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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가득 도시락 이 더위에 창작활동을 하였다. 시원하고 간이 딱 맞는 오이미역냉국이다. 냉동 볶음밥과 함께 점심 도시락을 싸주었다. 이 더위에, 이렇게나 정성스러운 도시락! 2024. 8. 14.
순하고 단순한 리듬 1학기를 마친 7월 둘째 주에는 요셉수도원 피정에 가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배나무밭이 드넓은 요셉수도원의 7월 밤은 달빛이 환하고 배나무 잎이 무성하다. 배꽃은 없지만,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시조를 읊게 되는 밤이다. 끝기도를 마치고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이런 풍경이다. 수도원에 도착하여 안내실 앞에서 순례객을 환대하는 친구들은 멍멍이들이다. 어쩌면 이렇게 순둥순둥 하게 생겼는지... 기도하고 일하는 수사님들을 꼭 닮았다는 생각에 쓰다듬어주고 놀았다. 유독 눈에 띄는 친구 이름이 '성탄이'이다. 등에 이름표를 달고 있다. 둘째 날 아침기도를 마치고 나왔는데 성탄이가 혼자 놀고 있다. 어이쿠, 반가워서 또 한참을 쓰다듬고 놀았다. 어쩐지 이 녀석 내게는 딱히 관심이 없는 듯하다. 뭐랄까, .. 2024. 8. 13.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왜 이리 마음에 힘이 들어가질 않고 자꾸 푹푹 꺼지는가 했다. 밥도 뭣도 하기 싫고, 장도 보지 않고, 꾸역꾸역 최소한의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고보니 해마다 엄마가 우리집에 와 지내시던 7말8초 동생 휴가 기간이다. 늘 마음 어느 구석에서 맴도는 그리움과 슬픔이 새롭게 불러 일으켜지는 이유였구나 싶다. 그것만도 아닌데... 가만히 귀기울이니 어떤 노래 또한 마음에서 오토리버스로 재생되고 있다.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무궁화 꽃을 피우는 아이...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가자...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 김민기 님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는 슬픔이던 것 같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사에서 강론 하나를 접했다. 아름다운 강론이라 깊이 위로가 된다. 읽다 .. 2024. 7. 31.
2024년 하반기 내적 여정 꿀처럼 달콤한 신학자라 불리는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는 사랑의 네 단계를 말합니다. 첫 번째, “나를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 두 번째, “나를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 세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 네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 많은 경우 ‘나를 사랑하는 이기적 동기’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돕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누구시고 내가 누구인지, 체험이 깊어질 때 우리의 사랑은 자랍니다. 하나님의 어떠하심 때문이 아니라 그분 그 자체로 사랑합니다. 하나님 사랑에 눈을 떠서 다시 나를 바라볼 때, 내 안의 빛과 그림자를 두려움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나의 어떠함’에 있지 않음을 알고, .. 2024. 7. 30.
아들, 종합비타민 엄마, 종합비타민 먹어. 엄마, 진짜 종합비타민 먹을 거지?엄마, 종합비타민 먹어.... 내가 주문했어. 을 출간하고 났더니 갱년기 증상이 몸으로 제대로 오는 느낌이다. 글을 쓸 때와 달리 사람들을 만나 중년의 몸과 영성에 대해 '말'을 하고 보니, 역시나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었네, 싶은 것이다. 정말 잠을 잘 자는데... 남편 안식월 여행으로 시차로 인한 불면증이라 생각했었다. 생각해 보니, 이거 갱년기 증상이네!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 갔는데 "갱년기 증상이에요. 갱년기는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다 설명돼요. 종합비타민 드세요? 잘 챙겨 드세요." 했다.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노라, 종합비타민이든 뭐든 잘 챙겨 먹고 몸을 잘 돌보겠노라 공표했다. 그 말을 들은 현승이가 눈만 마주치면 종합비타민 .. 2024. 7. 29.
호박전을 해드림 친구들과 공연하고 오후 느지막이 들어오신 따님께 좋아하시는 호박전을 해드림. 호박에 밀가루 옷을 입히면서 옆에서 조잘거리심.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도 본인은 외향형인 것 같다고,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은 편) 집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나가서 에너지를 소비하니 더 에너지가 나온다고 하심. 딸이 에너지 충전 되었다는 말에 엄마도 조금 충전이 됨. 우리 딸은 호박전을 좋아하심. 내 덩치로 (저 덩치 딸에게)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호박전 좋아하는 우리 딸 참 귀여우심. 2024. 7. 27.
약속 나음터의 사랑하는 벗들이 기도 피정에 가 있다. 그 피정이 시작되었다는 포스팅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잠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베란다 쪽에서 뭔가가 부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쌍무지개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선명한,  '대놓고 무지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무지개는 약속이다. 피정에 간 벗들의 기도와 삶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속. 공동체에 관한 꿈이 있고, 고민이 많은 오랜 친구가 오랜 고민 끝에 우리 교회에 등록을 했다. 나를 알고, 남편을 알고, 우리의 기나긴 인생 여정을 알고, 목회자가 되어 살아온 나날들을 아는 친구이다. 감사와 염려가 교차하여 알 수 없는 마음이었는데... 무지개가 떴다. 약속이다. 친구의 길을, 친구의 가정을, 교회를 섬기는 우리 가정을 지켜.. 2024. 7. 24.
R.I.P 중3 때, 인생 선생님 두 분을 만났는데 영어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작은 연못"을, 국어 선생님은 "아침 이슬"을 가르쳐주셨다. 두 선생님 덕에 김민기와 김남주 시인을 먼저 알고, 먼저 의식화되어 대학에 들어갔다. 의식화는 되었지만, 패배의식으로 무기력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운동하는 친구들, 선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집에서 혼자 기타 치며 김민기의 노래만 불렀던 기억이 난다. 멜로디와 가사가 내 마음에 새겨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만 불렀지만, 마음에 새겨진 노래들이 나의 무엇을 형성했다. 슬픈 날이다. 슬퍼만 하지 말고 고마워해야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추모한다. 많은 노래 중 이 유난히 마음을 울린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사람(김민기) 어두운 비 내려오면 .. 2024. 7. 22.
수도원순례12_안나와 오틸리아 가톨릭 신자들은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산다. 부모가 준 이름 뒤에 데레사, 마리아, 티모테오... 세례명이 따라붙는다. 가톨릭 신자들과 친분을 맺고, 신부님 수녀님께 배우면서 농담처럼 "저도 세례명 하나 지어야 할까 봐요" 했었다. 김영미 데레사입니다, 박선영 카타리나입니다, 문재인 티모테오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내 순서만 오면 라임이 딱 끊어져 단절되는 것이다. "정신실입니다. 저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세례명과 함께 신앙생활 하는 유익이 있는 것도 같다. 평생 자기 이름을 따라다니며 하나님을 매개하는 신앙의 선조 한 분을 갖는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도 아녜스, 세레나, 안젤라 형님, 베로니카 형님... 하면서 바로 어떤 유대감으로 연결되는 것도 좋아 보인다.. 2024. 7. 19.
1 가구 2 서적 어? 뭐야? 당신도 이 책 샀어? 언제? 오느을? 어젯밤 취침 전 독서를 위해 들고 누운 책이 안토니 블룸의 《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였다. 옆에 누운 JP의 손에도 같은 책이 들려 있는 것이다. 주문하고 받은 날도 같다. 이런 일이!  현승에게 얘기했더니 "아, 알라딘 택배가 두 개 있었는데 그거였어? 서로 말 안 하고 샀어? 부부네. 부부 맞네!"라고 했다.  같은 책을 구입하는 이신전심을 보니 부부...라는 게 아니라.대화가 없는 걸 보니 부부라고... 대화 없는 25년 차 부부가 사는 집. 한 집에 같은 책이 두 권.   서재 독립시키기​ 서른이 되어도 시집을 못 가고 있는 딸 걱정에 밤잠을 설치시는 우리 엄마에게 '책'은 괜한 미움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나날이 .. 2024. 7. 17.
감자로 오고 가는 사랑 감자철이구나! 맛있는 감자를 나눠주는 벗과 교우들이 있어서 알게 된다. 비닐봉투에 담겨 건네온 몇 알의 감자에서 사랑을 느낀다. 소소하고 큰 사랑이다. 기도 피정에 가면서 남은 식구들 아침 식사로, 또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 수도원이라 내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해서 감자샐러드를 만들었다. 이 계절에 한 번씩 그러하듯 산더미같은 양의 감자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감자샐러드가 나는 그렇게 좋더라고. 아주 만족스러운 요리이다. 사랑으로 받고 사랑으로 만들었더니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빵과 함께 가져다 주었다. 내게 운동하는 시간은 몸으로 드리는 기도 시간인데, 그 시간을 복되게 하는 예쁜 선생님이다. 예쁘기로 .. 2024. 7. 16.
인터뷰_글쓰기 삶쓰기 인터뷰 기사입니다. “글쓰기 삶쓰기”라는 제목이 좋아서 기쁘게 응했습니다. ‘한국기독교출판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입니다. 평소 루틴으로 하는 일이 질문을 던지고 두세 시간씩 듣는 일인데… 이런 기회로 한 번씩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면 저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됩니다. 2024.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