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사줬어요. 부드러워요"
말을 하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끄럼쟁이 현승이가,
묻는 말에도 부끄부끄 대답이 어려운 현승이가,
안물!
아무에게나 다가가 했던 말입니다.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좋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고모가 사준 옷이 부드러워요.
현승이는 '부드러운' 것에 집착해왔습니다.
부드러운 천,
부드러운 엄마 살,
부드러운 말투,
심지어 먹는 것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리하여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빵이 베이글이었습니다.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아야 빵이지.
엄마가 먹으라니까,
안 먹으면 부드러운 엄마의 말투가 딱딱해질테니 억지로 먹는 거지
질겅질겅 씹어 먹는 빵이라니 딱 질색이었습니다.
코스트코에 가면 (저렴 리스트 상품 1순위라) 꼭 사와야 하는 것이 베이글.
며칠 새 베이글 열두 개를 뚝딱 다 먹어치웠습니다.
입짧 위짝(입 짧고 위 작은) 가족에게 흔한 일이 아닌데요.
현승이가 맛있다며 아침 저녁으로 찾아 먹은 탓입니다.
우리 현승이가 달라졌어요!
김현승이 어떻게 이렇게 베이글을 좋아해?
식성이 싹 바뀌었네.
엄마 아빠가 뼈 있는 농담을 했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뇌가 뒤집어진다고 합니다.
또는 뇌가 전격 확장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사 중' 상태가 된다고요.
채윤이 두뇌 확장공사가 끝나는 시점이라서 느낌 알죠.
덕분에 엄마 아빠는 그런 감각을 조금 익혔습니다.
두뇌 재개발 공사 시작하려고 공사 자재 들여오는 소리가 들린다니까요.
현승이 두뇌 공사 시작입니다.
그 전조 증상인지 식성이 살짝 뒤집어지니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한 2년 공사가 진행되려면 집안이 좀 시끄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