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다고!❞

중학교 어느 시험 기간에 (딴에는) 감정 폭발과 함께 내놓은 절규였다. 10시 안 되어 자려는 아이에게 '그래도 시험 기간인데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게 어떠냐?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다못해 엄마도 늘 하는 강의를 다시 고치고 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 분노 폭발하며 한 말이다. 그리고 시험공부가 다 끝났다고 했다. "어느 과목은 싫어하는 것이라 아예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두 과목만 공부하면 된다고..."

과연 현승이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 맹목적으로 최선을 다한다거나, 자기를 갈아 넣는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 고3이다. 수능을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토요일 아침 <5분 뚝딱 철학>을 읽는 여유있는 모습이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이라는 자기 철학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가 어릴 적에 나를 잘 파악해준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은 수시 원서를 쓰고나서 였다. 국문과와 철학과를 지원했는데, 블로그 카테고리 중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가 딱이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다는 뜻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내며 심리학과, 행정학과... 같은 전공도 찔러봤지만, 고3 되어 선생님과의 멘토링을 통해 확신하고 선택한 학과는 국문과와 철학과이다.

수능 최저를 위한 집중 공략 과목도 딱 '국어'와 '윤리와 사상'이다. 역시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얼마나 살아 있는 공부를 하는지, 아빠와 마주 앉으면 철학 이야기이다. 인문학 수업에서 배우고, '윤리와 사상' 수능 준비하며 외우는 철학 이야기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을 꿰면서 요즘은 철학자들의 에니어그램 유형을 추정하고 있다.

아빠가 주중에 <5분 뚝딱 철학>이라는 책을 사주었고, 주말 아침 머리에 까치집을 이고 5분 반짝 독서 중인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 어느 휴일, 혼자 일어나 늦잠 자는 엄마빠 깨우지 않고 <마법 천자문> 읽던 그날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아, 주로 서양철학을 더 많이 공부하긴 하지만 동양철학이 자신에게 더 맞다고 끌린다고 했다. 노자나 장자에 끌린다고. 무위자연... 최선을 다해 살지 않...


질풍노도의 중심에서 그는 쓰네

어렵사리 손에 넣은 중2의 시를 공개한다. 특히 두 번째 시에는 깊은 빡침과 함께 한 사람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데, 그 대상은 시인의 엄마이자 첫 번째 독자이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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