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한 머리칼, 흐릿한 시력, 흐물흐물한 살.
거스를 수 없는 늙은 몸의 신호, 3종 세트다.
흐물흐물한 살들이 복부에 모이고, 두둑해진 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먹어도 살은 찔 것 같지 않았던 남편의 배가 두둑해졌다.
"탄수화물 먹지 말래. 나 이제 저녁 안 먹을 거야. 닭가슴살 먹을 거야."
그 답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쓴다.
그 어떤 욕구보다 식욕이 낫았었는데,
절제하려 하면 이상하게 더 치솟는 것이 우리의 욕구다.
"아, 여보. 어떡해. 이것밖에 안 남았어. 밥이 자꾸 없어져. 맛있는데 너무 빨리 없어져."
금요일인데, 저녁으로 닭가슴살 하나를 먹겠다고 한다.
그러고 기도회 다녀오면 분명 또 냉장고 문을 열고 서서 고민에 빠질 것이다.
"현승아, 라면 먹을까?"
여드름 때문에 인스턴트 끊겠다는 아이까지 끌어들여 라면을 끓일지 모른다.
닭가슴살 대신 떡볶이를 먹기로 했는데.
떡은 딱 한 주먹 넣었고,
양배추, 마늘쫑, 파프리카, 브로콜리, 양파를 산더미 같이 넣었다.
저탄수화물 떡볶이라고 하자.
떡볶이라기보다는 족보가 야채 볶음 쪽인 것 같지만.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다.
등교날이라 학교 다녀온 현승이가 떡볶이 재료를 보고 기겁을 했다.
"와, 이걸 다 넣었다고? 최악이다. 최악의 떡볶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더 늙어서 이까지 못 쓰게 되면 떡볶이 죽을 개발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 떡볶이를 참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