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 아들 도시락 싸주다... 나 덮밥 왕 됐음.
덮밥 좋아하는 현승이가
스카에서 공부하다
도시락으로 싸 준 덮밥 먹을 생각에 잠시 설렌다니....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덮밥을 만들게 되는데
살림이 막 엉터리라 냉장고 식재료 상태가 들쑥날쑥인데
그게 또 새로운 도전 환경이 되어서
온갖 종류의 덮밥을 다 만들게 되었음.
이제 나 파 한 쪽 가지고도 현승이를 감동시킬 덮밥 만들 수 있음.
진짜임.
나 덮밥 왕 됐음.
물론 기본적으로 고기 없는 덮밥이 연이어 나가면 
내색은 안 하지만 불편해하심.
아무튼 나 정말 덮밥 왕 됐음!
왕의 기도를 올려 드린다...
 

주님, 우리 현승이 긍휼히 여겨주세요. 두렵고 긴장된 마음, 낮아진 마음에 찾아가 주세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해야 할 때는 더욱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 현승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겸손하게 해주십시오. 당신을 존귀히 여기는 자를 존귀히 여기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자기답게 꽃 피우는 인생을 일구는 시간, 소중한 가을 날이 되기를... 주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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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도 산책이 가능한,

얼마 안 되는 시절이다.

낮에 나가야 하나하나 눈을 맞출 수가 있는데.

뷰 포인트다.

논이 있고, 

멀리 든든한 배경의 나무가 있고.

이 즈음엔 심지어 코스모스가 바로 앞에서 유혹을 한다.

 

 

내적 여정은 기도의 여정이라는 안내를 하면서

"이 날씨에 산책하지 않는 것은 죄예요."

했더니

 

어느 간사님이 

"저녁에 설교가 있어서, 설교 준비하느라 죄를 짓네요."

했다.

 

 

내가 "하이고, 죄 중에 잉태한 설교네요."

했다.

 

 

많은 경우,

설교는 죄에서 잉태하지.

어쩌면 좋은 설교는 더욱 죄에서.

 

 

어쨌든 나가 걷지 않으면 죄가 될 정도의 

좋은 날들이다.

하나님이 여기 계시다.

들꽃 한 송이를 보듬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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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지의 장소, 그리고 밤이었다. 나는 세찬 폭풍을 받으며 힘들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나는 작은 등불을 들고 양손으로 그것을 보호하며 걸어갔는데 그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웠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내가 이 작은 등불을 살리는 데 달려 있었다. 별안간 나는 무엇인가가 나를 뒤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뒤돌아보니 거기에 내 뒤로 다가오는 거대한 검은 형체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놀랐음에도 불구하고-어떠한 위험이 있더라도 이 불빛을 이 밤이 새도록 폭풍 가운데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에 나오는 융 자신의 꿈이다. 이 꿈을 통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꿈을 꾸었던 시절의 삶에 대한 성찰로 융은 '인격의 그림자(제2호 인격)'을 발견하게 된다. '살고 싶은 삶'과 '살아야 하는 삶' 사이의 갈등에 놓여 있었고, 나는 이 구절에서 "그러나 모든 것은 내가 이 작은 등불을 살리는 데 있었다"와 "어떠한 위험이 있더라도 이 불빛을 이 밤이 새도록 폭풍 가운데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라는 부분이 참으로 좋다. 나의 등불을 꺼트리지 않는 것, 나의 빛을 포기하지 않는 것. 

 

“나를 이끄시는 온유한 빛”
(Lead, Kindly, Light Amid encircling gloom)

인도 하소서. 온유한 빛이시여,
저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저를 이끌어주소서!
밤은 어둡고 저는 집에서 멀리 떠나왔으니,
저를 이끄소서!
저의 발을 지켜주소서.
나는 먼 곳을 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다만 한 걸음이면 족하나이다.

 

존 헨리 뉴먼의 시이다. 찬송가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데"의 원 가사이기도하다. 성공회 사제였다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추기경까지 되었고 최근에 성인 품에 올랐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지만, 이 한 문장을 실제로 살았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고독하고 막막한 인생이었을까. 그 인생을 떠올리며 이 시를 읽으면 한 구절에서 다음 구절로 넘어가기가 어렵다. "인도하소서, 온유한 빛이시여" 밤은 어둡고 집을 떠나왔으니, 다만 한 걸음을 내디딜 빛을 주옵소서... 구하는 기도의 막막함과 절절함이란. 
 
<인생의 빛 학교>라는 이름의 모임을 해왔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인데, 아주 마음에 든다. 결혼으로 가정을 막 이룬 때부터 황혼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그 인생을 이끄는 '빛'을 구하는 공부라는 뜻이다. 생애 주기마다 '빛'을 찾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 연애, 육아, 중년의 위기, 노화와 죽음. 일상의 구체적 어려움을 정직하게 마주하며 그 너머에서 비추는 참된 빛을 찾자는 뜻이기도 하고... '육아 일상'과 '중년'을 사는 두 그룹을 진행하다 마지막에는 다 함께 내적 여정 일부분을 나누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고맙게도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로 마음이 모아져서 여차저차하다 그리 되었다. '빛' 학교라는 말에 적절한 마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산다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고(To live means to grow), 성장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며(To grow neans to change), 변화하는 것은 결심하는 것이다(To change means to decide).'  나 역시 성장을 위해서 지금 여기서 나 자신을 바꾸어야 했기에, 내 안의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분이 비추시는 단 한 걸음을 위한 빛의 이끄심에 순종하여 걷는 길이다. 성장하고 변화하려는 분들과 함께 하는 체험의 교회였다. 교회를 확신하는 순간들이었다.  
 

산다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고(To live means to grow), 
성장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며(To grow neans to change),
변화하는 것은 결심하는 것이다(To change means to decide). 

라는 삶의 원리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내적인 삶을 키우는 것이다. 이 내적인 삶은 신앙생활의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며, 신앙생활의 변화를 위하여 지금 상황(here and now)에서 자신의 신앙생활의 자세를 과감하게 바꾸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성격유형과 그리스도인의 영성』 중

 
 
 

 

이것은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감이 
아무렇지 않게 담긴 종이봉투.
참으로 정겨운 과일 종합 선물 세트.
 
포장지 반, 과일 반에
예쁜데 똑같이 예뻐서
여러 종류인데 한 종류처럼 보이는
비싼 과일 바구니가
넘볼 수 없는 품격의 과일 종합 선물 세트!
 
좋더라고… 따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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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계절이 계절의 때를 알고 찾아오고,
계절이 떠날 때를 알아 순순히 떠난다.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는 계절,
제 때를 알고 찾아온 계절이 교차할 때, 
나의 계절을 생각한다.
 
계절이 좋은 설교이고
계절을 마주할 때 나는 정직한 구도자가 된다.
깊고 고요한 기도를 드리게 된다. 
 
이럴 땐 이런 이유로
저럴 땐 저런 이유로
산책을 포기할 수 없지만,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이 즈음 같은 때가 없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보느라 이 즈음 산책 길엔 목이 빠진다.
이 즈음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낮이고 밤이고 간에.
 

 

*  재밌는 사연 끼워 팔기 * 


(JP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며 등 대고 대화 중)
JP : 야아, 공기가 차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어...  
SS : 그러게... 계절이 지나가고 있네... (사이)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이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약간 병짓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떤 단어로 버튼이 눌리면 내 안에 있는 시나 노래 가사가 막 줄줄 나온다. 평생 있던 증상인데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JP : 와아... 당신 왜 서울대 못 갔어?
 
-------
 
(JP와 채윤이 식탁에 마주 앉아서)
 채윤 : 배 맛있다. 달다... 아빠, 배나무에도 꽃이 피어?
JP : 당연하지! 배꽃이 예쁘지.
SS : (계란프라이 만들면서 등으로 대화를 듣고 있었다. 배꽃... 배꽃?... 이화...)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귀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병짓...)
JP : 와놔, 정신실 왜 서울대 못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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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 늦잠이 더 늦어진다. 둘이 일어나 아침 묵상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도록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휴일이니 깨우지 않아도 되지만, 깨우고 싶기도 하고. 어제 끓인 김치찌개를 데우며 밥을 안쳤다. 그리고 남편에게 "작전명 초파리!" 하고 말했다. 김치찌개 데우는 냄새가 퍼지면 하나씩 기어 나올 것이다. 멜론 깎아 식탁에 놓아 달달한 향기 퍼지면 초파리들 모여들듯이. 

 

반응은 금방 오지! 주방 옆 방에서 큰 초파리 등장. "크로와상 먹을래?" "아니, 나 밥 먹을래." 남편에게 눈으로 확인. "거 봐! 초파리 작전 성공이지?" 추석 헤세드로 스팸이 풍성하고 햅쌀이 반짝반짝... 어제 김치찌개에 스팸 한 통 더 추가하고 금방 한 햅쌀밥이니 세상 제일 맛있는 밥 아닌가! 초파리 둘 시간 차 공격으로 나와 처묵처묵 하는 뒷모습이 맛있고 사랑스럽다. 

 

도촬 당한 줄도 모르고 앉아 아침 먹고. 지금 현재 시점으로 기록당하는 줄도 모르고, 마주 앉아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개봉할 영화들 얘기로 조잘거리는데. 내 몸은 노트북 앞이지만 귀는 식탁이다. 오래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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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나서자마자 빰에 닿는 바람에...
그 가벼운 밤 공기에...
가을로 가득 찬 계절이 지나는 하늘에...
이미 다 써놓으셨으면서…
읽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
숨이 막히도록 느끼고 있는데...
.
.
.
.
.
.
.
대놓고 이러신다.
지나가는 사람 다 보는데 민망하게 이러신다.
안다구요. JESUS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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