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이미 왔다 가버린 성탄절, 그러니까 25일 저녁에 채윤이가 때늦은 짓을 했다.

산타 양말을 문고리에 걸으면서 '오늘이 크리스마스잖아'했다.

그러고 보니....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해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한 번쯤 곰돌이 인형을 사서 산타할아버지가 준 것 처럼 한 적이 있었고...

작년 재작년 부모님께는 거하게 크리스마스 선물 드렸지만 애들 선물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산타!


나도 어릴 적 산타를 믿고, 산타의 선물을 기대했었지만 엄마된 입장으로 채윤이에게 산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산타를 핑계 삼아 착한 일을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너무 낭만적이지 못한 엄마인가? 동심을 너무 몰라주는 각박한 엄마인가?


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신나게 해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먼저는 산타 자체가 그리 나쁘지 않다해도 채윤이에게 성탄절의 주인공이 산타가 아니라 예수님 이라는 것을 먼저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조차 성탄절은 예수님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성탄절의 메인은 예수님이 아니라 성탄절 칸타타, 내지는 성탄절 행사인 경우가 많다.

채윤이가 성탄절을 통해서 예수님의 낮아지심을 먼저 배웠으면 좋겠다. 성탄 본연의 의미를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2.

그것보다 산타를 가르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산타 할아버니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앤지...'이런 캐롤이 있다.

정말 누가 착한 아이일까? 진실로 착한 아이가 있을까? 착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엄마가 보는 채윤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채윤이는 더 이기적이고, 고집스럽다. 그건 채윤이뿐 아니다. 착한 아이의 기준도 없을 뿐더러 객관적으로 '착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아이들도 너무 잘 알 것이다. 자기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그럼에도 산타의 선물을 기대한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완전히 착한 아이는 아니지만 자기는 그래도 누구보다는 착하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것 자체도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착한 아이도 아닌데, 그 사실은 아이 자신도 너무 잘 아는데 결국에는 선물을 받아 버리면 아이에게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 심한 생각을 나는 한다. 이것이 반복되는 것은 진정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산타의 선물은 매우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3.

채윤이가 산타로부터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신데렐라 집'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신델렐라 집을 줬으면 좋겠다는데....산타는 그 선물을 주기 어렵다. 왜냐면 신데렐라집은 너무 비싸다.ㅜㅜ

성탄절 다 지나고 산타 양말을 거는 채윤이를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가슴이 아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엄마의 고.상.한 교육철학으로 어린 가슴에 못 박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에서도 조금은 자신이 있다. 주변에서 보는 정말 멋지게 성장한 사람들 중에는 어렸을 적에 그런 장난감을 풍족히 누린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을 풍족하게 누린 듯 보이는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제공할 부모로부터 떨어져 있을 때 독립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채윤이가 걸어놓은 산타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보낸 것 처럼 편지를 한 장 써서 넣어 놓았다. 채윤이가 신데렐라 집을 선물로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항상 착한 사람일 수는 없지만 늘 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적었다. 그리고 선물의 부분에 관해서는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다음 날 퇴근을 하고  마트에 데리고 가서 예전부터 갖고 싶어했던 쿠션을 하나 사줬다. 그리고 신데렐라집은 채윤이가 여기 저기서 받는 용돈을 모아서 사기로 했다. 돈 개념이 아직 없으니 '파란 돈 다섯 개'를 모으면 살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벌써 파란 돈 한 개를 모았다.


5.

신데렐라집 오만원 짜리. 다른 데 안 쓰고 사 줄 수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보냈다고 슬쩍 사다 놓을 수도 있다. 동심을 인정하고 순간 기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치뤄야할 교육적인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아 우리 부부는 그럴 수 없었다. 1년에 한 번 산타가 주는 선물로 기쁜 것보다 1년 내내 엄마빠가 주는 따뜻한 사랑으로 기쁘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아니 그것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서 행복한 것이 진짜로 행복한 동심이 되는 것임을 확신하기에 엄마빠로서도 하기 힘든 선택을 하며 성탄절을 보낸다. 가슴 저리도록 사랑하는 채윤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으며....

2005/12/30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채윤이 병설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지고는  잠시 이런 불신의 생각들을 했었다.

두 분 할머니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고, 특히 외할머니는 철야에 금식기도 까지 하시고,

목장에서 목원들이 그렇게 마음을 모아서 기도해줬는데....

그 기도들 때문에라도 됐어야 하는 일 아닐까? '에잇~ 하나님 목자 체면좀 세워주시지. 목자 가정을 위해서 목원들이 함께 기도했는데 그런 건 딱딱 들어주셔야 각본이 맞는 것 아닌가?'


도곡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떨어지고 우연히 '월문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얘기를 듣게 되었다.

덕소에서 마석으로 가려면 산을 하나 넘는데 그 산 어딘가에 있는 아주 조그만 학교였다.

집에서 차로 10분. 한 학년에 한 반씩 있는 완전 시골학교.

여기에 있는 병설유치원은 매년 미달이 된다고 했다. 워낙 애들이 없으니 그렇단다.

어차피 어디를 다녀도 병설은 버스운행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는 데려다줘야 하니까 한 번 알아나보자고 찾아갔다. 가서는 접수를 했고, 오늘 최종적으로 예비소집에 다녀왔다.


접수를 하러 가서 나는 심장이 뛰어 죽는줄 알았다. 이건 완전히 내가 예전부터 그리던 꿈의 유치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런 유치원에 채윤이를 보내고 싶었었다. 일단 유치원이 산에 있다. 유치원 교실 문을 열면 바로 흙마당이다. 운동장은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넓다. 보통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실을 빌어 쓰는데 이기는 특이하게 따로 건물이 되어 있다.운동장은 온통 흙마당, 바로 옆은 나무 울창한 숲. 운동장 한 켠에는 실외 수영장을 방불케하는 사이즈의 전용 수영장도 있다.

무엇보다 유치원이 그대로 자연 안에 있다는 것. 그런 유치원을 그려본 적이 있었으나 그런 유치원이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거니와 있어도 아마 너무 비싸서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등하교 길이 문제였다. 접수하러 간 날 혹시 덕소 우리집 근처에서 오는 아이가 있는 지 물어봤다. 우리가 이사할 현대 아파트에 한 아이가 있단다. 슬쩍 입학원서를 보니 이름이 '이정현'이다. 그걸 보고 와서는 기도했다. 그 엄마랑 얘기가 잘 돼서 아침 저녁으로 카풀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내가 아침에는 데려다 줄 수 있으니 저녁에 그 엄마가 데려다 주면 좋겠다 싶었다.


오늘 예비소집일이라서 갔다. 한 반에 15명이란다. 모임을 마치고 정현이 엄마를 찾았다.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던 나이가 드신 인상 좋은 아주머니셨다. 우리 이사할 아파트 같은 동이다. 얘기를 했더니 '물론 좋다'고 한다. 이 유치원이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침이 마른다. 애들이 그네 타면 그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다닌단다. 봄이 되면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단다. 날씨가 좋으면 애들이 다 산으로 올라간단다. 그래도 작년 한 해 여기 보내면서 아침 저녁으로 태우고 다니는 일이 힘이 들어 도곡초등학교에 넣었다가 우리처럼 떨어졌단다.


교회를 다닌다기에 '제가 접수하러 와서 정현이 이름 보고 계속 기도했어요' 했더니....'하나님이 우리 기도 안 들어주고 그 집 기도 들어줬구만...'했다. 늦둥이를 본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슬쩍 내비치는 하나님 사랑도 만만치 않았다. 차가 고장 나서 버스타고 왔다는 그 아주머니 집에 태워 드리고 오면서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채윤이가 아기였을 때 채윤이 유치원을 생각하며 기도드린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유치원 보내고 싶어요. 하나님!'했었는데...하나님은 그 기도도 잊지 않으시고 허락하셨다.


채윤이가 그네 타는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노는 곳,

계절의 변화를 나무와 풀을 가까이서 보면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교사와 어린이의 비율이 1:15라는 환상적인 교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맘껏 뛰어 놀 채윤이!

생각만해도 감사하고 감동이다.


원더플 플랜!

바로 이런 하나님의 플랜이 있으셨다.

2005/12/14/

채윤이에게


예쁜 이름을 가진 채윤아!

이 글을 읽게 된 채윤이는 몇 살 쯤 될까? 7살? 10살? 15살?... 궁금하네. ^^


아빠가 갑자기 채윤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단다. 그런 생각은 그동안 여러번 가졌었는데, 실천은 오늘 처음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벌써 몇번이나 네게 편지를 썼었지.


채윤이가 지금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빠 인생의 최고의 전환기를 요즘 보내고 있단다. 아주 오래전, 아빠가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일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면 시험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빠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게 돼. 그러면 아빠의 심정이 요즘 어떨지 이해할 수 있겠지?


아빠는 내년부터 3년정도 일주일에 4-5일 씩 먼 곳에 가 있어야 할거야. 공부하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굳이 가족과 떨어질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빠의 결정이 잘 한건지 확신이 안 서. 채윤이가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결혼한 후 지금껏 거의 외박을 해 본적이 없단다. 그럴 일이 있어도 가급적 집으로 와서 엄마와 너네들과 함께 했지. 아빠는 바깥일보단 가족과 함께 "있는" 걸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기에, 내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아빠는 이런 결심을 했어.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집에서 너네들 얼굴 보면서 공부하기로 말이야. 도서관에 가면 방해받는 것도 없고 훨씬 공부가 더 잘 되겠지만, 사랑하는 채윤이, 현승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걸 생각하니, 하루라도 더 너네들과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채윤이가 10살 될 때까지 떨어져 있는 건 아빠로서의 직무유기니까,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에 있기로 한 거야.


한 달 가까이 집에 있다보니 채윤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채윤이는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아빠가 오늘 집에서 공부하는지 도서관에 공부하는지 확인을 했지. 그런 채윤이를 생각하자만 마음이 저려와. 아빠로서는 맨날맨날 채윤이, 현승이와 함께 했으면 더 없이 좋겠거든. 게다가 아빠가 시험공부 한다고, 요샌 통 놀아주지도 못하고, 새로 산 인라인스케이트도 못태워주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아빠가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채윤이가 이해할까?


어제 밤에도 채윤이가 확인을 했지? 오늘 집에 있을 거냐고.. 그러마 하고 약속해놓고선 오늘 약속을 못지켰구나. 아침에 채윤이가 우는 걸 보니, 평소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진짜 섭섭해서 우는 울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아빠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채윤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처음으로 듣게 된 채윤이의 이 말이 아빠 마음을 두드렸단다. '아! 드디어 아빠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참 부끄러웠어.


채윤아! 아빠도 채윤이처럼 항상 채윤이 곁에 있고 싶어. 하루라도 안보면 채윤이, 현승이 생각에 다른 일들을 잘 할수 없을 정도지. 마음이 허전한 게 너무 이상하거든. 그래서 채윤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아빠도 아빠 일을 해야된단다. 하나님께서 아빠한테 준 꿈도 있고, 아빠로서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정도 있어. 신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채윤이한테 보여주고 싶구나.


채윤이가 아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 아빠가 잘 알아. 아빠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없으면 보고 싶어하는 거 잘 알고 있단다. 아빠도 채윤이처럼 똑같이 같은 마음이란 거 채윤이가 이해했음 좋겠다.


예쁜 채윤아!

아빠가 아빠한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아빠가 행복해질 수 있고, 아빠가 행복해져야 채윤이도 아빠의 행복을 나눠 가질 수 있단다. 지금은 아빠가 자주 늦게 들어오고,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주일에 반 이상 아빠 얼굴 못보더라도, 이 모든 게 우리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채윤아!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다.

2005/12/07

이 일에 대해서 오늘 오후 정리한 생각들이야. 나 자신을 위해서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답글로 남겨. 결국 당신 얘기와 내 얘기가 같은 얘기인것 같구. *^^*


나는 잠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먹먹했었는데...다행히 차분히 오후 치료를 할 수 있었어.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하나님께서 채윤이 유치원껀은 거절하시네요

 

라고 날렸지.


그리고 나서 '거절하신 기도'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 거절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 어렵겠지. 채윤이랑 나의 관계를 생각해봤어. 채윤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안 된다'고 말하면 억울해서 엉엉 우는 경우가 있어. '원래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건데 엄마는 왜 그래?' 즉,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해야하는데 왜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막냐는 거지....

2005/11/28

컴퓨터를 하고 싶다거나, 밤 늦게 쵸코렛을 먹겠다고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채윤이 자신도 알아. 그걸 하면 좋지 않은 이유들에 대해서. 그런데 그냥 괜히 한 번 더 게겨 보는 거지.


예를들면, 옷 선택에 관한 문제는 좀 다른 것 같아. 분홍만을, 그리고 항상 치마만을 고집하는 채윤이와 싸울 때가 있어. 가끔은 양보하지 않고 바지를 입히고 분홍이 아닌 옷을 입힐 때가 있지. 그러면 채윤이는 억울해서 죽어. 그런 사안은 아무리 설명해도 채윤이의 인지력으로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니 눈에는 분홍색만 이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세련된 색이 아니다. 정말 멋진 것은 남들과 다르게 내 스타일을 찾아서, 내게 어울리는 나만의 스탈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아무리 말해야 채윤이가 알아 듣지를 못하지.


채윤이의 색감과 채윤이의 이해력은 어쩔 수 없는 한계지. 그건 채윤이가 자라서 이해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 하나님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은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히 말씀하셨지. '너희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르다'고....


우리의 이해력과 인지력으로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뜻'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어. 그렇게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기도했는데...우리에겐 유치원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추첨에 떨어진 그 이유. 언젠가는 알게 될 수도,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지만....기도의 응답으로 온 탈락임이 분명할진대....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과일거야.


나도, 당신도, 채윤이도 화이팅!!

채윤이 유치원비가 월 이십몇만원 한다. 거기에 이러저런 교육비까지 합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째 채윤이는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 교육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가장 나은 교육이라는 부모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윤이가 내년에 7살이 된다. 이사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좋은 시설, 좋은 교사, 국가 지원, 저렴한 교육비... 지난주에 접수하고 오늘 추첨하는 날이었다. 35명 뽑는데, 140여명이 신청을 했다. 근 4대1이다.


여기저기 기도부탁 하고, 내심 하나님께서 '복' 주시리라 믿었다.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었다. 주의 말씀을 순종하면 천대까지 그 은혜를 주시마 약속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양 할머니 권사님들도 금식하며 기도하시고, 목원들도 기도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모 편에선 완벽했다. 되야할 논리적, 환경적 근거들은 잘 구비된 듯 싶었고, 또 그리 되리라 굳게 믿었다.


나는 통속에 손을 넣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 안 됐다 ...


집까지 걸어 들어오는 길에 무척 허무하고 속상했다. 이렇게 낙담이 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하나님께 믿음의 테스트를 받는 거야 큰 문제 아니다. 다만, 부모 때문에 자녀가 손해를 보는 건, 도무지 마음을 쓸어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깟 일로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하며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확율상 발생한 일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선한, 원더풀 플랜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내 감정이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할 뿐이다. 허나 내 이성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논리적인 원인 추적은 무의미하다. 내가 갖춘 조건에 따라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겠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따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허망한 마음은 있는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런 일로 하나님의 선대하심을 오해말자.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지 말자. 이런 일로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자. 7살 채윤이가 가야 할 유치원은 부모된 우리가 또 기도하며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집에 들어오니 할아버지와 채윤이가 TV를 보고 있다. "어떻게 됐냐", "안 됐어요. 4대1이었어요". 채윤 왈 "4대1이 뭐야?"...생고구마를 연신 아작거리며 먹고 있는 채윤이... 사랑스러운 내 딸...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당신의 형상을 닮은 자녀... 잘 기르겠습니다. 주님, 하나님 마음에 합한 아이로 양육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5.11.28.

목장에서 부모님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나눌 때나,

우리 부모님들 황혼기의 모습을 뵈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부부가 둘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잘 대화하고 서로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을 때,

나이가 들어서 가장 같이 있고 싶고 편안한 사람이 배우자가 될테고, 그것만큼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겠는가?

부모님들이 두 분 끼리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말이다.


부부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자녀로부터 보상 받기 원하고, 자녀에게 인정받기 원하고, 주말에는 꼭 자녀들(결혼하여 가정을 만든 자녀라 할지라도)과 함께 놀기 원하고...결국 이런 것이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님을 기쁘게 섬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년기 뿐 아니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어쩌면 언제 어느 때든 같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유익이 자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부모의 일상이 힘들고 짜증스러우면 그 또한 자녀에게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 대화법을 연습한다든지, 아동의 발달을 공부하는 것보다 우선이 되는 것은 '매일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 그것이 왕도인 것 같다.


김장을 도우러 채윤이 고모가 오셨다. 채윤이 현승이가 고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김장 준비를 하는데 두 녀석 다 고모 옆에 붙어서 파 썰기, 새우젓 다지기 등을 흉내내고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옆에서 일을 하면서 소외감도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김장을 하거나 힘에 부치는 집안 일을 할 때는 으례 애들한테 더 퉁명스러워지기 일쑤고, 대답 한 번 따뜻하게 못 해주는 엄마다. 아이들이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리 가라고 구박하며 밀어내고 말이다.

고모랑 조잘조잘 거리면서 즐겁게 어른들의 일에 참여하는 것처럼 엄마가 매일 그래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을까? 알짱거리다가 할머니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내가 먼저 '김채윤 저리 가!'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일상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을 그래서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주 안의 기쁨'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주 안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주물러 김장을 할 때라도 마음엔 기쁨이 넘칠 수 있는데......그 하늘로부터 오는 기쁨을 잃고 사는 날이 허다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주님 말씀 안에서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일 뿐이다. 그럴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을 자녀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2005/11/27

채윤아!

끝내 어정쩡하게 굳은 얼굴로 널 유치원 현관으로 밀어 넣고 들어왔다.

널 들여보내고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엄마 자신의 표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엄마의 표정을 들여다 보았단다.

무뚝뚝해 보이고, 경직돼 있고,긴장돼 있고.... 이게 너를 대하는 엄마의 요즘 표정이더구나.


'엄마 다림질 하는 동안 스타킹 신고 있어'하는 말에 여전히 빈둥대면서,

'엄마! 어디가 앞이예여? 한 줄 있는데가 앞이예여? 두 줄 있는데여?' 하는 너한테 불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어. 아침 내내 엄마는 경직돼서 농담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고 너는 언제나 처럼 까불고 능청 떨고, 깐죽거리고...


생각해보면 니 말을 여유있게 농담으로 받아치면서 유치원 갈 준비를 하면 너도 엄마도 행복해질텐데...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발단은 경직된 엄마의 태도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실은, 할머니 보시는 아침 드라마에 빠져서 밥을 못 먹는 널 보면서 이미 엄마는 마음이 단단해졌어. 너를 탓할 일이 아니지. 누구라도 싸우는 소리가 나는 텔레비젼에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루의 시작을  어른들 싸우는 소리, 너로서는 이해도 할 수 없는 갈등관계를 가지고 울고 불고 소리 지르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하게 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단다.

그러면 여지 없이 엄마는 할머니의 라이프 스타일에 불평을 하게 되고, 또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 한탄을 하게 된단다. 엄마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고 말이다.


오늘 아침 그 스트레스가 결국 여느 때처럼 채윤이 한테 터져버린 것이다. 정말 미안하구나. 엄마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하고 게다가 그 감정을 채윤이한테 폭발해 버리다니...


유치원 가는 길에 마음을 풀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었지만 잘 안됐단다. 그래서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즐겁게 지내' 한 마디 하고 돌아섰다. 텔레비젼을 틀지 않는 게 방법이지 틀어 놓고 보지 말라고 하는 게 방법이 아닌 것처럼, 이미 황폐해진 엄마 마음인데 사랑 어린 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


빨리 분가하도록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언제 될 지 모르는 분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는데...오늘 엄마의 숙제란다. 오늘 아침과 같은 상황을 잘 극복해낼 방법을 모르겠어. 예전에 잘 될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방법을 잊어버렸어.


채윤이에게 편지라도 한 장 남기고 출근하고 싶은데....

(이럴 때는 채윤이가 빨리 글을 읽을 수 있게되면 좋겠다 싶구나)

암튼, 채윤이를 위해서도 엄마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 되겠구나 싶다. 이렇게 메마를 마음으로야 어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니. 하루 종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살께. 메마른 마음에 풍성한 사랑이 은혜로 부어지기를...저녁 때 만날 때는 아주 여유있고 넉넉하고 밝은 표정으로 채윤이를 안아 주도록 할께.


미안한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엄마가...

2005/10/19

채윤이가 지금 현승이 나이쯤 됐을 때(30개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독차지 하던 사랑을 빼앗긴 채윤이. 엄마로서도 그런 채윤이를 어디에 보내는 것이 새롭게 적응해야할 일이었습니다.

그 때쯤, 다른 클럽에 썼던 글이지요. 요즘도 채윤이와 현승이는 엄마를 놓고 서로 자기 엄마라고 싸우는데... 채윤이로서는 현승이의 등장은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자기중심적인 30여 개월 짜리 아기가 타의에 의해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 때는 그런 채윤이가 너무 가엾어서 안타까운 마음 말할 수 없었죠.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아 우는 채윤일 보면 더더욱 마음이 찢어지고요...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채윤이는 나름대로 독립된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결벽증도 사실 엄마가 먼저 치유 받아야 할 병이죠.


=================================================================================


처음으로 채윤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면서 적잖이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울며 불며 안 간다는 아이를 봉고에 태우고 매정하게 문을 닫고는 '안녕!'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섰지만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을 그런 실랑이 끝에 마음이 정말 오락가락 했는데...이걸 계속 보내? 말어? 하지만 또 집에 놔두면 어쩔 것인가? 할아버지 한테 현승이 괴롭힌다고 구박 받는 건 뻔한 일인데...


이래 저래 어떤 선택이든 채윤이의 하루하루는 먹구름 뿐인 것 같았습니다.어린이집 뿐 아니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채윤이는 예전의 그 '완전한 사랑'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승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채윤이는 좋든 싫든 채윤이는 영아기를 벗어나 유아가 되고 있구요. 채윤이가 서러워 우는 시간이 많고 원치 않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러다가 좋은 채윤이 성격 다 버리는 거 아닌가? 하면서요.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결국 채윤이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9시부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한 시간 동안 '소화차(어린이집 차) 언제와요? 몇 시에 와요?' 하고 있죠.엄마 아빠가 현승이 목욕을 시키거나 옹알옹알 하는 현승이가 너무 이뻐 정신없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저기 한 구석탱이에 앉아서 혼자 블럭놀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가슴이 싸~해 지면서 채윤이가 한없이 가엾죠. '에이그 자식, 현승이 없으면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엄마 아빠 사랑 독점하고 있을텐에...'


채윤이에게 부모로서 더 이상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분명 채윤이가 원치 않는 상황에 자꾸만 던져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채윤이의 몫이 분명히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마음에 아주 작으나마 쓴뿌리가 생긴다 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부모 되려 하여도 최선의 환경을 줄 뿐이지 천국 같은 환경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나머지 부분은 하나님의 은혜의 몫이겠죠.그렇게 생각하니 최선을 다하되 너무 결벽증을 가지진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좋은 부모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 이상은 그 분의 손에 의탁하는 것.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되뇌 봅니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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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백이란 멋진 디자인이 있어야 그 의미가 사는 법! 그런 면에서 정신실 씨의 교육법은

정말 탁월하다! (여보, 나중에 당신 글 모아서 책 한번 내봐. 정말이야!!!) 놀이와 교육을

적절하게 잘 디자인해주고 슬쩍 빠져서 아이들이 결국 상상력으로 놀이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당신의 능력은 볼 때마다 감탄이라니까...


2   

자녀 교육도 부부가 좀 죽이 맞아야 될 텐데, 생각보다 나는 너무 무개념, 무원칙, 불성실,

수동적인 것 같다. 그러면서 은근히 아이들의 놀이와 능력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걱정하곤 한다. 게다가 아내가 저러다가 아이들 교육 시기를 놓쳐버리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 섞인 생각도 하곤 한다.


3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기 위해 강요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공부하고,

대화하고, 기도해야 겠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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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었다. 유아교육과니까 당연히 유치원으로 나갔다. 교생실습 막바지에 가면 교생 혼자서 일일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을 하는 일이 있다. 물론 이 때 채점이 되고 교생실습의 학점을 좌지우지 하게된다.

암튼, 내가 그 all day 수업을 하는 날에 담당 교수님께서 지도 방문을 오셨다. 그 시간은 실내 활동을 모두 마치고 바깥놀이 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엄마를 만나듯 반가운 맘으로 교수님을 뵙고는 '이제 수업 다 끝났어요. 바깥놀이만 하면 하교예요' 했더니...'수업이 끝나다니? 바깥놀이는 수업이 아닌가?' 하셨었다.


그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 줄 때만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내 원시적인 교육관이 깨달아진 날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때의 경험인지....요즘 음악치료를 하면서도 나는 음악이 없는 순간, 그 순간의 소중한 치료적 의미를 깨달아간다. 열심히 북을 두드리고 나서 오는 조용한 침묵의 시간을 채우는 아이들의 행동 하나. 연주하는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아이들에게 여백을 주기.


채윤이 유치원 친구들은 이미 거의 초등학교 수준의 과외들을 하는 것 같다. 한글, 영어, 발레, 수학, 미술, 피아노, 영어 뮤지컬 놀이......뺀뺀이 놀면서 글자 한 자 제대로 못 쓰는 애는 채윤이 밖에 없는 것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도 좀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친구네 집에가서 미술 전공한 친구 엄마랑 미술놀이 하는 것, 것두 미술은 한 30분 하고 네 시간 이상을 친구랑 놀다 오는 것이 채윤이 과외의 전부다. 최근 조금은 불안했었다. 소신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 못시키는 것 아닐까?하는 마음이 스스로 들 정도였다.


최근에 읽고 있는 <잃어버린 교육, 용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여백을 줘야한다. 쉽게 말해서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채우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열심히 놀 수 있는 여백의 시간들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 교사를 할 때부터 내게 변하지 않는 소신 하나는 '잘 노는 아이가 잘 큰다' 이것이다. 잘 놀려면 잘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 채윤이랑 현승이가 둘이서 미친듯이 놀아대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최대한 아이들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충분히 상상하고, 충분히 환경을 조정하고, 충분히 에너지를 쏟아내라고. 그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여섯 살, 세 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정신실이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가서 정만 신기하다는 듯이 아이들이 널어 놓은 난장판을 보면서 '와~아, 이게 뭐야?' 하고 경이를 표해주는 정도. 그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채윤이가 어리고 혼자였을 때는 사실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놀아줬었지만 지금은 두 녀석 노는 것에 마당만 잘 깔아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 현승이는 말을 배우고, 의사소통의 방식들을 배우고, 삶을 배운다. 채윤이도 마찬가지겠지.


두 녀석이 싸우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한 놈이 다른 놈을 때리지 않은 이상, 나는 싸움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싸움에 여백을 주기 위해서다. 그 여백을 통해서 싸움을 싸우고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현승이 같은 경우 죽자 사자 울면서 엄마의 도움을 구해도 '니가 누나한테 한 번 말해봐. 가서 친절하게 말해봐'하는 정도로 멘트를 해주고는 일부러 딴청을 해본다. 물론 빨리 참견을 해서 상황을 정리하고픈 충동이 없는 것 아니다. 그런 때는 나와의 싸움이다. 최대한 개입하고 간섭하지 않기. 참자.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하면서 최대한의 싸울 시간을 준다.


아이들이 넘어졌거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할아버지와 싸워서(?) 울 때도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으면서 여백을 확보해 보려한다. 역시 매 번 잘 되는 일은 아니다.


나는 특히나 S와 F 성향이 강해서 개입하고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서 아이들 문제가 아니더라도 훈련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훈련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커지는 만큼 나도 함께 자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기쁨이 있다.

20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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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늦잠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휴일이면 빨리 일어나서 하루를 길게 보내고 싶다.


남편이 출근하는 유일한 날이다.


아침으로 떡국을 끓이고,

식사를 하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설겆이를 하고,

설겆이를 하면서 칫솔로 배수구를 윤이 나게 닦고,

행주를 삶고,

창문과 현관문까지 열어 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빡빡 걸레질을 하고,

빨래비누 척척 발라서 걸레를 빨고,

그 사이 다 돌아간 빨래를 하나 씩 털어서 널고...


난 이런 일이 보람있을 뿐 아니라( 하고나면 깨끗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일 자체가 재밌다.


집안 일 자체가 차~암 재밌다.

할 수만 있다면 김치도 내 손으로 담궈보고 싶다.

(어머니 취향으로 말고....ㅎㅎ)


이 사이 거실로 햇살이 찾아들고,

거실 가득 93.1의 음악이 가득 채워지는 건 기본.


일을 마치고는 당연히 커피 한 잔 해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돈된 거실에 앉아서 말씀을 읽고 책을 읽는다.


나는 전업주부 체질 아닐까?

200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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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개학하고 딸도 개학하는 개학날 아침.


며칠 전부터 이 날을 생각하며 마음이 묵직했습니다.


아빠와의 짧은 이별 생각에,

또 얼마나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싸우며 살이 쪽쪽 빠지는 한 학기를 보내야 할 것인가?

하며 남편에 대한 염려와 걱정 때문에,


채윤이가 즐겁기만 해서 다니는 유치원이 아니고 유치원을 생각하면 여전히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에,


방학동안 나 역시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놀았는데 다시 정상적인 스케쥴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묵직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지고 묵직한 마음으로 해소할 길이 없나? 생각하는데...

역시 기도하는 일 외에는 없다고 느껴져 앉았습니다.


2학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천안에 있는 남편이 모든 염려와 근심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공부하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장학생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좋은 성적에 대한 염려와 부담, 관계에서 언제나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 사역에 대한 부담, 부족한 시간에 대한 부담을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공부하고 사역할 수 있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우리 채윤이가,

자신의 주장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겪어야만 하는 친구 관계에서 지나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타협하고 양보하고 남의 밑으로 들어갈 줄 아는 것도 배우며 '친절한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며 행복해 하는 유치원 생활을 하기를 기도합니다.


남편 없이 보내는 주중에 더욱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기뻐하며 하루하루 지내는 엄마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매일매일 기도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 아이들에게 천국의 기쁨을 삶으로 보여주는 엄마기 되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새로운 한 학기.

주님의 도움으로만 살기를 기도합니다.


200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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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전도사님이 된 이유로 주말은 더 이상 나댕기고 노는 주말이 아니다.

금요일에 천안에서 올라온 남편은 짧게 금요일 저녁 바쁘고 분주한 일들을 애써 잊으며 아빠노릇 남편노릇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도 토요일 아침에는 출근을 한다. 차까지 가지고 출근하면서 우리 셋은 집 안에 그대로 갇히는 것이다.


이렇게 집에 있는 토요일이 거듭되면서 나름의 행복해지기가 연습이 되었다.


늦은 아침과 설겆이를 하고,

잠시 어머니와 수다,

지희랑 전화로 수다를 떨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는 사이 두 녀석은 거실에 식당을 차려놓고 '식당놀이'에 빠졌다.

'네~ 고객님! 주문하시겠습니까?' 하면서...

커피 한 잔을 타서 인터넷 주~욱 한 번 돌아보고 있자니 부모님은 새로 개통된 경전철 타보러 나가신단다. 앞 집에 부모님의 안계시면 괜히 마음이 편하다.^^;;


저녁에는 집에서 목장모임이 있다. 차도 없이 어떻게 장을 보고 식사준비를 하나?

으흐흐...나를 위해 준비된 GS마트 인터넷 장보기. 집에서 주문하면 두 시간 이내로 무료로 배달이 온다. 메뉴 좀 검색하고 장을 보고.

희서엄마가 준 '키티 푸딩' 만들기를 아이들과 했다. 우유에 섞어 불에 데워 냉장고에 넣는 간단한 것에 좋아서, 흥분해서 난리다. 두 녀석은.


푸딩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채윤이를 구슬러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데 곧잘 친다.

상으로 '젓가락 행진곡' 같이 한 번 쳐주고는 함께 피아노 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예전에 유치원교사 할 때 해봤던 노래극을 꺼내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면서 노래동화를 들려줬다.

넋이 나가서 듣고 있는 두 녀석. 스토리 이해가 안 되는 현승이는 금방 지겨워한다.


슬슬 배고파지는 시간.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다. 두 녀석 데리고 나가서 떡볶이 순대 오뎅 사가지고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순대도, 내장도 잘도 먹는다. 채윤이는 '엄마! 나 간 좀 줘' 하면서...


 


배부르게 먹고나니 현뜽의 기다란 속눈썹이 밑으로 막 쳐지면서 짜증이 는다. 졸립다는 얘기. 현뜽을 침대에서 재우고 있으면 채윤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저 녀석이 자면 엄마는 내 차지다'

현뜽을 재우고 커피 한 잔을 더 타서 새로 읽는 <풍성한 가난>을 들고 거실 책상에 앉는다. 채윤이는 글씨 공부를 하겠다고 옆에 앉는다. 몇 글자 쓰더니 졸립단다. 엄마 무릎을 베고 자겠단다. 무릎에 눕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책을 읽는 맛. 참으로 평온하고 행복하다. 어느 새 잠든 채윤이.


집이 1층이라서 베란다 앞에 가지가 앙상한 나무가 서 있고 간간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한다. 책을 읽다 밖을 보다....'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런 행복한 일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감사와 행복을 남기고 싶어서 컴 앞에 앉았다.


이렇게 끝나도 감사할 하루인데....저녁에 목장모임이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온다. 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하고, 찬양하고, 마음을 나누고, 기도하고...


'제가 무엇이관데...주께서 저를 이렇듯 생각하시며,

제가 무엇이관데....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

제가 무엇이관데....이런 큰 복을 주시나이까'

200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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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현승이(3세)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잘 놀다가도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그럴 필요 없다고 누누히 얘기해도 소용없다. 활달한 채윤이를 보면 부모의 영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르치지지 않았는데, 현승이는 참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지난주 교회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20여명의 어른들이 함께 둘러 앉았다. 아이들도 10여명 사이사이 앉았다. 현승이는 누나를 좇아다니다가 얼떨결에 아빠엄마 건너편에 서게 되었다. 엄마아빠와 현승이가 눈이 마주쳤다. 이쪽으로 오고싶어하는 눈치다. 가로질러 건너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현승이는 사람들에게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 끝내 이쪽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울며 서 있었다. 차라리 울며 서 있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나 보다.


아빠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미안하고, 그렇게 못하는 아이가 측은하다. 지금은 어려서 그렇다치지만 커서는 안그러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정말이지 현승이가 그 부끄러움을, 그 두려움을, 그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매력적인 사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지난 여름, 설악산에서, "아빠 바람이 무서워요">

...


조금 있으면 시험을 보고, 또 조금 더 있으면 새로운 신분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기대로 부풀어오르다가도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무릎꿇어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다가, 불현듯 저 건너편에서 주저하던 현승이가 떠오른다. 영락없이 내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 아버지! 도와주세요" 기도한다. 십수년 넘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내겐 아버지라 부르기엔 다가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저하는 현승이를 온 마음으로 품었던 아비되었던 나를 생각하니, 나를 품고 계신 참 하늘 하나님의 아버지되심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어찌 해야 되는지 알겠습니다. 용기를 내 보겠습니다. "해 보렴. 넌 할 수 있단다. 주저하지 말거라. 이리로 건너와라. 옆에 사람들을 쳐다보지 말고, 나만 보며 이리로 건너오렴" 주님, 당신께서 힘 주시고, 위로 주시고, 격려 주시고, 재능 주시고, 용기 주시니 그럼,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출처 : [김종필님 미니홈피]
작성자 : 김종필
작성일 : 200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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