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편이 말한다.
"당신답게 해. 편하게..."
남편이 말하는 '당신다움'이란 다시 말하면,
"까불어. 까불어야 정신실이야."
이런 뜻이다.
남편이 기억하는 나에 대한 두 가지 첫 인상 중 하나가,
'저 누나만 나타나면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였다.


정말 그것이 '나다움'이라면 갈수록 '나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기타 들고 나답게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듣는 것보다 노래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젊은 시절 마음에 맞는 친구와 몇 시간이고 노래를 부르며 논적도 많았다.
할 말 보다 들을 말이 많아지고,
노래 부르는 것보다 그저 음악을 듣는 것이 더 편해져간다.


이것도 역시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일까?


옆에 앉아서 '엄마, 꽃과 어린 왕자 불러봐' '개똥벌레 불러봐' 신청곡 넣던 현승이가.
"엄마, 젊어 보인다. 엄마가 젊어 보이면 예쁘고 좋아.' 하면서
"사진 찍어줄께." 하더니 휴대폰에 사진 수십 장을 찍어놨다.


'젊어서' 예쁘지 않고 '젊어 보여서' 예쁘다니.....
아, 이것이야말로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 아닌가.
나~는 늙었다고. 나도 한 때 젊었는데~에.... 이~젠 늙었다고. 꺼이꺼이꺼이꺼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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