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블로그(처음엔 싸이 미니홈피와 클럽에서 시작)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 아이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해 온 것. 이건 두고두고 자화자찬 할 일이다.
호모 로쿠엔스, 즉 언어의 인간인 나는 두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주로 말의 발달에서 발견했다. 그걸 건져올리는 것이 양육의 최대 기쁨 중 하나였다. 왜? 나는 언어의 인간이니까.
# 현승 버스
네 식구가 마주앉아 식사하는 자리는 이야기 정거장이다.
며칠 전 현승이의 '말 버스'가 정차하여 또 하나의 어록을 남겨놓았다.
아빠가 목사고시의 관문을 통과하고 둘러앉은 기분좋은 저녁식탁이었다.
"아빠, 아빠 이제 목사님 되는거야? 헐~ 옛날에 아빠 신대원 다닐 때애~ 아빠 언제 목사님 되냐고 하니까 누나 6학년 따라고 해서 진짜 오래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 말을 한 게 엊그제 같애"
이야기 정거장에 남겨진 현승이가 남긴 무수한 언어의 기록은 들춰봐도 들춰봐도 새롭고 말랑하고 폭신하다.
# 채윤 버스
어제 밤 엄마와의 말싸움 내지는 논쟁 내지는 공격적 대화 중에.
"나는 엄마가 사람 성격에 대해서도 잘 알고 다른 사람 마음도 잘 알아주고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아는 줄 알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이니까. 그렇게 기대를 했기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난 너무 실망스러운거지"(매우 격앙된 말투임)
채윤이의 말은 늘 속시원하고, 힘이 있고, 분명하다. 채윤이 버스가 이야기 정거장에 멈춰서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질풍노도의 아우토반으로 들어섰으니 더욱 정신차리고 말씀을 들어드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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