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272

다스 베이더 탈을 쓴 우상 아빠, 저 꽃(소국 화분) 왜 사 왔어? 응, 살려고... 어이구... 아빠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어. 하나님 외에 다른 신실을 섬기고 있다고오! 하아...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통찰을 나누고 일어나 제 방으로 가던 채윤이가 발견했다. 어? 누가 이렇게 해놨어? 엄마 사진에 다스 베이더, 이거 아빠지? 아니거든! 김채윤 너 또 거짓말한다! 니가 그랬잖아! 부녀가 서로 자기는 아니라는 주장을, 여러 증거와 함께 내놓으며 영양가 없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둘 중 누가 했대도 타당한 일이니... 이 집안의 공식 빌런, 다스 베이더이며 우상인 신실은 운다. 두돌 사진이다. 4등신. 머리통이 몸통만 한 아이를 꼭 20대 아이처럼 앉혀서 사진을 찍어놨네.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 중 심.. 2024. 11. 1.
Behold the fowls of the air 2024년 10월 31일 오전 11시. 정신이 번쩍 드는, 아름다운 설교 한 편을 들었다. 아름다운 가르침이 지천에 널렸다. 입을 닫고 눈과 귀만 열고 있다면.(존 스토트 신부님에게 자연 관찰하는 법을 가르치신 그분 아버님 말씀이라고 한다.) 보시다시피 예수님은 새를 우리의 선생님으로 삼으신다. 복음서에 나오듯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참새 한 마리가 제일 똑똑하다는 인간에게 신학자요 설교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수치다. 공중에 있는 작은 새의 수만큼 우리에겐 많은 교사와 설교자가 있다. 그들의 생생한 본은 우리를 당황케 한다... 그러므로 나이팅게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마다 당신은 훌륭한 설교자의 설교를 듣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주님의 주방에 .. 2024. 10. 31.
JP&SS의 중년 이야기 2024년 9월호 의 커버스토리가 ‘중년의 영성’이었다. 여기에 나란히 실린 내 글과 남편의 글이다. ‘JP&SS의 사랑과 책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함께 기고했던 일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신혼일기를 썼던 지면에 중년일기를 썼다. JP&SS의 사랑과 책과 중년 이야기 정신실 “누나도 같이 가시는 거잖아요. 제가 마음에 담아서 갈 거니까, 지리산에 같이 있는 거예요.” 이런 말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교회 청년들과 지리산 종주를 떠나던 후배 JP가 잘 다녀오라는 내 말을 이렇게 받아쳤다. 말이 없는 친구인데, 했다 하면 이렇구나! 평생 이렇듯 달달한 세레나데를 듣고 살겠구나, 하며 결혼했다. 환상이 깨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기나긴 인생 여정 중 에로스 에너지가 폭발하는 짧은 순간이.. 2024. 10. 30.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브런치 아침 기도를 마치고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한 순간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 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직 8시가 되지 않은 시간. 우리 엄마... 아니고, 선의 아버지? 시부모님? 아닌데... 다 돌아가셨는데... 그 짧은 순간에 이미 치른 여러 번의 장례식을 다시 치렀다. 이 시간에 전화할 친구가 아닌데, 보통일이 아니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보통 일이 아닌 일이 일어났다. 새내기 직장인 딸내미를 태우고 올라와 내려가는 길인데 신갈 IC 근처에서 차가 꽉 막혀 있다는 것이다. 차 돌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아! 빨리 차 돌려! 브런치 먹으러 가자! 보정동 카페 거리에 브런치 맛집들이 많은데... 이른 시간이라 스타벅스 밖에 없다. 아, 우리 동네 스벅 두뜨에서 선과 만나 브런치에 모.. 2024. 10. 29.
말 너머의 말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더 크게 말하는 두 권의 책을 따끈하게 받아 안았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다면 상징이 필요 없다. 이미지는 상징의 아름다운 구현이다. 선사받은 두 권의 책 모두 작가로서 소장으로의 고민을 안고 지내온 한두 달의 여정과 닿아 있다. 남편이 활짝 핀 소국 화분 두 개를 검은 비닐에 사 들고 들어왔다. "내가 말 안 해도 소국만 보면 나를 생각하라! 알아서 사 들고 들어와라! 아직도 내가 말해야 그때 살 생각을 하느냐?" 매년 가을을 원망과 타박을 들으며 시작하는 불쌍한 남편이 올해는 재난을 면했다. 이런 내 집착을 온전히 이해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더 많은 그의 마음에 있는 어떤 것들이 담겼음을 안다. 언어.. 2024. 10. 28.
변화가 필요할 때 에니어그램 "변화가 필요할 때 에니어그램" "변화가 필요한 에니어그램" 책 제목은 『변화가 필요할 때 에니어그램』인데, 저는 "변화가 필요한 에니어그램"으로 읽으면서 추천 서문을 썼습니다. 에니어그램으로 자기 성찰의 도움을 얻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긴 서문을 쓰면서 에니어그램을 통해 영적 여정을 동반해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에니어그램을 도구 삼아 기도의 길을 안내하는 여정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서문에서 사소한 도발을 해봤습니다. 저자는 헨리 나우웬 신부님을 2유형으로 보는데, 저는 4유형으로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추천 서문: 에니어그램, 마음의 거울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선의를 가지고 타인을 사랑하며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며 살아간.. 2024. 10. 17.
기도 피정 안내 아빌라의 데레사 『영혼의 성』으로 쓴 논문의 결론 부분 일부입니다. 제 기도 여정의 고민을 담아 연구하고 얻은 소소한 결론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도의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여건이 되신다면 함께 해요. 『영혼의 성』에서 배우는 기도는 metanoia, 즉 방향의 전환이다. 기도하는 자아, 데레사 자신의 인간적 열정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향한 에로스적 열정이 방향을 바꾸어 그대로 하나님을 향할 때 영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비춘다면 개신교인들의 통성기도를 향한 열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의 기도를 ‘잘못된 기도’로 치부하지 않아야 하고, 하나님 앞에서 지나온 기도의 여정을 긍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지점에서 자기.. 2024. 10. 15.
기대 없는 기대, 다시 희망 어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었습니다. 3년 전 작가님의 신작 낭독회를 듣고 그날, 두근거리는 감동에 적었던 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온 몸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은 본래 그곳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 함께 있는 이들과 나는 그 사랑을 향해 기꺼이 걷겠노라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이 오늘 소장님께 드리고픈 감사의 마음과 닮아 있어 적어봅니다. 여름과 가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 10. 11. 참나무 교사회 미로 드림 2024. 10. 13.
에디트 슈타인의 ‘존재’를 향한 여정 어느 새 연구소 개소 6주년이 되었네요. 6주념 특강으로 설레는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에디트 슈타인은 아빌라의 데레사 논문을 쓰다 발견한 분인데. 잠시 이 분에 빠져서 논문 쓰는 일이 뒷전이 될 뻔 했다지요. 최대환 신부님은 대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재수강 할 정도로 좋았던 교수님입니다. 이 특강을 성사시킨 자체가 이미 뿌듯하네요. 가을 날 오후 피정 같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서울숲 바로 옆이고 핫한 성수동이니 맛집 탐방, 서울숲 걷기... 이런 일정으로 나들이 하셔도 좋겠네요. 오세요![나음터 영성 특강]에디트 슈타인의 ‘존재’를 향한 여정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에 의해 죽임당한 에디트 슈타인(1891년~1942년)을 아시나요? 철학자이자 가르멜수녀회 수도자였습니다. 에디트 슈타인의 50여 년 삶의 여정은.. 2024. 9. 20.
대표기도 다녀드른 모든니레 부모에게 툰동하딧뚀. 그거슨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 니리이다.고래서 삼당이십쩔말씀. 이렇게 처음 요절 말씀을 외웠던 현승이가 청년이 되어 주일 예배 대표기도를 하였다. 반주하는 누나 채윤이가 기도 후 송영으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고 주님의 평화를 내려주소서"를 쳤는데, 멜로디에서 가사가 들렸다.  주님, 이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십시오. 2024. 8. 24.
레몬청 꿀단지, 긍정의 꿀단지 설탕, 올리고당 안 섞고 100% 꿀로만 레몬청을 만들었다. 요리에 쓰고 남은 레몬이니 몇 개 되지 않아 양이 적으니 아끼지 않고 꿀을 투하했다. 손바닥 만한 작은 병에 담아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가져다주었다. 참 고마운 젊은이다. 채윤이 나이나 되었을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참 예쁘다. 강사로서 열심히 배우는 것 같다. 배운 것을 또 바로 학생들에게 시전 한다. 운동의 의미와 순간 쓰이는 근육과 호흡의 방식을 알려주려 애를 애를 쓴다. 그 열정이 목소리에 담겼다 싶었는데, 성대결절이 와서 수업을 못 한 적도 있다. 성대결절에 결국 성대파열... 그리고 수술, 그리고 한 달 묵언수행. 내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자!" 하며 사는 게 모토인지라. 이 선생님을 좋아하.. 2024. 8. 21.
안티 크리스트, 안티 처치 한 청년이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이다. 니체와 스피노자를 원문으로 읽었다. 책은 어려웠고,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어가는 숙제가 늘 고역이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모임에 갔다 알 수 없는 충만함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시니컬한 아이가 시니컬한 선생님과 함께 니체와 스피노자를 읽으며 거침없는 발설로 안티크리스트를 논한 것 같다. 이 모임 후로 청년은 한결 순해졌다. 청년이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은 사람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영혼을 가진 한 어른이 정직하게 자신과 삶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서모임은 '교회' 청년부실에서 진행되었다. 심지어 목사의 제안으로 성사되.. 202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