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의 뉴질랜드 일정을 마치고 어제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끙끙 캐리어를 끌고 돌아섰는데 "어서 와! 보고 싶었어!' 하는 소리가 떡 버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성실도 하여라! 떠날 때 했던 약속(긴 외출)을 지키기 위해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서 저러고 개나리가 피어 환영인사 하고 있었다. 돌아오니 봄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을꽃이 한창.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다알리아를 만났고. 그리고 많은 이름 모를 꽃을 들여다보고, 찍어주고 했다. 이국 아줌마 아저씨가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금 부담스러웠으려나? 아니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을 만난 타카포 호숫가에도 작은 친구들이 석양을 받아 존재의 아름다움을 뿜어대고 있었다. 사진 찍어 보여주니 JP가 "율동공원 같은데!"라고 했지만 말이다. 
 

여행자 또는 방문객이 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침투했다가 나의 자리로 돌아오니 며칠 경험한 그 일상들이 벌써 아스라하고, 아스라한 그리움은 그 삶의 자리들과 교회를 위한 기도가 된다. 
 
여하튼 나 돌아왔어.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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