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애?

뭐가?

엄마가 지금 나를 한참 봤잖아.

부러워서. 니가 제일 부러워.

촴, 아빠도 내가 제일 부럽다는데.


채윤인 이런 나날을 살고 있다. 진짜 


월요일과 목요일에 두 번 꽃친에 놀러간다.

요즘엔 꽃친 중 뜨개질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지도 하에

동대문에 실을 사러 다녀와서는 목도리 뜨기에 열을 내고 있다.

잔뜩 늘어진 채윤이가 실타래를 늘어뜨리고 뜨개질 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일 없는 고양이가 앞발로 실타래 굴려가며 뒹굴고 있는 그림이 오버랩 된다.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누나를 현승이가 자꾸 가 건드린다.

때리고 도망가고, 내가 확 풀어버린다! 하면서 나꿔채고.


평소같으면 한 대 맞고 두 대 때리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하는데....

그러다 먼저 선발대로 혼나는 게 채윤이 배역인데....

인내심이 장난없음이다.

심지어 오히려 현승이가 선발대로 엄마 아빠에게 구박을 듣게 된다.

김현승, 누나 그만 건드려. 그만하라고 했다.

너 내일 학교 가지? 좋을 말 할 때 누나 건들지 말고 가서 자.

중요한 것은 이런 와중에 채윤이 여전히 평상심을 잃지 않고

뜨개질 하는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현승이 학교 가고 여전히 소파에 앉아 뜨개질 중이던 채윤이의 한 마디.

엄마, 나 참 여성스러운 것 같애.

이렇게 뜨개질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고 너무 여성스러워져.


아닌 게 아니라 너 어제 현승이가 아무리 까불어도 흥분 안 하고 다 봐주더라.


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뜨개질을 하다보니가 나도 모르게 여성스러워져.

애써서 참은 게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걸 깨달았는데.....

내가 그렇게 참으니까 엄마가 나를 인정해주더라.

내가 먼저 흥분해서 소리 질러서 더 많이 혼난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았어.


뜨개질 하다 여성스러워지는 채윤이 긍정 포인트 쌓이고 있음.

사춘기 오면서 비기싫음 포인트 막 쌓이는 현승이 덕에 더욱 돋보이고 있음.


햇살 쏟아지는 거실 카페트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는 고양이처럼

방학이 일년인 채윤이의 하루는 뭔가 너무 여유로워 턱이 빠질 것 같은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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