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또는 출간입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벌써 나왔는데 이제야 출생 신고하네요. 쓰고 보니 ‘벌써’가 한참 전 ‘벌써’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 나왔던 『토닥토닥 성장일기』가 『우아육아:우아한 육아는 없다』라는 새 옷을 입고 나온 개정판입니다.

『토닥토닥 성장일기』는 둘째가 태어나 네 식구가 된 때 시작하여 큰 아이를 사춘기 기차에 태워 보내며 끝났었습니다. 개정판에 몇 개의 글이 더 추가되면서 작은 아이가 성인이 된 시점까지 담게 되었습니다.

‘육아일기’라고 분류될 수 있겠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이들 자라는 얘기와 함께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엄마의 마음, 아동치료 전문가의 정체성과 제 아이 키우는 엄마 사이 분열적 고뇌를 담은 에세이도 들어가 있습니다. 저의 저작이 그러하듯 애초 출간을 목적한 글이 아니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일이 쉽지 않은데, 아이가 자라는 건 너무나 쉬우며 빠르고,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를 관찰하는 재미는 세상 무엇에 비할 수 없어서 “쓰자! 남기자! 기록하자!” 했던 것들이 책이 된 것입니다. 엉성하고 거친 수백 개의 글을 고르고 다듬어 『토닥토닥 성장일기』라는 옷을 입혀주신 (당시 죠이선교회출판부) 이성민 편집장님의 장인정신이 아니었으면 책이 될 수 없었던 흩어진 구슬 서 말이었습니다.

‘과정’으로서의 인생, ‘여정’으로서의 신앙생활을 생각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 말 없는 존재로 누워 있었습니다. “얘는 어떤 목소리를 낼까?” 저는 사실 그게 제일 궁금했습니다. 목소리로 대변되는 존재의 색깔이 궁금했습니다. 하나하나 드러나던 존재의 빛깔을 보며 느꼈던 경이로움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가는 가혹했고요. 결국, 자라고 마는 아이인데, 키워내기 위해서 감수하고 빼앗겨야 하는 것들이 허다했습니다. 우아한 밥상까진 아니어도, 세 끼 제대로 앉아서 먹는 것은 물론 자야 할 시간에 자는 것, 그리고 꿈과 희망까지, 고귀한 소명의 삶까지 엉망이 되었으니까요. 그 모든 아픔과 기쁨을 흘려보낼 수 없어서 “일단 쓰고 보자!” 했던 것의 결과물입니다. 과정, 한 존재가 태어나 성인이 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첫 책 서문에 썼듯 “존재가 여물어간 과정”이지요. 아이의 존재가 여물어가며 부모의 존재는 단단해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과정, 아이 하나 키우며 내 존재의 지하실 바닥을 처절하게 확인하던 여정이기도 하고요. 결국, 인생 여정이었습니다.

새로운 감각의 “죠이북스”에서 중생의 은혜를 입혀주셨습니다. 『오우연애: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한 연애를 주옵시고』, 『와우결혼: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 두 권의 책과 라임도 맞추고 책 사이즈도 맞추어 『우아육아:우아한 육아는 없다』로요.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과정’으로서의 육아, 한 존재가 여물어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는 자부심은 생기네요. 과정, 길, 여정 위에 있는 분들, ‘호모 비아토르’들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학기말과 코스타 준비로 분주한 중에 책이 나왔습니다. 개정판이라 저자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책입니다. 교정 보며 다 큰 아이들과 함께 읽으니 감회가 새롭대요. 그 어떤 책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토닥토닥 성장일기』를 편집하신 간사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이 키우는 분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입니다.  위의 글은 페이스북(2022. 7. 22)에 올린 글 그대로 입니다.

 

 

우아 육아

2016년 「토닥토닥 성장 일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정신실 작가의 육아 일기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솔직 담백한 화법으로 전하는 에피소드들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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