 사랑을 선물로 받은 날,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누는 날이었으면 좋겠는데요...

      전반적으로 이느무 강아지들이 노약자를 깔보는군요!^^

  6. 물결(민) 2007.12.01 17:45

    나도 그랬는데....^^

    • larinari 2007.12.03 09:55

      하민아! 담번에 채윤이랑 만나면 너희를 못살게구는 멍멍이들을 한 번 찐하게 먹어줄래? 니들은 할 수 있을거야.
      ㅎㅎㅎ
      이모가 뭔 말을 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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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학원 선후배들을 만나면 왜 박사과정 안 하느냐? 언제 할거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40이 다 된 나이에 키보드 들고, 기타 메고, 악기 가방 옮기면서 일하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이 때 쯤 공부를 다시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아마도 내 사전에 박사과정 공부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없다. 박사과정에 가서 글을 제대로 쓸 자신이 없다.

남편이 대학원 공부를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나는 놀라고, 또 심히 부끄러웠다. 남편의 공부와 글씨기는 치열했다.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곳에서 것두 석사과정에서 다들 배껴 쓰고, 인용한 것도 자기가 쓴 것처럼  레포트며 소논문이며 쓰는 것이 다반산데 남편은 그러질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 자기 생각이 아니면 쓰지 아니하얐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남의 말을 썼을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말이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가장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석사논문을 다시 들춰볼 일이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기도 하다. 고백컨데 나는 논문을 쓸 때 이론적 배경 이런 부분은 몇 개의 논문을 베껴서 짜집기를 했다. 그리고 실험해서 통계좀 돌리고, 통계결과에 대해서 아주 기계적인 설명을 하고 마무리 했다. 그런 논문이 심사에 통과를 했다.

사실 그 때는 이미 내가 글쓰기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이오덕선생님이나 조한혜정 교수 등의 글로 적잖이 인간세탁도 된 다음이었다. 헌데, 논문 같은 글은 으례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러니까...학위나 받으면 되니까.

남편은 교육철학을 공부하던 그 때나, 다시 신학을 공부하는 지금이나 한결같이 글쓰기에 대해서 정직하다. 서평 하나를 쓰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얼마나 피를 말리는 일인가 말이다. 한 두 페이지 블로그 글도 아니고 수십 페이지의 소논문들을 다 자기 말로 쓴다는 것은....

그렇다. 그런데 그런 치열한 글쓴이의 몸부림이 없이는 감동은 없다. 분명하다. 드러내기 싫은 자기 삶을 드러내고, 삶과 유리된 현학적인 표현들로 자기를 포장하지 않는 몸부림이 없이 어떻게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남의 글을 베끼면서, 남의 설교를 갖다 베끼면서 어떻게 읽는 이로 하여금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 받기를 바랄 수 있겠나.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글만 보지 않는 것 같다.

오래 전에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에 관한 글들을 보면 아이들 조차도 이미 표현의 차용에 있어서 도사들이다. 자신들의 말과는 동떨어진 어디서 줏어 들은 글전용 표현들 말이다. 채윤이 글쓰기를 봐주면서 내 글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채윤아! 가장 좋은 글은 니 말을 닮은 글이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니 말과 니 생각을 닮아 있어야 해' 라고 말하면서 내 동시에 나 자신에게 말한다. 정직한 글을 써야 한다고. 정직하지 않은 글을 써 버릇 하면 인격도 함께 오염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을 나섰는데 담임 선생님을 앞에 가고 계시더란다. 선생님과 아는 척하고 함께 걷고 싶어서 발을 쾅쾅 걸었단다. 그런데 선생님은 뒤를 안 돌아 보시고 옆으로 꺾어지셨단다.
일기에 쓰지 못한 말이 있다. 일기를 다 써놓고 채윤이가 그랬다. "엄마! 내가 선생님 뒤에 걸어가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 줄 알아? 황호근 선생님이 화를 너무 많이 내고, 나한테 혼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너무 많이 혼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학 때 못 만날 걸 생각하니까 쫌 아쉬웠어. 그래서 내가 황호근 선생님을 조금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 한다.
그걸 일기에 쓰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일기장을 보시기 때문에 그 말은 쓸 수 없다는 것. 채윤이 조차도 100% 정직한 글을 쓰기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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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 forest 2007.09.22 12:06

    저두 글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랑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공감 백배, 천배, 만배되는 글이네요.

    저두 요즘 어떤 사람들이 쓴 글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비록 보도성 글이긴 하지만 말이예요.
    그 글을 다시 옮겨야 하는데 그게 어찌나 망설이게 되는지요.
    조금씩 베껴야 하기도 하구 다시 써야 하기도 하구요...

    남의 글이 내 머리에 들어와서 다시 자신의 말이나 글로 나와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구요...
    또 제가 쓰는 단어의 수가 어찌나 적은지...
    제 생각주머니가 작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제 여기서 생각을 나누게 해줘서 고마워요.^^

    • BlogIcon larinari 2007.09.22 21:27 신고

      쓰면서 글에 관해서 참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다...
      사람들이 참 재미없어 하겠다.
      생각하면서 썼는데 공감해주시는 분 계시니 힘이 돼요.
      ^^

  2. BlogIcon ♧ forest 2007.09.22 12:07

    아~ 도배도 새로 하셨네요.
    도배 새로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데
    이 집은 공짜 도배여서 그게 더 맘에 들어요...^^

  3. hayne 2007.09.22 12:39

    헉! 또 새글이..
    글이 술술? 생각도 술술. 집단장도 새로 하구 말야.
    난 머 여기에 끼어들 정도가 못되서리.
    채윤이의 그림일기는 확실히 눈에 뜨일거 같아.
    기원이 1학년때 내가 그림 그려서 보고 그리게 하고 내용은 불러서 받아쓰게했던 힘겨운 시절이 생각나네. 그림으로 나타내는게 어렵드라고.

    • BlogIcon larinari 2007.09.22 21:23 신고

      여기 끼실 정도가 못 되신다뇨?
      무신 그런 말씀을...
      한 글빨 하시는 분이 왜 이러세용~^^*
      제가 그림은 정말 안 되는데 다행히 채윤이가 그림 만큼은 혼자 그리니 좀 나아요.

  4. 신의피리 2007.09.22 18:40

    아빠의 진지함, 엄마의 재기발랄함
    아빠의 무거움, 엄마의 가벼움
    둘 다 닮은 채윤이의 글솜씨를 기대해도 되겠네. ^___^

두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음악을 하든 뭘하든 꼭 잘했으면 하는 게 있다.
부부가 함께 공감하고 바라는 부분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글쓰기' 즉 '인문학적 사고'를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학교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이것을 위해서 논술학원이나 독서교실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책하고 친해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도 엄마빠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지가 좋아서 책을 읽어야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니.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그거는 자신 있는 대목. 집 안에 쌓인 게 책이고  밟히는 게 책이고 엄마빠, 특히 아빠는 책을 끼고 사는 사람이니까.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빠 때문에 책이 싫어요. 엄마가 책좀 읽게 가만좀 놔두라고 신경질 부리고 그랬어요' 이럴지도 모를 일.

채윤이에게 맞는 글쓰기 교육이 시작되었다. 채윤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용감한 엄마'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글자교육을 시키지 않은 건 채윤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리리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스로 배우고 싶어하는 날은 오지 않았고 까막눈을 면하지 못한 채 초딩이 되고 말았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글자에 주눅이 들어서 글자로 하는 모든 일에 주눅이 들어버리는.....사실 그래서 글자교육을 안시킨건데 '나는 글씨를 잘 몰라서 쪽팔리다'라는 것을 제대로 체득하게 한 것이다. 오 마이 갓! 무엇보다 채윤이가 이렇게 글자에 대한 감각이 늦게 발달할 줄을 몰랐다. 확실히 채윤이는 시각적인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이 약하다.

처음 학교에서 그림일기 숙제를 내주어서 하다보니 속이 터지는 일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하니까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고 예쁘게 그리는 것 까지는 좋고, 무엇을 쓸까? 엄마랑 같이 얘기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이제 써 봐. 하면 두 문장 정도의 상투적인 글이 나오는 것이다.
말로 할 때는 그 좋은 표현들이 글로는 하나도 나오질 않는다. 왜 그럴까? 글자에 대한 위축 때문이었다. 글자로 자신을 표현하려면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으니 자유로운 표현이 되질 않는 것이엇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일단 무엇에 대해서 쓸 지 얘기를 하게 해놓고 내가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쓰게 하였다. 받아 적는 게 힘들어서 요즘은 엄마 자신이 녹음기가 되어 기억을 했다가 한 문장 한 문장씩 녹취를 풀어낸다. 희한하다. 연필만 잡으면 지가 한 얘기도 생각이 안 떠오르고 머리가 하얘지나보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와줘야 할까? 이렇게 돕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학 2학년 쯤 되어서 글자가 완전히 숙달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일기 쓰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글은 말과 같애. 말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재밌게 얘기해주는 것처럼 쓰면 최고의 글이야'이렇게 반복해서 가르친다.

채윤이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예전에 아버지가 내 글짓기 숙제를 도와주셨었다는 생각이 났다. '반공 선언문 쓰기' 숙제였는데 '유비무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불러주셨고 그걸 받아 적었었다. '아~ 아버지가 내 글짓기를 봐 주신 적이 있구나. 이렇게 채윤이 같은 나를 앉혀 놓고 시키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눈시울이 잠깐 뜨거웠었다. 그 이후로 나는 반공 선언문 쓰기에서 늘 상을 받았고 글짓기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언제까지 채윤이를 옆에 앉혀 놓고 이렇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기도한다. 구체적으로 기도한다. 채윤이 현승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자신의 말과 삶에 겉도는 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은 좋은데 다른 엄마들이랑 다른 엄마를 만나서 고생하는 채윤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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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뎀나무 2007.09.20 17:34

    그림은 채윤이가 그리고 글자는 수민이가 쓰고.. 그러면 정말 훌륭한 그림일기 나오겠당.. 울 아들은 그림에 영~~ ㅜㅜ

  2. BlogIcon forest 2007.09.20 19:45

    공감 백배~

    직업을 달리한 이유도 글쓰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분명 한글로 쓰고 있는데 제대로된 글쓰기가 안되었다는...ㅜ.ㅜ

    더구나 아직도 제대로된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제가 요즘 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글쓰기는 생각의 실타래를 잘 풀어내는 작업이기도 하기에 생각주머니도 더 넓혀야 할 것 같구요.
    정말 글 잘쓰시네요. (이건 털보의 말이랍니다~^^)

    • BlogIcon larinari 2007.09.21 00:21 신고

      정말이요?
      우왕~ 기분 좋아.이 야심한 밤에 저 훨훨 납니다.

      글쓰기에 대해서 희한하게 좋은 분들을 통해 배우고, 더 배우는 기회를 얻곤했는데 최근에는 두 분의 블로그를 통해서 배우는 배움이 많아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아~ 이건 댓글로 쓸 무게가 아닌데...)

  3. 물결 2007.09.21 16:49

    글쓰기지도 45시간 수업이 다음 주면 끝나는데, 정작 하민이에게는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어. 무엇보다 하민이는 그림이든 글이든 '지도'를 좀 해 주고 싶어도 옆에서 뭐라하면 짜증을 내서,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손을 댈 수가 없어. 조금 더 지켜보다가 해야되는가 생각하고 있어. 여전히 책읽기는 좋아하니까 독서력은 길러지는데, 깊이 있는 읽기를 8살짜리에게 바라는 게 무리겠지?
    글쓰기를 내려놓지 않은 네가 부럽다. 다시 시작하려니 너무 힘도 들고, 호흡도 짧고, 끝까지 '독서, 논술'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해줘.

    • BlogIcon larinari 2007.09.22 00:22 신고

      시작한다는 얘기 들었었는데 벌써 끝났구나.
      딱 시간을 정해놓고 뭐를 해주지 않아도 엄마가 공부한 건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스며들게 되었있는 것 같아.

      하민이는 엄마 손이 덜 가도 잘 하는 몇 안 되는 아이야. 애써 손대지 않아도 잘 하잖아. 하민이 처럼 글 읽고 이해하는 게 빠른 아이를 보지 못했어.
      최근에 샬롯 메이슨이라는 홈스쿨의 대모로 여겨지는 분에 관한 책을 봤는데 독서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반드시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하더라구. 읽은 책의 내용이든 뭣이든 간에...그 다음에 그것을 글로 쓰고.
      아이고, 내가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네. 그래. 채윤이도 하민이도 책 읽고, 생각하고 글쓰는 일을 즐거워 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피아골(맞나?)에 단풍이 곱게 물들 즈음에 애들 데리고 한 번 갈께. 보고싶다.

  4. 신의피리 2007.09.22 18:44

    ㅋㅋㅋ 엄마는 생각은 좋은데 다른 엄마들이랑 달라서 싫다...
    이런 건 패러디 하면 클 나겠지? ^^;

    • BlogIcon larinari 2007.09.22 21:21 신고

      내가 해주까?
      우리 아내는 생각은 좋은데 다른 아내들이랑 달라서 내가 너무 피곤하다.
      대리만족이 되지?

어제 채윤이가 "엄마! 나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다. 그것두 애들이 다 있는 데서 칭찬을 받은 거야.  일기는 채윤이가 잘 쓴대"

채윤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학기 초에 나름 심각한 고민을 했다.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배우게 될 것 같지 않고, 시험치는 기술만 배우게 될 것 같고,
채윤이 같은 성격의 아이들에게 공교육은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무엇보다 채윤이가 계속 학교를 다니게 되면 자신이 가진 장점은 계발하지 못하고 규격화된 교육의 틀에 맞추다 자존감이 낮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었다.
그래서 대안학교도 생각해보고, 학교 보내지 말고 집에서 가르칠까 생각도 하면서 홈스쿨에 대한 공부도 해봤지만 나같이 모질지 못한 성격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홈스쿨 한다는 마음으로 집에서 열심히 같이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다.
제도권의 교육을 이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고...
일기쓰기는 하다보니 글쓰기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매 주 선생님이 검사를 하니 안 할 수 없고(나같은 P성향의 엄마들은 반드시 검사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가 있다) 글쓰기는 현재 나나 남편이나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화두니 말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침면서 일기쓰기를 통한 채윤이 글쓰기 공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글쓰기는 단지 '쓰기'가 아니라 '사고하기' 또 '삶을 나누기'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쓰기를 함께 하면서 생각하기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좋은 훈련이 될거라 믿는다.

어제 일기가 재미있다. 제목이 '홍남훈'인데 홍남훈은 자기 반 친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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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종적인 문장은 채윤이 혼자 정리한 것이 아니다. 문장을 다듬는 것은  물론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엄마랑 함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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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로보트 놀이를 한다는 '홍남훈'이라는 친구다.ㅎㅎㅎ
  1. BlogIcon 이윤아 2007.09.19 13:06

    홍남훈,.!! 콩나물!!!!!!!!!!!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낫네요-_ㅠ
    전 누가 "이년아" 이러는데 제이름으로 들은적이있다는;;;

  2. BlogIcon forest 2007.09.19 21:13

    저는 저기요~ 로 들은 적도 있어요^^
    콩나물 너무 재미나요.

    아, 일기쓰기 그거 지겹지 않고, 재미나게 쓰게 하는게 가장 힘들었어요.

    • BlogIcon larinari 2007.09.20 11:25 신고

      저기요....
      아니다 이렇게 소심하게 부르면 이름같지가 않네.
      (버럭)저기요! 저기요!ㅋㅋㅋ

      채윤이는 일기 다 쓰고나서 "엄마 왜 그 말 안해?"
      그래요.
      "응! 수고했어. 채윤이" 하면 입이 막 찢어져요.

  3. hayne 2007.09.20 09:33

    줄 흘러내리는 치약사진이 사라졌네 ㅎㅎ 얼마만이야.
    저 그림은 삽화로 써도 돼겠어.

    • BlogIcon larinari 2007.09.20 11:26 신고

      그러잖아도 칫솔 좀 치우라는 원성이 있었다죠.ㅋ

  4. 신의피리 2007.09.21 23:47

    슈버파워? 슈퍼파워 아니냐?
    오타 보니, 그것도 엄마 닮았네.
    받아쓰기 오타도 혹시 엄마 피?ㅋ

  5. BlogIcon 채윤조아^^ 2007.09.22 01:15

    ㅎㅎㅎ 역시 채윤이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한바탕 웃고 갑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07.09.22 11:59 신고

      채윤이는 먹는 거와 웃기는 거로는 결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 아이야.ㅋㅋㅋ
      유치원 다닐 때 자기 유치원에서 '젤 웃긴 아이'였어.

      웃기는 거와 먹는 거 빼놓고는 엄마 속을 날마다 뒤집는다는 거~~~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면 말야...........
엄마인 내가 심심할때 자식인 영빈이도 심심해 하거던
이리저리 몸을 배배 꼬꼬...

왠지 훌륭하게 양육을 할 시간에(영빈이는 양육을 당하겠지만^^)
할일안하고 노는게 아닌가(여기선 할일은 아이와 즐겁게 창의적으로 놀아주기 겠지)
하는 괜스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럴때 스티커 북/한글떼기 뭐 이런거 생각이 절로 난다니까
빈둥거리면 뭐하냐
애도 심심하니 자꾸 물건던지고 뒤지고, 땡깡쏘고 .........

둘이 같이 공부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자 하는 생각 ㅋㅋ

어쨋든 스티커북/첫한글 이런것도 갖고 놀아.
할머니를 위해선 영어스트커북 보다 한글스티커 북이 조오치

아, 그리고 오늘은 '파스넷'이라는 것도 샀어
크레파스인데 물 묻은 붓으로 스윽 칠하면 물감되는거 말여.

앉아서 놀기가 이루어지지...
잼있어하고 즐거워하고.
이것저것 상상놀이도 되고.........
좋아.

하면서 물감이 옷에 묻었다고 옷 세벌이나 갈아입긴 했지만........
그러다 말겠지 한다.^^

채윤이 처럼 글씨공부시작하면 영빈이와 시간은 정말 후딱 이겠어.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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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만 갔다오면.
엄마! 나 이렇게 실에다 엄마 목걸이 만들어 줄거예요.
다들 쟤가 뭔 얘긴가 하는 표정들이지만....
난 알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분명히 엄마한테 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암튼, 빨대로 꿰어 만든 엄마 목걸이와 아빠 가슴에 달아줄 카네이숀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왔다. 아기 채윤이가 자라서 저렇게 어버이날을 챙기는 때가 되었다.

엄마 다리 주물러 드릴께요.
설겆이도 내가 다~하고 일도 내가 다~할께요.
선생님이 그러라구 했어.

더 이상 아가가 아니야....김채윤은.
20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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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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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채윤이가 징그럽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말 끝마다 '싫어' 이러면서 짜증을 엄청 내고...
그러면 돌아가는 것은 혼나고 협박 당하고(너 한 번만 더 그러면...이런식으로) 심하면 엉덩이 맞는 것.

어제 퇴근하는 길에 엄마 아빠가 반성을 했습니다. 부모님과 집을 합치면서 우리가 채윤이를 위해서 가지고 있는 양육의 원칙들을 너무 많이 포기했다는 것.
없던 텔레비젼이 생기고, 또 부모님 계시니 예전처럼 난리를 치면서 놀지도 못했고....

예전에는 배가 남산만 해가지고도 채윤이랑 뛰어 놀고, 춤추고, 책을 읽어주고....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놀아주었죠. 채윤이랑 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고.

그랬던 엄마 아빠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엄마 책 읽어줘' 이러면 '응? 이거 백만송이 장미 다 보구...'이러질 않나? 그러고 나서는 현승이 씻겨서 재운다고 또 채윤이 방치하고...
그러니 채윤이가 황당할 밖에요.
엄마 아빠 깊이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사랑'을 회복하기로 했습니다(지난 주일 설교 내용이었는데..ㅎㅎ) 어제는 혼신을 다해서 채윤이랑 놀았습니다. 김현승은 나름대로 누나 노는 주변에서 쓰레기통 뒤지고 종이 찢어서 먹고.. 뭐 이렇게 소일을 하고요.

열심히 놀았더니 김채윤 자발적으로 하는 말. '엄마. 이제 우리 치카치카 하고 자자!!' 엄마가 먼저 말했으면 분명히 '싫어' 이랬을 일을 말이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김종필 : 훌륭한 정신실... (03.19 15:20)


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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