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저녁 목자모임인데 주일 오후가 되도록 메뉴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예전 같으면 뒤집어질 일이지만 이제는 예삿일.
아주 여유만만하게 3부 예배 전 목자들에게 '오늘 목장모임 하냐? 목장에서 뭘 먹냐? 저녁엔 뭘 먹고 싶냐? 라고 물어보는 배짱! ㅎㅎㅎ 이구동성 입을 모아 떡.볶.이.

내가 자존심은 있어서 한 번 했던 떡볶이는 안 한다. 잉~

주일 오후.
얼마나 널부러지고 싶은 시간이던고!
한 때는 남편과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집에 들어와 낮잠도 때리고 하던 시간이었지만 사역자가 된 이후로 남편과 함께 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이고...

남편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내가 월요일이면 출근해야할 풀타이머가 아니더라도, 주일 오후는 참으로 널부러지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그러나 목자모임이다. 남편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목자들, 그들이 온다. 온갖 잔머리를 굴려 메뉴를 정하고 가정 적절함을 위해 분투해 보지만 정작 나를 일으켜 우는 건 사실 그들에 대한 사랑이다.

긴급 설문조사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결정된 메뉴. 카레 떡볶이와 쟁반 막국수.
쟁반 막국수는 처음 해보는 거다. 막연히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해가지구 메밀국수를 삶아서 비벼면 될 것 같은.... 사랑한다면 난생 처음 해보는 요리도 식은죽 먹기다.

그. 러. 나.


널부러지고 싶은 욕망을 거슬러서 준비한 요리도, 내 온 정성과 사랑을 담은 요리도....
배는 부르게 할 수 있지만, 잠시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저들의 눈물을 씻을 수는 없다.

내 요리가 저들의 지치고 흔들리는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약이 될 수 있다면.....
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내가 몇 갑절의 내 욕망을 접고도 행복할 수 있을텐데....
아, 저 눈물을 무엇으로 닦을 수 있을까?
내 사랑이, 내 허접한 사랑이 저 눈물을 닦을 수 있다면....
저들의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다면....... ㅜㅜ

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요리하던 내 손을 기도의 손으로 부여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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