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라디오를 켜는 것.
이것은 20여 년의 습관입니다.
온종일 집에 있는 날은 93.1이 내내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했죠.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던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뉴스와 아침 드라마로 시작해야 하는 하루였습니다.
요즘, 20여 년 된 습관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정상 출근하는 날(비정상 출근은 새벽기도가 곧 출근인 그런 출근) 남편이
"요즘에 음악을 안 들어?' 하며 라디오 켜는 일이 많았습니다.
4월 16일 이후로 어쩌다 보니 스르르 잊힌 습관입니다.
그럴 수 있다며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음악을 트니 현승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침에 장일범 아저씨가 얘기하는 라디오 틀면 짜증내는 거 알지?
왜 짜증 나는 줄 알아?
음악이랑 그 아저씨 말이 꼭 약 올리는 것 같아.
나는 졸립고 학교 가기 싫어 죽겠는데
편안하고 좋은 음악이나 들어라~
이렇게 말하는 게 내 마음이랑 맞지가 않고 약올리는 것 같단 말야.
아, 그렇구나! 현승아.
엄마가 음악을 잃어버린 이유였어.
장일범 씨의 명랑하고 세월 좋은 목소리가 화가 날 정도였어.
그래서 특히 그 시간대엔 라디오를 건드리지도 않았지.
길바닥에 엎드려 우는 사람들을 약 올리고 빈정거리는 사회.
그 슬픈 마음이랑 맞지 않는 설교들.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는 언론의 주파수들.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