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inari
2011. 11. 5. 10:14
2011. 11. 5. 10:14
며칠 전 학교 수련회 가면서 '엄마, 우리 친구들끼리 밤에 비밀파티 할거야. 나는 종이컵 가져가야 해' 하면서 들떠서 준비해간 것이다. 청소를 하다 어제 풀어놓은 짐 사이에서 그대로 다시 가져온 종이컵을 보고 맘이 울컥한다.
수련회 이틀 째부터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나보다. '엄마 보고싶다'는 문자를 시작으로 기대와 다른 수련회를 보내고 있음을 알려 왔다. 여섯 명 같이 다니는 친구들로 부터 소위 따를 당하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서 돌아왔다. 이 학교에서 마지막 수련회라며 그 어느 때보다 들떠서 갔는데 말이다.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몰려다니는 아이들 끼리 1년 내내 이렇게 붙었다 저렇게 붙었다 하면서 끼리끼리 모여 상처주고 상처받기를 반복해 왔으니까.
문제는 엄마다. 초등학교 때 따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엄마, 뼈 속 깊이 자기중심적 까칠함을 소유한 엄마 말이다. 그래서 여러 관계맺기에 실패를 했고 실패 자체보다 훨씬 더 큰 패.배.감.의 상처를 안은 엄마 말이다. 수련회 갔던 채윤이가 고개를 떨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딱 한 번 친절한 손을 내밀었다가 계속 우울모드인 아일 향해 차거운 얼굴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의 맘을 만지는 것보다 '니가 어떻게 했길래 친구들이 그랬겠니. 안 봐도 뻔하다'는 식의 비난의 말이 속에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이젠 안다. 그것이 채윤이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라는 것을... 여전히 관계에서 온전치 못한 나 자신을 향한 퍼붓는 오랜된 비난과 죄책감과 수치심의 메아리라는 것을....
다행히 마음을 가다듬고 밤 늦게 채윤이게게 솔직한 고백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어주고 안아주고 기도했다. 오늘 등교를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사람들의 인정과 상관없이, 외적인 실패와 상관없이 늘 보석같이 존재하는 채윤이의 가치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함께하심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러나 등교하는 채윤이의 뒷모습을 보며 막상 더 두렵고 슬픈 건 내 안의 어린 나일 것이다.
청소를 하다 발견한 종이컵을 보고 울컥하여 다시 마음이 무너졌다. 주님, 아이가 자라며 겪는 성장통을 내 것과 구분하지 못하여 아이에게 두 번 상처주는 어리석은 짓만을 하지 말게 해주세요. 그 아이 곁에서 하루 종일 지키실 성령님을 의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