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군요.

이처럼.

당신의 아들, 아니 당신 자신을 내어주실 만큼이요.

우리의 관심은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신다는데!

그 사랑으로 내게 떡이 생겨, 밥이 생겨, 애인이 생겨!

그런 나날을 살고 있는 제가 사랑을 논하러 갑니다.

코스타 참석차 시카고에 갑니다.

올해의 주제는 보시다시피 저러한데,

저는 또 보란듯이 패러디를 하여 강의에 쓸 PPT 첫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연애 강의, 에니어그램 강의로 듣겠다고 모여든 청년들에게 은근 슬쩍 저는

다른 사랑 얘기(결국 그 사랑이 그 사랑인 바로 그 사랑 얘기)할 요량인데.

계획대로 될런지 모르겠네요.


브래넌 매닝, 리처드 로어.

두분의 글에서 눈에 익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을 

비행기 안에서 독파하겠습니다.  

무려 747 페이지입니다. 어, 보잉 747? ㅎㅎ

두근두근입니다.


백팩에 노란리본을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코스탄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란리본을 많이 가져가는데요.

컨퍼런스 마치고 시카고 여행하는 동안에도 나눌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손피켓 만들어서 사람 바글거리는 밀레니엄파크 커피콩 앞에서 잠깐 서 있을까?

라고 말했다가 같이 가는 채윤이 '엄마, 제발! 엄마 마음 알겠지만 여행하고 싶어. 맘 편히'

같이 가지도 않는 현승이 '엄마, 진짜 왜 그래? 누나, 같이 가기 싫겠다' 

욕만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뭐예요? 왜 그렇게 많이 달고 다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 드리려고요. 하려구요.


노란리본은 기억하겠다는 뜻이고,

사랑하겠다는 뜻이며,

물처럼 오신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가장 낮고, 가장 아픈 곳을 사랑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처럼' 사랑하심은 그렇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사랑이니까요.


두 남자 두고 떠나는 마음, 갓 나온 넷째(what?)를 두고 떠나는 마음,

가서 해야할 강의에 대한 부담.

어리바리 영어 울렁증 모녀 둘이 며칠 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뭔가 찜찜한 마음 다잡아 캐리어의 지퍼를 주욱 닫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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