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걸으며 들꽃 관찰하고, 그 녀석들 이름 검색하고, 자꾸 불러주며 외우는 것 좋아한다. 티키타카 농담 따먹기로 하염없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아하고. 옷 구경 하는 거, 언제 어디서나 넋을 앗아가는 즐거운 일이고. 강의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꽂힌 한 주제에 파고드는 재미는 세상 비할 데 없고. 강의나 글쓰기와 아무 상관 없는 책을 아무 걱정 없이 읽는 날이 있는데 '이게 사는 거지' 싶게 행복하고. 정말 잘 볶고 정성스럽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에 뇌가 열리고 혀가 춤추는 느낌, 진짜 좋아하지. 혼자 있는 거실에 볼륨 높이 올리고 듣는 바흐 음악은... 거의 천국에 닿는 기쁨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천천히 차근차근 해치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일 많은데... 요리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먹을 사람 취향 분석하고 저격하여 메뉴를 정하고 만들고 함께 먹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연어 파피요트'를 했고, 함께 맛있게 먹었고. "삶은 요리 안 죽었네"하는 평을 들었다. 요리하는 것 좋아하는데,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으로 불리는 것은 진짜 생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운 일이다. 

 

지난 3월 다녀온 뉴질랜드 여행을 위한 단톡방 이름이 "고고씽 뉴질랜드!"이다. 말하자면 어제는 뉴질랜드 남섬 원정대 해단식이었고. 5월 "고고씽 유럽!" 출정식이기도 하다. 서쉐석 목짠님 부부와 맛있게 식사하고 식사보다 더 맛있는 대화를 나눴다.  메뉴는 연어 파피요트, 고사리 명란 파스타, 샐러드였다. 삶은 요리 정신실 선생이 오랜만에 앞치마 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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