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는 긴 여행을 다녀오려니. 두고 가기 아까운 일상이 아쉽다. 최고의 자연 풍광을 마주할 예정이지만 우리 동네 새와 풀과 나무 친구들이 늘 제일 좋으니까. 바빠서 산책 나갈 시간이 없었는데, 어제는 짐 싸야 하는 시간에 일단 우짜든지 나갔다.  막 피어나려는 개나리 꽃봉우리에 인사를 했다. 돌아오면 만개해 있겠네.

 

아이들 어릴 적에 첫 웃음, 첫 뒤집기 순간, 첫 '엄마' 발화 순간, 첫 걸음마 순간.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던가. 일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퇴근하면 뭔가 하나를 했고! 부모님께서 흥분해서 상황을 전하시는데 어쩐지 섭섭하고 아쉽고 그랬었다. 조금은 그런 느낌이다.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지 못하는 게 그때 그 심정으로 아쉽다. 

 

이러고 나는 가서 누구보다 그 순간에 몰입해서 감탄하고 흥분할 위인이니, 걱정은 마시고 가서 미션 수행 잘 하고, 여행 잘 마치고 오기를 빌어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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