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드른 모든니레 부모에게 툰동하딧뚀. 
그거슨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 니리이다.
고래서 삼당이십쩔말씀.

 
이렇게 처음 요절 말씀을 외웠던 현승이가 청년이 되어 주일 예배 대표기도를 하였다. 반주하는 누나 채윤이가 기도 후 송영으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고 주님의 평화를 내려주소서"를 쳤는데, 멜로디에서 가사가 들렸다. 
 
주님, 이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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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이다. 니체와 스피노자를 원문으로 읽었다. 책은 어려웠고,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어가는 숙제가 늘 고역이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모임에 갔다 알 수 없는 충만함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시니컬한 아이가 시니컬한 선생님과 함께 니체와 스피노자를 읽으며 거침없는 발설로 안티크리스트를 논한 것 같다. 이 모임 후로 청년은 한결 순해졌다. 청년이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은 사람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영혼을 가진 한 어른이 정직하게 자신과 삶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서모임은 '교회' 청년부실에서 진행되었다. 심지어 목사의 제안으로 성사되었다. 교회는 참 좋은 곳이다. 교회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만나서 마음을 열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 곳. 끼리끼리의 장벽을 넘어 큰 연결을 맛볼 수 있는 곳. 교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교회에 감사한다. 자기 다운 삶을 지난하게 살아오신 한 사람, 의심과 흔들림을 진실하게 내보여 방황하는 청년의 마음을 얻어버린 선생님께 감사한다. 청년의 마음에 하나님의 자비가 흘러들어 갈 통로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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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어버이날 꽃을 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알지? 내가 선물에 진심인 거. (알지! 우리 현승이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진심이지. 오직 그 사람에게 의미가 될 선물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않지. 지나칠 정도로 따지지 않지!) 그래서 꽃을 사는 게 싫고 아까워서가 아니야. 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애. 어버이날이라고 다들 꽃을 하나씩 사는 게, 그게 똑같이 꽃을 받는 게 의미가 있어? 만약 엄마한테 의미가 있다면 괜찮고, 그거면 충분히 의미가 되는 거고! 그래서 묻는 거야. 엄마가 어버이날 꽃 받는 게 의미가 있어? 엄마도 남들 한다고 다 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

 

어, 의미가 있어. 당장 이제 오늘부터 친구들 카톡 프사가 어버이날 꽃으로 막 바뀌거든. 이게 그렇더라고. 그게 나만 못 받으면 좀 쓸쓸해. 그러니까 그냥 해 줘. 엄마한테 의미가 있어! 화려하고 큰 꽃다발 아니어도 돼. 

 

틀, 형식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할까 하다 말았다. 리추얼과 상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되지, 꼭 주일에 예배에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정성은 없고 형식만 남은 종교 행위가 문제이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는 형식, 제도, 리추얼을 필요로 하는 몸을 가진 인간이라는 얘기도... 막 하고 싶었는데 참았다. 

 

의미를 모르겠으면서도 이렇게 적절하게 마음에 드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분홍 카네이숀과 노란 장미에 냉이꽃이라니! "아무 꽃" 같은 들꽃이 제일 좋은데... 냉이꽃, 이 아름다운 아무 꽃이 들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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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라 불리던 현승이가 대입에 재도전 하여 다시 새내기가 되었다.  첫 학기 시간표가 이렇다고 한다. 이 시간표에 왜 이리 마음이 왈랑거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승이가 마음에 들어하니 엄마로서 좋은 것은 기본인데...
 
어렸을 적에 국문과를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표, 특히 <국문학개론>과 <현대문학작품읽기> 과목을 보자 못 이룬 꿈을 이룬 느낌으로 마음이 파르르 설렜다. 설렜다는 말이 맞다. 선망이 있었던가 보다. 중고등 시절 내내 꿈꾸던 학과는 영문과였다. 영어 과목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그때 누군가 "네가 너 자신이 되는 것이, 너로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우는 것이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동생을 사랑하는 가장 큰 사랑이고, 인류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야"라고 Carl Jung의 가르침으로 멘토링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멘토 없이 좌충우돌 엄마의 딸이고 동생의 누나라는 책임감으로 선택한 20대의 진로와 많은 결핍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임을 안다. "너 자신이 되는 것이 이웃 사랑, 인류 사랑, 하나님 사랑을 사는 것이다." 라는 명제를 온몸으로 깨우치고 가르치고 있으니, 그런 가정은 불필요한 것이다. 현승이 시간표에 설레는 마음은 기분 좋은 에로스 에너지, "정신실 사롸 있네!" 살아 있다는 신호이다.  
 
우리 현승이 "되어야 할 자기"가 되어
그 누구도 아닌 현승이로 활짝 꽃 피우길...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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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두 판과 꼴뚜기 전복 진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사과를 먹자고 했다.

 

"난 아직 먹고 있잖아. 당신이 깎아."

"그냥 당신이 깎아..."

중년 부부는 사과 하나 깎는 걸 가지고도 투닥거린다. 

믿거나 말거나... 나름 사랑싸움이다.

 

"내가 깎을까?"

국가대표 똥손이 나섰다.

유치한 사랑싸움 놀이하던 중년 부부 얼음.

왜 그래? 반항이야? 

"내가 잘 깎을 수 있어. 내가 깎을게."

하더니 정말 매끈하게, 얇게 기가 막히게 사과를 깎아서

얌전하게 내놓았다.

 

나 정말 아들 하나 참하게 잘 키웠다.

 

#감자칼이 사과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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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생 아들 도시락 싸주다... 나 덮밥 왕 됐음.
덮밥 좋아하는 현승이가
스카에서 공부하다
도시락으로 싸 준 덮밥 먹을 생각에 잠시 설렌다니....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덮밥을 만들게 되는데
살림이 막 엉터리라 냉장고 식재료 상태가 들쑥날쑥인데
그게 또 새로운 도전 환경이 되어서
온갖 종류의 덮밥을 다 만들게 되었음.
이제 나 파 한 쪽 가지고도 현승이를 감동시킬 덮밥 만들 수 있음.
진짜임.
나 덮밥 왕 됐음.
물론 기본적으로 고기 없는 덮밥이 연이어 나가면 
내색은 안 하지만 불편해하심.
아무튼 나 정말 덮밥 왕 됐음!
왕의 기도를 올려 드린다...
 

주님, 우리 현승이 긍휼히 여겨주세요. 두렵고 긴장된 마음, 낮아진 마음에 찾아가 주세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해야 할 때는 더욱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 현승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겸손하게 해주십시오. 당신을 존귀히 여기는 자를 존귀히 여기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자기답게 꽃 피우는 인생을 일구는 시간, 소중한 가을 날이 되기를... 주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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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까치집 짓고 나와서 밤새 모기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인 이야기를 풀어놓다 갑자기... "엄마, 저기 십자가 위에 새가 앉아 있어. 까마귀... 아니 까치네!" 하고 보니 베란다 앞 커다란 십자가 위에 까치 한 마리 앉았다. "현승이 너 어렸을 적 했던 엉마... 까아치... 엉마 까아치... 그거 한 거지? 그거 어른 버전으로 말한 거지?" 하고 함께 웃었다. 블로그 뒤져보니 현승이 세 살 적부터, 아니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였다. 서울 하늘에 새가 그렇게 많이 날아다닌다는 것을 처음 현승이에게 배웠다. 요즘 날아드는 새는 내게 하나님의 현존인데. 하나님의 현존을 가르쳐주러 내 인생에 들어오신 영적 스승 두 분.

 

현승 님과 채윤 님!

두 스승님의 몸과 영혼이 오늘 하루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길... 

 

 

 

서울 하늘에 까치

2005/06/14 새가 그렇게 많은줄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모든 새를 '까치'로 부르는 현승이, 이 아이의 눈은 얼마나 '까치'를 잘 찾아내는지... 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아! 까치, 까치' 해서 보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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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우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면 뭐든 해줄게"같은 메시지를 넣어주고 싶었다. "뭘 하면 뭘 해주겠다. 뭘 해주는 대신 뭘 해라"는 행동주의적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당장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자칫 조건적 사랑을 존재에 심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양육철학이기보다 내 성격의 취약함(또는 강점)이라고 해두자.
 
대학생활 한 학기 마치고 반수를 하겠다는 다 큰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아침마다 독서 30분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누나 채윤이가 "꼭 학생부실에 끌려가서 인성 훈련 하는 것 같애"라며 좋아서 낄낄거리고. 내가 집에 없는 아침에는 학주 없어도 혼자 학생부실 가서 성실히 셀프 인성교육 하는 뒷모습을 촬영하여 보내기도 한다.
 
첫 책으로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었고, 그다음엔 성경의 '욥기'를 읽고 싶다 하여 <메시지 성경>으로 읽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한다며 <연금술사>를, 지금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있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내가 청년들 강의 때마다 권하는 책인데, 사실 현승이 취향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첫 책으로 추천했다. 예상대로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결국 한 주제를 얘기하지만, 사례가 많아서 읽을만했다는 평이었다. (스캇 펙이 반복해서 말하는 '한 주제'에는 스며들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욥기>를 읽으면서는 "속 터진다. 이거 가스라이팅 아니야? 욥이 억울해서 죽을려고 하는데..." 하는 신선한 평을 내놓더니, 아빠와 심도 있는 토론도 했다. 아침 루틴으로 잘 지키면서 첫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을 금세 끝냈기에 장하다는 칭찬 끝에 '책거리' 얘기가 나와서 수다수다 떨었다. 그러면서 자체 현승이식 책거리! (이런 개그가 난 그렇게 좋더라고...)
 

엄마, 여기 책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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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예배 끝나고 바로 와?
바로 가냐고?
아, 맞다! 연구소 워크숍이지? 아아아으… 엄마 요즘 왜 이렇게 어딜 많이 가?
왜애? 엄마 어디 가는 게 싫어? 엄마가 집에 있다고 크게 다른 것도 없잖아?

무슨 소리야? 엄마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그 자체로 다르지. 엄마가 있어야 집이 집 같고, 안정감이 있고, 집에 들어오는 맛이 나고 그러지. 겉으로는 그냥 지낼지 몰라도 엄마가 없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단 말야. 집에 들어올 때도 기대도 없고 그래....

 

정도의 답을 기대하며 물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하아... 없는 것보단 낫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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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있네.

어, 같은 단어를 또 틀렸네.

몇 쇄를 찍었는데 오타가 있는 거야?

이런 건 출판사에 알려주는 게 좋은데.

엄마, 오탈자는 저자 책임이야? 편집자 책임이야?

그래, 그러면 내 책임이려니... 하고 그냥 읽어야겠다.

미래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장래희망이 편집자 / 그냥 편집자 아니고 반드시 꼭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하는 편집자 / 알고 보니 오탈자 아니었고, 무식한 거였음 / 이래서 편집자 되겠나, 해서... 열심히 더 배우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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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なんでもないや : 아무것도 아니야(영화 "너의 이름은" OST 중)
You’ve got a friend in me(영화 "toy story" OST 중)

 

"김현승, 나와 김현승"이라는 주제어로 꼽은 세 곡이다. 대학생이 되어 입학식을 하고 오티에 들어가는 현승이를 기숙사에 넣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아빠, 누나, 엄마가 "현승이, 하면 떠오르는 곡"을 하나씩 말하고 들었다. 긴장으로 얼어붙은 현승이를, 눈치만 슬슬 보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병상련의 아빠 누나 엄마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다.

넷이서 내려가는 길에도 조수석에 앉아 신청곡 틀어주는 DJ를 했는데. 이 노래 저 노래, 틀어놓고 따라부르다 마음에 남은 마지막 노래는 김민기의 "친구"이다. 평소 생각한 일도 없는데 갑자기 꿈에 나타난 옛날 지인처럼 김민기의 "친구"가 마음에 파고들었다. 친구, 친구, 친구... 그냥 이 말이다. 친구. 올라오는 길에 "김현승과 나"의 노래로 떠올린 노래도 결국 친구이다. You’ve got a friend in me! 이건 정말 현승이와 나의 노래이다. 오오오오~오래 전에 어깨를 걸고 우정을 다짐하며 이 노래를 불렀었다. 아들과 엄마 일촌의 혈연을 너머 친구가 되기로 했었다. 그 사연이 여기 있다.

 

 

무촌에 가까운 일촌끼리의 우정

현승 : 엄마, 왜 엄마랑 아빠는 둘이 같이 자? 어른이라서 무섭지도 않은데 왜 꼭 둘이 같이 자는 거야? 엄마 : 왜애? 그게 왜? 현승 : (신경질적이거나 슬픔 가득 담은 목소리로) 나랑 엄마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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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우리는 친구가 된 것 같다. 처음으로(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고) 집을 떠나보내는 현승이로 텅 비어 가는 마음에 '친구'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은, 그렇다. 정말 현승이와는 영혼의 친구이다.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현승이와만 나눌 수 있고 이해하고 이해받고, 공감하고 공감받는 이야기들이 있다. 현승인 내게 그런 친구이다. 집에 올라와 셋이 떡볶이로 늦은 저녁을 하며 채윤이가 말했다. "엄마, 나 그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엄마가 현승이를 두고 소울 메이트라고 하는 말. 나랑 엄마랑 통하는 거 말고, 엄마랑 현승이랑 통하는 무엇이 있는 거 알겠어." 채윤이도 내 친구이다. 세상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채윤이만 교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김종필?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사실 서로서로 친구이다.

 

누구보다 채윤이와 현승이는 찐친이다. 그렇게 많은 놀이, 놀이를 통한 즐거움을 나눈 친구가 있을까? 놀이의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둘만의 놀이들이 있다. 내려가기 전날까지 주방 바닥에 퍼져 앉아 즉흥 노래 만들어 주고받기를 하는데, 그 놀이가 얼마나 고급지고 재미지는지. 어떻게 껴들어 볼래도 자질이 부족하여 둘 사이에 낄 수가 없었다. 둘은 정말 찐친이다. 한 번 싸우면 극한의 감정까지 간다. 다시는 쟤랑 말 안 한다. 끝이다! 세상 누구에게도(엄마 아빠에게도) 하지 못할 극한의 부정적 감정을 다 쏟아낸다. 그럴 때는 정말 '극혐'이란 말이 딱이다. "엄마, 쟤 우리는 가족이니까 이해 하는 거지만, 쟤 밖에 나가서 저러면 사회생활 못 해...." "엄마, 나는 진짜 누나가 걱정돼서 그래. 친구들 사이에서 저러면 정말 안 돼...." 저런 남자 최악이야, 저런 여자 최악이야... 그렇게 며칠 지내다 어느새 보면 둘이 또 베라, 맥날 가서 시시덕거리며 처묵처묵하고, 기타 들고 마주 앉아 떠들떠들 하고 있다.

아빠만 현승이랑 안 친하네! 했더니 "우리는 철학 친구야!' 항변한다. 우리는 철학과 신학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게 친한 거야. 우리도 친해! 현승이가 아빠한테 철학에 대한 질문을 얼마나 잘 하는데!!! 그런 얘기하면 끝도 없이 해. 우리는 그렇게 친해.

그러고 보니 현승이는 엄마, 누나, 아빠에게 맞춤형 친구이다. 우리 현승이는 정말 한 사람에게 온전히 맞춰주는 좋은 친구이다. 집 밖의 친구들에게도 그렇다. 유레카!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현승이가 집 밖에서 가족을 만나면 그렇게 차가운 것은,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그렇게나 경직되어 가족들을 섭섭하게 했던 것은 이것이었구나! 1:1 맞춤형 관계에 최적화된 현승이가 어쩔 줄 몰라 얼어붙음이었구나! 엄마 따로, 누나 따로, 아빠 따로 만나서는 영혼의 친구가 되고, 끝없는 놀이 친구가 되고, 철학 친구가 되어 그렇게나 깊은 상호작용인 가능한데 가족 넷이 모여도 뭔가 불편하여 긁적거리는 것이 있었지.

현승이랑 헤어지고 차가 출발하자 채윤이가 물었다. "엄마, 지금 슬퍼? 빡쳐?" "어, 빡퍼!" 고등학교 졸업식부터 시작하여 기숙사 입소시키며 헤어질 때까지 남겨진 세 식구의 마음은 슬픔과 빡침으로 드글거렸다. 며칠 그런 마음이었는데, "현승이와 나"라는 주제로 노래도 듣고, 셋이 하염없는 수다를 떨다 보니 새롭게 깊이 우리 친구 현승이가 이해가 되네. 낯선 새로운 시작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것도 현승에게 가장 의미 있는 '관계', 그것도 1:1의 깊은 관계가 없음에서 오는 막막함이겠구나 싶다. '친구 현승'은 그래서 친구도 잘 사귀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은근한 인싸가 된다. 아, 이제야 며칠 슬픔과 서운함과 빡침의 혼돈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듯하다.

포항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마음 추스르지 못하고 남편과 밖에 나와 밤의 해변을 걷다 울고 말았다. 복잡한 마음에 아무말 대잔치를 하면서 울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커튼을 열었는데... 와아, 예상치 못한 동해 일출의 장관을 만났다. 동영상을 찍으려고 촬영 버튼을 누르자마자 새 두 마리 난입! 새는 언제나 그분의 메신저니까. 사랑의 메시지를 듣는다. "사랑한다, 내 딸아. 안심해라, 내 딸아. 채윤이 현승이 두 마리 영혼은 내가 지킨다."

주님, 우리 채윤이 현승이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 이유를 가지고,
자기답게
주님의 창공을 훨훨 날아오르게 해주세요.
저의 결핍이 이 아이들을 가두는 그물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제 인생의 소울 메이트 채윤, 현승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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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는 중동 배낭여행 중이다. 제 몸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공항 노숙을 불사하고 떠났다. 안전한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노선을 정하고, 그때그때 저렴한 숙소를 찾는 여행이다. 안식년 '꽃친'을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면서 짧고 굵은 갈등 속에 선택한 소명고등학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고, 고등학교 생활에 어려움(현승이 자신의 어려움, 엄마로서 나의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과 갈등조차 좋았고 감사하다. 이번 여행 준비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사가 두 배, 세 배로 커진다. 감사의 핵심은 사람, 선생님들이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만날 사람, 손!)

 

저렴한 항공권 덕에 부다페스트에서 긴 경유를 하고, 그 덕에 유명하다는 부다페스트 야경도 보았단다. 이집트로 넘어가 피라미드를 보고, 다합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무엇보다 밤에 시내산을 올라 시내산 일출을 보았다는데. 남편과 둘이 입을 헤 벌리고 영상과 사진을 보는데 "부럽다,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요르단으로 건너가 와디 럽(붉은 사막)으로 들어갔다는데, 와! "매드 맥스"에서 그 언니들이 달렸던 길이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남편은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성지순례 다녀온 경험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모른다. 그땅, 육화 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걸으셨던 갈릴리 호수 변을, 사도바울이 디뎠던 땅을 걸었다는 경험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듣기 싫을 정도로 그 경험을 말하고 또 말하고, 설교에 인용하고, 말씀 묵상에 인용한다. 직접 가본다는 것을 그런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성지순례를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좋아하지 않거나,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갈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제치는 "여우의 신포도"인지도 모르겠다만.) 시내산 등반을 하고 일출을 바라보는 아이들 영상을 보면서 정말 가보고 싶다. 모세가 섰던 자리라니, 모세가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한 그 산이라니!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모 대상 강의를 하면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잘해주고 질투한다."는 표현을 하면 대부분은 처음엔 갸우뚱 한다. 좋은 (특히 신앙이 좋은?) 부모일수록 갸우뚱의 각도가 크다. 어떻게 아이를 미워할 수 있지? 그래, 가끔 미울 수가 있다지만 질투를 한다고? 그렇다. 질투다. 나는 아이들을 질투한다. 내가 다 해주고도 질투한다. 내가 못 받아본 것을 주고, 나는 갈 수 없는 곳에 보내놓았기에 질투한다. "엄마빠가 그 정도 해줬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더 잘해야지, 어디서 그런 막 돼먹은 태도야!" 못 누려본 것을 누리게 했으니 부모를 추앙하라! 이런 마음이 얼마나 자주 올라오는지 말이다. 질투와 시기심의 은근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말이다. 

 

좋은 경험을 했으니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빠 여행 보내줘, 이런 기대나 강요, 농담을 빙자한 허튼 말 따위도 하지 말아야지. 그저 너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라고 해야지.

하지만 나는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현승이가 부럽다. 현승이 인생이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백 번 말해야지.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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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가 없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 실패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교회 젊은 부부들과 함께 하는 육아 세미나를 마쳤다. 『타고나는 부모는 없다』 오래된 책이고 고리타분한 책이다. 그럼에도 함께 읽을 충분한 가치가 있어서 선택했다. 육아의 기술이란 없고, 기독교 상담을 한다는 아빠의 실패담만 넘친다. 알 듯 모를 듯한 육아 원칙은 요즘 엄마 아빠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도 않는 것 같다. 여백이 많은 책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마지막 챕터는 '놀이'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책을 썼다면 "아이들은 그 어느 때도 아닌, 부모가 놀아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라고 썼을 텐데. 역시나... '놀이에 대한 신학적 이해' 같은 소제목의 글로 '재미'를 쏙 빼고 글을 쓰셨다.

그러면서 결론은 위의 두 문장이다. 그러니까 단지 아이와 놀아주는 얘기가 아니다. 육아를 아이와 함께 하는 긴 놀이로 보는 것이다. 조금 확장하면 인생 자체를 놀이로 보자는 말이었는데. 성과에 목숨 걸지 말고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뜻으로 나는 읽었다. 소명으로서의 놀이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시고 부여하신 소명은 "놀다 와라, 잘 놀다 와라"이다. 그러니 재미가 있어야 하고, 실패도 있어야 한다. 정말 나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진다.

모임 마지막에 그렇게 말했다. "저는, 저와 현승이는 지금 대학입시 놀이 중이에요!" 말하고 나니 더욱 믿어졌다. 맞아, 결과 하나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 거야. 과정 하나하나를 즐기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실패가 있어서 심장이 쫄리고 잠시 하늘이 내려앉기도 하지만, 과정이니까...

과연 실패도 있고, 재미도 있는 대입의 과정이었다. 잠시 희망의 속삭임이 마음을 간지르기도, 실패감의 먹구름이 덮치기도 하였다. 현승이 어깨가 툭 떨어지고, 말이 없어지자 가족 모두 생기를 잃었다. 슬픔과 막막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리 현승이, 좋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보석 같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에 하루 이틀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희망을 붙들기로 했다. 고통 회피를 위한 긍정적 해석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자'는 뜻을 품게 되었다.

입맛을 돋궈서 밥이라도 많이 먹이려고 저녁으로 좋아하는 삼겹살과 파김치를 준비했다. '큰 그림'을 안고 학교에서 돌아온 현승이 얼굴이 편안하고 밝았다. 전날 저녁에는 꽉 막혔던 대화의 길도 활짝 열렸다. 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구운 삼겹살과 파김치를 두고 기나긴 이야기를 나눴다. 대입을 통과하고 뽀개는 재미, 실패를 마주하고 일어서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말을 잘한 거다. 우리는 대학입시 놀이 중이다.

현승이가 이번 가을에 혼자 먹은 파김치가 5kg이다. 3kg 씩 두 번 주문해서 거의 혼자 다 먹었다. 뜨거운 밥에 먹고, 짜파게티에 먹고, 삼겹살에 구워 먹고... 심지어 수능시험 보는 날 도시락 반찬 뭘 싸줄까 했더니 파김치를 주문할 정도. 파김치 5kg 먹어 치우면서 행복한 대입 준비였다. 여러 번 말했지만 행복 등급으로 치면 1등급, 대한민국 고3 상위 5%였다. 하나님께서 디자인하신 대학 입시 놀이 잘 끝났다. 재미있지 않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실패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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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두어 주 앞두고 있다. 애들 말대로 '어디 간다고 태워주고, 늦었다고 태우러 나가고...' 그런 삶을 살지 않는 부모라 큰 기대도 없다는데. 이제 와 좀 미안하기도 하고, 수능이 얼마 남지도 않아 마음의 위안이라도 줄까 싶어 때를 얻는 대로 운전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조금 더 자겠다고 학교 셔틀 보내고, 버스 타고 가겠다고 하는 걸 운전해서 등교시키고 왔다. 2,30분 차 안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꿀 같다.

현승 : 엄마, 내가 윤리와 사상에서 계속 철학자들을 공부하잖아. 그게 갑자기 순간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어.
엄마 : (잘 외우고 있다는 뜻인가? 뭐라고 반응해야 하지?) 오... 그래?
현승 : (뚱한 얼굴로) 엄마가 굳이 티맵을 또 보잖아. 가는 길이 늘 똑같다고 하는데도 굳이 티맵을 보잖아. 그럴 때 답답한데... 그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고치는 수밖에 없어.
엄마 : (부끄러움인지 분노인지 미열이 나지만) 스토아학파 말하는 거야? 불편심?
현승 : 아니. 부동심. 아파테이아(apatheia). 정념에 휘둘리지 않는 것.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파테이아가 딱 떠올라. 엄마가 티맵을 다시 보든 안 보든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 난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괜찮아져.
엄마 : (뭔가 자존심 상하고, 대견하고) 오... 생활 속 철학인데!
현승 : 철학자들의 말이 진짜 다 우리가 조금씩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더 알고 싶은 게 많아.
엄마 : 맞아, 철학은 제대로 살고 싶은 모든 사람이 다 각자 가진 생각이기도 해.
현승 : 그래서 철학사를 배우는 게 참 좋아. 크게 이해하게 되거든.
엄마 : 오, 엄마도 그런 생각 하는데... 조각조각 영성 공부를 했잖아. 영성사를 배우는 게 중요하더라고. 한 줄로 꿴다는 게... 엄마도 요즘 영성사 공부가 너무 재밌는데...
현승 : (뚱하게)그래. (철학, 아파테이아 얘기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출발할 때 굳이 티맵 한 번 더 보느라고 시간 보내지 말자고, 진짜 짜증 난다고 하고 싶은 거였는데... 그 말은 귓등으로 듣고 철학 얘기만 하는 게 더 짜증 난 모양. 도통 얼굴이 펴지지 않고, 아파테이아가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
엄마 : 현승아, 너 정말 멋있어. 이게 공부의 여러 차원이 있거든. 스토아니 에피쿠로스니 이런 걸 달달 외우는 머리가 있고, 그 의미를 알아 들으면서 외우는 게 있고, 그 의미를 알아들으면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지식 너머 지혜야. 상황을 읽는 지성과 자기 성찰 능력이 있어야 지혜가 되는데... 우리 현승이는 그걸 다 갖춘 것 같애. 아흐, 우리 현승이 정말 멋있어! 나는 청년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 있는 청년은 거의 못 만나봤어.
현승 : 그건... 아, 아니야.
엄마 : 왜? 그건 니가 엄마 아들이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현승 : (계속 뭔가 못마땅)응.

이후 스토아, 에피쿠로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흄... 짧은 철학 토크를 했으나 '굳이 티맵을 보는' 엄마에 대한 짜증은 해결하지 못하고 하차하신 듯하다. 아파테이아에 이르지 못했다. 철학, 아무리 배우고 깨달아도 삶으로 도달하는 건 녹록치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수능 철학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꼬마 철학자는 이렇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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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다고!❞

중학교 어느 시험 기간에 (딴에는) 감정 폭발과 함께 내놓은 절규였다. 10시 안 되어 자려는 아이에게 '그래도 시험 기간인데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게 어떠냐?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다못해 엄마도 늘 하는 강의를 다시 고치고 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 분노 폭발하며 한 말이다. 그리고 시험공부가 다 끝났다고 했다. "어느 과목은 싫어하는 것이라 아예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두 과목만 공부하면 된다고..."

과연 현승이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 맹목적으로 최선을 다한다거나, 자기를 갈아 넣는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 고3이다. 수능을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토요일 아침 <5분 뚝딱 철학>을 읽는 여유있는 모습이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이라는 자기 철학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가 어릴 적에 나를 잘 파악해준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은 수시 원서를 쓰고나서 였다. 국문과와 철학과를 지원했는데, 블로그 카테고리 중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가 딱이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다는 뜻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내며 심리학과, 행정학과... 같은 전공도 찔러봤지만, 고3 되어 선생님과의 멘토링을 통해 확신하고 선택한 학과는 국문과와 철학과이다.

수능 최저를 위한 집중 공략 과목도 딱 '국어'와 '윤리와 사상'이다. 역시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얼마나 살아 있는 공부를 하는지, 아빠와 마주 앉으면 철학 이야기이다. 인문학 수업에서 배우고, '윤리와 사상' 수능 준비하며 외우는 철학 이야기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을 꿰면서 요즘은 철학자들의 에니어그램 유형을 추정하고 있다.

아빠가 주중에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책을 사주었고, 주말 아침 머리에 까치집을 이고 5분 반짝 독서 중인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 어느 휴일, 혼자 일어나 늦잠 자는 엄마빠 깨우지 않고 <마법 천자문> 읽던 그날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아, 주로 서양철학을 더 많이 공부하긴 하지만 동양철학이 자신에게 더 맞다고 끌린다고 했다. 노자나 장자에 끌린다고. 무위자연... 최선을 다해 살지 않...


질풍노도의 중심에서 그는 쓰네

어렵사리 손에 넣은 중2의 시를 공개한다. 특히 두 번째 시에는 깊은 빡침과 함께 한 사람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데, 그 대상은 시인의 엄마이자 첫 번째 독자이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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