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밤이 깊어간다. 옆 침대에는 아주 특별한 생일축하를 받은 목사가 쌕쌕 깊이 잠들어 있다. 남편 생일인데, 서프라이즈로 케이크라도 준비하고 싶었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수도원에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쩌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생일인 것이 알려졌다. "그리고 오늘 순례에 함께 하신 김종필 목사님의 귀 빠진 날이랍니다."는 말이 마치자마자 생일축하 노래가 떼창으로 발사되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목. 사. 님. 생일 축하합니다. 
 
교회 교우에들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떼창 생일축하 노래를 가톨릭 신자들의 목소리로 들었다. "사랑하는 신부님"이 아니라 사랑하는 "목사님"이라고 노래하는 가톨릭 형제자매들이라니! 사랑하는 목사님...이라니! 

 
한 마디 하라는 말에 남편이 일어나 멋진 생일축하 답사를 했다. "여기 와서 여러분들과 얘기 나누다보니 개신교인들에게 상처받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대표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희 교회에 가서 잘 가르치고 더 잘하겠습니다." 했다.

담을 넘어온 순례 여행은
아프더라도 꼭 들어야 할 말을 듣는 기회,
특별한 생일축하를 받는 기회,
한 분 하나님을 믿는 하나의 교회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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