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어느 카페, 손님이 하나도 없어 잠시 내 전용 작업실이 되었음.

 

연재하고 있는 <신앙 사춘기 너머>는 속편입니다. 전편인 <신앙 사춘기> ‘너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글입니다. 전편에서 ‘사춘기’에 방점을 찍었었습니다. 교회로 인해 다소 화가 나고, 혼란스럽고, 차가운 마음이 되었다 해도 퇴행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으로 가는 통과의례인 사춘기라고요. 신앙 사춘기를 겪는 분들의 편을 들고자 하니, 날카로운 글이 되었습니다. 또 화풀이 대상도 필요했습니다. 종교 중독이라 이름을 붙이고 저의 어머니를 빌런 삼았는데.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속편을 쓰고자 한 것은, 그사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해 드려야겠다는 뜻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씌웠던 혐의를 벗기며 종교 중독 대신 나르시시즘이라 이름 지어 봅니다. 종교적 나르시시즘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덫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며칠 전에는 잠에서 깨어 엄마가 보고 싶어 아이처럼 찔끔 울었다. 어버이날 때문인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 '종교 중독'에 관한 글 때문이었다. 우리 엄마는 종교 중독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많이 사랑한, 예수님을 신랑 삼아 인생길을 헤쳐 나간 착한 과부였다.

 

이 글의 '나르시시즘'을 읽으며 누군가가 떠오르더라도, 그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의 나르시시스트이다. 부디 누구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이 글이 소비되지 않기를...  

  

 

종교 중독, 또는 나르시시즘 너머

나는 그간 무엇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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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존경할 수 있을까

실망, 그에게 투사한 '나의 황금'을 되찾아올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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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에서 목격자로

쓰기, 상처에서 떨어져 나와 자기를 자기 앞에 세우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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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학대' 그리고 그 너머

'어른아이'의 치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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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춘기 너머

모두가 "아멘"할 때 "노멘"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마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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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사춘기를 겪지 못한다면

[인터뷰] '신앙 사춘기 너머' 연재하는 정신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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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대니 샤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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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만 붙들고 사는 요즘인데. 지난 얼마간, 사이사이 쉬고 숨을 쉰 것은 나물 만들기였다. 드룹나물이다. 드룹은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는 줄만 알았는데 된장에 심심하게 무쳤더니 진한 드룹 향은 살아 있고, 오리엔탈 드레싱의 샐러드 느낌이다.

   

 

이 모든 봄나물이 채윤이가 들고 온 것인데, 봉지를 풀면서 달래을 보더니 "오, 엄마 달래 된장찌개 해 줘!" 주문을 했다. 찌개라는 게 식구들 모두 모여 앉아서 한 그릇에 숟가락을 섞어가며 비위생적으로 막막 먹어야 맛이 나는 것인데. 세 식구 앉아서 제대로 밥 먹는 끼니가 있어야 말이지. 시들기 전에 무쳐버렸다. 오, 달래 너도 나물이구나!!!

 

 

왜 우리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지? 저렇게 맛없는 걸 왜 좋아하지? 노인네라서 그런가? 어렸을 적에 그랬다. 나물 좋아하는 엄마 식성이 도통 이 세상 사람이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물을 좋아하고 무치고 하는 엄마가 취나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도통 알 길이 없네. 그래서 나도 취나물하고는 안 친한데. 해 봤다. 아, 취나물 향이 이렇구나! 나물은 '향'이구나. 드룹, 달래, 취. 제각각 향이 살아 있다. 우리 엄마는 이 향을 느끼고 좋아했던 것일까? 

 

야채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건네 주시는 손길이 참 고마운데.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메시지 하나에 다 담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맛있게 감사히 잘 먹는 것이 보답이라 여겨 정성스레 무쳐서 맛있게 먹는다. 힐링, 힐링 하는데.... 이런 게 힐링인가? 초록 야채를 데치고 무치는 게, 찰진 밥에 먹는 게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원고 감옥에서 잠시 풀려 나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어렸을 적에 나물 좋아하는 엄마를 사람 아닌 토끼... 이런 동물 보듯 했는데. 채윤이는 저 씁쓰름한 드룹과 취나물을 '하아... 맛있다. 남은 거 내가 다 먹어도 돼?" 하면서 촵촵촵촵 먹는다. 

 

나물 무치기! 이보다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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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주문이 들어와서 계란 두 개를 탁탁 깼는데... 노른자가 네 개다! 와, 신난다!!!! 김채윤은 노른자 싫어하는데! 스크램블 하지 말고 삶은 계란으로 줄 걸! 삶을 계란 깼는데 싫어하는 노른자가 두 개나 들어 있으면 진짜 약 오르겠다. 흰자 노른자 섞는데 정말 아까웠다. 삶은 계란의 흰자만 벗겨 먹고 노른자 남기는 아이. 약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못내 안타까워 죽는 엄마... 나란 엄마,
나란 자는... 도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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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시간이다. 무조건 나가서 걸어야 한다. 곧 장마가 오고, 날이 더워질 것이다. 걷기 어려운 시간이 온다. 오늘은 놓치지 않았다. 탈고와 송고는 구원이다. 탈고 후 송고의 엔터를 치고 나면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진다. 누구라도 만나면 얼싸안고 사랑을 고백할 마음이 된다. 아침에 원고를 보내고 셋이서 연휴의 끝을 잡았다. 슬슬 눈치 보며 둘이서 영화를 보고, 장을 보고, 숨소리를 낮추던 부녀와 함께 해방을 선포하고 놀았다! 걸었다!
 

 
집에서 가까운 숲길을 찾았더니 "태교의 숲"이다. 엄마 왜 이리 작아? 쪼꼬미, 쪼꼬미! 이렇게 불러도 너는 나한테서 나왔는 걸! 키도 마음도 존재의 크기도 엄마보다 한참 크지만... 그래도 너 이 작은 몸에서 나왔는 걸! 
 

 
우리 채윤이 태명이 '푸름이'였다. 왜 이렇게 지었더라? 생각은 안 나지만, 무슨 뜻이 있었을 게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숲을 걷자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릴 적에 하도 많이 불러준 노래라 채윤이도 절로 따라 부른다. 
 

숲 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쪼로로롱 산새가 노래하는 숲 속에 예쁜 아기 다람쥐가 살고 있었어요...
푸른푸른 푸른 산은 아름답구나...
아침 햇살 곱게 내리면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 산새들도 노래하며 하늘 높이 날아요...

 
어릴 적 채윤이 포함 아이들 모아서 '동요교실'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아름다운 노래들을 가르쳤었지. 동요, 어린이 찬송가, 아이들을 위한 예쁜 노래가 내 안에 무궁무진한데 이제 쓸데가 없다.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너네 아이들에게 끝도 없이 아이들의 노래를 불러 줄 거야. 이런 숲에 데리고 와서 노래를 불러 줄 거야." "그래... 엄마가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아빠는 아이들을 안고, 업고... 그렇게 다닐게. 엄마는 노래만 할 거야...."
 

 
25년 된 생명, 푸름이를 데리고 푸른 숲을 걷자니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영혼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점심으로 간장게장을 먹고, 경치가 좋은 카페에 가서 소금빵 앙버터도 먹었지만... 마무리는 떡볶이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푸르른 오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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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간신히 탈고를 이룬 어린이날 밤. 산책에 나섰다. 놀이터를 빙빙 돌며 걷는 밤 산책이 참 좋은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낮에 놀다 두고 간 부서진 장난감이 놀이터 벤치에 헬렐레 누워 있는 것!  하이고... 터덜터덜 재미없이 걷던 발걸음에 폴짝폴짝 생기가 피어났다. 누가 봤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노래도 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끝이 아니었음! 어린이날이라 엄마가 딸기우유를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어떡해... 아오, 귀여워! 그리고 또 노래가 나왔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노래에 다섯 살 김채윤이 가사를 붙였던.

 

우성상가 이층에는 채윤이 가는 병원 있어요
맞아 맞아요 채윤이는 코 빼도 울지 않아요
채윤이가 코 뺄 때 안 울면
엄마가 딸기우유 사줘요.

 

 

아직도 끝이 아님. 인공 우물인데, 여기서도 맹꽁인지 개구리가 운다. 시골 외갓집인 줄... 정겹다 정겨워. 어린이날 밤 산책! 집에 돌아와 채윤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제 하다 하다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 귀여워?"라고 했다. 그렇다! 얼굴을 몰라도 귀엽다! 그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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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이라니. 강풀의 만화도 아니고... 결혼 26년...이 되었다. 결혼 1주년 때 갔던 카페는 없어졌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1주년엔 드라마 같았다.
 
"어, 여기 무슨 창문 같은 게 있지? 한 번 열어 봐"
"이걸 왜 열어?"(짜증)
"그래도 한 번 열어 봐."
"으이, 진짜! 이걸 뭐 하러 열... 옹? 이게 모야?... (목걸이 툭!) 아잉, 몰라 몰라..."
 
이 정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JP는 안 하면 안 했지 서프라이즈를 하려면 감쪽 같이 하는 편이지. 서프라이즈는 나처럼 인내심 없는 사람은 못한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든 미리 들켜버리고야 말지!) 이랬던 1주년이었는데. 26주년엔 비싼 스테이크 먹으면서 '티격태격'까지는 아니지만 '디걱대걱'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참 한결같다. 어떻게 26 년 동안 같은 문제로 이러지? 우리 참 한결같애, 그치?  
 

 

집에 오니 스물 다섯 우리 채윤이가 꽃을 사다 꽂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좋아하는 소국이라며. (솔직히 채윤아, 계절도 중요하거든. 엄마 있잖아... 소국 좋아하는데... 소국은 가을에 땡겨...) 화병에 예쁘게 꽂아 놓은 마음이 더 예쁘고. 디걱대걱 하며 늙어가는 엄마 아빠를 오냐오냐 하지 않고, 각각 따끔하게 야단치며 잘 키우고 있는 딸이다. 26년 한결같은 부모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침없이 지적해 준다. 엄마 아빠가 좋은 노인 되었으면 좋겠다고, 둘이 사이좋게 잘 늙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면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은 아라리가 낳았지만,
이렇게 괜찮은 채윤은 JP&SS가 낳았으니...
 
26년 동안 같은 문제로 싸우면 좀 어때?!
 

 
아빠는 설교 준비, 엄마는 강의 준비와 원고로 각각 머리를 싸매고 앉았는 토요일. 채윤이는 집안 분위기 왜 이러냐며 덩달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오후에 엄빠, 채윤 각각 산책 나갔다가, 아파트 정원에서 만났다. 각각 장을 봐 온 엄빠 손에 똑같이 들려 있는 것은 블랙사파이어. 이즈음에 채윤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결혼 26년 된 부부, 이심전심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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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선교 여행 때, 강의 마친 후 틈새 시간에 아보카도 커피를 대접받았다. 와, 환상의 맛이었다! 떡볶이 400인 분 만든 순간만큼이나 인상적으로 기억될 캄보디아 장면이다. 맛있으면 만들어 봐야지! 집 앞 마트로 누리던 트레이더스를 놓고 이사 왔더니 이런 게 아쉽네. 아보카도는 자루 째 싸게 파는 트레이더슨데. 여하튼 준비하여 내 감을 믿고... 토요일 아침 음료로 만들어 보았다. 성공! 환상의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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