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가 며칠 전에 '엄마! 에니어그램 8번은 어떤 유형이야?' 합니다. (현승이는 에니어그램에 관심이 많고, 심지어 엄마가 보는 책을 뒤적뒤적 찾아보기도 하면서 '난 6번인 것 같애. 난 두려움이 많아' 합니다. 최연소 에니어그램er?ㅋㅋㅋ) 암튼, 그래서 무성의하게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응? 어디서든 앞서기 좋아하고 대장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서 다른 사람 끌어가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야' 했더니... '아, 그럼 누나는 8번이네. 누나가 그렇잖아' 합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채윤이는 해마다 회장선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나름 고민 끝에 출마를 하기도 했었고요. 이번에도 선거 전 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엄마, 엄마 요즘에 일은 별로 안하지만 손님이 많이 오니까 시간이 없지? 엄마는 밖에 나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그리고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니니까 회장에 안나가야겠다. 회장 되면 엄마가 학교 와서 청소도 해야하고, 애들 간식도 넣어줘야 하고 그러니까 엄마가 너무 힘들겠어.... 근데 나가고 싶다. 엄마, 내가 안 나가면 좋겠지?'
라는 말에 '응, 안 나가면 좋겠어'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가고 싶으면 나가. 나가서 만약 되면 엄마가 다른 엄마들처럼 하지는 못하겠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줄께' 했습니다. 내심 출마해도 당선되진 않겠지만 그냥 가만히 계셔줬으면 싶었고요. 채윤이의 고민은 그 전 날 일기장에 드러나 있습니다. 어찌나 고민을 했는지 '왜냐하면 --> 외내하면' 이러고 철자법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 그러나 어제 부회장에 되어 왔습니다. 권력의 유혹 앞에서 어젯밤 다잡아 먹은 마음은 까맣게 잊혀졌나 봅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애한테 엄마의 걱정을 내비칠 수도 없고... 엄마는 널 잘 교육하기 위해서 옆집 아줌마들(학교 엄마들)과 만나지 않는 게 지금으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평범하게 있지. 헌데, 채윤이 안에 있는 '나서방' 욕구를 모르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출마의 변은 이랬답니다. '저는 우리 반을 예의바른 학급으로 만들겠습니다' 예의 없는 것들 다 죽었다.ㅋㅋ
친구들 이름 적는 게 부러워서 회장, 부회장이 되고 싶었던 채윤이. 어차피 된 이상 친구들과 선생님을 어떤 마음으로 도울지, 어떤 리더십이 되어야 할 지 함께 고민하며 한 학기 보내기가 새로운 숙제인 듯 합니다. 점점 청소년이 되어가는 듯한 우리 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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