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우리들의 학교는 성적으로 존재를 평가하는, 그래서 아이 존재를 찌그러뜨리는 곳인줄 알기에 시험공부는 시켰다. 며칠을 시켰다. 갑자기 주입식 교육을 몰아쳤다. 의미 없이 무작정 외우는 것, 이런 것을 절대 안 되는 딸을 붙들고 잎의 구조... 달의 모양... 리터와 밀리리터... 주장하는 글쓰기... 같은 것을 외우게 했다. 결과는.... ㅠㅠㅠㅠ
"당신 솔직히 말해봐. 어렸을 때 공부 못했지?" 남편과 마주 앉아 허허, 슬프게 웃었다. 근본적으로 채윤이의 학습에 대한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채윤이가 정말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하도록 해주자. 그렇게 힘들어 하는 윤선생 영어도 그만시키는데 합의봤다. 채윤이 같은 아이가 언어를 책상에 앉아 테잎 듣고 죽어라 쓰면서 배우는 건 아니다. 채윤이는 언어가 다른 세상에 던져 놓으면 체험하며 바로 터득할 아이이다. 책상 앞에서 앉아 '죽은 공부'로는 안 될 일이다. 그래, 내려놓자. 둘이 이렇게 합의하고 월요일 가정예배 시간에 얘기했다. 가정예배 마치고 자기 전에 주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편지가 하나 놓여있다.
그래, 그러자! 언제나 즐겁게 지내고 싶은! 뜻을 100% 받아들여서 영어를 끊.었.다. 어제 선생님께 어렵사리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그만 두기로 했다. 오후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포기해도 되는 걸까? 내가 다른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 그거 좀 하자는데! 이 녀석 그걸 안 따라와주네. 채윤이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귀신 같은 김채윤은, 도대체 엄마는 뭣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러는 거냐며, 친절해지라고 한다. 그런 태도에 더 화가 나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이 나왔다.
"실은, 엄마가 너를 잘 키우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돼. 영어를 끊기는 했지만 니 친구들은 수학학원, 영어학원 장난 아닌데... 그나마 너는 집에서 하던 영어까지 안하게 됐으니 걱정이 돼. 이러다가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그거 공부하러 대학교에도 못 들어가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이 돼서 그래. 니가 힘든 걸 시키고 싶진 않지만 이게 맞는 건가 모르겠어. 하나님이 채윤이한테 주신 달란트가 있는데 그걸 잘 닦으려면 노력도 해야하는데, 힘든 건 너무 안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채윤이 훌쩍이면서 이런다.
"엄마! 그러면 내 달란트를 잘 쓰게 해줘야지. 피아노를 연습만 하라고 하고 내가 치고싶은 거는 못 치게 하잖아. 저번에 애들이나 치는 거 친다고 뭐라고 했잖아. 그게 애들이 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좋아서 치고 싶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대로 칠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엄마, 엄마는 잘 키울 수 있어. 내가 영어는 끊었지만 좋아하는 걸 위주로 해서 학원이나 이런데 보내서 가르치고 그러면 잘 키울 수 있을거야. 원래 엄마가 애들을 잘 키우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마음 풀고 친절하게 대해줘."
아오, 무슨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들더군... 우울감 원인제공자가 바로 상담자로 변신하니 우울에 혼란스러움까지 겹쳐서 묘한 웃음이 새나오더군.
채윤이 훌쩍이면서 이런다.
"엄마! 그러면 내 달란트를 잘 쓰게 해줘야지. 피아노를 연습만 하라고 하고 내가 치고싶은 거는 못 치게 하잖아. 저번에 애들이나 치는 거 친다고 뭐라고 했잖아. 그게 애들이 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좋아서 치고 싶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대로 칠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엄마, 엄마는 잘 키울 수 있어. 내가 영어는 끊었지만 좋아하는 걸 위주로 해서 학원이나 이런데 보내서 가르치고 그러면 잘 키울 수 있을거야. 원래 엄마가 애들을 잘 키우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마음 풀고 친절하게 대해줘."
아오, 무슨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들더군... 우울감 원인제공자가 바로 상담자로 변신하니 우울에 혼란스러움까지 겹쳐서 묘한 웃음이 새나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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