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어버이날 꽃을 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알지? 내가 선물에 진심인 거. (알지! 우리 현승이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진심이지. 오직 그 사람에게 의미가 될 선물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않지. 지나칠 정도로 따지지 않지!) 그래서 꽃을 사는 게 싫고 아까워서가 아니야. 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애. 어버이날이라고 다들 꽃을 하나씩 사는 게, 그게 똑같이 꽃을 받는 게 의미가 있어? 만약 엄마한테 의미가 있다면 괜찮고, 그거면 충분히 의미가 되는 거고! 그래서 묻는 거야. 엄마가 어버이날 꽃 받는 게 의미가 있어? 엄마도 남들 한다고 다 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

 

어, 의미가 있어. 당장 이제 오늘부터 친구들 카톡 프사가 어버이날 꽃으로 막 바뀌거든. 이게 그렇더라고. 그게 나만 못 받으면 좀 쓸쓸해. 그러니까 그냥 해 줘. 엄마한테 의미가 있어! 화려하고 큰 꽃다발 아니어도 돼. 

 

틀, 형식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할까 하다 말았다. 리추얼과 상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되지, 꼭 주일에 예배에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정성은 없고 형식만 남은 종교 행위가 문제이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는 형식, 제도, 리추얼을 필요로 하는 몸을 가진 인간이라는 얘기도... 막 하고 싶었는데 참았다. 

 

의미를 모르겠으면서도 이렇게 적절하게 마음에 드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분홍 카네이숀과 노란 장미에 냉이꽃이라니! "아무 꽃" 같은 들꽃이 제일 좋은데... 냉이꽃, 이 아름다운 아무 꽃이 들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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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산책에 실패했다. 비가 그쳤나 싶어 나가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비 맞으며 걸을까, 들어가 우산을 챙겨 나올까 갈등하다 생각보다 차거운 비에 집으로 들어오기를 두세 번. 완전히 그친 것을 확인하고 밤산책에 나섰다. 길은 젖었으나 적당한 기온, 적당한 바람에 며칠의 결핍감이 싹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탄천 길 좋다. 아, 좋다.

 

향기로 존재감 뿜뿜하는 아카시아가 코와 눈과 마음을 잡아끌었다. "하나님, 아카시아 향기가..."로 시작했다는 어머니의 대표기도가 다시 생각난다. 아카시아 향에서 하나님을 느끼는 감성과 영성이 우리 어머니에게 있다는 것, 아는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 영혼의 아름다움을 나만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어머니는 아카시아꽃이다.

 

탄천에 찔레꽃이 있었다고? 길 오른편에 흰꽃이 있어서 들여다보니 찔레꽃이다. 몇 년을 산책하며 처음 보는 것 같다. 찔레꽃은 우리 엄만데... 어릴 적 목사관 화단에 커다란 분홍 찔레꽃. 그 꽃을 꺾어 강단을 장식했던 엄마의 똥손이 기억난다. 어린 눈에도 참 볼품없이 꽂았던 것 같은데... 손이 똥손이라고 마음까지 그랬던 건 아닐 텐데. 꽃을 사랑하고, 꽃으로 강단을 장식하던 엄마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나만 아는 엄마, 나만 기억하는 엄마이다. 분홍 찔레꽃의 기억에 더해 하얀 찔레꽃은 엄마 돌아가시고 울며 울며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노래이기도 하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아프게 내게 오시네

밤다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사실 내가 어렸을 적에 좋아하고, 동요대회 나가서 부르기도 했던 같은 멜로디의 '가을밤'이고.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우리 엄마는 찔레꽃이다.

 

그렇게 걷노라니 "아, 내일이 어버이날이구나!" 엄마는 안 계시고, 아픈 어머니의 어버이날을 제대로 챙길 수가 없는 형편이네. 그리운 찔레꽃 엄마, 그리운 아카시아꽃 어머니... 가슴이 둔탁하게 아프고 흐르지 않는 눈물이 몸 어딘가를 맴돈다. 고개를 떨구고... 그렇게 걷노라니 바닥에 한가득 비에 젖은 토끼풀이 싱그럽다. 땅바닥에 딱 붙어 비 젖은 모습이, 젖었으나 이제 비 그쳤으니 다시 뽀송해질 토끼풀이 꼭 나 같다. 찔레꽃 엄마를, 아카시아꽃 어머니를 그리워 목을 빼고 쳐다보는 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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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물드는 시간> 에필로그는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진짜 여행이고 여행지는 네팔이다. 독자들은 어쩌면 지나칠 이야기이겠으나, 가장 무게가 실린 내용은 이것이다. 네팔에서 지낼 1년 동안 머리 염색을 끊겠다는 결심이다. 30대부터 흰머리인지 새치가 나서 일찍이 뿌리염색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말총머리로 굵고 검고 빛나는 머리칼이었는데... 한두 달에 한 번 하는 염색을 건강한 모발이 견디지를 못했다. 언젠가 염색을 끊으려 했는데 현승이가 성인 될 때까지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했는데, 성인이 되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꾸역꾸역 하고 있다. 
 
이래저래 시기를 놓쳤더니 뿌리 쪽이 또 하얗다. 동네 두피관리 샵 같은 게 생겼는데 "뿌리염색 25,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가격도 좋고, 집 앞이니 산책 나가는 길에 예약을 하려고 들어가 보았다. 예약은 무슨 예약, 바로 지금 할 수 있다고 한다. 할 때가 한참 지났으니 이게 웬 횡재냐, 덥석 앉았다. 열심히 할 일을 하는 주인장에게는 미안한데 한 시간 반 정도 앉아 염색하는 동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신상 캐기와 영업, 영업과 신상 캐기를 오가는 대화에 온갖 기를 다 빨리고 나왔다.
 
왜 이렇게 되도록 염색을 안 한 건지, 그러다 바빴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신상을 물어가며 조여 들어오는 대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렵다. 심리치료사, 연구소 소장, 작가, 강사... 뭐라 소개해도 깔끔하게 끝나는 법이 없다.) 손톱 관리를 좀 해드릴까, 두피 케어는 이래서 좋다, 심지어 동충하초 술을 한 잔 마셔보겠느냐, 동충하초 술과 함께 두피 관리를 받으면 머리숱이 이렇게 많아진다, 동충하초가 몸에 이렇게 좋다, 비싼데 병원비 내는 것보다 낫다...  칼같이 자르지도 못하고 적극적으로 듣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친절함으로 에너지를 다 탈렸다.
 
배가 고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뭔가 먹어야 하는데 집에 당장 먹을 것이 없다. 애들 뭘 먹일지는 생각도 안 나는데 다행히 현승이는 냉동실 고기 꺼내어 굽고 있고, 채윤이는 밥 생각이 없단다. 냉장고에 있는 건 야채... 샐러드만 먹을 수는 없는데... 탄수화물이 필요한데! 몸이 빠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파스타 면을 삶아서 파스타 샐러드를 만들었다. 정말 나를 위해서, 나만 위해서 만들었다. 생각 없다던 채윤이가 달라붙어 먹기에 포크질에 신경질을 담았더니 조금 먹다 나가떨어졌다.
 
좋아서 하는 요리,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나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행복도 찾아야겠다. 평생 요리해 놓고 "맛있어? 맛있어? 맛이 어때?" 반응과 피드백, 인정과 칭찬에 울고 웃는다. 좋아서 해놓고 내 방식의 반응을 강요한다. 이거 신혼 때 벌써 깨달았던 건데... 나는 남편을 위해 하는 요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리는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니야?"라고 천진한 T가 천진난폭하게 현타를 날렸었는데 말이다. 아, 사랑은 주는 사람이 정의하는 게 아니야. 받는 사람이 사랑으로 받아야 사랑이야! 이때 이후로, 이 큰 깨달음으로 강의에서 우려먹고 있지 않은가. 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배려를 선제적으로 투하하고 피해의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F짓은 (다시) 좀 자제하자.
 
좋아서 하는 요리를 나를 위해서 했더니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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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충신교회 사경회를 얼마 앞두고 목사님께 기도제목을 묻는 메시지가 왔다. 기도제목을 말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 한두 줄 말로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뭐랄까, 하나님과 조금 사무적 관계가 되는 느낌이랄까.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사이인데, 에헴... 친하지 않은 척 공개적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다. 하지만 기도제목을 물어주는 질문은 대개는 좋다. 특히 이번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말씀 준비를 위해 몇 번 통화하면서 언어 너머의 기도제목 알아차릴 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경회를 준비하는 은밀한 하나님과의 속삭임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는 요청이었다. 기도제목을 정리하며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차렸고, 목사님과 교우들이 기도로 준비하고 계시다는 확신에 힘이 나고 감사했다. 

 

<기도제목>
- 제가 전할 수 있는 만큼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진실하게 준비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인간적인 욕심이 되어 저를 도구로 쓰시는 성령님의 일하심을 방해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메시지를 기쁨과 자유로움으로 준비하고 싶습니다.
- 4월에 일정이 많아서 몸이 좀 약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남은 며칠 동안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더 기도하며 돌보겠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 아직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교우들이 마음과 저의 마음이 주파수가 잘 맞춰서 피차에 은혜의 시간 되기를 기도합니다.
- 함께 기도로 준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고 있는 모든 강의가 마음과 영성에 관한 것이기에 당당할 수가 없다. 마음과 영성은 '지어져 가는,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확신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없고, 주로 내가 겪어온 이야기를, 겪어내며 기도하고 공부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렇게 한 발 한 발 걸어가자고, 우리 모두 순례자이고 영적인 여정은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디 가나 비슷한 얘기를 하고 또 하게 된다. 강의가 내게 유익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말하면서 확신이 든다. 말하면서 다시 결심하게 된다. 그래, 맞아! 이렇게 가는 거야. 앞선 영성의 선배들이 그러하셨어. 솔직히 내 강의에 내가 은혜받는다.

 

내 강의에 스스로 은혜받는 것까지는 해봤다. 그리고 마이크 내려놓고 내려와서는 부끄러움에 회개 기도도 많이 드렸다. 이번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신앙 사춘기와 영적 발달 얘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떠올려야 하는 분(들)이 있다. 아이의 신앙에서 어른으로 가기 위해서 부모를 넘어서야 하듯이 한때 사랑하고 존경했던 지도자의 그림자를 마주해야 하고, 나의 여정은 거기서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전히 그 상처에서 나오는 피고름으로 괴로워하고 있으니까. 자꾸 말하고 쓰면서 나는 사실 내 영적 여정 최대의 빌런인 그분을 용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용서하고자 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분과 만남을 주선하셨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회개했다. 남편이 목사로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내 원망과 분노의 죄를 남편이 받는 것 아닌가 싶어서. 거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분을 축복하는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훨씬 실망스러운 그분의 노년을 축복하는 기도를 드렸다. 진심으로 그분의 평화를 빌게 되었다. 그분의 행보로 인해 새롭게 피눈물 흘리는 양 같은 교인들이 있기에 더욱 아픈 요즘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너머 가여움에 겨운 축복의 기도를 드렸다.
 
금, 토 저녁 집회 후 기도회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말씀을 전하고 내려와 목사님이 인도하는 기도를 따랐다. 그냥 기도하게 되었다.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감정적 선동을 하지도 않는 기도회 인도에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도가 올라왔다. 내가 했던 말을 요약하셨을 뿐인데,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고 기도하게 되었다. 첫날은 신앙 사춘기 주제였는데 내 인생의 빌런, 그 목사님을 축복하게 되었다. 둘째 날은 '여성의 하나님' 이야기를 나눴고 하나님의 모성성에 기대어 이땅의 여성들, 낮에 만나 식사했던 집사님들, 연구소의 벗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거의 2년 전, 말씀을 전하고 내려와 이어진 기도회의 충격으로 며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있다. 몇 개월 준비한 말씀이었는데, 혹여 해석 상 오류가 있을까 하여 남편에게 신학적 검증을 받고 또 받고 했었다. 청중 가운데 내로라 하는 신학자, 목회자들이 여럿 있었기에 더욱 부담이 되었었다. 이어진 기도회는 내가 전한 본문에 대한 인도자의 해석으로 진행되었다. 실은 가볍게 흔히 겪는 일이다. 여성이며 비목회자로 겪어낼 몫인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날은 소화가 되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몸에 생긴 발진은 그해 12월이 되어서야 잦아들었다. 호된 시련의 시간이었다. 이후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행동을 했고, 시간이 지났고, 그야말로 치유가 되었다. 그날 기도회 인도를 했던 분의 이름을 어디서 봐도 이제 심장이 쿵 떨어지거나 박동이 빨라지진 않는다.
 
이번 집회에서 두 번의 기도회는 정확히 그 일에 대한 치유였다. 나를 초대하고 기도회를 인도하신 목사님은 당신의 방식대로 하던 바를 하셨겠으나, 그것이 나를 치유했다. 성령께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시는 분이니 누군가의 존재로 누군가를 치유하신다. 좋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면, 늘 하는 방식이 치유적이어야 한다. '치유하는 현존'이 되어야 한다. 사경회의 주제가  "봄처럼 피어오르게 하소서"였는데, 처음에는 나와 좀 안 맞다는 생각을 했다. 내 메시지는 좀 무겁고 추운데... 삼일 시간 동안 적어도 내게는 새로운 생명이 불러일으켜졌다. 목사님께서 손글씨로 편지를 주셨는데, 사흘 치유와 소생의 정점이다. "안심이 됐답니다"라는 한 문장이 내 영혼을 얼마나 안심시키고 위로를 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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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오고...
그칠 듯 그치지 않고...
그래서 전을 부쳐봤다.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마침 잘 손질된 꽃새우를 선사받았고,
마침 꽃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계절이고,
마침 찬란한 슬픔의 아카시아향이 온 감각을 자극하는 시절이라
꽃, 새우, 傳을 만들어 보았다.

우리 어머니는 배우기만 하셨으면
시인이거나 학자가 되셨을 텐데.
언젠가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던 어느 때
교회에서 대표기를 하셨었다.
"하나님, 아카시야 향기가..."로 기도를 시작하셨다고.
교회가 아카시아 나무 그득한 동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냥 기도가 그렇게 나왔다고.
기도에 은혜 받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어떻게 그런 기도를 하냐고
사람들이 다들 나 대학 나온 줄 안다고
자랑이 끝이 없으셨었다.
시인 같은 면모에 지적으로 탁월하신 분이다.
 
비가 오고,
그칠 기미 없이 종일 흐리고,
아카시아 향이 좋은 계절이고,
온통 어머니 생각이 떠나질 않고...
괜히 꽃새우전을 부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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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걸으며 들꽃 관찰하고, 그 녀석들 이름 검색하고, 자꾸 불러주며 외우는 것 좋아한다. 티키타카 농담 따먹기로 하염없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아하고. 옷 구경 하는 거, 언제 어디서나 넋을 앗아가는 즐거운 일이고. 강의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꽂힌 한 주제에 파고드는 재미는 세상 비할 데 없고. 강의나 글쓰기와 아무 상관 없는 책을 아무 걱정 없이 읽는 날이 있는데 '이게 사는 거지' 싶게 행복하고. 정말 잘 볶고 정성스럽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에 뇌가 열리고 혀가 춤추는 느낌, 진짜 좋아하지. 혼자 있는 거실에 볼륨 높이 올리고 듣는 바흐 음악은... 거의 천국에 닿는 기쁨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천천히 차근차근 해치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일 많은데... 요리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먹을 사람 취향 분석하고 저격하여 메뉴를 정하고 만들고 함께 먹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연어 파피요트'를 했고, 함께 맛있게 먹었고. "삶은 요리 안 죽었네"하는 평을 들었다. 요리하는 것 좋아하는데,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으로 불리는 것은 진짜 생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운 일이다. 

 

지난 3월 다녀온 뉴질랜드 여행을 위한 단톡방 이름이 "고고씽 뉴질랜드!"이다. 말하자면 어제는 뉴질랜드 남섬 원정대 해단식이었고. 5월 "고고씽 유럽!" 출정식이기도 하다. 서쉐석 목짠님 부부와 맛있게 식사하고 식사보다 더 맛있는 대화를 나눴다.  메뉴는 연어 파피요트, 고사리 명란 파스타, 샐러드였다.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이 오랜만에 앞치마 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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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물드는 시간: 중년 이후의 삶과 영성에 관한 노을빛 대화>

 

책이 나왔습니다.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주시고, 리뷰도 써주시고, 소감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문입니다.

 

 

<노을이 물드는 시간> 서문

이 글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신앙 안에서 잘 늙어가고 싶은 중년 여성과 그가 따르고 싶은 한 노인의 가상 대화입니다. 중년 여성인 ‘정 선생’은 심리치료사인데 모태신앙으로 신앙의 열정이 남다르며,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80대 은퇴 교수 ‘최 선생님’은 60대에 예수님을 만난 자칭 ‘초보 신자’입니다. 신앙의 연수는 짧지만, 평생 마음을 연구하는 상담학 교수로 살았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허구이기에 실제 대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게 된 현실적 고민이 있고, 그리하여 찾고 싶은 진실이 있었습니다.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허무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거기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많은 ‘정 선생’이 겪고 있는 신앙적 실존적 문제입니다. 최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인생의 후반을 잘살아보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중년 구도자의 진실에 대한 갈망입니다.

 

<시니어 매일성경>에 연재하는 중에 ‘최 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독자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그분이 쓰신 책이 있는지 알려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이렇듯 철썩같이 논픽션으로 읽어주시니다니요!) 모델이 있기는 합니다. 저의 고민을 마음 다해 들어주시고, 사려 깊은 조언을 주시는 선생님이시죠. 무엇보다 성찰적인 분이십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니셨습니다. 그럼에도 평생 신앙생활 해 오신 노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사랑과 믿음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분 앞에서 복음을 아는 제가 부끄러웠고, 그러기에 더욱 복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잘 늙어가고 싶은데, 닮고 싶은 노인을 찾기는 힘들고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반면교사만 눈에 띄는 안타까운 현실이 조금 슬펐습니다.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것만 같은 ‘최 선생님’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나왔지 싶습니다.

 

질문하는 ‘정 선생’은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찾는 구도자입니다. 중년 이후의 삶을 어디로 초대하시는지 이정표가 될 만한 말씀을 찾아보았습니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요 21:18)”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중년 영성에 대한 ‘최 선생님’의 답은 이 말씀에 대한 인문학적 변주입니다. 성경말씀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인생사용설명서이지만, 노령화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명쾌한 모범답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깊은 고민과 지혜로운 적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 선생님’의 입을 빌려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책을 인용하였습니다. 인용된 책까지 찾아 읽어주시는 독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후 4시 반 경에 찍는 사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낮 동안 빛을 받은 만물이 오후 해질녘쯤 안에서부터 내는 빛으로 뚜렷한 선과 색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생과 신앙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요? 노을이 물드는 저녁, ‘최 선생님’과 ‘정 선생’ 두 여인 곁에 앉아 대화에 귀 기울여주신 <시니어 매일성경>의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도록 제안하고 격려해주셔서 제 안에 있던 ‘정 선생’과 ‘최 선생님’을 꺼내어 주신 서재석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면을 허락해주시고 단행본으로 만들어주신 성서유니온 출판부에도 감사드립니다.

<노을이 물드는 시간> 목차

 

 

 

노을이 물드는 시간

「시니어 매일성경」에 3년간 연재하며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소장이 生의 오후를 건너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책이다. 인생 중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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