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23 Ruach 나가사키 숨결 여행 꿈은★이루어진다.젊은 시절부터 엔도 슈사쿠를 좋아했고, 그의 소설 을 비롯한 여러 작품의 배경이자, 작가 자신이 '제2의 고향'이라 말했던 나가사키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 내적 여정에 나가사키에서 선교사로 봉사하시는 벗님 한 분이 오셨고, 가슴 뛰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저런 인연으로 2019년, 마침내 나가사키에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 누리기엔 아까운 곳이었고, 곳곳이 영성의 샘물이었습니다. '잘 준비하여 순례단을 이끌고 다시 오겠다'는 허황된 다짐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소 선생님들과 함께 나가사키 순례 여행을 떠납니다. 이 순례는 오늘의 여정인 동시에, 다음을 위한 또 하나의 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하나님은 누구신가, 하나님 .. 2025. 10. 8. 명절 손님 손님이 되든지, 손님을 맞든 지. 명절은 그런 날이다. 손님이 되지 못하고, 손님을 맞지 않는 명절은 좀 쓸쓸하지. 7남매 맏이신 아버님 중심의 명절에는 전날부터 엄청난 시간이었다. 송편 한 말, 전 열두 가지. 스케일이 이 정도였지. 시가 명절 끝나고 친정 명절 시간만 기다리며 지낸 명절 하루는 얼마나 길었던지. 명절 풍경이 바뀌고, 또 바뀌고, 바뀌다 시가 명절 친정 명절도 없어지고 네 식구 명절이더니... 올해는 두 식구 명절인데... 급기야 '나 혼자' 명절 저녁이 되었다. 그래도 손님이라면 책 손님?! 몇 권의 책 손님으로 쓸쓸함을 달랜다.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세 단어를 찾아라, 한다면 "고통, 글쓰기, 여성"일 텐데. 《홀로코스트에 맞선 네 여성》은 세 단어를 아우른다. 에디트 슈타인, 시몬.. 2025. 10. 6. 주님 말씀하시면... 주일 예배를 동네 작은 교회에서 드리고, 동태당으로 점심을 먹고, 중대물빛공원을 걷고, 알라딘중고서점에 가서 엔도 슈사쿠 단편 소설집을 사고, 밤 산책을 하였다. 중대물빛공원을 걷는데, 몇 송이 남은 분홍 찔레꽃을 보았다. 여름엔 찔레꽃 터널이었을 텐데, 다 지고 남은 몇 송이가 쓸쓸하다. 어렸을 적 마당에 있던 아버지의 꽃밭 오른쪽 끝에 커다랗게 서 있는 찔레꽃나무. 바로 그 찔레꽃이다. 분홍 찔레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 강단 옆을 장식했던 엄마가 떠오른다. 그래서 저 찔레나무는 그냥 엄마의 나무, 엄마의 꽃이었다. 화병에 꽂은 찔레꽃이 볼품없어서 어린 마음에 "참 솜씨도 없다, (요즘 말로 하면) 우리 엄마 참 똥손이야" 싶었던 기억. 서로 깔깔거리며 걷는 가족을 마주쳤다. JP와 이구동성으로 "보기.. 2025. 10. 6. 주일 오전 10시 주일 오전 10시. JP는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CD 플레이어에는 헨델의 가 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26년 전, 신혼집의 주일 아침 풍경인데, 오늘 지금 이 순간으로 재현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주일이다. 말 그대로 교우들이 각자 가고 싶은 교회로 흩어져 예배드리는 날이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동네 교회 가기로 해서 이렇듯 여유롭다. 여유로움 한 스푼 추가인 것은 주일에 명절의 공기까지 더해져서이다. 신혼 그 시절에 를 BGM 삼아 주일에 교회 갈 준비를 하곤 했었지. 26년이 지나도 명곡은 그대로이고, 26년 전 그때 그 파릇했던 신혼부부는.... 응? 2025. 10. 5. 자유를 선택할 자유 아주 짧은 교회 수련회를 했는데, 프로그램 중에 또래 모임이 있었다. "사람 마음 다 한 가지여~" 우리 엄마 이옥금 권사님이 말씀하신다. 사람 마음 다 한 가지라, 나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다들 좋다고 한다. 교회 다니면서 처음으로 또래들과 얘기해 봤다고. 단순한 질문으로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내놓으며 참 좋았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20대에서 60대까지 또래들이 모여 나누는 소리들이 협주곡 같았다. 좋았던 경험을 그대로 카피할 수는 없다. 좋은 순간을 다시 경험하려 붙드는 순간 집착이 되고 우상도 된다. 순간의 기쁨은 순간으로 족하다. 그런데 난 뭘 했다. 좋았던 수련회를 마치고 맞은 주일 아침에 다이어리를 보면서 한 주간 일정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토요일 낮시간이 비어 있네! 웬일이야? 또래 모임했던.. 2025. 9. 22. 4인분 같은 1인분 상을 차리고 아들이 오신다! 가슴이 뛴다. "엄마는 너무 설레"라고 말하는 건 좀 못하겠다, 이젠. 벌써 몇 번째 나오는 휴가 "우리 아들 휴가 나와요, 너무 좋아요."라고 떠벌이는 것도 그렇고. 엄마도 아빠도 자기 일이 있고, 휴가 나온 아들도 제 계획이 있으니, 휴가 며칠 동안 세 식구가 한 상에 앉을 기회도 없다. 휴가 나온 날 밥만 차려주고 부랴부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설렘에 분주함까지 한 스푼이어서 양념 숟가락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냉동실에 꽁꽁 얼려둔 간장게장을 해동하고, 통삼겹살 김치찜도 했다. 둘 다 "2인 이상 주문" 메뉴이지만, 한때 단골이었는데 갈수록 너무나 뜸하게 오시는 귀한 고갱님이니까 막 퍼주기로! 4인분 같은 1인분 밥상을 차려주었다. 80이 넘도록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해줬던 엄마 .. 2025. 9. 21. 비와 나, 비와 당신 스르르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너무나 반가워 벌떡 일어나 창문 앞에 섰다. 자동 반사로 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좋은 것을 보면 카메라에 담는 이유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 좋은 것을 보면 좋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진짜 좋은 것에는 이유가 없지! 드라마 에서 익준과 송화가 "지금 비 와" 이 한 마디에 창가로 달려가 딱 달라붙는 장면이 그래서 좋다. 그 마음 내가 아는데... 이유 없이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게도 있었으면 싶어서 부럽기도 하고. 주책맞게 그 사이에 끼어서 함께 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내내 돌아가던 바흐 음악을 끄고 이무진이 부른 을 여러 버전으로 듣는다. 하이고, 좋다! 비 오는 날. 2025. 9. 16. 달님 엄마 어제저녁에 zoom 강의 시작 전 짧은 산책을 했다. 달이 어디 있나, 고개를 쳐들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낀 탓이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깨어 그대로 누운 채로 창 밖 하늘로 고개를 돌리다 눈이 딱 마주쳤다. 밤새 떠 있었을 달이다. 비몽사몽 폰을 더듬어 찾아 사진을 찍었다. 달은 여성이고, 엄마이다. 내가 자는 사이 엄마 같은 하나님이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지키셨구나! 나도 잠에 들며 아이들 생각을 했다. 깨어서 학교에 있을 채윤이와, 깨어서 근무할 현승이를 생각하며 기도하다 잠에 들었다. 설핏 잠에서 깨면 다시 "주님, 지켜주세요... 불쌍히 여겨주세요." 우리 아이들과, 낮에 중보기도 모임에서 기도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중언부언 음냐음냐... 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달 엄마인 밤이었다.. 2025. 9. 10. Sabbath Diary 46: 카페는 커피를 잘하면 되고 둘이 카페 순례를 하며 쉬기도, 미래를 꿈꾸기도 하며 월요일을 보내기 시작한 때가 아마도... 2009년쯤이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신대원엘 가서 주말 부부로 살면서 아주 눈물 없이 봐줄 수 없는 시절을 보낸 직후였지. 졸업 후 함께 보내는 월요일, 이게 무슨 일이냐! 했고, 마침 핸드드립 커피에 홀딱 빠져든 때였다. 마음 가는 대로 카페 순례를 하면서 "나중에 카페 교회 할까?" 이런 꿈을 꾸기도 했었다. 2013년, 대기업 사원처럼 복지 좋은 대형교회 전임목사로 위치가 바뀌면서 여유라는 것이 넘쳐나던 시점, 월요일을 둘만의 안식일로 선포하였다. 둘이 걷고, 먹고, 커피 마시고... 적극적으로 안식일을 누리기로 했고. 그때로부터 Sabbath Diary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소소한 '놀월(노는 월요일).. 2025. 9. 8. 너 자신이 되어 연애 예전 교회의 제자들과 톡으로 통화로 알콩달콩 하는 것을 본 채윤이가 어느 날, "나도 사몬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말고 사몬님..." 했다. 언니들이 그렇게 따르며 얘기 나누고 싶어 하는 사모님이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내 엄마'라는 자부심이라더니. 엄마 아닌 "내 사모님"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나를 부르는 많은 호칭 중, 한때 내게 가장 복잡하고 무거운 짐을 지웠던 것이 '사모님'이다. (지금은 상당히 가볍고 괜찮다.) 그 이름이 준 무게로 가장 어려웠을 때조차도 청년들이 "사모님!" 하고 불러주면 참 좋고 따뜻했다. 아니, 그 덕분에 그 무거운 시간을 건너왔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 아이들은 '사' 빼고 '모님'이라 불렀었지.) 우리 교회 청년들이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수련회.. 2025. 9. 7. CPR로 한 끼 한 엿새 집을 비웠더니 냉장고 사망 직전의 야채 친구들들이 누워 있었다. 새로 배달온 야채를 정리하며 죽어가는 느타리버섯, 애기 당근, 방토에 응급 심폐소생술 처치하여 아침을 먹었다. (사실 꼭 집을 비워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님. 정신 안 차리면 자주 발생하는 상황임. 음쓰 없는 청정하고 죄책감 없는 식생활을 위하여!!) 2025. 9. 2. 잘 해먹고 사는 일 오빠가 갓 잡은 싱싱한 꽃게를 잔뜩 보내주셨다. "신실이가 게를 좋아하잖니..." 싱싱한 그대로 빨리 먹는 게 보답인데, 저녁에 바로 찌기로 했다. 둘이 먹을 양이 아니다. 게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초대할 분이 계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나란 사람, "벙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샐러드 가져오시고 호박전 하나 부쳤더니 근사해졌다. 입가심으로 잘 삭혀서 간직한 오이김치로 국수를 해드렸더니, 허튼 말 없는 담백한 언니님께서 한 마디 해주셨다. "잘해 먹고 사네~!" 이 말이 그렇게 좋네. 살림 대충 하고 산다. 장도 잘 안 보고... 어글리어스 마켓에서 배송받는 못난이 채소를 썩히지 않는 수준으로 근근히 그때그때 끌리는 음식을 해 먹는다. 음식도 벙개로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도 해놓으면.. 2025. 8. 26. 이전 1 2 3 4 5 ··· 2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