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88 아웃플루언서 인터뷰 필름포럼의 성현 목사님이 진행하시는 유투브 인터뷰 영상이다. SNS에 소개글로 붙여주신 말이 좋아서 그대로 가져왔다. 거기 붙인 내 댓글도 그대로. 분열되지 않은 삶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일상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일들을 감당하면서 허덕이고, 누굴 위해, 무얼 바라며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정신실 소장님께 사모, 작가, 연구소장, 강연 등등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삶이 힘들지 않으신지 물었을 때, 환하게 웃으시며 ‘괞찮아요’ 라고 답하시면서 ‘그게 다 저니까요. 제 안에 일관성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하시던 순간, 제 안에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나를 괜찮지 않게 만드는, 그러나 나를 좀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과 만남에 허비한 시간들이 얼마나.. 2025. 6. 20. “아버지 하나님 너머“ 연재 중인 마지막 글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가장 인기 없는 글이 되겠지만, 어쩌면 가장 쓰고 싶은(그래서 정말 쓰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담지 못하게 되어 버린) 글이다. 글이 발행되고 며칠 지나면 이렇게 카드뉴스 형식으로 기사가 한 번 더 올라오는데. 뽑아낸 문장이 마음에 든다. "넌 네가 한 밥이 그렇게 맛있냐?" 개그맨 전유성이 했다는 말인데 내 심정이다. 내가 한 요리가 맛있어 죽겠는 느낌으로 뽑아낸 문장들이 마음에 들게 맛있다. 요즘 《내면 일기》라는 책으로 남의 일기를 공식적으로 훔쳐 읽는 중이다. 아니 에르노의 인터뷰가 어쩌면 그렇게 내 이야기 같아서 그 부분만 여러 번 읽었다. 내가 공적으로 써낸 모든 글의 출처가 내 일기장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니 에르노는 내게 단군 .. 2025. 6. 9. 유에서 유를 창조 누누히 말하지만, 요리는 신성한 창작활동이다. 창의적인 활동의 결과물이 있어서 보람이 있다. 글쓰기나 요리나 결국 완성되어 나온 것으로 만족감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요리는 참으로 글쓰기와 비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창작활동이다. 채윤이가 사 온 인스턴트 일본식 라멘이 있었는데. 여기에 '차슈인 척' 하는 삼겹살 조각과 딱 잘 삶아진 계란과 실파를 넣었더니 참으로 근사하게 되었다. 이런 걸 두고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하지! 목발 투혼의(주방 보조 있음!) 작품이라 더 자랑스럽다. 라멘집 부럽지 않았다. 요즘 이래저래 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된 JP이 진심으로 맛있어 하는(데 표현을 평소보다 더 못함) 것 같아 나 혼자 스르르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먹을 것을 맛있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신성.. 2025. 6. 8. 친구이며 동료 소유한 유일한 명함이 'Ruah루아영성심리연구소'의 것이고, 직함이 소장이지만. 연구소를 직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직장이면 최소한의 생계 보장이 되어야 하건만 그렇지 못하고. 신앙, 기도, 사랑, 소명 같은...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의미 공동체이니 남편의 말처럼 '교회'라 부르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5, 6년 해온 연구소를 리뉴얼하면서 연구소 이름에서 '정신실'을 뺀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살 것 같다. 내가 한 것 맞다. 혼자 걸어온 외로운 기도의 길이 있어서 가능했던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였다. 하지만 혼자 기도하던 내게 다가와 준 벗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공동체였다. 선물 같은 사람들이다. 연구소 이름에서 정신실을 빼고, 동시에 연구소 실무에서 한 발 물러났다. 연구.. 2025. 6. 7. 1년의 거리 아침으로 구운 계란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아, 소금! 소금이 없네. 식탁에서 싱크대까지가 구만리라 “에라, 그냥 먹자…” 했다. 막상 먹으려니 안 되겠어서 힘을 내서 일어났다. 서너 걸음 걷기 위해 목발 챙겨 일어나는 시간이 더 걸린다. (발목 골절상 입고 깁스 생활 중) 끙끙 소금 통을 가져와 다시 식탁 앞에 앉아 접시에 뿌려보니 소금이 아닌 통깨다. 머나먼 싱크대까지 다시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아 심난하게 통깨 통을 바라보며 눈물로 간을 해서 먹었다. (울었다는 것은 아님) 그러고 페이스북을 열었더니 1년 전 추억을 보여주는데. 몇 걸음 이동이 이렇게 어려운데, 저 먼 곳을 걷고 누렸다는 것이 내 기억인데도 믿기질 않는다. 앨범을 들추어 1년 전 사진에 푹 빠졌다 나왔다. 이랬다고? 여길 이렇게 .. 2025. 5. 26. 계속 쓰기: 착한 말로 를 쓰고는 바로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는... "너머"를 써야겠다! 책을 읽다 인상 깊은 내용이나 갑자 떠오른 통찰들을 대략의 분류하여 자료를 모아 왔다. 목사와 관련된 생각들, 이런저런 만남을 통해 들은 사례들이 가장 많다. A4 용지로 14 페이지가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었다. 탈고하고 보니 메모해 두었던 것은 거의 쓰질 못했다. 정작 하려던 말은 모두 행간이 감춰졌고, 글이 저만의 길고는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정작 하려던 말은 거의 하지 못했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겠구나, 하게 된다. 편집국장님이 "너머"라는 흐름과 라임을 맞춰 제목을 바꿔 공유했는데, 굳이 내 제목을 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제목을 착하게 달고 싶었다. 제목뿐 아니라 이번 글은 정말 더욱 착.. 2025. 5. 22. 계속 걷기: 네 발로 목발 생활, 할만하네! 약속된 강의만 어떻게 해결하면 한 달은 얼마든지 살겠네!... 싶었지. 목요일 밤에 다쳤고, 금요일 오전에 가서 깁스했고, 그리고는 주말이었다. 월요일은 원고 마감 날이었고. 그러니까 금, 토, 일, 월 내내 원고에 붙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화요일 아침 원고를 보내고 나니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냅다 밖으로 나가 걸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경안천이든, 앞산이든 어디든! 아, 원고가 끝났고 할 일이 없는데 걸을 수가 없다. 목발 생활은 할 만한 게 아니었다. 책이랑 넷플릭스랑 노는 것도 한계가 있지. 열어둔 창문으로 솔솔 바람이 들어오는데 참을 수가 없다. 백팩에 책 몇 권과 커피를 담아 넣고 따아~악 짊어지고 삐걱삐걱 목발을 짚고 나섰다. 멀리는 못 가지만, 동 앞이 바로 예쁜.. 2025. 5. 21. 친구이며 스승 어허, 친구끼리 이러지 맙시다!네, 친구 맞는데요. 친구이기도 스승님이시기도 합니다!스승님이되 평생 스승님이십니다! ‘친구이며 스승'인 아름다운 관계들을 확인하는 '스승의 날'이었다.선물을 드리고, 선물을 받고, 챙기고, 챙김을 받고... 보내드린 꽃이 성당 제대에 봉헌되었다고,이렇듯 조화로운 작품 같은 사진을 보내오셨다.너무나 아름다워 심장이 쿵쿵 뛴다. 떡볶이 해 먹이면서 키운 제자가스승의 날에 손수 점심을 만들어 주었다."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애기가 밥을 한 것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얘 나이 40인데, 나는 아직 4학년으로 보인다.4학년 짜리가 학부모가 되었으니, 나는 꼭 할머니 선생님이 된 것 같다. 2025. 5. 20. 계속 걷기: 나의 발로 열흘 전쯤, 서울 갈 일이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나가서 명동쯤에서 약속을 잡는 일이 있다. 책이나 업무 관련이지만, 이런 만남은 대체로 설렌다. 이날은 특히 '일로 만난 사이'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나 싶은 친구를 만나는 일이었으니까. 원고 끝난 주간이라 마음도 한 없이 가벼웠다. 동네에 있는 '식빵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싶은 식빵을 사가지고 가서 선사해야지! 시골쥐가 서울 가는 느낌으로, 설레고 기분 좋은 발걸음이었다. 빵집에 도착하니 10시에 연다고, 받아주질 않네... 시간 정말 넉넉히 잡고 나가야 한다는 채윤이 말에 넉넉히 나오긴 했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하나 놓치면 30분인데, 빵을 포기해 말아 하다 포기하지 못하기로 했다. 15분 정도 남는 시간, 상가 뒤 예쁠 것 없는 길을 걸었다.. 2025. 5. 17. 계속 쓰기: 나의 말로 연재하고 있는 는 속편입니다. 전편인 ‘너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글입니다. 전편에서 ‘사춘기’에 방점을 찍었었습니다. 교회로 인해 다소 화가 나고, 혼란스럽고, 차가운 마음이 되었다 해도 퇴행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으로 가는 통과의례인 사춘기라고요. 신앙 사춘기를 겪는 분들의 편을 들고자 하니, 날카로운 글이 되었습니다. 또 화풀이 대상도 필요했습니다. 종교 중독이라 이름을 붙이고 저의 어머니를 빌런 삼았는데.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속편을 쓰고자 한 것은, 그사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해 드려야겠다는 뜻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씌웠던 혐의를 벗기며 종교 중독 대신 나르시시즘이라 이름 지어 봅니다. 종교적 나르시시즘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덫이라 생각합니.. 2025. 5. 12. 봄나물 해봄 원고만 붙들고 사는 요즘인데. 지난 얼마간, 사이사이 쉬고 숨을 쉰 것은 나물 만들기였다. 드룹나물이다. 드룹은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는 줄만 알았는데 된장에 심심하게 무쳤더니 진한 드룹 향은 살아 있고, 오리엔탈 드레싱의 샐러드 느낌이다. 이 모든 봄나물이 채윤이가 들고 온 것인데, 봉지를 풀면서 달래을 보더니 "오, 엄마 달래 된장찌개 해 줘!" 주문을 했다. 찌개라는 게 식구들 모두 모여 앉아서 한 그릇에 숟가락을 섞어가며 비위생적으로 막막 먹어야 맛이 나는 것인데. 세 식구 앉아서 제대로 밥 먹는 끼니가 있어야 말이지. 시들기 전에 무쳐버렸다. 오, 달래 너도 나물이구나!!! 왜 우리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지? 저렇게 맛없는 걸 왜 좋아하지? 노인네라서 그런가? 어렸을 적에 그랬다. 나물 .. 2025. 5. 8. 노른자, 도른 자 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주문이 들어와서 계란 두 개를 탁탁 깼는데... 노른자가 네 개다! 와, 신난다!!!! 김채윤은 노른자 싫어하는데! 스크램블 하지 말고 삶은 계란으로 줄 걸! 삶을 계란 깼는데 싫어하는 노른자가 두 개나 들어 있으면 진짜 약 오르겠다. 흰자 노른자 섞는데 정말 아까웠다. 삶은 계란의 흰자만 벗겨 먹고 노른자 남기는 아이. 약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못내 안타까워 죽는 엄마... 나란 엄마,나란 자는... 도른 자. 2025. 5. 8. 이전 1 2 3 4 5 ··· 2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