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동원님

얼마 전 이마트에 가는 차 안, 앞좌석은 엄마빠가 뒷좌석은 누나와 동생이 열띤 수다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목은 좀 아프지만 두 녀석들이 수다에 몰입해주면 우리도 방해받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지요. 하이튼 이 날 따라 뒷좌석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 상콤새콤 했던 것 같은데...
마트에 도착해서 차에 내리자마자 채윤이 엄마한테 와서 팔짱을 끼더니 한 쪽으로 끌고 갑니다.
'아~ 나 엄마한테만 할 얘기가 있어. 엄마, 영화같은 일이 나한테 일어났어' 합니다. 얘긴즉슨, 현승이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조성조 라는 아이가 생각났는데.... 생각해보니 이 아이가 너무 잘 생겼고, 멋지고, 자기한테도 잘해줬고.... 무엇보다 지금 얘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립답니다. 이건 어른들이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그런 거 같다고... 영화같은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고 하네요.
그런 것 같네요. 지금 채윤이한테 일렁이는 이 느낌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도 다른 섬세한 정서인 것 같네요.



언제 작성된 문건인지 모르겠으나 채윤이가 혼자 놀면서 해 놓으신 거랍니다. 지난 번 할머니 생신 때 고모가 이걸 보고는 '할아버지 특기 - 고장난 물건 고치시기, 할머니 특기 - 오가피, 홍삼 만드시기' 여기서 빵 터져버렸지요. 그래서 모두들 식사하고 나신 후에 이걸 공개적으로 읽었는데 채윤이가 펄펄 뛰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런 사정입니다. '사람들이 이제 자기를 어른으로 보는데(완전 지 생각) 자기가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알면 어린애로 다시 볼 것 아니냐?' 이거 였습니다. 그래서 챙피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애를 달래느라고 '너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웃는거야. 니가 써 놓은 게 너무 귀엽잖아'를 연발했으니 그걸로 울음이 달래질리가 없었지요.

어린 아이와 영화 속 사랑에 빠진 언니 사이의 정체성을 오가는 요즘 채윤이.
사춘기가 오려나 봅니다.

헌데 여전이 집 안 여기 저기에는 이런 종이 쪽이 굴러다니고 있고요. ㅎㅎㅎ
조만간 끝나버릴 이 놀이들이 엄마는 아쉽기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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