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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키우는 엄마

마음에 쓴 뿌리 없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by larinari 2007. 7. 8.

채윤이가 지금 현승이 나이쯤 됐을 때(30개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독차지 하던 사랑을 빼앗긴 채윤이. 엄마로서도 그런 채윤이를 어디에 보내는 것이 새롭게 적응해야할 일이었습니다.

그 때쯤, 다른 클럽에 썼던 글이지요. 요즘도 채윤이와 현승이는 엄마를 놓고 서로 자기 엄마라고 싸우는데... 채윤이로서는 현승이의 등장은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자기중심적인 30여 개월 짜리 아기가 타의에 의해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 때는 그런 채윤이가 너무 가엾어서 안타까운 마음 말할 수 없었죠.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아 우는 채윤일 보면 더더욱 마음이 찢어지고요...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채윤이는 나름대로 독립된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결벽증도 사실 엄마가 먼저 치유 받아야 할 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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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채윤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면서 적잖이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울며 불며 안 간다는 아이를 봉고에 태우고 매정하게 문을 닫고는 '안녕!'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섰지만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을 그런 실랑이 끝에 마음이 정말 오락가락 했는데...이걸 계속 보내? 말어? 하지만 또 집에 놔두면 어쩔 것인가? 할아버지 한테 현승이 괴롭힌다고 구박 받는 건 뻔한 일인데...


이래 저래 어떤 선택이든 채윤이의 하루하루는 먹구름 뿐인 것 같았습니다.어린이집 뿐 아니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채윤이는 예전의 그 '완전한 사랑'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승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채윤이는 좋든 싫든 채윤이는 영아기를 벗어나 유아가 되고 있구요. 채윤이가 서러워 우는 시간이 많고 원치 않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러다가 좋은 채윤이 성격 다 버리는 거 아닌가? 하면서요.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결국 채윤이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9시부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한 시간 동안 '소화차(어린이집 차) 언제와요? 몇 시에 와요?' 하고 있죠.엄마 아빠가 현승이 목욕을 시키거나 옹알옹알 하는 현승이가 너무 이뻐 정신없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저기 한 구석탱이에 앉아서 혼자 블럭놀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가슴이 싸~해 지면서 채윤이가 한없이 가엾죠. '에이그 자식, 현승이 없으면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엄마 아빠 사랑 독점하고 있을텐에...'


채윤이에게 부모로서 더 이상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분명 채윤이가 원치 않는 상황에 자꾸만 던져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채윤이의 몫이 분명히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마음에 아주 작으나마 쓴뿌리가 생긴다 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부모 되려 하여도 최선의 환경을 줄 뿐이지 천국 같은 환경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나머지 부분은 하나님의 은혜의 몫이겠죠.그렇게 생각하니 최선을 다하되 너무 결벽증을 가지진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좋은 부모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 이상은 그 분의 손에 의탁하는 것.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되뇌 봅니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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