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결혼기념일이다. 남편 제주살이 하는 동안 잠시 들러 찍은 사진 배경이 제주도 신혼여행 사진과 겹친다. 오른쪽 사진의 제목은 "늙은 우리"이다. 마음에 든다. 늙은 우리와 젊었던 우리가 다 마음에 든다. 오늘 묵상 본문 말씀이 시편 1편이다. 25주년 잘 살았고, 잘 견뎠고, 잘 늙었고, 앞으로 이렇게 늙어가라고 주시는 그분의 선물같다. 남편과 함께 나누는 아침 묵상에 이런 글을 적었다.   

 

그대,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수밖에!
죄악 소굴에 들락거리길 하나,
망할 길에 얼씬거리길 하나,
배웠다고 입만 살았기 하나.
오직 하나님 말씀에 사로잡혀
밤낮 성경말씀을 곱씹는 그대!
에덴에 다시 심긴 나무,
달마다 신선한 과실 맺고
잎사귀 하나 지는 일 없이,
늘 꽃 만발한 나무라네.
(1:1-3 메시지성경)

결혼 25주년 기념일입니다. 25년의 기쁨과 슬픔이 마음을 다시 훑고 지나갑니다. 장신대 도서관에서 책을 싸들고 나오며 "신학교 가지 않겠다, 목회자 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시작된 결혼인데, 지난 25년의 부부생활, 가정생활은 목사가 된 남편의 여정으로 굴곡진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빠가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았을 수많은 일들을 겪어내며 우리 가정은 고유한 무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처는 존재의 무늬입니다.

주님, 결혼 25주년 기념일 아침에 함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부부로 성장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성경을 사랑하고, 목사의 책임감으로 성경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어서 저의 오늘이 있습니다. 남편이 목사였기에, 피눈물 흘리며 지켜야 할 제도적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제가 오랜 시간 영성의 길을 돌아돌아 여기 다시 말씀을 묵상하는 자로 있습니다. 주님, "말씀에서 솟아나는 기도"의 맛을 알게 된 지난 25년의 시간이 감사합니다.

남편의 길을, 저의 길을 이끄셔서 인생 남은 날 더욱 저희들 자신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옵소서. 생의 전환점을 맞은 남편이 이 5월의 시간을 지나며 자기다운 목회, 자기다운 삶을 사는 소명의 길을 잘 발견하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아침마다 말씀으로 말씀해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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