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38 daily blessings 간밤의 꿈이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뜨며 차오르는 기도가 그 연장인 것을 안다. "당신이 여기, 제 마음 안에 계심을 알아요. 찾아 헤매지 않고 발견하게 해주세요. 오늘 하루 어떤 시간을 보내든 저를 다그치지 않고, 불안해 하지 않고, 딱 오늘 분량의 걱정만 하면 좋겠어요." 기도하며 아침을 맞았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잠시 시를 읽는 아침, 시를 읽고 성심당 튀김소보로로 식사를 하는 아침은 기도의 응답이었다. 같은 시집이지만, 온기가 다르다. 늦게 내 손에 들어온 한 권은 따뜻하기 그지 없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자존감이 올라간다. 어젯밤 늦은 시간 "한 개는 사모님 갖다 드리래."라며 남편이 들고 들어온 튀김소보로를 데우면서 맛있는 빵을 나눠 먹을 한 사람, 소소한 기억 속 한 .. 2025. 7. 24. 2025 하반기 내적 여정 2025년 하반기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 안내“사랑 안에서의 성장”,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에 초대합니다. 꿀처럼 달콤한 신학자라 불리는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는 사랑의 네 단계를 말합니다.첫 번째, “나를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두 번째, “나를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세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네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기적 동기’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돕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누구시고 내가 누구인지, 체험이 깊어질 때 우리의 사랑은 자랍니다. 하나님의 어떠하심 때문이 아니라 그분 그 자체로 사랑합니다. 하나님 사랑에 눈을 떠서 다시 나를 바라볼 때, 내 안의 빛과 그림자를.. 2025. 7. 23. 초록은 동색 미국 가기 전 마지막 금요기도회 반주였다. 그리고 집에 오는데 출출하다니까... 뭘 해주지? 한 줌 남은 쑥갓으로 쑥갓튀김! 채윤이가 좋아하는 영화 처럼 해보자! 금요일 밤 10시 넘어 기름을 끓였다. 와사삭와사삭, 우리 채윤이 얼마나 맛있게 처묵처묵 하시는지! 증말 해줄 맛이 난다니까. 혼자 밥을 먹으려는데... 뭐 막 새콤한 그런 게 막 먹고 싶었다. 오이탕탕이를 만들어 보았다. 깨를 갈아서 듬뿍 넣어야 하는데... 통깨를 절구에 넣고 갈다보니 어릴 적 찬장 안에 있던 깨소금 단지 생각이 갑자기 났다. 그랬고...! 혼자 새콤하게 맛있게 먹었다. 둘 다 초록초록 하여 제목은 성의 없이 붙여봤다. 연일 요리 포스팅이네. 이러다 요리 블로거 되겠... 2025. 7. 19. 부른다, 음식을 빗소리와 비 오는 냄새는 기름 지지는 냄새를 부른다.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했다.고소함 끝의 기름진 음식은 칼칼한 것들을 부른다.잘 삭은 오이김치로 오이국수를 했다.날씨가 음식을 부르고, 음식이 음식을 부른다. 2025. 7. 19. 이거 먹고 싶은 사람? 이거 먹고 싶은 사람? 이라고 가족 단톡방에 낚싯대를 드리웠더니 상병 김현승은 바로 전화를 해왔다. "그거 뭐야? 식당인 줄 알았네. 플레이팅이... 아주..."라고 내가 듣고 싶은 바로 그 말을 귀에 쏙 넣어주었다. 실시간은 아니지만, 뒤늦게 확인한 김채윤은 마음에 쏙 드는 이모티콘으로 답해주었다. 남편 JP는 옆에서 "먹어? 이제 먹어도 돼?" 하며 김상병과의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아이들에게 내 요리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문어를 싸게 샀는데. 전에 mary 언니님이 해주신 것이 생각나서 얼기설기해봤다. 감자 퓌레 만들고, 올리브유에 문어 굽고, 파프리카 가루 넣은 마늘 소스 만들어 끼얹어 보았다. JP에게 가격을 매겨보라 했더니 "22,000원!", 눈치 쓱 보더니 "아니, 2.. 2025. 7. 18. 그날의 나리, 오늘의 나리 어렸을 적에 별 온갖 상상놀이를 다 했다. '본부'라는 이름으로 동네 여기저기에 비밀의 공간을 만들었던 놀이가 문득 생각났다. 나무와 나무 사이, 친구 집 뒷마당에는 땅을 파기도 하고... 친구 두세 명과만 공유하는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늘 새로운 곳에 새로운 방식이었다. 거기에 놀잇감도 가져다 놓고, 간식을 땅에 묻기도 했다. 고등학교 나무 울타리 사이에 만든 본부에서는 밤에 촛불을 가져가 켜고 들어앉아 있다가 숙직 선생님께 발각되어 엄청 혼이 난 적도 있다.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본부'를 어떤 또 다른 친구에게 떠벌이고, 낄낄거리며 망가트린 친구도 있었다. 정말 속상하고 슬펐다. 어른이 되어 기도의 길을 찾다 발견한 기도의 공간들은 그 시절 '본부' 같은 곳인가 보다. 연구소 선생님들을 수도원에.. 2025. 7. 13. 오늘이 선물이다 나가서 밥 먹을까? (싫다는 대답을 할 기력도 없음)지금은 안 되겠다. 다들 좀 쉬었다가 나가자. 당신은 가서 한잠 자. (가서 잠)나가자, 뭐 먹을까? (몸보신을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음)그래, 누룽지백숙 먹자.(잠결에 내가 제안한 것 같기도 하고)와, 배부르다. 카페 갈까?아니야, 아빠. 배 불러서 카페 못 가. 드라이브나 하자. (조수석에 실려 가는 드라이브도 할 기력이 없다고 말할 기력도 없어서 드라이브를 당함) 그리고 익숙한 퇴촌, 양평 길을 다니는 중이었다. 어머, 우리 차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야? 차창 밖에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들꽃 천지, 개망초가 흐드러진 이런 환상적인 곳이라니! 습도와 온도가 함께 높아 차 밖으로 나가 걸을 날씨가 아니었고, 나는 목발도 챙기지 않아 불안.. 2025. 7. 12. 제철 샐러드 음식은 제철이고 사람의 사랑은 한철이다. 제철 밥상처럼, 제철 밥상을 부르는 제철 식재료처럼, 사랑도 한철이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 어렸을 적에 엄마랑 어른들은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불렀다. 아, 하지의 계절에 나는 감자구아! 이제야 이름의 뜻을 안다. 하지의 계절, 감자의 계절이라 이즈음엔 늘 감자샐러드를 만들게 된다. 신기한 것이 "감자가 지천이네!" 하는 순간, 감자를 보지도 않은 아이들 입에서 "감자샐러드 먹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상병 김현승이도 감자샐러드 참 좋아하는데... 감자가 있고, 옆에 현승이가 있는 여름이 또 오겠지. 오늘은 감자가 풍성하고 채윤이가 곁에 있다. 애 먹는 것만 봐도 좋아서 자꾸 도촬 하게 됨. 만드는 김에 산더미 만큼 만든다. 어차피 감자 삶아 으.. 2025. 7. 5.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병원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정문 근처의 연보라색 수국이 자꾸 윙크를 해서 오전 산책을 하게 되었다. 수국 옆에 엉겅퀴 같이 생긴 애가 있어서 "이름이 모니?" 했더니 "리아트리스"란다. 이러고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주황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아기를 앞으로 안고 살살 걷고 있는 것이다. 너무 예뻐서 슬쩍 사진에 담았다. 목발에 의지해 천천히 걷는 내 속도와 그의 걷는 속도가 비슷하다. 가만 보니 꽃이 보이면 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너무나 예쁘고 마음이 뭉클했다. 모두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지금 상가 빠바와 메가커피에는 어린이집 보낸 엄마들로 바글바글이다. 저 엄마는 아직 24시간 독박 육아 중이구나. 그 와중에 아기를 안고 산책을 나왔네. 아기에게 꽃을 보여주며 뭐라 말하고 있을까?.. 2025. 7. 1. 제철 밥상 나는 농부도 아닌데, 감자 철에 감자가 풍년이다. 감자 샐러드 만들 때가 됐다는 것인데, 오래 서 있을 엄두가 안 나서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감자로 뭔가 맛있는 것을 해야 하겠기에 제철 감자, 제철 호박, 제철 양파, 제철 두부, 제철 스팸을 때려 넣고 제철 찌개를 끓었다. 상추를 비롯한 야채 선물이 풍성하게 오고 가는 시절이다. 선물 경제가 따로 있나! 초록이들이 판을 치는 초여름의 초록색 선물 경제이다. 된장으로 무친 쑥갓 나물을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채윤이도 쑥갓을 좋아한다고! 그 식성을 며칠 전 샤브샤브 뷔페에 가서 알았다. 파 마늘에 된장만 넣고 싱싱하게 무쳐서 잘 먹었다. 제철 밥상! 2025. 6. 30. 놀이터에 설레는 마음 엄마, 누나 사춘기 아니야. 완전히는 아니야. 애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 "놀이터다!" 그럴 때 "어디, 어디?" 하면 아직 애들인 거야. 누나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아직 놀이터에 설레. 그러니까 사춘기는 아니야. 오래전에 현승이가 어린이 감별법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경험에 의거해 청소년 감별법도 내놓았지. "맥날(맥도날드)" 간판에 설렌다면 아직 청소년...) 그렇다면 나는 어린애가 된 것 같다. 깁스하고 나서 놀이터에 그렇게 설렌다. 정확히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이 아파트는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데... 젊은 부부와 함께 아이들이 천지삐까리이다! 이 동네 아이들은 왜 이리 인사도 잘하는지 "안녕하세요?" 청명하고 말랑한 목소리를 상시로 듣는다. 이런 아파.. 2025. 6. 30. 만들지 아니한 국수 6주 만에 깁스를 풀었다, 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4주는 더 목발과 함께 걸으란다.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발을 땅에 디디는 것이 어디냐며 힘을 낸다. 두발을 땅에 디디고 혼자 식사준비를 했다. 열무국수와 한입 떡갈비 구이! 채윤이가 "와아, 이거 엄마가 만들었어? 너무 맛있다!"라고 한 것은 한 입 떡갈비였다. 설마... 채윤아. 비비고가 만들고 엄마가 손수 구웠어. 채윤이와 그 애의 아빠가 이구동성으로 열무국수도 넘넘 맛있단다. 이건 엄마가 했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열무김치는 내가 한 게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고. 떡갈비를 만들고 열무김치를 담그는 일은 얼마나 많은 자잘한 노농과 정성이 소요되는 것이냐고. 나는 15분 만에 점심 준비를 했는데. 완제품 떡갈비와 열무김.. 2025. 6. 27. 이전 1 2 3 4 5 6 7 8 ··· 2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