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생각하기 위해서' 가끔 따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랄 것도 없이 옆에 사는 김종필님이 그렇습니다.
대화 중에 '생각해 볼께' 하며 여운을 남기기를 잘 합니다.
그리고는 생각해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란 것이 필요하고요.
가만 생각해보면 저같은 사람은 '생각'을 위한 시간이 따로 필요하질 않습니다.
왜냐면 항상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있다면 '생각을 비우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살짝 지겨우실까 염려되는 고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좀 덜 해야겠다 싶은 얘기이긴 하지만....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은 머릿 속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삶을 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계획의 달인들이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이미 만족감을 다 느껴버리는 것이지요.
때로는 계획으로 도피해서 직면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 마구마구 계획을 세워버리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이건 계획성이 있다든지, 계획을 잘 세운다 는 식의 칭찬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계획으로 도피한다. 이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많습니다.
어떤 중요한 시점이 되면 계획이 더 더 많아집니다.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보고 다시 지워보고, 또 다시 계획을 세워보고...
그러다보면 현실이 현실 같지가 않고 현실이 허구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치명적인 계획세우기는 얼마나 쉽게 불신앙으로 사람을 몰고 가는 지도 저는 잘 압니다.
계획세우기는 필연적으로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 노릇을 하고 싶도록 만들거든요.
모처럼 혼자 집에 있습니다.
아빠와 딸은 수련회를 가고 아들은 할아버지 댁에 갔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집중해서 독서 삼매경을 해볼랬더니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터무니 없는 계획을 세우다 허물다 하면서 집.쭝.이 되지를 않습니다.
다 털고 일어나 생각 털어버리기 작전으로 열나게 운동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자꾸만 생각을 하려고 하기에 온갖 에너지를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생각 안 하기를 위한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들어와서 블로그 순방을 하는데 김용주님 블로그에 가니 이병우의 기타연주 '생각없는 생각'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이거다. 생각 없는 생각!
생각 없는 생각.
PS 김용주님 감사합니다.
지난 번에도 블로그 제목을 도용하여 글을 한 편 포스팅하고,
덕분에 오래 듣지 않았던 이병우 기타 소리도 한 번 들어보고 간마에 글이 긴 포스팅도 했습니다.^^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12) | 2008.11.18 |
---|---|
가을, 소국, 수료, 사랑 (15) | 2008.10.22 |
기도 (4) | 2008.07.24 |
친구가 된 책 (8) | 2008.07.10 |
좀 다녀올께요 (6) | 2008.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