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야꼬 수도원의 아침, 선물같은 고요한 시간을 얻었다. 순례객 하나 없는 공간에서 가만히 머무르는 기도를, 베네딕토 성인의 은수동굴에서 남편과 둘이 오늘의 말씀 읽기, 그리고 진짜 선물이 왔다.

새가 한 마리 날기에 “쟤 지금 나한테 오는 거다!” 했더니 진짜 얘가 내 앞에서 왔다 갔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 다시 가고. 오늘도 새는 내게 그분의 메신저. “나 여기 있다.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너 있는 곳엔 어디나 내가 있다!” 말씀하신다.

오후 순례는 파르파 수도원이었다. 순례 시간 변경으로 갑자기 자유시간이 생겼는데, 이 얼마나 꿀같은 시간인가. 수도원 앞 벤치에 앉아 지금 여기의 바람과 햇살에 무장해제 상태인데, 갑자기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지지’ 같은 애가 쓰윽 다가와 친한 척을 하는 것. 내내 곁에 앉았다 내가 일어나니 저도 일어나 또 다른 애인을 찾아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지금 여기 선물의 완성은 “아이”이지!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가 아침에 본 새처럼 제 엄마에게 뛰어 갔다 도망갔다 하는 것이 새보다 사랑스럽고, 고양이와 비할 수 없이 예쁘다.

얘, 키키의 고양이 지지같이 생김 이렇게 막 스킨십도 시도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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