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아, 다 싸써~어. 어어엄마아, 다 싸따고오오.

똥 싸고 뒤처리 하는 것, 옷 입고 단추 잠그는 것, 요플레 뚜껑 따는 것.

제 손 두고 엄마 손 가져다 처리하던, 그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하여 흐릿한 기억이지만, 분명 그랬던 때가 있었지.

이제 두 아이 모두 엄마보다 키가 크고, 힘도 더 세고, 음 또..... 더 세련되고.... 에...... 그렇게 되었다.


# 딸


채윤아아, 이리 와. 저기 싱크대 2층에 접시 꺼내줘.

채윤아아, 이 병 좀 따봐. 와, 너 손 힘 쎄다!


그리고 가끔 코스트코 같은 대규모 장을 본 후에는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한다. 

채윤아, 다 왔어. 내려와.

어마어마한 머리숱의 긴 머리 휘날리며, 백수 향기 또한 휘날리며 1층 현관에 대기해준다.

짐을 드는데 이건 뭐, 수박 한 통 번쩍번쩍 들고,

엄마 손의 짐까지 뺏어서 양손 가득 어마무시한 무게를 들고 3층까지 한달음이다.

우와, 우리 채윤이! 아들이야? 우와아아아아.

주님, 이렇게 힘쎈 딸. 과연 제가 낳았단 말입니까?



# 아들

토요일 아침. 설거지 담당 누나가 레슨 가고 없다.
세 식구 식사를 하고 났는데 책 들고 소파에 터억 앉으면서
설거지 내가 할게. 이거 조금만 읽고 내가 할게.
오아아아아. 고마워!
그리고 점심. 아빠도 나가고 엄마랑 둘이다.
떡볶이 맛있게 해서 먹고 그대로 앉아 스마트폰 보고 있는데
벌떡 일어나더니 제 그릇 가져다 싱크대에 놓고, 또 내 그릇까지 거둬가며 식탁을 정리한다.
엄마, 설거지 내가 할게.
야, 아침에도 니가 했잖아. 연달아서 설거지를 하다고? 진짜?
현승이 며느리야? 왜 혼자 일을 다 할려고?
아니, 앞으로 주말에는 내가 아예 설거지를 맡을게.
<82년생 김지영> 독후 뒤늦은 효과?



딸은 자라서 아들이 되었고, 아들은 커서 며느리가 되었다.
자랑입니다만......
참 좋군요. 똥 닦아주며 키운 보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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