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없으면
뭐라도 할 수 있다.
거실에 두 녀석만 없다면
기도하고, 묵상하고, 책 보고
하고싶은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늘 꿈꾼다.
그들이 없는
조용하고 깨끗한 거실을.
조용한 자유가 가득한 거실.
그.러.나.
그 자유는
언제 덮칠 지 모르는
그들 때문로 인해
늘상 불안을 포함한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나는 그 불안에 익숙해졌고
중독되었나보다.
간만에
두 녀석으로 꽉찬 거실이
내게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마구 어질러진 카페트,
파프리카 줘, 엄마.
하나만 더 줘, 엄마.
마요네즈도... 엄마.
엄마, 김현승이....
엄마, 누나가......
음악 소리와 어우러진
쨍그랑 거리는 두 녀석의
목소리에 사람 사는 집 같다.
사람 사는 집에
토끼가 두 마리 엎드려 있다.
파프리카를 우적우적.
하나 먹고, 또 먹고...
사람 사는 집에
잠시 토끼였던 두 마리가
망아지로 변신해
뛰어다니니
훨씬 더 사람 하는 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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