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라인이 알흠다운,
동생에게 상처주는 말 맘 놓고 하고 싶어서 사춘기가 오기만 기다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알 수 없는 그 분과 대화 나누기 좋아하시는,
윤선생 영어과 수학공부 완전 싫어하는,
노래, 춤, 피아노라면 언제든 환영인,
억울하면 못 사는,
할 말 다하고 뒤끝은 별로 없는,
한 4년 전부터 엄마 말 디게 안 듣는,
JP&SS의 사랑의 첫열매인,
김채윤양의 열 살 생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9년을 살으신 몸이지만 이 분이 부모인 우리에게 온 건 사실 10년 이지요.
이 분의 존재로 말미암아 우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10주년 축하파티가 짧고 굵게 열렸다 닫혔습니다.
아빠가 설교를 맡은 수요일 생일이라 미리 피자집에서 피자 두 판으로 생일상 한 판 받고.
케잌커팅과 본행사는 수요일 늦은 밤에 시작되었습니다.
파티 도중 할아버지로부터 축하 문자가 날아들어 답신 중이십니다.
다섯 살 때 그렇게도 멋드러지게 불러제끼던 <야곱의 축뽁>이 축하곡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동생님은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누나에게로 겨냥되고 있는 것 때문에 성냥개비 하나로 딴지 걸더니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시면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그 때부터 소리를 내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일선물에 대한 에피소드는 딸자랑임을 인정하면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집근처 피자집에서 '피자 두 판'을 시켜주는 것이 채윤이 자신의 생일에 대한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생일 전에 씬피자 두 판을 먹고 식구 모두 느끼해서 웩~이 된 것이었습니다.
피자 두 판 땡기고 나서...
생일선물 사줄거냐면서 주문을 한 것이 며칠 전 현승이가 산 5000원 짜리 수면 조끼입니다. 이불 안 덮고 자는 애들을 위해 요즘 거리 거리에 옷걸이에 걸려서 팔리고 있는 신제품입죠. 사실 채윤이도 같이 사주려 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못사고 말았습니다.
채윤이는 그 집에 한 번 가보고 사이즈가 있으면 그걸 생일선물로 하자는 겁니다. 가보니 없었습니다. 아쉬우니 문방구에 가잡니다. 딱히 필요한 게 없답니다.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체스를 시작하니 그걸 사달랍니다. 그건 선생님께 주문했다니까 그럼 됐답니다.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진짜 생일 날에 '엄마, 그래도 내 생일인데 나 선물 하나만 사면 안 돼? 나 백화점 가서 지우개 하나만 살께' 이러는데 백화점과 지우개라.... 이게 무슨 부적절한 조합이란 말입니까? 잘 들어보니 명일시장의 '천 원 백화점'을 말하는 것이고 거기서 맘에 드는 지우개기 있었답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지우개가 많아서 살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며칠 아쉬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사' 했더니 '앗싸~아!' 하고 나가서는 250원 짜리 지우개 하나 사들고 정말 행복해 합니다.
그런 채윤이가 이뻐서 이미 엄마는 또 다른 거리의 백화점에서 수면조끼를 써프라이즈로 준비해 숨겨둔 상태. 게다가 채윤이가 그렇게도 입고 싶어하는 스키니진도 하나 말이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채윤이가 어~어찌나 찐한 뽀뽀를 하는지 닭살 돋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카메라 들이대는 바람에 급 감정수습하고 '생일축하'가 대세임을 받아들인 현승이가 귓속말로 '나 바이올린으로 축하할래' 하더니 생일축하 노래를 연주합니다. 이건 진짜로 현승이가 배우지도 않고 처음 연주해 보는 것! 대단하신 동생 아닙니까?
부끄럼이 많은 관계로 정색하고 대화하는 것에 약한 현승이는 '소변'도 아니고 오.....줌.....으로 축하를 대신.
그래도 카메라는 자꾸 누나만 향하니 '엄마, 나 이빨. 나 이빨 좀 찍어줘' 하더니(최근에 이가 하나 더 빠져서 밑에 구멍이 두 개가 되었습니다.
'이거 찍어서 엄마 블로그에 올려. 제목은 내 아들 이빨! 이렇게 해서... 알았지. 꼭 올려야 돼'
요즘 한다고 하는 애정표현이 자꾸만 어긋나서 챈이에게 '아빠는 내가 싫어하는 말만 해' 하는 핀잔을 듣고 자숙하고 계신 아빠께서 축하의 메세지를 하셨습니다. 아빠답지 않게 오버하는 듯한 분위기는 카메라로 인한 긴장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승이는 모.... 급할 때 나오는 단어가 오줌, 똥, 방구... 이런 거니까 그러려니 하는 우리의 아량이 필요합니다.
이게 하일라이트 입니다. 생일파티와 생일선물에 흡족한 주인공께서 하트 브레이크 댄스로 답례겸 자축하셨습니다. 기분이 좋으시다보니 전에 없이 파워풀하고 자신감 넘치십니다.
한 4년 전부터 엄마 말 디게 안 듣기 시작한 채윤이에게 엄마는 '버럭 엄마' 입니다. 저 여자가 미쳤나 싶게 갑자기 애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죠. 챈이에게 미안합니다. 그러나 심하게 자책하지는 않습니다. 지도 나중에 지같은 딸을 낳아보면 버럭엄마의 심정을 알겠지요. 채윤이가 하루하루 어른으로 자라가는 느낌입니다. 이젠 정말 한 사람의 어른을 대하듯 채윤이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하며 기다려주는게 필요한데.... 그게 잘 될 때는 딱 그 때입니다. 기도를 멈추지 않을 때!
부모 된 지 10년,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봅니다.
채윤이 스무 살이 될 때 까지 큰 풍랑을 겪기도 하겠지요. 기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 방법일 겁니다.
사랑하는 우리 채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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