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드문드문 새벽기도를 나간다. 마음은 매일매일 가고 싶지만 엄마 새벽기도 가는 것에 노이로제가 생겨서 밤잠을 설치는 일곱 살 신생아(?) 덕분에 빠지는 날이 더 많다. 새벽기도를 위해 다섯 시 쯤 그 달콤한 잠을 포기하며 추위를 향해 맞서야 하는 고통이 있는 반면, 요런 맛이 또 기다리고 있다. 새벽기도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최대한 신속하게 몸을 감쌌던 여러 겹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뜨뜻한 이불 속으로 직행하는 거다. 이 때의 포근함, 따뜻함은 두어 시간 전의 고통스런 각성에 대한 보상이라 하기에 충분한 달콤함이다.
거기까진 좋다. 기분좋게 다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아홉 시를 육박해 간다거나, 햇살이 방 안을 가득채우고 도저히 아침이라 부를 수 없는 볕에 눈을 뜨면 기분이 상당이 더럽다. '으이그, 새벽기도 왜 갔어?' 이런 생각 마저 든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와서 둘 다 의기투합해서 그 달콤한 이불 속의 유혹을 뿌리쳤다. 굳이 뿌리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그냥 '나 오늘 안 자야지' 하고는 바로 식사준비를 하고 남편은 자신의 서재로 가서 앉았다. 나 역시 밥을 앉히고 식탁에 앉아 매일성경을 꺼내들고 큐티를 시작했다. 집중하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어보니 남편과 내 자리가 딱 마주보는 자리가 되어있다.
이사하고 남편이 가장 행복해 하는 것은 자신만의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MBTI 16유형 중에 가장 독립적인 유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얼마나 애타게 갖고 싶었던 공간이었을꼬. 채윤이 피아노 연습, 나의 인터넷질, 그리고 아이들 샤워한 다음 옷 찾는 곳에서 설교준비를 하면서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셨었는지...
남편과 아이들 방을 정하면서 주방 옆에 붙은 방과 주방과는 떨어진 현관 쪽 방을 놓고 고민을 했다. 남편은 내심 주방과 뚝 떨어진 방을 원했던 것 같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주방 옆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식탁에 책을 들고 앉아서 방문만 열어놓으면 자연스레 둘이 마주보고 앉는 방식이 된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부부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마음의 방의 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언제든 하시라도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마음의 문을 열어 둬'
라고 요구하며 내 마음 문을 활짝활짝 열어 제껴둔 나와
'필요하면 노크하고 기다려줘. 내 방은 방문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내가 문 열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나는 문을 닫고 있어야 안정감이 느껴지고 나다워져'
하는 남편 사이에서 말이다.
때로 내가 강제로 문을 열다가 다치기도 하고 수시로 문을 열라고 닥달하는 나로 인해서 남편이 다치기도 한다.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있는 문은 열어두고 그 대신 거리를 많이 둔 상태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도 나도 편안할 것이다. 게다가, 각자 고개 숙이고 읽고 있는 것은 '매일성경'의 같은 본문을 묵상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둘이 하나되는 상태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둘 사이의 갈등으로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을 때 솔직한 대화를 통해 갈등의 본질에 접근했다 하더라도 답을 모르겠는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신혼 초 어느 날 밥 먹다가 식탁에 앉아 두어 시간 이상을 대화 내지는 싸움을 하다가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던 남편이 덥석 내 손을 잡으면서 '같이 기도할래' 하고는 먼저 기도를 시작하고, 남편의 기도가 끝난 후에 나 역시 눈물로 기도했던 적이 있다.
내 사랑으로 서로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건 아무리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고지다.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극명한 거리를 확인한 그 순간에는 사랑의 달인, 사랑 자체이신 그 분께로 각자 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같이 손잡고 새벽기도를 다녀와 너무 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앉아 각자 자신의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 둘이 하나됨을 위해, 끝까지 로맨틱한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이런 홀리한 시간을 가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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