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놀토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놀월을 기다려요.

놀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 아니지만
그저 나는 놀월만 기다리고 싶어요.

놀월에 온 가족이 뒹굴며 노는 것은

놀토의 여유보다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용운님 공감 못하실 우리집의  '행복'-






애들이 노는 토요일에는 아빠가 출근하고,
아빠가 노는 월요일에는 애들이 학교가는 집.
그 사이에 이 쪽 저 쪽 다 노는 날인 엄마는 진정으로 노는 게 아니라 두 날 다 근무하는 날이 된다.


눈이 이따시 만큼 쌓이고 특새 첫 날을 다녀온 월요일.
모처럼 아주 모처럼 네 식구가 모두 여유로운.... 수 년 전의 그 날.
놀토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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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지 못해 안달을 하던 강아지 새끼 한 마리가

이젠 그딴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한 남의 물 좀 먹고 온 아가씨와
하루 종일 검은 츄리닝의 귀차니즘 아빠를 끌고 나갔다.
저번 살던 동네 같았으면 동네 애들 모아놓고 하루종일 아쉽지 않게 놀았을 날인데....
친구도 없고 마땅한 놀이공간도 없는 애들이 낯설게 눈에 비비적대다 들어왔다.






DVD도 하나 빌려다 보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챙이한테 배운 스파게뤼,
직화구이 짜장면,
게다가 현승이는 에이스에 엑설런트 얹어먹기,
그 사이사이 쵸코렛 까먹기....
하루 왼종일 먹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엄마 아빠는 그 사이사이에 커피를 마셔주는 것 빼놓지 않는다.






이즈음에는 현승이를 제외한 세 식구가 검은 츄리닝으로 주로 살고 있는데....

가끔 외식을 하러 나갈 때 히야 우리 모두 다 완전 블랙 츄리닝으로 나가자.
하면서 의기투합하면...

저 쬐고만 얼룩말 놈은 청바지 입고 끝까지 게긴다.
올블랙으로 다니는 식구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냐? 주목받는 건 싫다!
이게 절 얼룩말 놈의 신조다.
그래서 저렇게 놀월 기념사진 올블랙으로 맞춰 입고 남기는 것도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우리 종필이가 말 젤 잘 들어. ㅋㅋㅋ
웃으라면 웃고, 심각한 표정 하라면 심각한 표정하고....
사진 여러 컷 찍었는데 저 얼룩말놈 때문에 다 망쳤다.


41년 만의 폭설에 약속도 다 취소된 월요일,
간만에 온 식구 하루종이 한 덩이 되어 뒹군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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