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한 복잡한 중압감에서 도통 자유의 길을 찾지 못하시는 어머니.
김치를 해서 나눠주시는 이유가 복잡다단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기에,
가끔 나는 그저 주시는 김치 얻어먹을 뿐이데 김치와 함께 욕도 같이 얻어 먹기도 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는데 김치통에 담겨져 날아오는 김치들이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젓가락 한 번 가는데 버거울 때가 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하고 선언했다.
'어머니, 올해부터 제가 김장할께요.
어머니 몸도 안좋으시고 신경쓰시는 것도 힘드시고 걱정 많으신데 제가 해서 한 통 드릴께요.
한 통이면 봄까지 두 분 드신다고 하셨으니까 제가 해서 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래라. 나는 편하고 좋네' 하면서 헛웃음을 웃으시더니...
지난 주일 김장벙개를 치셨다. 거두절미하고 담날 누가 배추를 주신다해서 김장할거니까 와라.
갔다.
추운데 밭에 가서 배추 씻고, 김장했다.
늘 그렇듯이 일개 시다바리일 뿐이 내 공은 없고 어머니 공만 무한한 김치가 큰며느리에게도 나눠졌다.
늘 그렇듯니 난 시다바리고, 만만하니까......ㅠㅠㅠㅠ
오래된 상처에 벌건 김장속을 척~하니 바르고 집에 돌아왔다.
나눠주신 김장속은 어머니 취향대로 엄청 짜고, 실은 그걸 다시 열어볼 마음의 힘이 없었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저녁에 보쌈해줄께' 한 마디 던지게 되었다.
짜디짠 김장속에 무 하나와 배 하나를 썰어서 다시 버무리고 손을 좀 보니 놀부보쌈 울고 갈 맛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보쌈 고기는 어찌나 부드럽게 잘 삶아졌는지....
내게 가져온 김장속은 내 방식대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 소화시킨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 조금 왜곡되게 보이는 사랑이지만 그 분의 살아온 방식에 휘말려 짐을 더 지지는 말자.
어머니의 연약함에 매여 내 자유의 호흡까지 틀어막지 않도록 내 방식의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싶다.
내게 비밀 같은 엄청난 사랑이 하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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