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위험이 있음을 알리며 주의를 요하는 전광판처럼 마음 한 구석에서 '지속적인 미세한 불안'이라는 감정이 깜빡이고 있었다. 우리 청년부 수련회 시작하던 8월12일 이었습니다. 우리 청년부는 수련회는 시작하고  나는 다른 교회 청년부 수련회에 에니어그램 강의가 잡혀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전 날 부터 내리던 비와 함께 오락가락 마음 한 구석을 때리고 있어서 밤잠을 많이 설쳤다.


경춘고속도로 설악IC를 빠져나갔다. 여기로 나가는 게 강촌IC로 나가는 것보다 빠르긴 하지만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는 안내를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갔다. 아닌게 아니라 쏟아지는 빗 속을 뚫고 구불구불 산을 하나 올랐다. '주님 그 나라에 이를 때까지 순례의 걸음 멈추지 않으며 어떤 시련이 와도 나 두렵지 않아. 주와 함께 걷는 이 길에' 찬양을 부르며 올랐다. 이제 정상인가 싶었고 다시 구불구불 내려가는 길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차가 휘청 하더니 가파른 도로의 끝을 치고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아, 위험하구나. 조심해서 내려가야 겠구나' 하면서 10Km 정도로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평지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차가 덜덜거리며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뒷바퀴 펑크가 나서 푹 주저앉아 있었다. 이걸 보는 순간 어젯밤 부터 그렇게 불안하던 그 불안이 차라리 가시고 한숨이 쉬어졌다.


빗 속에서, 내가 어디 있는 위치도 모르면서, 산 속이라서 휴대폰 추적도 잘 안 되는 곳에서 곡절 끝에 자동차 긴급 서비스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강의하는 곳으로 가는 길에 만난 홍천강은 손에 잡힐 듯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들어가는 물 옆의 길을 끊어지고 말았다. 마을 길로 돌아 강의 장소로 가면서 이러다 강의 끝나고 나오면 집으로 돌아갈 길 조차도 끊어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살짝 마음을 스쳤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잠시 시간이 주어져 마음도 가라앉히고 기도할 시간이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화창한 길을 가게 해주세요. 며칠 간 수련회를 위해서 기도하면서 마음을 누르던 불안함 또한 오늘로 깨끗이 걷어내 주세요'
강의를 마치고 서둘러 출발했다. 다행히 비는 갠 상태지만 하늘이 어둡다. 아! 그런데, 출발한 지 1분이 못 되어 바라본 하늘 저 쪽에선 그 무겁던 불안의 구름이 걷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날이 몰라보게 환해진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를 꺼내 들었다. 어, 무음으로 해놨던 전화기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남편 이름이 뜬다. 전화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게 무사히 끝났다고 말하면서 바라본 하늘에는... 아, 이번에는 무지개다. '여보, 전화 잠깐만 끊어' 하고 차를 세웠다.

약속의 무지개. 너무 예쁜 무지개가 너무 예쁜 양평의 산 속에서 홀로 있는 내게만 보여졌다. '저 무지개는 내꺼야. 하나님이 내게 주신 약속이야' 하는 생각에 두근두근 거린다.


다시 보니 쌍무지개!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곳에서도 청년들이 저녁 먹다가 무지개 보느라 난리였다고 했다. 아, 저 무지개는 내게도 우리 TNT에게도 주시는 약속이다.


출발할 때 마음에 무겁게 드리워졌던 불안의 구름은 어느 새 설레임의 구름으로 새롭게 덮힌다. 양평의 어느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저 쪽 하늘의 붉은 노을이 여기가 어딘가 싶게 이국적으로 빛나고 있다. 노을 지는 그 부분을 제외하고 정말 장엄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의 삶을 이끌어가던 구름기둥이 저러했을까?

참으로 긴 하루. 하루 종일 누군가의 폭탄 메세지를 영혼으로 받았던 날인 것 같다. 저 구름과 노을을 바라보면 집에 오는 길에 마음에 새어나오는 소리가 있다.

지극히 높은 주님의 나 지성소로 들어갑니다
세상의 신을 벗고서 주 보좌 앞에 엎드리리
내 주를 향한 사랑과 그 신뢰가 사그러져갈때
하늘로 부터 이 곳에 장막이 덮이네
이 곳을 덮으소서 이 곳을 비추소서
내 안에 무너졌던 모든 소망 다 회복하리니
이 곳을 지나소서 이 곳을 만지소서
내 안에 죽어가는 모든 예배 다 살아나리라

 

며칠이 지난 지금 조금씩 그 날이 말로 정리가 되고 그 장막이 어디에 덮힐지, 그 무지개는 내게 어떤 약속의 증거가 될 지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있다. 어떤 날에 내게....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종플루 덕에 중병 발견  (24) 2009.11.11
그늘진 날의 사랑  (14) 2009.09.04
일기 쓰고 싶은 날  (20) 2009.08.01
현승이와 나 열정의 온도차이  (21) 2009.07.29
룻, 사랑을 선택하다  (25) 2009.07.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