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일어나서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바칠 때는
뭐 그러려니, 당연히 그러려니.... 여기시더니.
며칠 (은 아니고 몇 주? 아니 한 몇 달?) 아침에 빵이며 씨리얼 요런 거 좀 드렸다고.
"여보, 살림 좀 해. 김치찌개도 좀 끓이고, 된장찌개도...."
꽤 힘을 실어서 컴플레인으로 치고 들어오시네요.
"엇쭈!"
하긴 했지만 속으론 좀 쫄아가지고 바로~ 미루고 미루던 김치 담그기에 착수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라야 착착착착 되는데,
일이 손에 안붙어 가지고 주방을 온통 난리를 만들어놓고 파 좀 썰었다고 눈도 못 뜨고 정신이 없습니니다. 아, 진짜 김치는 주부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과 내공의 고갱이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김치 한 통을 바라보노라니 귓가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주부가 가족을 위하여 김치를 담그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15:13)
그리고 막 김종필과 그를 닮은 두 놈을 향한 찬송가가 절로 나와요.
내 너를 위하여~어어
몸 바쳐 땀 흘려
네 반찬 해주려~어어
알타리 다~암궜다
널 위해 기~임치 하건만
날 무엇 주~느냐
널 위해 희~생 했건만
날 무엇 주~느냐. 아아~.......멘
보. 고. 있. 나. 김. 종. 필.
오늘 김치의 숨은 공로자는 김채윤입니다. 그 유명한 망원시장이 애매~한 거리에 있는데 김치거리를 사서 들고 오려면 죽음이었지요. 장 보고 나서 바람의 딸 김채윤을 부르니 자전거로 쌩하고 날아왔습니다. 알타리 세 단, 양파 한 망, 참외 한 봉지... 자전거에 싣고 다시 쌩하고 달려 집 앞까지 배달서비스 해주었습니다. 막판에는 제일 무거운 짐이자 힘들다며 소리도 요란한 김현승까지 뒤에 실었지요.
잘 키운 딸 하나. 열 남편 안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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