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키우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면 뭐든 해줄게"같은 메시지를 넣어주고 싶었다. "뭘 하면 뭘 해주겠다. 뭘 해주는 대신 뭘 해라"는 행동주의적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당장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자칫 조건적 사랑을 존재에 심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양육철학이기보다 내 성격의 취약함(또는 강점)이라고 해두자.
 
대학생활 한 학기 마치고 반수를 하겠다는 다 큰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아침마다 독서 30분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누나 채윤이가 "꼭 학생부실에 끌려가서 인성 훈련 하는 것 같애"라며 좋아서 낄낄거리고. 내가 집에 없는 아침에는 학주 없어도 혼자 학생부실 가서 성실히 셀프 인성교육 하는 뒷모습을 촬영하여 보내기도 한다.
 
첫 책으로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었고, 그다음엔 성경의 '욥기'를 읽고 싶다 하여 <메시지 성경>으로 읽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 독서모임에서 읽어야 한다며 <연금술사>를, 지금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있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내가 청년들 강의 때마다 권하는 책인데, 사실 현승이 취향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첫 책으로 추천했다. 예상대로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결국 한 주제를 얘기하지만, 사례가 많아서 읽을만했다는 평이었다. (스캇 펙이 반복해서 말하는 '한 주제'에는 스며들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욥기>를 읽으면서는 "속 터진다. 이거 가스라이팅 아니야? 욥이 억울해서 죽을려고 하는데..." 하는 신선한 평을 내놓더니, 아빠와 심도 있는 토론도 했다. 아침 루틴으로 잘 지키면서 첫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을 금세 끝냈기에 장하다는 칭찬 끝에 '책거리' 얘기가 나와서 수다수다 떨었다. 그러면서 자체 현승이식 책거리! (이런 개그가 난 그렇게 좋더라고...)
 

엄마, 여기 책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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